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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에서 만나요

애인을 만났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인가? 홍대나 강남은 질렸다고? 그럼 오늘은 서울의 길을 찾아 떠나보자. 가로수길 말고도 가볼 만한 길이 많다

2018.09.10

 

 

망리단길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시점을 2015년 말, 2016년 초 즈음으로 기억한다. 홍대와 합정동을 넘어 상수동과 연남동으로 넘쳤던 상권이 망원동까지 흘러들었다. 이미 경리단길과 삼청동의 선례를 알고 있던 망원동 주민들은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망리단길’이라는 이름조차 거부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현재로선 무승부다. 천편일률적인 체인점이 우후죽순 들어서는 걸 막는 데는 성공했지만, 임대료와 주거비가 오르는 건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데이트할 때 말이 끊기면 써먹으라는 뜻이다. 망리단길 근처는 주택가와 시장이 혼재돼 있어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다. 앞서 한 말을 기억해뒀다가 주차장을 찾아 좁은 골목을 헤집고 다닐 때 살짝 아는 체하면 적절하다. 중복을 하루 앞둔 더운 여름날 점심으로 선택한 메뉴는 ‘원기정’의 장어덮밥과 로스트비프 덮밥이었다. 보기만 해도 시원한 새파란 간판과 정갈한 디자인의 인테리어가 자꾸 쳐다보고 싶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유자 폰즈 소스를 덮밥에 곁들이는 걸 선호한다. 상큼한 유자 향이 짭조름한 장어와 잘 어울린다. 장어 꼬리를 먹으면서 음흉한 미소를 날리진 말자. 아직 점심이다.  

 

 

 

망리단길에서만 온종일 눌러앉아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황금 같은 하루가 너무 아깝다. 부지런히 움직여 도착한 곳은 삼청동길의 국립현대미술관. 평일이어서인지 망리단길에서 삼청동길까지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과거 국군기무사령부였던 건물을 활용해 만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삼청동길을 찾았을 때 빼먹지 말아야 할 볼거리다. 예술에 전혀 관심이 없더라도 괜찮다. 연인과 함께 미술관을 거닐기만 해도 교양이 쌓이는 기분이 든다. 시원하다 못해 서늘한 미술관 에어컨 바람이 지겨워질 때쯤 조선시대 종친부 건물을 지나 북촌 방향으로 길을 나섰다. 길을 걷다 보면 노부부가 입을 맞추고 있는 그림으로 유명한 ‘We Are Young’을 지나치게 되는데 최근 복원을 끝내 깔끔해졌다. 벽화 앞에서 뽀뽀하며 사진을 찍는 커플이 많다. 정독도서관 쪽으로 좀 더 올라가면 독립투사를 그려놓은 또 다른 벽화가 이어진다. 이곳에서 길이 갈라지는데 북촌 방향으로 올라가면 한옥마을과 서울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고, 청와대 방향으로 가면 아기자기한 카페와 소품 가게가 줄지어 있다. 만약 저녁에 온다면 루프톱 카페에서 야간 개장 중인 경복궁을 내려다볼 수 있다. 군데군데 공영주차장과 민영주차장이 있어 주차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강남에 가로수길이 있다면 강북은 경리단길 아닐까? 각종 ‘리단길’ 열풍의 시발점이 바로 경리단길이다. 과거 육군중앙경리단이 길 초입에 있어 경리단길이라 부르게 됐다. 망리단길과 마찬가지로 이태원과 녹사평에서 넘어온 사람들이 경리단길에 자리 잡으며 동네가 달라진 케이스다. 현재는 해방촌, 회나무길, 소월로 쪽으로 권역이 더 넓어졌다. 언덕이 가팔라 더운 여름날 차 없이 경리단길을 방문하면 걷느라 고생이다. 주차할 곳이 없다고 길가에 세웠다간 금세 견인당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민원이 많아 하루에도 수차례 단속 중이기 때문이다. 아직 저녁 먹기에도 이른 오후 5시 무렵이었지만, 경리단길의 펍들은 문을 열었다. 낮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 차가 없다면 수제 맥줏집에 들어가 한잔하는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아직은 낮이 길어 오후 5시여도 해가 쨍쨍하지만 한두 달만 지나면 경리단길 루프톱 카페와 레스토랑은 노을을 감상하며 커피와 술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빈다. 특히 서울 N타워 쪽을 바라보는 뷰가 멋진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레트 힐란’을 추천한다. 스칸디나비아 분위기로 꾸민 카페&바인데 옥상이 특히 잘 꾸며져 있다.  

 

 

 

먹고, 보고, 마셨으니 이제 놀 일만 남았다. 물론 쭉 놀고 있었지만, 소나무길은 이전 길들과 조금 다르게 놀 수 있다. 혜화동 대학로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대학로답게 거리예술제와 서울재즈페스티벌 같은 여러 문화공연이 자주 열린다. 서울연극센터와 피카소 소극장도 소나무길에 있다. 매번 밥-카페-영화관으로 이어지는 데이트가 질렸다면 새롭게 연극을 관람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사실 이동 경로를 따지면 삼청동에서 바로 소나무길로 넘어오면 가깝지만, 소극장은 주로 저녁 시간에 문을 열기 때문에 경리단길을 거쳐 소나무길을 찾았다. 평일에도 상시 공연 중인 연극이 많아 예약하지 않았어도 티켓 구매가 가능하다. 단, 온라인 예약이 더 저렴한 경우가 많다. 연극을 예매했는데 시간이 남으면 근처의 마로니에공원과 낙산공원을 산책하듯 걸어보자. 특히 낙산공원은 성벽을 따라 켜진 조명이 도심 야경과 어우러져 아름답다. 작은 규모의 민영 주차장이 군데군데 있기 때문에 주차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연극을 관람하면 2시간 무료인 곳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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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박호준PHOTO : 조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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