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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페인 듯 쿠페 아닌, 메르세데스 벤츠 CLA 250 & BMW 220d 그란쿠페

어떻게 보면 쿠페 같고 또 어떻게 보면 세단 같다. 요즘은 4도어 세단도 쿠페로 부르는 경우가 많아 쿠페와 세단의 구분이 모호하다. 하지만 멋을 앞세우는 차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2020.10.26

 

쿠페는 멋을 추구한다. 자동차를 타는 이유가 ‘플렉스’하고 싶은 거다. 그래서 뒷자리 공간이 부족한 것 같은 사소한 불편은 마다하지 않는다. 마음이 젊은 사람들에게 멋의 가치는 중요하다. 전통적인 의미의 쿠페는 2도어 모델에, 지붕에서 꽁무니까지 매끈한 패스트백 디자인이다. B 필러도 없어야 한다. 프레임 없는 옆창을 내리고 탁 트인 해방감을 즐긴다. 쿠페는 대체로 모델 라인업에서 최고급 모델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4도어 세단도 쿠페로 부르는 경우가 많아 쿠페와 세단의 구분이 모호하다. 메이커가 쿠페라고 주장하면 그런가 보다 한다. 쿠페는 멋을 앞세우는 차라고 보면 된다. 멋진 디자인을 추구하면서 부가가치를 더한다. 4도어 세단이지만 쿠페라 부르는 오늘 시승차는 같은 듯 다른 것이 서로 라이벌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CLA의 성공에 자극받아 BMW가 2시리즈 그란쿠페를 내놓았다. 둘은 크기와 값이 엇비슷하지만 시승차로 온 그란쿠페는 디젤 엔진을, CLA는 휘발유 엔진을 얹었다.

 

 

메르세데스 벤츠 CLA 250

벤츠는 2004년 틈새 모델로 CLS를 출시해 대박을 쳤다. E 클래스에 멋진 디자인을 씌워 상당한 부가가치를 더할 수 있었다. 새로운 장르의 차가 탄생한 거다. 4도어 세단을 쿠페로 부른 것도 CLS가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그 성공에 힘입어 작은 CLS로 내놓은 것이 CLA다. 2013년 데뷔한 1세대 CLA 역시 75만대 판매로 히트를 쳤다.

 

 

CLA는 같은 플랫폼의 A 클래스와는 차원이 다르다. 실용성보다 멋을 추구한 차는 A 클래스가 아니다. 값도 A 클래스보다 840만원이 비싸다. CLA 고객은 그 가치를 인정하면서 오너가 된다. 벤츠로 ‘플렉스’하면서 내 인생을 즐기는 거다. 2세대 CLA는 구형보다 헤드램프가 날씬해지면서 세련돼졌다. 구형은 커다란 램프 때문에 가분수 같은 느낌이 없지 않았다. 신형은 얼핏 상어 같은 앞머리가 매력 넘치고, 보디라인은 앞뒤로 균형이 잡혔다. 둥글게 솟아오른 벨트라인에 CLS의 개성을 담았다. 늘씬한 보디라인 덕에 공기저항계수도 0.23에 불과하다.

 

 

운전석에 앉으니 나같이 덩치 큰 사람을 위한 배려가 느껴진다. 나지막한 운전석이 푸근하고, 넓적다리 받침도 고맙다. 작은 차라고 덩치 큰 사람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 동그란 송풍구가 유난스러운 대시보드 디자인은 벤츠의 다른 모델과 같다. 엔트리급 소형차가 더 비싼 차를 닮으니 황송한 마음뿐이다. 모든 차가 안팎으로 같은 벤츠의 디자인을 보면서 모델마다 개성이 다른 현대·기아차 디자인에 고마움을 느낀다. 솔직히 스포티한 분위기를 유도하는 알루미늄 패널과 번쩍이는 크롬 송풍구가 내 취향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클럽 분위기를 만드는 앰비언트 라이트도 좋아하지 않는다. 문득 독일 시장에 내놓은 차도 이렇게 화려한지 궁금하다.

 

 

디스플레이가 터치가 가능해지면서 센터콘솔에 놓인 터치패드는 쓸 일이 없어졌다. 2시리즈 그란쿠페와 비교하면 CLA는 운전대에 패들시프트가 달렸고, 파노라마 선루프가 큼직하다. 그런데 국산차에 흔한 준자율주행 장비도 없어 오로지 순수한 운전의 매력을 내세운다.

 

 

멋을 내는 게 중요한 쿠페에서 뒷자리 공간이나 트렁크 크기는 의미가 없다. 멋을 내는데 그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 쿠페 뒷자리는 원래 비워두는 곳이다. 그런데도 CLA는 어른이 앉기에 괜찮은 공간을 갖췄다. 세단형 쿠페의 장점인지 모른다. 

 

 

휘발유 엔진이 내는 224마력은 작은 차체에 충분하고 적절한 힘이다.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후련한 질주가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이 6.3초인 CLA 250 4매틱은 엔진 반응과 뛰쳐나가는 기세가 스포츠카답다. 소리도 스포츠카 기분을 낼 만큼 적절하다. 유난히 무게중심이 낮아 보이는 차는 고속에서 안정감도 뛰어나다. 넘치는 힘은 아니지만 빠른 가속을 하거나 구불거리는 길을 맹렬히 달리는 데 충분히 즐길 만하다. 정확한 스티어링과 빠른 섀시 반응으로 구불거리는 길에서 마음껏 휘두를 수 있다. 접지력이 좋아 마음은 편한데, 적당히 휘청거리는 폼이 즐겁다. 스포츠 모드로 놓고 가속페달을 밟아대자 바닥에 들러붙어 춤추듯 한다. 네바퀴굴림 시스템이 안정감을 더했을 거다.

 

 

보기 드물게 만족스러운 차였다. CLA는 속도를 낼수록 진가가 드러난다. ‘베스트 핸들링 카’로 손에 꼽을 만하다. 편의장비는 많지 않지만 늘씬한 몸매 하나로, 그리고 달리는 주행감각 하나로 이 차를 고를 만하다.

 

 


 

 

BMW 220d 그란쿠페

2시리즈 그란쿠페는 CLA에 대응하기 위해 2019년 데뷔한 모델이다. BMW에서 그란쿠페는 4도어 세단에 뒤로 쭉 뻗는 늘씬한 루프라인을 가진 차를 뜻한다. 오늘 시승차 말고도 4와 6, 8시리즈에 그란쿠페 모델이 있다. BMW에서 짝수 시리즈는 멋을 내는 차라 조금 불편해도 참아야 한다. 220d 그란쿠페는 BMW X1, X2, 미니 컨트리맨, 클럽맨 등과 UKL2 플랫폼을 나눠 쓴다. 구형과 달리 앞바퀴굴림인 거다. 앞바퀴굴림 차지만 앞 오버행이 그렇게 길지 않아 균형 잡힌 보디가 오동통하다. 내 눈에는 미적 감각이 1시리즈나 X1, 심지어 8시리즈(4도어)보다 나아 보인다. 쿠페라 부르는 차에 당연한 프레임리스 도어는 벤츠와 달리 뒷문에 쪽창이 달리지 않아 거추장스럽지 않다. C 필러에 BMW의 상징과도 같던 호프마이스터 킨크는 이제 없다. 아쉽지만 변화를 꾀하는 BMW 디자인 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모양이 XM3 같은 르노 차들과 비슷해졌지만 멋있으면 그만이다. 동그란 두 개의 머플러가 박력을 드러낸다.

 

 

BMW 그란쿠페는 1시리즈와 실내 디자인은 같지만 소재가 다르다. 화려한 실내를 추구한 차는 검은색과 갈색의 조화가 세련됐다. 만족스러운 끝마무리가 그란쿠페를 고급차로 만든다. 아담한 파노라마 선루프에서 220d가 작은 차임을 실감한다. 운전석으로 드나들기가 비좁고, 계기반도 작아 보인다. 모두 스포츠카의 감성으로 이해하려 한다. BMW는 원래 작은 차의 매력이 바탕이었다.

 

 

뒷문이 작아 불편하기보다는 단단한 장갑차에 드나든다는 생각이다. 반면 뒷자리 공간은 생각보다 여유로운데, 키가 큰 덕인 듯하다. 트렁크 크기도 충분해 뒤 시트를 누이면 ‘차박’도 가능해 보인다.

 

 

그런데 최근 BMW 디지털 계기반의 그래픽은 좀 불만이다. BMW 하면 과거 군용차를 떠올리는 아날로그 계기반이 좋았는데, 지금의 디자인은 그것에서 너무 멀어졌다. 앰비언트 라이트는 적용 방법이 벤츠보단 나아 보인다.

 

 

그란쿠페 역시 준자율주행 장비를 갖추지 못했는데, 이건 소형 수입차의 문제이자 국산차의 경쟁력이다. 그란쿠페는 처음 타보지만 같은 플랫폼의 미니 클럽맨이나 X1 등에서 만족스러운 핸들링을 경험한 적이 있다. 220d 그란쿠페 역시 주행질감이 좋다. 고급차 같은 감각에 디젤 엔진의 회전질감은 부드럽기 그지없다.

 

 

BMW의 매력은 소형차에 있다고 믿는다. ‘궁극의 드라이빙 머신’의 시작은 1960년대 BMW 2002와 1970년대 3시리즈였다. 두 차 모두 지금 2시리즈 크기였다. 난 작은 BMW에서 2002의 뿌리를 찾으려 애쓴다. 이 차가 수동변속기를 물었다면 어땠을까? 이 차에서 45년 전 3시리즈의 재미가 되살아날까? 그런데 차가 너무 조용하고 부드럽다. 그란쿠페의 디젤 엔진은 조용한 차가 되려고 마음먹었다. 공기저항계수가 0.24인 만큼 바람 소리도 작아 차가 대체로 조용하다. 190마력을 내는 엔진은 5시리즈의 주력으로 쓰일 만큼 힘은 충분하지만 폭발적인 느낌은 조금 못하다. 깔끔하지만 스포티한 느낌은 아니다. 어쩌면 대부분의 고객은 조용한 차를 더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CLA는 소리가 디젤같이 느껴지는 휘발유 엔진을 얹었고 그란쿠페는 그 반대다. 리터당 13.9km의 디젤 연비도 쓰기에 따라 훌쩍 늘어날 수 있다.

 

 

두 대의 차를 번갈아 타면서 비교하면 우열이 갈린다. 조금의 차이가 과장되기도 한다. CLA와 비교한 그란쿠페는 조금 높이 앉아 무게중심이 높았다. 고속도로에서 무게중심이 높은 차의 뒤뚱거림이 두드러진다. 상대적으로 폭이 좁고 키가 커 안정감에서도 불리하다. 코너에서 키 큰 차의 핸디캡은 속도가 느려지는 거다. 문득 어느 외국 기사에서 UKL2 플랫폼이 크로스오버 플랫폼이라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앞바퀴굴림에 키가 큰 차는 공간효율에 유리하지만 땅바닥에 들러붙어 달리는 CLA와 단거리 경주는 양보할 수밖에 없다. 앞서 달리는 CLA를 뒤쫓으며 CLA가 더 비싼 차라는 사실에 위로받는다.

글_박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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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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