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CHCAR

주인공은 나야 나! 푸조 e-208 vs. 르노 조에

크기도, 값도 비슷한 두 대의 프랑스산 전기차가 맞붙었다. 여러분은 누구의 승리를 점치시나? 배터리가 좀 더 넉넉하고 기본기가 좋은 조에? 생기발랄하고 세련된 e-208?

2020.11.13

 

최근 국내에 크기도, 값도 비슷한 두 대의 프랑스산 전기차가 출시됐다. 르노 조에와 푸조 e-208이다. 조에는 2012년 처음 출시된 후 올해 6월까지 유럽에서 약 21만6000대가 팔린, 한마디로 잘나가는 전기차다. 지난 8월 국내에 출시된 모델은 지난해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3세대 모델로 54.5kWh 용량의 배터리를 얹어 환경부 기준 주행가능거리가 309km다.

 

e-208은 푸조가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소형 전기차로 올해 3월 ‘2020 유럽 올해의 차’에 올랐다. 배터리 용량은 50kWh, 환경부 기준 주행가능거리는 244km다. 스펙만 놓고 보면 조에의 압승이 예상되지만 디자인과 실내 구성, 주행품질 등을 두루 살피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헤드 투 헤드’ 진행에서 막상 시승을 해본 후 다른 결론을 내린 에디터가 한둘이 아니다. 그렇다면 두 소형 전기차 중 우린 어떤 선택을 했을까? 스펙 좋고 실용적인 조에? 세련되고 생기발랄한 e-208? 결과는 60초 후, 아니 다섯 장을 넘긴 후에 공개된다.

 

 

주행품질과 핸들링

조에는 집밥 같은 차다. 자극적이지 않고 평온하다. 이런 성격이 주행품질과 핸들링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전기차의 독특한 맛보다는 잘 만들어진 소형차라는 느낌이 강하다. 이질감이 없다는 게 큰 장점이랄까? 조에의 주행 질감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평온한 승차감이다. 대부분의 전기차는 정숙성과 미끄러지듯 진동 없이 가속하는 느낌이 장점인 반면, 무거운 배터리를 지탱하려고 단단하거나 스트로크가 짧은 서스펜션을 얹어 승차감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특히 과속방지턱처럼 큰 요철에서 치받는 느낌이 두드러진다. 이런 특징은 작은 차체에 비해 배터리 무게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형차, 그리고 SUV처럼 서스펜션의 스트로크를 충분히 확보할 수 없는 일반 차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바로 조에와 e-208 같은 소형 전기 해치백이 대표적인 예다.

 

그럼에도 조에의 승차감은 놀라울 정도로 좋았다. 노면의 작은 요철들은 그냥 지워진다. 과속방지턱을 만나면 조금 반동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부드럽다. 그래서 너무 가벼운 느낌을 주는 내연기관 소형차보다 승차감이 좋다. 조용하고 매끈한 데다 승차감까지 부드러우니 피로감이 거의 없다. 하루 종일 시내를 타고 다녀도 거뜬할 것 같다. 여기에서 큰 역할을 하는 게 단순히 서스펜션만은 아닌 듯하다. 차체의 고무 부싱과 서스펜션이 부담을 잘 나눠서 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또 해치백치곤 약간 높은 차체와 두툼한 시트 쿠션도 큰 역할을 한다.

 

르노 조에

 

부드러운 부싱과 서스펜션을 가진 차들은 승차감이 좋은 대신 조종 성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조에는 이 부분에서도 평균 이상의 점수를 얻었다. 일상 영역에서의 조향 감각은 느긋한 편이다. 민첩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서울 북악산길처럼 구불구불한 와인딩 길이나 급한 회피 기동처럼 민첩한 조종 성능이 요구될 때는 기대하지 않았던 민첩한 회두성이 살아난다. 이건 전적으로 전기차의 태생적 장점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앞머리에 무거운 엔진이 없으니 회두성이 좋고, 바닥에 무거운 배터리가 있으니 무게중심이 낮기 때문이다.

 

슬라럼과 회피 기동 테스트에서도 조에는 예측하기 쉬운 조종 특성으로 믿음직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자세 제어 장치의 감각이 돋보였다. 브레이크를 이용한 조종 성능의 복구도 부드러운 편이었지만 역시 전기모터의 출력 제어가 민첩하고 섬세하다. 조에에게 부족한 것이 딱 하나 있다. 재미다. 한결같은 언더스티어, 믿음직하지만 느낌은 무딘 조종 감각은 좀 심심하다. 조에가 신고 있는 미쉐린 크로스클라이밋(Crossclimate) 타이어도 크로스오버 SUV에 어울릴 트레드 패턴이었다. 이래저래 믿음직하지만 짜릿함은 없는 집밥 같은 설정의 조에다. 인생을 함께하는 아내의 편안함 같기도 하다.

 

 

이에 비해 e-208은 훨씬 생기발랄하다. 쫀득한 손맛이 ‘역시 푸조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조에에 비해 한결 탄력이 느껴진다. 달리는 게 즐겁다. 조종 감각은 확실히 생동감이 있다. 운전대 지름이 작은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방향 전환이 훨씬 민첩하고 손으로 전달되는 노면의 접지 감각이 훨씬 명료하다. 조에가 조금 크로스오버의 느낌이었다면 e-208은 완벽한 스포츠 해치백의 느낌이다. 접지 한계 부근에서의 한계 감각도 훨씬 명료하다. 한계 자체도 높다.

 

푸조 e-208

 

그렇다고 승차감이 크게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요철의 느낌이 조금 더 전달될 뿐 매끄러운 노면 감촉에서는 조에와 거의 차이가 없다. 조금 아쉬운 게 있다면 차체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진동? 그러나 즐거움의 대가라고 생각하면 아주 기꺼운 정도다. 조에를 집밥 같고 아내 같은 차로 비유했다면 e-208은 어디에 비유할 수 있을까? 친근하지만 약간의 설렘과 생동감이 있으니 집 근처의 맛있는 돈가스집에서 하는 부담 없는 외식과 비슷하달까? 그리고 오랫동안 만났지만 여전히 설레는 여자친구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르노 조에

 

제동 성능과 발진 가속

두 모델의 객관적인 제동 성능은 거의 비슷했다. 제동거리나 제동에 필요한 시간에서 소수점 수준의 차이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조에가 거의 크로스오버 SUV용 타이어를 신은 것을 감안하면, 만약 같은 성능의 타이어를 신었다면 제동 성능이 조금 나았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감각적으로는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었다. 조에의 경우 제동 감각도 매우 익숙하고 직관적이었다. 페달도 일상적인 감각이었고 급제동에서 특별한 불안감을 보이지도 않았다. ABS는 최대한의 마찰력을 제동력으로 활용하는 대신 약간 큰 진동을 보여줬지만 거슬릴 수준은 아니었다. 서스펜션이 부드럽다는 느낌이 제동 초기에는 들었지만 전기차의 낮은 무게중심이 차체의 안정감으로 이어져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푸조 e-208

 

이에 비해 e-208은 약간 적응할 부분이 있었다. 일단 제동 페달의 감각이 다소 이질적이다. 초기 페달 스트로크는 시쳇말로 ‘허당’이다. 페달을 좀 깊게 밟아야 제동력이 나온다는 뜻이다. 그런데 제동력이 나오기 시작하면 너무 급작스럽게 나온다. 페달 스트로크와 제동력의 증가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선형성이 부족하다. 거의 같은 제동성능 계측 결과를 보이는데도 최고 감속도에서 e-208이 높은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일상 영역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급작스러운 상황에서, 특히 페달을 끝까지 깊게 밟는 훈련이 돼 있지 않는 일반인들에게는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또 급제동 과정에서 차가 한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다. 대응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 역시 급제동할 때 긴장해서 운전대를 꼭 잡기만 할 가능성이 높은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겠다.

 

발진 가속 계측 결과의 차이는 미미하다. 2kW 강하고 35kg 가벼운 e-208이 딱 그만큼 앞섰다. 하지만 감각적인 차이는 이보다 더 크다. 하지만 그건 동력 성능의 차이라기보다 낮은 차체와 탄탄한 서스펜션, 온로드형 타이어가 주는 보다 명료한 감각 때문일 거다.

글_나윤석

 

조에의 실내는 e-208에 비해 단순하고 수수하다. 센터페시아 위에 세로로 큼직한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달렸는데 요즘 르노와 르노삼성 모델들처럼 티맵을 기본으로 챙겼다.

 

운전석과 실내 공간

“조에가 책상용 의자에 반듯이 앉는 느낌이라면 e-208은 스포츠 세단 시트에 앉은 느낌이에요. 그만큼 앉는 자세와 눈높이가 다르죠. 시야는 조에가 더 좋지만 장거리를 갈 땐 e-208의 시트가 더 편할 것 같은데요?” 안정환의 말에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태클을 걸었다. “둘 다 앞 시트는 안락한 편이야. 그런데 조에는 시트 높이가 높아 타고 내리기가 쉽고 시야도 좋아. 조에는 좀 SUV 같은 느낌이야. 반면 e-208은 전형적인 해치백이고.” “맞아요. 조에는 앉았을 때 시야가 확 트이는 게 좋았어요. 하지만 시트 디자인만 놓고 보면 e-208이 좀 더 세련된 느낌이에요.” 윤수정의 말에 장은지가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시트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e-208이 훨씬 세련됐어요. 특히 시승차는 네온 섞인 블루 컬러를 곳곳에 장식해 잔뜩 멋을 부린 모습이에요. 입체적인 계기반이나 피아노 건반 같은 버튼도 근사하고요.”

 

e-208의 실내는 푸조 형제들과 거의 비슷하다. 멋을 잔뜩 부렸다. 윗급의 GT 라인은 파란색과 노란색 스티치로 좀 더 화려하게 꾸몄다.

 

“e-208은 요즘 푸조 모델의 세련된 실내를 그대로 가져왔어요. 작은 운전대에 스포츠카 분위기가 물씬 나는 디지털 계기반까지…. 실내 곳곳이 기분 좋은 요소로 가득해요. 특히 센터페시아 아래 2단으로 만든 수납공간은 정말 쓸모 있어요. 아래에 스마트폰 무선충전 패드가 있어 스마트폰을 충전하는 동안 위쪽엔 지갑이나 열쇠 같은 걸 올려놓을 수 있으니까요. 기아 K3에서도 본 적 있는데 다른 브랜드에서도 제발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 김선관이 2단 수납공간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푸조 e-208

 

앞자리에서 우린 모두 e-208의 실내를 칭찬했다. 하지만 조에를 향한 칭찬은 많지 았다. 그도 그럴 것이 조에는 e-208에 비해 실내가 너무 수수했다. “조에를 자세히 살펴보면 옛날 차 느낌이 많이 나요. 시승차는 시트를 인조가죽으로 덮긴 했는데 맞춤 재봉이 아닌, 지퍼를 열고 씌운 방식이에요. 이거 요즘 별로 안 쓰죠. 반면 e-208은 모든 부분이 스타일리시해요. 조에는 실용적이기만 한 경차에 앉아 있는 기분이고, e-208은 좀 달릴 줄 아는 핫해치에 앉은 기분이에요.” 안정환의 비판에 김선관이 웬일인지 조에를 두둔하고 나섰다. “조에 실내가 옛날 느낌인 건 맞아요. 하지만 커다란 세로 디스플레이는 인정해줘야 해요. 티맵도 기본으로 품었잖아요. 그 아래 온도 다이얼도 큼직해서 조작하기가 정말 쉽고 편하고요.”

 

르노 조에

 

두 차 모두 편의장비가 풍성한 편은 아니다. 윗급 모델인 조에 인텐스와 e-208 GT 라인 모두 앞자리에 버튼이 아닌, 손으로 조작해야 하는 시트를 달았고 통풍 시트도 챙기지 못했다. 하지만 열선 시트와 스마트폰 무선충전 패드,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등 기본적인 장비는 갖췄다. 편의장비는 조에가 좀 더 낫다. 조에는 열선 스티어링휠을 품었고 오디오도 보스 사운드 시스템을 챙겼다(e-208에는 열선 스티어링휠이 없고 오디오도 OEM이다). 하지만 첨단 장비에서는 e-208이 앞선다. e-208은 차선이탈 방지 어시스트를 비롯해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등 준자율주행 장비를 살뜰히 챙겼지만 조에는 차선유지 보조 기능과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이 빠졌다. 우린 모두 열선 스티어링휠보다 준자율주행 장비가 있는 게 낫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푸조 e-208

 

“조에는 컵홀더 위치도 애매해요. 하나밖에 없는 컵홀더가 뒤쪽에 있어 팔을 뒤로 뻗는 것도 불편한데 이마저도 센터 암레스트를 내리면 무용지물이 돼요.” 윤수정의 말에 우린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조에 컵홀더에 커피를 꽂았다가 집에 도착할 때까지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한 난 더욱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e-208은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온전한 컵홀더 두 개를 챙겼다. 두 컵홀더는 지름이 달라 뚱뚱한 캔과 날씬한 캔을 흔들리지 않고 꽂을 수 있다.

 

르노 조에

 

뒷자리는 두 차 모두 비좁은 편이다. “뒷자리는 우열을 가릴 수가 없어요. 둘 다 어른이 앉을 자리는 아니네요. 무릎공간이 좁은 데다 시트도 인체공학과는 거리가 멀어요. 아, 치명적으로 둘 다 뒷자리에 송풍구가 없잖아요!” 김선관은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재빨리 운전석에 앉았다. 뒷자리에 앉을 바엔 차라리 운전을 하겠단 강한 의지였다. 수수한 조에와 세련된 e-208의 실내. 우리의 선택은 ‘세련됨’이었다.;

글_서인수

 

 

연비

‘Range Anxiety(주행거리 불안).’ 전기차를 운전하면서 배터리가 모두 닳아 도로에서 멈출까 봐 생기는 정신적 피로와 불안감을 뜻하는 말이다. <모터트렌드> 열혈독자라면 이번이 첫 번째 전기차 대결은 아니란 걸 잘 알 거다. 2018년 11월호에서 우린 60kWh 배터리를 얹은 현대 코나 일렉트릭과 쉐보레 볼트 EV로 첫 번째 전기차 ‘헤드투헤드’를 진행했다. 두 차의 주행가능거리는 각각 383, 406km인데도 주행거리에 대한 강박에 적잖이 시달려야 했다. 하물며 이번엔 도심형 전기차 대결이다. ‘도심형’이 붙는다는 건 주행가능거리가 꽤나 줄었다는 걸 의미한다. 참고로 두 차의 기어노브 위에서 B 모드를 볼 수 있는데, 일반 주행모드인 D에서 기어레버를 한 번 더 아래로 내리면 바뀐다. B 모드는 D 모드보다 회생제동을 극대화해 배터리를 더 아낄 수 있다. 코나 일렉트릭이나 볼트 EV는 운전대 뒤에 있는 버튼을 필요할 때마다 누르는 방식이지만 조에와 e-208은 기어레버로 조작한다.

 

르노 조에

 

조에와 e-208은 배터리 크기가 달라 주행가능거리에 차이가 있다. 54.5kWh 리튬이온 배터리(LG화학)를 품은 조에가 환경부 기준 306km를, 50kWh 리튬이온 배터리(CATL)를 얹은 e-208이 244km를 달릴 수 있다. 배터리 용량 차이는 고작 4.5kWh인데 주행가능거리는 62km나 벌어진다. 이 차이는 고스란히 전비에 반영된다. 조에의 전비(시내, 고속도로, 복합)는 1kWh당 5.4, 4.2, 4.8km고 e-208은 4.8, 4.0, 4.4km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긴 걸까?

 

“신기하긴 하네요. 휠이 1인치 더 작긴 해도 무게가 35kg나 무거운데 어떻게 조에가 더 높은 효율을 보이는 걸까요?” 인생에 있어 허무주의가 모토인 안정환 기자가 덤덤하게 말했다. 게다가 뜻밖의 이야기를 덧붙였다. “모양 때문일까요? 물방울처럼 생겨서 분명 공기저항에도 유리할 것 같은데요?” 안정환의 난감한 주장에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안정환의 말엔 일리가 있어. 그런데 내가 지적하고 싶은 건 전체적인 주행 스타일이야. 조에가 e-208보다 부드럽게 움직이며 불필요하게 배터리를 소모하지 않지.” 두 차를 번갈아 운전해보면 이 같은 주행 특성을 단번에 알 수 있다. e-208이 재빠르고 경쾌하게 움직이는 반면 이에 따른 배터리 소모량도 크다.

 

“기술적인 부분도 무시할 순 없을 것 같아요.” 장은지의 손엔 누가 봐도 고급스러운 가죽 수첩이 있었다. “조에는 차체에서 발생하는 열을 재활용하는 히트 펌프 기술이 들어가 있어요. 열에너지를 다시 전기에너지로 되돌리는 거죠. 덕분에 겨울철 같은 저온의 환경에서도 236km나 달릴 수 있고, 에코 주행모드를 선택하면 에어컨과 히터 기능이 효율적으로 제한돼 주행가능거리를 최대로 늘릴 수 있어요.” 말을 마친 후 장은지는 뿌듯하면서도 어색한 듯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꽈배기마냥 몸을 비비 꼬았다.

 

푸조 e-208

 

그때 차를 살펴보던 서인수의 눈에 타이어가 들어왔다. “휠만 차이 나는 건 아니네. 조에는 195/55R16 미쉐린 크로스클라이밋 플러스를, e-208은 미쉐린 프라이머시 4를 신었어. 타이어 폭이나 편평비 차이는 그렇다고 해도 트레드웨어가 꽤 많이 차이 나. 조에는 420, e-208은 340이야. 트레드웨어는 보통 콤파운드를 어떻게 배합하느냐에 따라 숫자가 달라지는데, 보통 성능이 높은 차일수록 트레드웨어가 낮아 마찰계수가 높아. 그만큼 앞으로 치고 나갈 수 있다는 거지,” 서인수의 말이 끝나자마자 헤드투헤드 시승에 처음 따라나선 윤수정이 서인수에게 물었다. “그럼 크로스클라이밋 플러스가 프라이머시 4보다 연비를 우선으로 한다고 생각해도 될까요. 선배?” 서인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 덩그러니 떨어져 있던 이진우 편집장은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찾더니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주행가능거리는 길수록 좋겠지. 나도 이 점에 대해선 인정해. 그런데 우린 지금 도심형 전기차를 비교하고 있는 거잖아. 전비도 전비지만 중요한 건 인간을 귀찮게 하는 충전의 행위를 얼마만큼 해야 하는지 아닐까? 2019년 교통안전공단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국내 승용차의 하루 평균 주행거리는 37.6km야. 이 기준이라면 조에도 e-208도 한 번 충전해 6일 이상 달릴 수 있어. 주행가능거리는 서로 다르지만 둘 다 일주일에 한 번 충전하는 건 비슷하겠다는 생각이 드네.” 갑작스러운 이진우 편집장의 주장은 조금 황당했지만 시승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내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글_김선관

 

 

구매와 소유비용

전기차는 세계적인 화두다. 코로나19의 파장으로 인류는 환경문제를 직시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점점 엄격해지는 배출가스 규제 때문에라도 전동화가 가속화되는 건 당연하다. 완성차 브랜드에서도 속속 전기차를 출시하고 있지만 문제는 역시 주행가능거리다. 어떤 자동차 브랜드라도 소비자에게 불편함을 감수해가며 전기차를 타라고 강요할 순 없다. 따라서 주행거리가 짧은 전기차를 소유한다는 건 늘 긴 충전 시간과 충전소 부족의 어려움을 감내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서 2020년 8월 말을 기준으로 통계를 내린 결과, 국내 전기차 100대당 충전기 수는 50.1대다. ‘100대당 50대면 두 대당 한 대는 충전기가 있다는 뜻인데 그럼 많은 것 아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충전 규격이나 충전소 위치 등을 고려하면 부족한 수준이다. 참고로 미국은 약 185대, 영국은 약 318대, 독일은 약 230대다. 그러나 전기차가 심각한 환경문제의 상당 부분을 해결해줄 거란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고 앞으로 전기차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가장 따끈따끈한 수입 소형 전기차 르노 조에와 푸조 e-208이 헤드투헤드 링 위에 맞붙었다. 둘은 시의적절한 전기차이자, 국내에 첫선을 보인 수입 소형 전기차란 점에서 꾸준히 비교 대상이 되고 있다. 조에는 캡처와 마찬가지로 프랑스 완성차 브랜드 르노의 로장주 배지를 단 수입차다. 푸조도 프랑스 브랜드로 공교롭게 두 차는 모두 프랑스 태생이다. 두 차 모두 막히는 도심과 좁은 골목에서 대처하는 실용적인 ‘시티 카’란 점도 비슷하다. 해당 모델의 가장 높은 트림인 조에 인텐스와 e-208 GT 라인의 값은 4395만원과 4590만원으로 약 200만원 차이다.

 

푸조 e-208

 

우리가 시승한 푸조 e-208 GT 라인은 기본가격이 4590만원이지만 버티컬 블루 컬러를 옵션으로 넣어 50만원을 더한 4640만원이다. 이로써 두 차의 가격 차이는 245만원으로 벌어졌다. 여기에 취등록세와 부대비용, 공채 할인가를 더한 실제 구매가는 각각 4725만5952원과 4992만1620원으로 e-208이 약 266만원 비싸다. 4000만원대 차에서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단, e-208에서 보디 컬러를 검은색이나 노란색으로 고르면 50만원의 추가 금액이 붙지 않는다. 또 e-208의 GT 라인과 아래 트림인 알뤼르는 제원이나 장비가 거의 비슷하단 점에서 재고의 여지가 있다. GT 라인과 알뤼르의 제원과 옵션을 살피던 김선관이 말했다 “e-208 알뤼르는 기본가격이 4100만원으로 조에 인텐스보다 저렴해요. GT 라인과 비교했을 때 시트나 스티치, 배지 같은 미미한 요소들만 달라질 뿐이에요. 주행 성능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라면 GT 라인에 들어가는 17인치 휠이 16인치로 바뀐다는 정도랄까요? 어차피 도심에서 탈 일이 많다면 알뤼르 트림을 선택하는 게 좀 더 합리적일 것 같네요.”

 

르노 조에

 

하지만 김선관을 뺀 에디터와 나윤석 칼럼니스트는 조에 인텐스와 e-208 GT 라인만 비교했을 때 차값이 낮은 데다 주행거리가 길고 전비까지 좋은 조에의 소유비용이 훨씬 우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서인수가 한마디로 이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e-208의 복합 전비는 4.4km/kWh인데 조에는 4.8km/kWh야. 한마디로 충전비용도 조에가 더 적게 든다는 거지. 게다가 e-208은 환경부 인증 주행거리가 244km로 조에의 309km보다 65km 짧아. 이건 충전을 자주 해야 한다는 거고, 집에 충전기가 없으면 더 자주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말이잖아! 이런 수고 비용까지 감안한다면 결국 e-208의 구매와 소유비용은 조에를 훨씬 웃도는 것 아닐까?”

 

10월 기준 두 차 모두 현재 브랜드에서 따로 진행 중인 할인 프로모션은 없다. 전기차 잠재 고객의 상당수가 브랜드 자체 할인 혜택보다는 국가에서 지원하는 보조금을 우선으로 고려하는 까닭이다. 전기차 보조금은 나라에서 지급하는 보조금에 각 지자체가 추가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산정된다. 각 지역과 차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000만원 이상의 보조금을 기대할 수 있다. 조에에 비해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짧은 e-208은 상대적으로 보조금이 낮게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 해도 2020년은 이미 서울시 전기차 보조금이 바닥난 상황. 둘 중 어떤 차를 선택하더라도 일단 내년을 기약하는 게 좋겠다.

글_장은지

 

최종 결론

뚜껑을 열기 전까진 조에의 압승을 예상했다. 주행가능거리가 긴 데다 전비도 높고, 애플리케이션으로 예약 충전도 할 수 있어(푸조는 예약 충전이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을 11월에 오픈하겠다고 했지만 홍보 담당자에게 확인한 결과 위치정보 등과 관련된 사항을 인증받지 못해 일정을 정확히 알려줄 수 없다고 대답했다) 일상에서 두루 쓰기 편한 전기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접전이었고, 4대 3으로 조에가 이겼다. 세 명의 에디터가 e-208을 선택한 이유는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실내와 전기차에 걸맞은 준자율주행 장비 그리고 생기발랄한 주행 감각이다. 하지만 나머지는 전기차의 가장 기본 덕목인 주행가능거리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차값, 높은 전비, 이질적이지 않고 매끈한 승차감에 큰 점수를 줬고 조에를 선택했다. 여기에서 소형 전기차의 선택의 기준이 갈린다. 누군가는 디자인과 첨단 장비를, 누군가는 기본기를 우선할 수 있다.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 다만 한 가지 덧붙이자면 충전소를 자주 찾아야 하는 건 몹시 불편한 일이 될 수 있다. 차를 멀리하게 될 만큼.

글_서인수

 

 

PEUGEOT e-208

● 나윤석 르노 조에는 심심하다. 하지만 전체적인 밸런스가 더 좋다. 그럼에도 e-208의 매력에 더 끌리는 건 왜일까? 자동차는 역시 어른들의 장난감인가? 무난하게 시내에서 탈 실용화 같은 차라면 조에, 조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근사한 스니커즈라면 푸조다. 난 스니커즈에 아주 조금 마음이 기운다.

● 장은지 조에는 마음을 확 잡아채는 포인트는 없지만 운전이 쉽고 두루 타기 좋다. 가족 구성원 여럿이 함께 탈 만한 세컨드카를 찾는다면 조에를 선택하겠지만 한 대만 사야 하는 30대 초반의 나라면 더 재미있고 존재감이 확실한 e-208을 선택하겠다. 주행가능거리가 짧은 게 아쉽긴 해도 애정을 나눠줄 다른 차가 없으니 밥은 제때 먹이려 하지 않을까?

● 안정환 e-208은 새 차 사는 기분이 날 것 같은데 조에는 왠지 중고차 사는 기분일 것 같다. 그만큼 조에는 옛날 느낌이 강하다. 달리는 감각도 e-208이 훨씬 세련됐다. 차는 역시 보기 좋은 게 타기도 좋다. 충전을 더 자주 하더라도 예쁜 e-208을 택하겠다.

 

RENAULT ZOE

● 이진우 조에의 가장 큰 장점은 이질감이 없다는 것.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부담이 적고 마치 내연기관차를 운전하는 것처럼 익숙하고 편하다. 더불어 르노삼성 서비스 인프라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으니 유지·관리에 대한 부담도 적을 거다.

● 서인수 1년 전, 전기차를 충전하느라 공영주차장에서 충전기와 1시간 넘게 씨름한 후 충전 공포증이 생겼다.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주행가능거리다. 한 달에 세 번 충전하는 것과 네 번 충전하는 건 크게 다르다. 주유소에 세 번 들르는 것과 네 번 들르는 것의 차이와는 다른 차원이다.

● 김선관 e-208이 주행도 재미있고 실내도 멋스럽지만 여전히 전기차 시장의 최대 이슈는 주행가능거리다. 조금이라도 더 멀리 가는 게 ‘장땡’이라는 말이다. 전비 역시 조에가 앞서고 가격까지 저렴한데 다른 이유가 필요할까?

● 윤수정 사회 초년생인 난 e-208보다 주행가능거리가 길고 초기 구매비용이 조금 더 저렴한 조에에 마음이 기운다. 단, 보디 컬러는 꼭 세라돈 블루를 고를 거다. 시승차로 온 회색 조에는 좀 고루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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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서인수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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