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친구의 자동차용품 사업 이야기

친구가 자동차용품 사업을 했던 자신의 경험을 얘기한 적이 있다. 벌써 30년 전 일이지만 지금도 그 친구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2020.11.28

 

친구는 미국 출장길에서 현대 쏘나타용으로 나온 멋진 에어로 보디키트를 보았다. 당시 국내에선 에어댐 등이 유행했지만 그 품질이 조악했다. 겉으로 리벳 구멍이 많고 딱딱한 유리섬유 재질이어서 쉽게 파손되기 일쑤였다. 그런데 미국산은 모양도 괜찮고, 고무여서 깨질 염려가 없었다. 누군가 저것을 수입해 팔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나도 아무도 들여오지 않았다. ‘그래? 그럼 내가 들여올까?’ 갑자기 장사를 해보고 싶었단다. 그 역시 해박한 자동차 지식으로 자동차에 관해서는 자신이 있었다.

 

동남아 출장길에 본 많은 승용차는 뒷문 삼각 유리에 가리개를 대고 있었다. 동남아에서는 상당히 흔한 액세서리였다. ‘저거 괜찮은데?’ 수입 품목을 하나 더했다. 또 미국 카탈로그를 뒤져 화려한 운전대도 품목에 더했고 보닛 앞머리에 붙이는 독수리 엠블럼도 추가했다. 모서리가 뾰족해 혹시 행인들이 다치지는 않을까 염려됐지만 엠블럼 자체는 정말 멋져 보였다.

 

미국에서 많은 양을 구매하니 판매자들이 좋아했다. 물론 물건은 모두 값을 지급하고 수입했다. 독점수입권을 요구했지만 판매상은 좀 더 시간을 두고 얘기하자며 발을 뺐다. 처음 거래를 시작하는 마당이니 당연한 대답이었다. 그렇게 자동차용품 수입사로서 어느 정도 제품 구색이 갖추어졌다. 사업자등록을 마치고 직원을 뽑고 영업을 시작했다.

 

유리창에 덧붙이는 가리개는 아는 플라스틱 사출업체에 부탁해 만들었다. 이걸 서울 장안동에 가져가니 업계의 큰손인 몇몇 도매상들은 괜찮은 아이템이라며 자신에게 독점권을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독점이 아니면 팔기가 힘들다”고 했다. 온라인 판매가 없던 시절이라 오랜 고민 끝에 전국 체인망을 가진 업체에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손발이 묶인 듯싶었지만 시장에 진입하는 신생 업체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에어댐은 몇몇 카센터를 대리점으로 지정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달려가 직접 달아줘야 했다. 그는 카센터에 30%의 마진을 약속했다. 그런데 고객들은 에어댐 모양을 보지도 않고 주문했다. 디자인에 승부를 걸고 싶었던 그가 전혀 생각 못 한 일이었다. 카센터 사장님이 “좋은 물건이 들어왔는데 하나 달아볼래?” 하면 고객은 보지도 않고 “그럼 나 출장 간 동안 달아줘” 이런 식이었다. 그가 정한 가격구조는 먹혀들지 않았다. 좋은 물건이란 디자인이나 품질이 좋은 것이 아니라 이익이 많이 남는 제품이었다. 카센터 사장은 고객에게 두 배의 가격을 받고 때로는 훨씬 더 비싼 값에 팔았다. 그렇게 친구가 많이 팔고 싶었던 에어댐은 너무 비싸졌고 점점 찾는 소비자들이 줄어들었다.

 

 

운전대는 카센터에 맡겨놓고 팔리면 돈을 받는 식이었다. 팔린 줄 알았던 운전대는 며칠 후 마음에 안 든다고 반품되기 일쑤였다. 반품된 제품은 부속이 다 없어졌다. 어느 날 모든 자동차에 에어백이 달리기 시작하자 애프터마켓용 운전대는 사라졌다.

 

에어댐이나 운전대 등 대부분 액세서리인 그의 제품은 자동차에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었다. 입는 것, 먹는 것, 그리고 기름처럼 쓰고 나면 없어지는 것만 취급한다는 유대인 장사 철학이 생각났다.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애써 팔려는 것부터 잘못된 것 같았다.

 

직접 만든 쪽창 가리개는 히트 쳤다. 일찍 장사를 끝냈으면 손해 금액이 차라리 적었을 텐데, 그 잘난 가리개가 성공하는 탓에 시간이 걸렸다. 가리개가 많이 팔린다고 돈을 번 것은 아니었다. 도매상이 판매 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잔금을 다 주면 서로의 거래가 끝날 것을 걱정하면서, 자신들과 계속 거래하기를 바랐다고 한다.

 

그렇게 시간은 지나고 회사가 살기 위해서는 또 다른 히트작이 필요했다. 소비자가 필요한 물건이 아니라 회사가 생존하는 데 필요한 ‘쓸데없는’ 제품이었다. 어쨌든 기업은 자전거와 같아서 멈출 수는 없었다. 제품의 질보다는 중간상인 마진이 큰 제품이 필요했다. 자동차도 신형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에어댐과 가리개가 신형에는 맞지 않았다. 또 경쟁업체가 모방 제품을 들고나오기 시작했다. 골치가 아팠다. 자동차가 좋아서 시작했지만, 자동차용품 사업이 행복하지 않았다.

 

 

어느 날 사업을 접기로 하자 재고를 헐값에 사겠다는 사람들이 달려왔다. 비싸게 수입한 제품에 터무니없는 값이 매겨졌다. 어차피 보기 싫은 물건들이었다. 자동차를 아는 것과 장사는 전혀 다르다는 교훈만 얻은 채 끝낼 수밖에 없었다. 취미가 밥벌이가 되면 즐길 수가 없었다. 안 되는 사업을 하느라 스트레스로 병도 생겼다.

 

그 후 어느 잡지에 ‘자동차용품 사업할 때 주의할 점’이라는 글이 실렸다. 어느 변리사가 쓴 글은 친구의 경험과 완전히 똑같았다. 그분이 어떻게 자신의 이야기를 자세히 알고 있는지 무척 신기했다며, 그 글을 먼저 읽고 사업을 시작했더라면 어땠을까 싶었단다. 당시에는 그렇게 친구처럼 사업에 실패하는 사람이 많았다.

글_박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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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모터트렌드>편집부PHOTO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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