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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에 숨은 예술

눈길을 끄는 디테일이 있다. 디자이너의 영혼과 엔지니어의 집념이 한데 어우러진 결과물들이다

2020.11.25

애스턴마틴 DBS 슈퍼레제라 에어브리더

 

애스턴마틴 DBS 슈퍼레제라

앞바퀴 뒤쪽에 달린 에어브리더는 다양한 모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디테일이지만, 애스턴마틴의 손길이 닿으면 이 작은 틈새마저 작품이 된다. 누구보다 심미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애스턴마틴이라서 그렇다. DBS 슈퍼레제라의 에어브리더엔 ‘컬리큐’라는 명칭까지 더해진다. 그냥 옆에서 봤을 땐 상어 아가미처럼 보이지만, 보닛을 여는 순간 날카로운 갈퀴를 드러낸다. 마치 울버린 손등에 달린 ‘클로’를 연상케 한다. 휠 하우스에 발생하는 와류를 확실하게 잡으려면 DBS 슈퍼레제라처럼 강렬한 검날을 준비해야 한다.

 

애스턴마틴 DBS 슈퍼레제라 계기반

 

DBS 슈퍼레제라의 계기반은 주행 정보를 읽기 위해 보는 게 아니라 멋있어서 바라보게 된다. 디스플레이가 만들어내는 그래픽이 화려해서도 아니다. 계기반의 조형미에 반한다. 적당히 가죽 한 겹으로 둘러도 될 거 같은데, 그 위에 또 한 겹을 쌓아 용의 비늘을 만들어냈다. 옆으로 새어 들어오는 빛을 가리는 플라스틱 차양이겠지만, 그 또한 모양새가 반듯하지 않고 기이하다. DBS 슈퍼레제라의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차가 아닌 외계 우주선에서 영감을 얻은 게 분명하다.

 


 

로터스 엑시지 410 스포츠 수동변속기 레버

 

로터스 엑시지 410 스포츠

로터스는 자동차 마니아의 감성을 자극할 줄 안다. 거창하게 공을 들이지도 않는다. 수동변속기 내부 구조를 드러낼 뿐인데, 이게 차 안의 예술 작품이 된다. 엑시지 410 스포츠의 도어를 여는 순간, 탑승자의 시선은 가운데 불쑥 솟은 기어레버에 꽂힐 수밖에 없다. 보는 것만 즐거운 게 아니다. 손에 쥐었을 때의 그 감각, 자동차 마니아의 가슴을 뜨겁게 한다. 두툼한 봉의 머리를 잡고 흔들면 금속 부속품들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분주히 움직이며 기어 단수를 옮긴다. 그때 금속들이 살갗을 비비며 메마른 소리를 낸다. 이렇게 엑시지 410 스포츠 안에는 드라이버의 본능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넘쳐난다.

 

로터스 엑시지 410 스포츠 리어 스포일러

 

남자는 버버리의 체크무늬보다 탄소섬유의 무늬에 더 큰 매력을 느낀다. 단순히 값비싼 경량 소재여서가 아니다. 검정 섬유들이 얼키설키 엮인 패턴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답기 때문이다. 엑시지 410 스포츠는 뒤쪽 전체를 탄소섬유 패널로 덮는다. 물론 차체 경량화에 목적을 두겠지만, 외관의 멋을 더하는 데에도 일조한다. 그리고 그 위에 달리는 리어 스포일러 역시 탄소섬유로 만들어졌다. 투박하게 박힌 볼트마저 왠지 모르게 멋스럽다.

 


 

아우디 e-트론 버추얼 사이드미러

 

아우디 e-트론 55 콰트로

인간은 지금까지 수단의 변화를 겪을 때 새로운 미래를 마주했다. 그리고 아우디 e-트론은 양산차 처음으로 버추얼 사이드미러를 달아 새 변화를 제시한다. 미래의 시선은 거울이 아닌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향한다. 카메라 렌즈로 비추는 세상은 비나 눈이 내려도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무엇보다 자동차의 옆태를 해치지 않아 전체적인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인다. 비행기 날개 끝에 달린 윙릿처럼 다듬어 마주하는 바람도 잘 가른다. e-트론에 달린 버추얼 디스플레이는 단순히 새로운 기능을 제시하는 게 아닌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우디 e-트론 기어레버

 

e-트론은 사이드미러만 전통적인 형태를 거스른 게 아니다. 기어레버 역시 기존의 틀을 버리고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비행기 콕핏에서 볼 법한 레버 형태다. 넓은 바를 서서히 잡아당기면 속도를 높이며 이륙할 것만 같은. 하지만 기어 조작은 레버 왼쪽 끝에 달린 작은 스위치로 한다. 팔 전체를 움직일 필요 없이 엄지만 까닥이면 된다. 당기면 전진, 밀면 후진 그리고 P 버튼으로 주차. 외형은 차갑고 단단해 보이지만, 윗면을 보드라운 가죽으로 덮어 자꾸 손을 얹게 된다. 전기차 e-트론에겐 변속이 필요 없는데도 말이다.

 


 

페라리 812 GTS 에어컨 송풍구

 

페라리 812 GTS

V12 엔진의 폭발적인 힘을 실내에서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일까? 대시보드 가운데 떡하니 F-14 전투기 후미를 얹어놨다. 대시보드 전체가 금방이라도 이륙할 기세다. 812 GTS의 원형 송풍구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 대신 제트엔진의 고온가스를 뿜어낼 것만 같이 생겼다. 물론 페라리 마니아라면 이러한 제트 노즐이 눈에 익을 것이다. 페라리는 줄곧 원형 송풍구를 써왔으니까(소수 모델이 배신하긴 했다). 여느 슈퍼카에서도 주로 원형 송풍구를 쓴다지만, 812 GTS의 것이 가장 입체적이면서 강력한 포스를 낸다. 특히 송풍구 라인을 타고 뒤쪽으로 이어지는 대시보드 라인만 봐도 페라리가 얼마나 세심한 디테일까지 신경 썼는지 알 수 있다.

 

페라리 812 GTS 머플러

 

오케스트라에 금관악기가 빠지면 안 되듯이, 페라리에서도 테일 파이프를 빠뜨릴 수 없다. 812 GTS는 V12 6.5ℓ 엔진이 힘차게 파이프를 불어 환상의 배기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어떠한 과급장치도 달려 있지 않아 고음으로 치닫는 과정이 자연스럽고 시원시원하다. 그 소리는 네 개의 배기구로 뿜어진다. 파이프는 깡통의 단면을 잘라 박아놓은 것처럼 투박한 생김새지만, 주변의 디테일과 어우러져 남다른 조형감을 드러낸다. 특히 양쪽 배기구 사이에 놓인 리어 디퓨저는 공기의 흐름을 반듯하게 펴는 용도지만, 812 GTS의 후면 디자인을 완성하는 오브제 역할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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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안정환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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