COLUMN

바닷속 보물

해저에서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귀금속을 얻을 수 있다면?

2020.08.07

 

지난 4월, 나는 장기적인 탄소중립 관점에서 개인 운송수단의 미래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움직이는 전기차가 주를 이룰 것이라고 예측했다. 딜로이트와 블룸버그의 뉴 에너지 파이낸스 그룹은 예측 자료에서 글로벌 전기차 보급률이 2030년까지 20%에 이르고, 2040년이 되면 57%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들의 예측이 정확하다면 2050년까지 10억대의 전기차가 거리를 달리는 세상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환경 차원에서는 분명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10억대에 쓸 배터리팩용 금속을 구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의 최첨단 NMC 811 배터리 조합(니켈, 망간, 코발트 비율이 8:1:1)을 그대로 쓴다면, 전기차에 들어가는 75kWh 용량의 배터리팩을 만들기 위해 니켈 56.2kg, 리튬 8.2kg, 망간과 코발트 각각 6.8kg에 커넥터와 배선에 쓸 구리 84.8kg이 필요하다.

 

광석 품질이 꾸준히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와 같은 전기차 배터리 10억대 분량을 만들기 위해 채광 사업을 진행한다면 어쩔 수 없이 새로운 광구와 광혈을 만들거나 이미 만들어진 것들을 더 깊고 넓게 파내야 한다. 그러려면 에너지와 화학약품이 많이 필요하고, 물은 더 많이 오염되며 환경 피해가 더 많이 발생할 것이다. 문제는 이런 피해가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온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 같은 광물자원은 대부분 개발도상국에 있다. 인권보다는 광물 약탈에 더 관심 있는 독재 정치인들이 윤리적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는 뜻이다.

 

 

그럼 해저 채굴은 어떨까? 해저 화산 산맥을 이루고 있는 지하에서 뜨거운 물이 솟아나는 열수분출공 주변에는 광물이 풍부한 황화물 침전물이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이것을 건져 올린다면 분출공들로 활기를 얻는 생태계를 위협한다. 게다가 심해에 있는 황화물이나 코발트를 기계로 채굴하려면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더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해저 금속자원도 있다. 미국 하와이와 바하 캘리포니아 사이에 펼쳐진 466만㎢의 클라리온클리퍼톤해역(CCZ) 심해(수심 4000~6000m)에는 감자 크기만 한 다금속 덩어리가 널려 있다. 이들은 해저 침전물 사이 물에 포함된 수용성 망간이 어류의 뼈나 이빨 조각에 달라붙어 불용성 망간 수산화물이 되면서 만들어졌다. 이와 같은 수산화물은 광물이 풍부한 물 속에서 수용성 구리, 코발트, 니켈을 분리하는 역할도 한다.

 

이 덩어리는 망간 29.2%, 니켈 1.3%, 구리 1.1%, 코발트 0.2%로 이루어져 전기차 배터리의 기초 소재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나머지 성분은 비료 원료로 쓸 수 있는 황산암모늄이다. 이 덩어리에서 금속을 분리하는 쪽이 지상에서 광석을 채굴하는 것보다 더 쉽고 깨끗하다.

 

다금속 덩어리는 심해 생물이 알을 낳는 장소로 쓰는데 덩어리를 비슷한 암석으로 바꾸면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바둑판 형태로 채굴하는 방식 역시 침전물이 뒤섞이는 피해를 줄일 수 있다.

 

CCZ의 세 지점에서 연구를 실시한 결과, 덩어리가 덮여 있는 면적은 해저의 30%가 넘어, 대략 230억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전체 CCZ만 놓고 보더라도 지상에 존재한다고 알려진 망간의 10배, 코발트의 6배, 니켈과 구리의 3배 반에 가까운 광물이 덮여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것들을 모아 수면 위로 건져 올린 뒤 정제하는 건 어떨까?

 

물론, 환경 차원에서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 호놀룰루에 있는 하와이 대학의 심해 생물학자 크레이그 스미스는 2019년 8월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30년 동안 CCZ에서 연구하며 1000종이 넘는 동물종을 수집했다고 밝혔다. 해삼, 성게, 연산호, 불가사리, 말미잘, 벌레와 같은 이들 동물의 90% 정도는 학계에 새로 보고되거나 이름이 붙지 않은 것들이었다. 중요하고 연약한 산호초 생태계가 매일 수 ㎡씩 죽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덩어리를 건져내는 단순한 행위는 모든 심해 생물에 위협이 될 수 있다.

 

국제연합(UN)이 1994년에 설립한 국제해저기구(ISA)는 국제적 해저 생태계에서 영향을 주는 활동을 규제하고 지속가능개발을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ISA는 168개 회원국으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아 규제를 만들고 탐사와 채굴권을 승인한다. 하지만 미국은 국제연합 해양법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풍부한 금속자원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다. 주요 회원국은 어디일까? 망간 채굴량 2위, 구리 채굴량 3위의 중국과 코발트 채굴량 2위, 니켈 채굴량 3위를 자랑하는 러시아다.

 

캐나다의 딥그린 메탈즈는 2030년까지 예상되는 수요와 공급 격차를 줄이겠다는 목표로 2024년 CCZ 세 곳에서 채굴을 시작할 계획이다. 심해 생물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식으로 채굴이 이루어지길. 미국 자동차 산업도 이와 같은 핵심 자원을 구할 방법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라고 의회가 존재하는 것이다. 미국은 하루빨리 국제연합 해양법 협약을 비준하고 CCZ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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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Frank Markus PHOTO : Motor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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