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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코리아가 꺼내든 카드

파사트 GT의 목적은 명확하다. 유럽 프리미엄 세단의 대중화다

2018.03.27

폭스바겐이 돌아왔다. 선발 타자는 파사트 GT다. 8세대 유럽형으로 ‘유럽 올해의 차’를 수상한 모델이다. 구성과 품질이 프리미엄 모델 못지않다.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거 같았다. 당연히 골프나 티구안이 첫 타자일 거라 생각했다. 국내에서 이미지와 판매를 주도해온 아이콘들이니까. 그러나 폭스바겐 코리아가 영업 재개로 꺼내든 카드는 파사트였다. 그것도 한동안 국내에서 자취를 감췄던 유럽형이다. 대체 무슨 생각일까. 궁금증을 못 이겨 전화기를 들었다. 대답을 듣곤 더 황당했다. 경쟁이 가장 치열한 중형세단 시장에서 먼저 제품의 경쟁력을 검증받고 싶었단다. 이게 무슨 자신감이람. 


파사트는 데뷔 이후 2200만대 이상 팔린 글로벌 베스트셀러다. 게다가 이번 모델은 ‘유럽 올해의 차’까지 수상했다. 음, 새 시작에 어울리는 새 분위기를 조성하기에는 어쩌면 이 차가 제격일 수도 있다. 참고로 폭스바겐 코리아는 이 차를 ‘파사트 GT’라고 부르기로 했다. 이전에 팔던 북미형 파사트(NMS)와 구분하기 위해서다. 명칭만이 아니다. 트렁크 리드에서도 본사 공장에서 붙인 ‘PASSAT GT’라는 엠블럼을 확인할 수 있다. 


파사트 GT는 MQB로 제작된 첫 번째 파사트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MQB는 효율과 성능에 최적화된 폭스바겐 그룹의 전륜구동 모듈형 플랫폼이다. 파사트 GT가 이전 세대보다 최대 85킬로그램이나 가벼워진 게 바로 MQB 덕분이다. 그런데 MQB의 진짜 장점은 따로 있다. 파워트레인은 물론 폭스바겐 그룹 내에서 나눠 쓰는(모듈화해둔) 각종 편의·안전장비를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폭스바겐 그룹은 몇 년 전부터 모듈형 플랫폼으로 개발비를 낮추고 파워트레인과 각종 장비도 플랫폼에 맞게 모듈화해 ‘가성비’를 끌어올리는 작업을 거듭해왔다. 


인상은 차분하되 단단하다. 신형 골프, 티구안 등이 그렇듯 헤드램프, 라디에이터 그릴, 범퍼 등 각 요소들이 굉장히 견고한 느낌이다. 차체 구석구석의 반듯한 선도 이런 느낌에 한몫한다. 특히 어깨를 타고 흐른 캐릭터 라인이 눈에 띈다. 명암이 생길 정도로 과감하게 접어 존재감이 상당하다. 사실 이런 라인은 이제껏 원가상승 부담이 적은 프리미엄 모델에서나 볼 수 있었다. 철판을 이렇게 접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지만 각 패널 간의 단차를 맞추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서다. 정교한 조립과 꼼꼼한 검수를 거치려면 당연히 생산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휠베이스는 이전 대비 74밀리미터 늘었다. 덕분에 실내 공간이 한결 넉넉해졌다. 하지만 이보다는 분위기의 변화가 더 크다. 파사트 GT가 왜인지 모르게 고급스럽게 보였나? 그렇다면 지극히 정상이다. 디자이너가 의도한 바가 그거니까. 최근 프리미엄 브랜드의 디자인 디렉터나 수석 디자이너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게 있다. 바로 비율이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로버트 레스닉과 애스턴마틴의 마렉 라이크먼, 볼보의 토마스 잉엔라트 등이 대표적이다. 폭스바겐의 디자인 총괄인 클라우스 비숍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쓸데없는 장식보단 비율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파사트 GT가 이전 대비 10밀리미터 넓고 낮으며 오버행(앞 67밀리미터, 뒤 13밀리미터)이 줄어든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실내는 폭스바겐답게 담백하다. 폭스바겐은 애초 화려한 레이아웃과는 거리가 먼 브랜드. 폭스바겐의 팬들도 그들의 이런 철학을 사랑한다. 하지만 디지털 계기판과 터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각종 첨단 장비는 빠짐없이 담았다. 참고로 디지털 계기판은 아우디의 버추얼 콕핏처럼 입맛에 따라 구성을 바꿀 수 있다. 속도계와 엔진회전계의 디자인을 변경하거나 내비게이션 지도를 띄우는 것도 당연히 가능하다. 


사실 이전의 폭스바겐은 편의장비에 대한 욕심을 내려놔야 살 수 있는 차였다. 하지만 파사트 GT에는 파노라마 선루프, 통풍·열선 시트, 스티어링 히팅, 뒷좌석 독립 공조장치, 360도 카메라 등 우리가 고급차에 기대하는 옵션 대부분이 준비된다. 이전 폭스바겐과 확연하게 다른 점이다. 준자율주행 장비도 빠짐없이 갖춘다. 장애물이 있으면 스스로 서거나 속도·차간거리·차선 등을 유지하는 기본적인 장비는 물론 보행자가 도로로 나오지 않아도(길가에 있어도) 속도를 살짝 줄이며 시청각 경고를 전달해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하는 보행자 모니터링 시스템이나 정체 상황(시속 60킬로미터 이하)에서 앞차를 따라 달리는 트래픽 잼 어시스트와 같은 고급 장비도 선택할 수 있다. 


공간 크기는 비즈니스 세단과 패밀리카를 넘나들기에 충분하다. 이전보다 뒷좌석 무릎공간이 40밀리미터 늘어 아이는 물론 성인에게도 넉넉하다. 5명을 모두 채우면 조금 답답할 거 같지만 4명까지는 무리 없어 보인다. 트렁크 역시 586리터로 여유로운 편. 뒤 시트 등받이를 접으면 총 1152리터의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실내는 담백하다. 누가 폭스바겐 아니랄까 봐. 그런데 편의· 안전  장비는 굉장히 화려하다. 우리가 고급차에 기대하는 옵션 대부분을 갖춘다.

전륜구동 모듈형 플랫폼 MQB를 사용하며 공차중량이 최대 85킬로그램이나 줄었다.

 

 

엔진은 직렬 4기통 2.0리터 디젤 터보 EA288이다. 물론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kg·m를 내는 고출력 버전이다. 6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와 맞물려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을 7.9초 만에 마친다. 최고속도는 시속 233킬로미터며 공인 복합연비는 리터당 15.1킬로미터다. 참고로 EA288은 효율과 성능을 바짝 끌어올린 최신 엔진이다. 메탈 베어링과 피스톤 링의 클리어런스 최적화로 마찰을 줄였고 오일순환 라인을 다시 설계해 오일펌프로 인한 엔진 부하도 낮췄다. 워터펌프 역시 필요할 때만 작동한다. 최적 온도에 도달하는 시간이 빨라져 엔진 마모가 줄었고 히터 작동 시점 역시 앞당겨졌다. 


흡기 서지탱크 자리에 수랭식 인터쿨러를 붙여 넣은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엔진의 부피를 줄이는 동시에 엔진 반응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묘안이기 때문이다. 기존 설계보다 차종 간 호환성이 뛰어나다는 장점도 있다. 물론 유해성 물질을 물로 환원하는 산화 촉매와 분진을 잡는 DPF, 그리고 요소수로 질소산화물 배출을 줄이는 SCR 등 배기가스에 대한 대책도 철저하다. 


사실 폭스바겐은 꽤 오래전부터 ‘니어 프리미엄 브랜드’로의 진입을 착실하게 준비해왔다. 스코다, 세아트 등 그룹 내 다른 브랜드가 성장을 거듭하며 성격이 겹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그들(대중차 브랜드)과 아우디(프리미엄 브랜드) 사이의 간극을 메울 필요도 생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첫 MQB 모델이었던 7세대 골프를 공개하며 ‘프리미엄의 대중화’라는 말을 했다. 프리미엄 모델의 가치를 대중차 수준의 가격으로 제공하겠다는 의미였다. 파사트 GT는 폭스바겐의 이런 전략이 충실히 반영된 차다. 모든 구성이 ‘니어 프리미엄’이라는, 우리에겐 아직 조금 생소한 그 틈새를 아주 정확하게 파고들고 있다. 파사트 GT의 가격은 기본형 4320만원, 프리미엄 4610만원, 프레스티지 4990만원, 4모션 프레스티지 529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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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류민PHOTO : 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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