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류 과장의 출근길

애매한 거리를 출근해야 할 때 타기 좋은 이동수단 5가지를 모았다. 그는 어떤 제품을 골랐을까?

2018.09.10

 

그의 고민 
류민 에디터는 회사와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다. 현관문을 나서 회사 엘리베이터 앞에 서기까지 1.7킬로미터 정도 된다. 걸음이 빠르지 않은 그의 보폭으로도 20분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지난 8월, 10초만 걸어도 땀이 날 만큼 무더운 날씨가 서울을 덮친 것이다. 111년 만의 더위를 뚫고 20분이나 걸었다가는 출근하자마자 퇴근해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는 <모터 트렌드> 수석 에디터답게 차가 2대나 있지만, 출근 시간대의 강남은 주차장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잘 타지 않는다. 그럼 택시를 타면 되지 않느냐고? 기본요금밖에 되지 않는 거리여서 택시가 잡히질 않는다. 게다가 택시를 자주 타는 버릇을 들였다간 패가망신하기 딱 알맞다. 그래서 준비했다. 류 과장의 출근길을 가볍게 해줄 도시형 개인 이동수단 모음이다. 까다로운 취향을 가진 그이지만 설마 이 중 마음에 드는 게 하나는 있겠지.

 

 

(왼쪽부터) 베스파 스프린트 125, BMW 크루즈 바이크

 

 

도심형 이동수단의 원조 
>> VESPA SPRINT 125

굳이 설명이 필요한가? 스쿠터는 도심 주행에 최적화된 이동수단이다. 간편한 조작방식과 리터당 30킬로미터에 육박하는 연비는 자동차가 범접할 수 없는 스쿠터만의 장점이다. 더군다나 오늘 류민 에디터에게 추천하기 위해 가져온 스쿠터는 베스파다. 최초의 스쿠터라고 불릴 만큼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앙증맞은 디자인은 기본이다. 자동차는 평소 질리도록 많이 타고 있으니 이제 두 바퀴의 즐거움을 알아갈 차례다. 지도를 들여다보니 그는 집에서 회사까지 신호 걸릴 일이 한 번밖에 없다. 파란불을 기다리며 배기가스 뿜어대는 다른 차들과 서 있을 경우가 거의 없다는 말이다. 교통량이 많은 출근 시간대에 최고속도를 내긴 어렵겠지만, 시속 30~40킬로미터로만 달려도 오늘 모인 다른 어떤 이동수단보다 빠르다. 폭신한 시트에 앉아 스로틀만 몇 번 돌리다 보면 금세 회사 앞에 도착해 있을 게 분명하다. 아, 베스파는 귀여운 외모 덕에 여자들이 좋아한다. 혹시 모른다. 이번 여름이 끝나기 전 뒷자리에 누군가를 태우게 될지도.   
류민_두루두루 맞는 말이라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베스파를 시승할 기회는 예전에도 몇 번 있었는데, 매번 마음이 흔들리곤 했다. 예쁘다는 것도 동의한다. 매번 충전하지 않아도 되는 점도 귀찮은 걸 싫어하는 내게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난 고작 왕복 4킬로미터도 되지 않는 길을 다니기 위해 435만원이라는 거금을 지불할 만큼 부자가 아니다. 매번 헬멧을 써야 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베스파 스프린트 125
무게 120kg
최고속도 시속 80km
최대 주행거리 약 240km
가격 435만원

 

 

 

벤츠에 이어 BMW까지? 
>> BMW CRUISE BIKE

그냥 자전거가 아니다. BMW 자전거다. 행여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할까 봐 엠블럼을 3곳이나 달아놓았다. 메르세데스 벤츠를 소유한 그가 이번 기회에 BMW 자전거까지 갖게 된다면 출근할 때 벤츠를 탈지, BMW를 탈지 고민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허세 가득한 것 말고도 장점은 더 있다. BMW는 자전거를 만들어온 지 60년이 넘었다. 보여주기식으로 만든 게 아니란 뜻이다. 28인치 휠에 알루미늄 프레임을 사용했다. 기어는 30단이나 된다. 30단이면 강남의 가파른 언덕길도 쉽게 공략할 수 있다. 신발로는 세이프티 기술이 적용된 콘티넨털 타이어를 신고 있다. 세이프티 기술은 자동차의 런플랫 타이어와 유사한 개념이다. 화룡점정은 앞바퀴 서스펜션이다. 누가 BMW 아니랄까 봐 감쇠력 조절 장치를 8단계로 구분해놓았다. 1단계에는 체중을 실어 힘껏 눌러도 단단하지만, 8단계는 한 손으로 눌러도 서스펜션이 아래위로 출렁인다. 출근길에 과속방지턱이 많은 점을 비추어볼 때 분명 유용한 기능이다. 
류민_사실 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한 적이 있다. 그땐 작고 귀여운 미니벨로를 탔다.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가는 게 고통스러워서 최대한 완만한 길을 찾아다녔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BMW 크루즈 바이크는 언덕길도 잘 올라갈 것 같아 마음에 든다. 시선을 사로잡는 디자인도 좋다. 그런데 크고 무겁다. 집에 들고 들어가기 버거울 것 같다. 그렇다고 이렇게 예쁜 자전거를 밖에 두기도 불안하다.  

 

BMW 크루즈 바이크
무게 15kg
최고속도 있는 힘껏
최대 주행거리 쥐 날 때까지
가격 119만원

 

 

(왼쪽부터) 알톤 니모 FD, 자이로드론 에스 블랙, AU테크 K500

 

 

취향 저격, 1등 도전 
>> ALTON NIMO FD

“지금 보고 계신 전기자전거는 자전거도로를 달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퍼스널 모빌리티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은 이 말을 듣고 고래를 갸우뚱거릴 법하다. 자전거가 자전거도로를 달리는 게 장점이라는 걸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점이 맞다. 현행법상 대부분의 전기자전거는 자전거도로를 달릴 수 없다. 그런데도 니모 FD가 자전거도로를 달릴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스로틀이 없다. 올해 3월 22일부터 시행된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은 전기모터가 운전자의 페달링을 돕는 건 괜찮지만, 스로틀 조작만으로 주행이 가능하다면 자전거로 볼 수 없다고 규정했다. 니모 FD는 전기모터의 개입을 총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는데 3단계로 설정하면 언덕길을 내리막처럼 달린다. 단, 안전을 고려해 시속 25킬로미터에서 전기모터의 개입이 끊긴다. 충전할 때는 배터리만 떼어내 집에 들고 가면 된다. 접이식이므로 보관이 쉽다. 
류민_좋다. 살을 빼기 전에는 미니벨로를 타면 자전거를 불쌍하게 쳐다보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괜찮을 것 같다. 조금만 페달을 돌려도 쭉쭉 뻗어나가는 맛이 일품이다. 마치 내가 자전거를 굉장히 잘 타는 듯한 즐거운 착각을 불어일으킨다. 속도나 주행감과는 별개로 재밌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도 매력적이다. 마음 같아선 당장 2개를 사서 여자친구랑 라이딩 여행을 떠나고 싶다. 그전에 여자친구를 만드는 게 먼저겠지만 말이다.    

 

알톤 니모 FD
무게 18kg
최고속도 시속 25km(전기모터)
최대 주행거리 30km(전기모터)
가격 84만9000원

 

 

 

작은 천하장사
>> ZYRODRONE ES-BLACK

제품설명서에 에스 블랙의 최대출력이 1000W라고 적혀 있다. ‘1000’이라는 숫자가 굉장히 커 보이긴 하지만 힘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질 않는다. 그래서 타봤다. 1단부터 3단까지 출력을 설정할 수 있는데 과감하게 3단에 놓고 가속 레버를 힘껏 당겼다. 총알같이 튀어 나갔냐고? 전혀 아니다. 움직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발로 땅을 박차 바퀴를 몇 번 굴려줘야 전기모터가 개입을 시작한다. 안전을 위한 조치다. 비로소 경험해본 에스 블랙의 출력은 무시무시했다. 조금 과장하면 초반 가속력이 테슬라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하다. 시속 25킬로미터에 제한이 걸려 있는 점은 아쉽다. 만약 제한이 없었다면 오르막에서 시속 35킬로미터 이상으로 달리고도 남을 만큼 힘이 좋기 때문이다. 원하면 의자를 장착해 앉아서 탈 수 있다.  
류민_다른 것들에 비해 크기가 작고 반으로 접을 수도 있기 때문에 편리해 보인다. 시야가 높고 힘이 넉넉한 점도 만족스럽다. 다만 그 힘을 익숙하게 다루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릴 거 같다. 게다가 내가 통과해야 하는 출근길은 차와 보행자가 많다. 한적한 동네에 살았다면 이걸 샀을 거다. 

 

자이로드론 에스 블랙
무게 21kg
최고속도 시속 25km(제한)
최대 주행거리 50km
가격 139만원

 

 

 

자전거와 스쿠터 사이
>> AU TECH K500

자전거는 약하다. 스쿠터는 무겁다. 그럴 땐 전기 스쿠터가 대안이 된다. 여러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K500을 여전히 전기자전거로 분류하고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전기 스쿠터가 맞다. 페달링 없이 스로틀만 당겨도 시속 35킬로미터까지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스로틀을 당기지 않고 페달만 밟아도 전기모터가 개입하는데 출력이 불안정하다. 예를 들어 천천히 1미터만 앞으로 가고 싶었는데 페달을 돌리자 전기모터가 작동해 불쑥 튀어나가는 식이다. 속도를 올리면 섀시가 헐거운 탓에 앞과 뒤가 따로 노는 듯한 기분이 든다. 역동적으로 타기보단 여유롭게 타는 편이 낫다. 디자인은 동그란 헤드라이트와 커다란 수박도 들어갈 만한 바구니가 귀여움을 뽐낸다. 사이드 스탠드가 없어 매번 킥 스탠드를 이용해 스쿠터를 세워놓아야 하는 점은 불편하다. 
류민_가장 애매하다. 가볍지도 않고 접히지도 않으니 휴대성은 미니벨로와 킥보드에 밀리고 출력과 조종성은 스쿠터만 못하다. 구매하더라도 어디에다 세워놓아야 할지 고민이 된다. 밖에 두었다가 비라도 맞으면 고장 날 것 같다. 

 

AU테크 K500
무게 29kg
최고속도 시속 35km
최대 주행거리 50km
가격 89만원
 
 
 
 
 
모터트렌드, 이동수단, 스쿠터, 자전거, 바이크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CREDIT

EDITOR : 박호준PHOTO : 박남규

모터 트렌드 ©motortrendkorea.com, ©motortrendkorea.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