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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 제시

‘순정 오디오’의 세계도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다. 볼보와 B&W가 이미 이를 입증했다

2018.09.04

 

맞다. 의도였다. 그간 난 B&W(Bowers&Wilkins)를 단 볼보를 굳이 섭외하지 않았다. 남들이 등 떠밀면 일부러 별로 관심 없는 척하는 심리. 잘난 척하는 초딩 또는 중2병. 그런 거랑 비슷한 거였다. 주위에서 하도 좋다고 하니까 왠지 내키질 않았다. 


사실 알고 있었다. 볼보의 B&W가 좋다는 건. 이미 몇 번 들어봤다. 너무 좋으면 별로 할 얘기가 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미루고 또 미뤘다.
무슨 앨범이 좋을까. B&W처럼 획기적인 아티스트였으면 좋겠는데. 난 고민 끝에 마이클 잭슨과 에릭 존슨(Eric Johnson)의 앨범을 들어보기로 했다. 


B&W는 영국의 하이파이 오디오 제조사다. 1966년 설립됐다. 홈시어터나 음반 사업에도 손을 댔지만 전공은 스피커와 헤드폰이다. 특히 하이엔드 스피커가 유명하다. 지난 30여 년간 이 분야 점유율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B&W와 볼보가 손을 잡은 건 이번 90시리즈부터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볼보는 이번 90시리즈와 함께 새 시대를 열고 있다. 디자인, 소재, 품질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때문에 누군가는 볼보가 이런 고급 오디오에 생소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볼보는 애초 재료를 아끼지 않던 브랜드다. 고급 오디오와도 친숙하다. 이전엔 덴마크의 하이엔드 스피커 제조사인 다인오디오(Dynaudio)와 협력 관계였다.

시승차인 V90 CC(크로스컨트리)는 6개의 노틸러스 트위터, 7개의 미드 레인지, 4개의 6.8인치 우퍼 등을 포함한 19개의 스피커를 장착하고 있다. 대시보드엔 센터 스피커가 있고 트렁크 벽면에는 10인치 서브우퍼가 있다. 도어는 4개 모두 3웨이 구성이며 아쉽게도 CD 유닛은 없다. 앰프는 전원과 무게 이슈에서 자유로운 클래스 D다. 출력은 1400와트, 채널은 12개다. 

 

 

센터 스피커는 소리도 좋지만 아름답기까지 하다.  트위터와 미드레인지가 각각 하나씩 들어가 있다.

 

마이클 잭슨이나 그의 곡에 대해선 딱히 설명이 필요 없으리라 생각한다. 워낙 유명하기 때문이다. 마이클 잭슨은 작곡, 노래, 녹음, 세션, 퍼포먼스, 뮤직비디오 등 그는 그가 손댄 모든 분야의 판을 직간접적으로 바꾼 아티스트다. 업계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게 왠지 요즘 볼보의 모습과 닮은 듯하다. 내가 준비한 앨범은 1991년 출시된 <Dangerous>. ‘Remember the time’이나 ‘Black or white’ 같은 곡이 유명세를 탔고 ‘Heal the world’가 타이틀이었다. 


난 우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완성도에 놀랐다. 블루투스 연결이 굉장히 빠르고 소스(스마트폰)의 볼륨을 살려둬 청취자가 입력량을 조절할 수 있게 설정해둔 데다, USB 메모리를 연결하면 음원 파일을 알아서 찾아 정리까지 한다. 


예상대로 해상도는 ‘순정’ 오디오 중 최고 수준이다. 음이 맑고 명확한 것은 물론 밀도가 높고 음역대도 풍부하다. 무엇보다 초저역 재생 능력이 탁월하다. 도어의 6.8인치 우퍼가 트렁크의 서브우퍼를 잘 보완하고 있어 소리가 산만하지도 않다. 댐핑 역시 굉장히 탄탄한 편이다. 


볼보 시스템은 음장 관련 설정으로도 유명하다. 멀티채널 구성이 아님에도 스피커의 볼륨과 타이밍을 제어해 스테이지를 바꾸거나 공간감을 키울 수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에릭 존슨 <Venus Isle> 앨범을 꺼냈다. 에릭 존슨은 ‘톤의 대가’로 불리는 기타리스트며 이 앨범은 울림이 큰 곡들이 많다. 


그런데 ‘Manhattan’과 같이 편곡이 깔끔한 곡을 듣다 보니 예상하지 못했던 점을 발견했다. 공간감 설정을 다 꺼도 이퀄라이저를 켜거나 음색 세팅 바를 올리면 효과장치가 미세하게 개입한다는 것이다. 원음을 고집하기 보단 풍성한 소리를 택한 결과라고 추측된다. 여러모로 최신 추세에 어울리는 구성이긴 하다.  


B&W를 제대로 들어보니 그간 볼보나 볼보 고객들의 행동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가령 볼보차 코리아는 S90을 출시할 때 행사장 한 쪽에 B&W 헤드폰을 쌓아두고 오디오 관련 매체들까지 초청했다. 


이 정도 음질이라면 오디오로 인해 차가 더 널리 알려질 수도 있겠다. 그리고 B&W 오디오가 좋아서 S90을 한 대 샀다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도 이제 거짓처럼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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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류민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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