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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대 모터쇼 수준인 LA 오토쇼

막대한 자금과 다양성으로 점철된 천사의 도시. 자동차 브랜드에게 LA는 천국이나 다름없다

2018.01.17

LA 오토쇼는 성대하다. 규모와 구성 모두 ‘세계 5대 모터쇼’ 수준이다. 자동차 브랜드들의 관심도 각별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임에도 세계 최초 공개 신차를 주저하지 않고 투입한다. 모터쇼의 명성은 지역의 명성과 비례한다. LA 오토쇼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리는 유일한 메이저 모터쇼다.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고 경제 규모도 가장 큰 주다. 2016년 기준 GDP(국내총생산)가 약 2조4600억 달러였다. 미국 전체의 약 13퍼센트에 달하는 수치다. 나라로 떼어놓고 봐도 세계 5~6위 수준이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광역권)로 한정지어도 이야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로스앤젤레스는 미국 내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카운티다. 경제 규모 역시 만만치 않다. 2016년 기준 GDP가 캘리포니아 전체의 4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약 1조 달러였다. 로스앤젤레스는 일본 수도권과 뉴욕 카운티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돈이 많이 도는’ 지역이다. 
캘리포니아가 이렇게 풍족한 건 산업이 고르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의 농업 생산량은 미국 최대 수준이다. 광야가 많고 일조량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유전량도 텍사스에 버금간다. 최근에는 대규모 셰일가스 개발도 시작했다. 롱비치, 포트 오브 로스앤젤레스 등 태평양 지역 최고의 항구 시설을 갖춰 2차 산업도 발달했다. 3차 산업은 말할 것도 없다. 구글, 인텔, 애플, 휴렛 팩커드, 이베이,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IT 회사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실리콘밸리와 세계 대중문화·상업예술의 중심지 할리우드가 있다. 액티비전-블리자드와 EA도 캘리포니아가 본거지다. 구글, 애플을 포함한 미국 매출 톱 
5위의 게임회사 대부분이 이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산호세를 중심으로 4차 산업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돈이 많이 돌고 인구가 많으니 자연스레 자동차 판매량도 많다. 게다가 캘리포니아에선 자동차가 필수품이다. 특히 로스앤젤레스가 이런 경향이 심하다. 도심 확장 현상과 낙후지역 번성화(Gentrification)를 거듭하며 도시 경계가 굉장히 커졌고, 이에 따라 기반 시설도 분산됐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지만 스카이라인이 뉴욕은 물론 샌프란시스코나 시애틀보다도 볼품없는 이유다. 한진그룹이 얼마 전 완공한 윌셔 그랜드 센터가 고작 73층 높이로 다운타운에서 1~2위를 다투는 상황이다. 최근 고층빌딩 개발 붐이 일긴 했지만 여전히 도시 규모에 비해선 초라한 수준이다.
당연히 대중교통 밀도도 떨어진다. 정책 역시 대중교통보단 도로 개발에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캘리포니아에서는 ‘1인 1차’가 당연시된다. 면허를 갓 딴 고등학생부터 손녀마저 시집보낸 할머니까지 모두 개인 목적으로 차를 구입하기에 쿠페·컨버터블부터 풀사이즈 SUV까지 아주 다양한 차종이 팔린다. 물론 건조하고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도 이런 차종 다양화에 한몫하고 있다. LA 오토쇼의 화려함은 디트로이트 모터쇼(NAIAS)나 프랑크푸르트 모터쇼(IAA)처럼 지역적 특색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경제·사회적 배경이 하나의 실로 꿰어지며 나온 결과다. 이만큼 많은 자금과 다양성이 공존하는 지역은 전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 자동차 브랜드들이 뛰어들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그들의 위성 디자인 센터가 하나같이 로스앤젤레스 인근에 모여 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참고로 LA 오토쇼는 1907년에 처음 시작됐다. 2차 세계대전의 여파를 겪었던 1940~51년을 제외하고 매해 열렸다. 지금은 매년 12월 초 LA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된다. 지난해는 11월 27일부터 4일간 진행된 프레스·인더스트리얼 데이를 시작으로 12월 10일까지 총 14일 동안 열렸다.

 

MERCEDES-BENZ CLS
GT는 그러려니 했다. AMG의 독자 모델이니까. 조금 다른 노선을 걸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2016년 SL에서 징조가 보였지만 부분변경이라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하지만 신형 CLS를 통해 명확하게 드러났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새 얼굴이. 핵심은 라디에이터 그릴이다. 윗변을 더 길게 뽑아내던, 수십 년간 이어온 전통을 깨고 아래쪽을 더 넓혔다. A 클래스 세단 콘셉트도 이런 흐름을 따르고 있는 걸 보면 앞으로 데뷔할 벤츠 신차 대부분에 이 얼굴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그릴의 변화에 맞게 헤드램프도 다듬었다. 형태도 그렇지만 유독 낮춰 단 것이 눈에 뛴다. AMG GT4의 양산형을 의식한 결과일 거다. 물론 CLS 특유의 섹시한 옆모습은 그대로다. 벨트라인을 바짝 끌어올리고 납작하게 누른 루프를 더했다. 하지만 보디를 타고 흐르던 선 대부분을 집요하게 갈아냈다. 면(빛 반사)과 비율로만 승부를 보겠다는 이야기다. 벤츠 디자인 총괄 고든 바그너가 입이 닳게 강조하는 감각적 순수미(Sensual Purity)와 모던 럭셔리의 일환이다. 이전보다 세련된 느낌이 강해진 건 분명하다. 그런데 긴장감은 다소 떨어진다. CLS의 최대 매력은 아찔하게 빠진 옆모습이었다. 과연 새 디자인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까? 결과는 시장 반응에 달렸다. 

 

 

INFINITI QX50
QX50이 2세대로 거듭났다. 가장 큰 변화는 플랫폼. 후륜구동 베이스였던 이전과 달리 앞바퀴굴림이 기본인 설계다. 이는 인피니티 고유의 플랫폼으로 Q30이 사용하는 벤츠 MFA와는 상관없다. 하지만 신형 QX50이 이번 모터쇼에서 주목을 받은 건 플랫폼이 아닌 VC-T(Variable Compression Turbocharged, 가변 압축 터보) 기술을 도입한 새 엔진 때문이다. VC-T는 상황에 따라 압축비를 바꿀 수 있는 기술이다. 평소엔 압축비를 높여(14:1) 효율을 끌어올리고 부하가 심해지면 압축비를 낮춰(8:1) 출력과 내구성을 확보한다. 가변 압축 기술은 사실 내연기관 엔진이 발명된 이래 모든 엔지니어의 숙원 사업이었다. 1998년부터 이 기술을 연구한 닛산은 커넥팅 로드와 크랭크샤프트 사이에 멀티링크를 달아 실용화에 성공했다. 멀티링크의 끝부분을 컨트롤 암이 당기거나 밀면 피스톤 상사점이 변하는 구조로 기존 동급 엔진보다 약 27퍼센트 높은 효율을 제공한다. 닛산이 VC-T 엔진을 개발한 덕분에 가솔린 엔진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자연 착화 엔진의 개발도 현실성이 더 짙어졌다.

 

 

JEEP WRANGLER
지프의 아이콘이자 오프로드의 아이콘인 랭글러가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디자인은 이전과 비슷하다. 세븐 슬롯 그릴을 헤드램프에 닿을 정도로 키우고, 앞뒤 램프 안쪽 디자인을 바꾼 후 차체 각 모서리를 매끈하게 다듬긴 했지만 전체적인 형태에는 큰 변화 없다. 보닛 고정 고리와 도어 힌지도 여전히 겉으로 드러내고 있다. 터프한 외모로 많은 사랑을 받는 모델이니 크게 손대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스파이샷 속 차세대 벤츠 G 클래스의 형태가 지금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다. 실내 역시 큰 틀은 유지했다.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품은 새 계기판과 신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최신 전자장비가 녹아들었지만 대시보드 디자인이나 센터페시아 구성은 구형과 판박이다. 신형 랭글러 역시 2도어와 4도어 언리미티드
(롱 버전)로 나뉘며 앞유리, 도어, 루프 등을 완전히 떼어낼 수 있다. 국내에는 올해 하반기에 데뷔할 예정이다. 

 

 

REDS REDSPACE (PROTOTYPE)
BMW의 디자인 혁신을 이끈 디자이너 크리스 뱅글이 자동차업계로 돌아왔다. 그런데 메이저 자동차 브랜드가 아닌 레즈(REDS)라는 신생 업체다. 레즈는 크리스 뱅글의 회사(Chris Bangle Associates)가 중국 CHTC(China High Tech Corporation)와의 협업을 위해 만든, 일종의 프로젝트 브랜드다. 
그들이 이번에 공개한 레드스페이스는 콘셉트카가 아닌 실제 주행이 가능한 프로토타입이다. 길이 2.97미터짜리 소형 전기차로 공간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의 메가시티를 겨냥한 차인 까닭에 스마트 포투보다 회전 반경이 짧으며 이동 시에는 4명, 정차 시에는 보조의자를 써서 5명이 앉을 수 있다. 지붕에는 거대한 태양열 충전 패널을 붙였으며 배터리 보호와 충돌 안전성을 위해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을 사용했다. 레즈에 따르면 0→시속 50킬로미터 가속은 동급 최고 수준이다. 전시된 프로토타입은 모터쇼가 끝난 뒤 각종 테스트에 쓰이게 되며 양산형은 CHTC의 중국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SUBARU ASCENT
스바루가 준대형 SUV 시장에 뛰어들었다. 어센트는 길이 4999밀리미터, 휠베이스 2890밀리미터의 7~8인승 SUV로 포드 익스플로러, 닛산 패스파인더, 혼다 파일럿, 마쓰다 CX-9, 폭스바겐 아틀라스 등과 경쟁한다. 플랫폼은 신형 임프레자와 같은 SGA(Subaru Global Architecture)이며 디자인은 2016년 공개된 비지브 7 콘셉트카와 비슷하다. 껑충하고 거대하지만 파워트레인 구성은 영락없는 스바루다. 260마력 수평대향 4기통 2.4리터 터보엔진과 좌우대칭 사륜구동 시스템을 얹는다. 기본부터 중간 트림까지는 8인승이며 상위 트림은 2열을 독립식 시트로 꾸민 7인승이다. 최상위 트림에는 20인치 휠과 하만카돈 오디오 시스템이 들어가고 신형 임프레자를 통해 공개된 신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스타링크)과 최신형 주행보조 시스템(아이사이트)은 트림에 따라 옵션 또는 기본으로 준비된다. 지금껏 이렇게 큰 스바루가 또 있었는지는 몰라도 컵홀더 19개를 갖춘 스바루는 아마 어센트가 최초일 것이다. 

 

 

MAZDA 6 (Facelift)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현대 쏘나타 등과 경쟁하는 마쓰다의 중형세단 6가 부분변경을 거쳤다. 앞뒤 램프와 범퍼 등을 바꿔 한결 매끈해지긴 했지만 변화의 핵심은 실내다. 마쓰다는 대시보드 하단 패널과 센터페시아를 바꾸는 대공사를 진행하며 고급화에 집중했다. 신형 CX-9 고객 중 약 55퍼센트가 가장 높은 트림을 선택하는 기현상을 겪었기 때문이다. 물론 단순히 고급 가죽이나 첨단 장비만을 추가한 게 아니다. 인체공학을 고려해 설계한 새 시트를 적용하고 소음과 진동을 큰 폭으로 줄였으며, 엔진이 모든 영역에서 고른 힘과 효율을 내도록 조율했다. 
참고로 엔진은 직렬 4기통 2.5리터 터보와 자연흡기 두 가지가 준비된다. 자연흡기 엔진은 시속 40~80킬로미터 사이에서 1번과 4번 실린더의 작동을 멈춰 연비를 높이는 가변 실린더 시스템을 갖추며, 터보 엔진은 회전수에 따라 흡기 쪽 밸브를 열고 닫아 터보 지체 현상과 고회전 토크 저하를 막는 가변 터보차저를 사용한다.

 

 

TOYOTA FT-AC CONCEPT
FT-AC(Future Toyota-Adventure Concept)는 이름 그대로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강조한 SUV 콘셉트카다. 토요타는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는 사람이 많은 로스앤젤레스가 이 콘셉트카의 가장 적절한 데뷔 무대였다고 밝히고 있다. 엔진은 하이브리드이며 험로 주행을 위한 지형반응 시스템과 센터 디퍼렌셜 록 기능을 지원한다. 하지만 이런 거보다 어떤 장비라도 툭툭 던져서 올릴 수 있을 것 같은 든든한 루프와 필요할 때 떼어서 손전등으로 쓸 수 있는 안개등, 그리고 앞으로 잡아 빼 자전거를 얹어 고정할 수 있는 리어 스키드 플레이트 등이 양산차에 꼭 적용되었으면 좋겠다.  

 

 

PORSCHE 911 CARRERA T
포르쉐의 모델 다양화가 극에 달하고 있다. 다품종 소량 생산이 살길인 스포츠카 브랜드로서는 당연한 전략이다. 포르쉐가 이번에 공개한 911 카레라 T는 911 카레라를 기본으로 스포츠성을 강조한 모델이다. 이름은 1968년의 911 T에서 가져왔다. 차체는 911 카레라보다 20킬로그램 가볍다. 뒤 창문과 뒷좌석 옆 창문을 경량 유리로 빚은 까닭이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PCM)과 리어 시트도 제거돼 있다(원하면 무상으로 달아준다). 실내 도어 캐치도 GT3 RS나 GT2 RS와 같은 트랙 겸용 모델처럼 패브릭 띠로 대체된다. 
엔진은 911 카레라와 같은 370마력 3.0리터 수평대향 6기통 트윈터보다. 하지만 차체가 20밀리미터 더 낮으며 911 카레라에서는 고를 수 없는 풀 버킷시트와 뒷바퀴 조향 시스템이 옵션으로 준비된다. 아울러 911 카레라보다 리어 액슬 기어비가 더 짧으며 디퍼렌셜도 기계식이다. 변속기는 7단 수동이 기본이고 7단 듀얼클러치는 옵션이다.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시간은 0.1초 단축된 4.2초이며 최고속도는 시속 290킬로미터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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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류민PHOTO : 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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