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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BLACK'

더 완벽한 고성능 D 세그먼트이자 AMG 변화의 결정체. 이번 C 63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2018.09.26

강렬한 인상 이제 ‘63’ 모델에는 버티컬 타입의 ‘파나메리카’ 그릴이 들어간다. 디테일의 변화만으로 럭셔리(마이바흐)와 고성능(AMG)을 구분 지으려는 메르세데스의 전략이 드디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후륜구동의 아이콘.’ 프레젠테이션에 나선 메르세데스 AMG 제품 담당 롤런드 크로이처(Roland Kreutzer)는 이번 C 63을 이렇게 소개했다. 쟁쟁한 형님들을 두고 대체 무슨 말인가 싶은 사람도 있을 거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제 AMG 엠블럼을 단 세단 베이스의 뒷바퀴굴림 모델이 별로 없다. 출력 경쟁에 따른 4매틱의 진화와 확대 적용으로 인해 C 63과 S 65만 남았다. 뭐, 이런 상황이라면 당연히 C 63이 나서야지. 그렇지 않아도 가장 치열한 D 세그먼트에 속해 있지 않은가? V12 모델은 존재 당위성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기도 하고.


물론 2시터 쿠페나 로드스터들은 아직 뒷바퀴굴림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뒷바퀴굴림 방식의 순수성을 논하려면 사실 AMG GT와 같은 스포츠카의 이야기를 꺼내는 게 옳다. 하지만 메르세데스 AMG의 기반은 스포츠카 제작이 아닌 벤츠 라인업의 고성능화다. 그리고 그들은 최근 벤츠와의 분리·협업과 같은 절묘한 브랜딩을 통해 폭발적인 성장을 일궈냈다. C 클래스 같은 볼륨 모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난 그 전에 진짜 궁금한 게 따로 있었다. 이번 C 63은 부분변경을 거친 ‘5.5세대’ C 클래스의 파생 모델이다. 5.5세대 C 클래스의 시승회는 한 달 전쯤 룩셈부르크에서 열렸다. 이야기를 듣자 하니 그때 AMG 버전인 C 43도 나왔단다. 굳이 C 63만 떼어서 다시 시승회를 여는 이유가 무엇일까? 세대교체를 거친 완전 신차도 아닌데 말이다. 난 이런 의문을 갖고 신형 C 63이 있는 독일 바트 드리부르크(Bad Driburg)의 빌슈터 베르크(Bilster Berg) 서킷을 찾았다. 

 

 

핵심만 꿰뚫은 부분변경
메르세데스 벤츠의 부분변경 대부분이 그렇듯, 이번에도 눈에 띄는 변화는 많지 않다. 내용은 앞서 공개된 C 클래스와 비슷하다. 세로배치 직사각 프로젝션 렌즈를 넣은 멀티빔 LED 헤드램프와 ‘C’자 그래픽을 새긴 테일램프 정도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C 63이라서 특별한 점도 있다. AMG GT에 쓰인 것과 같은 버티컬 타입의 ‘파나메리카’ 그릴이 대표적이다. 과격한 범퍼와 바깥쪽으로 잡아 뺀 와이드 펜더, 4개의 사각 테일 파이프 등 ‘63’을 상징하는 요소들은 여전하다. 이전과 전혀 다른 분위기라고는 할 수 없지만, 코끝을 조금 치켜 올린 까닭에 한층 더 당당해 보인다는 건 확실하다. 안쪽을 세심하게 다듬은 새 램프들 덕분에 세련미도 더 강해졌다.


실내의 가장 큰 변화는 디지털 디스플레이다. 계기반에서 아날로그 미터를 모두 걷어낸 후, 센터페시아 모니터의 폭을 늘렸다(이제 10.25인치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커맨드)은 E 클래스에서 봤던 신형이다. 하지만 계기반은 영 생소하다. 신형 A 클래스와 같은 디자인인가 했지만 그것도 아니다. GLC나 AMG GT처럼 와이드 스크린 콧픽을 당장 도입할 수 없는 모델에 두루 쓰기 위해 새로 개발한 것으로 추측된다. 크기는 12.3인치, 특징은 화려한 색감이다. 수동변속 모드에선 바탕에 빨간색을 점멸해 시프트 타이밍까지 알린다. ‘이게 정말 그 보수적이던 메르세데스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파격적이다.  

 

 

운전대는 부분변경 S 63에서 봤던 신형이다. 림의 아래쪽은 물론 양옆도 지그시 눌러 굉장히 스포티하다. 은색 패널로 마감한 버튼들 덕분에 고급스러운 느낌도 강하다. 그런데 센터커버 5시와 7시 부근에 처음 보는 장비가 생겼다. 왼쪽은 서스펜션, 변속모드, ESP 등 주행 관련 장비를 제어하는 ‘AMG 드라이브 프로그램’이다. 디스플레이를 눌러 장비를 정한 후 아래 버튼으로 설정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오른쪽은 드라이브 모드 다이얼이다. 최신 포르쉐의 그것과 생긴 것도, 사용법도 비슷하다. 테두리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레이스 순으로 바뀐다. 


참고로 신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는 ‘AMG 트랙 페이스’가 추가됐다. GPS, G센서, 자이로센서 등을 활용해 랩타임은 물론 80개가 넘는 주행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으며 전 세계 유명 서킷들의 정보도 저장돼 있다. 앞 유리에 거추장스러운 ‘데이터 로거’를 붙이고 다니는 트랙 마니아들에게 환영받을 옵션이다. 하지만 국내 도입 여부는 미정이다. S 63과 E 63도 국내에선 아직 작동되지 않는다. 

 

파격적인 디자인 새 디지털 계기반은 굉장히 화려하다. 레이싱 게임에나 나올 법한 그래픽을 띄운다. 메르세데스가 확실히 젊어지긴 했나 보다.

 

 

더 섬세하고 유연하게
시승회에 준비된 모델은 C 63 S. 엔진은 이전과 같은 4.0리터 V8 바이터보다. 최고출력(510마력)과 최대토크(71.4kg·m) 역시 그대로다. 출력에 따라 다양한 버전이 있는 엔진인데 왜 손대질 않았을까? E나 S에서는 600마력도 넘겼는데 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섀시, 아니 세그먼트의 한계치에 이미 도달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출력을 더 높인다면 아마 차체를 키우거나 네바퀴굴림 방식을 써야했을 것이다. 아무리 고성능 모델이라지만 양산차의 마지노선을 넘길 수는 없다.


변속기(토크컨버터 대신 습식 클러치를 쓰는 MCT다)를 7단에서 9단으로 바꿨지만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시간이 같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C 63에게 이제 가속성능 향상은 오히려 부담만 될 뿐이다. 물론 변속 속도는 더 빨라졌다. 이젠 ‘멀티플 시프트’도 능수능란하게 해낸다. 가령 6단에서 마이너스 패들을 연달아 3번 당기면 5단으로 바꾼 뒤 바로 3단을 넣는다. 토크밴드 활용도가 더 커진 것도 9단 변속기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 코너와 코너 사이 애매한 직선에서 변속 여부를 두고 고민하는 빈도가 확연히 줄었다.


사실 이번 C 63의 백미는 트랙션과 거동의 변화다. 코너 탈출 속도를 높여주는 전자식 차동제한장치(LSD)와 ‘롤레이트’를 줄여 핸들링 반응을 개선하는 다이내믹 엔진 마운트도 이제 옵션이 아닌 기본 사양이다. 드라이브 모드에는 ‘AMG 다이내믹스’를 추가했다. ESP를 관장하는 프로그램으로, 타이어가 슬립한 후에 개입하던 이전과 달리 속도, 스티어링 각도, 요 비율(Yaw Rate) 등을 파악해 미리 각 바퀴의 움직임과 동력 전달을 제어한다. 모드는 베이식, 어드밴스드, 프로, 마스터로 나뉘며 마스터는 ESP 스포츠 핸들링 모드 이상에서만 들어갈 수 있다. 스포츠 핸들링 모드에서의 ESP 개입 조건은 이전과 같다. 운전대 조작으로 잡을 수 없을 만큼 한계를 넘어가거나 브레이크를 밟으면 즉각적으로 궤적을 수정한다.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TCS)도 갈아엎었다. 이제 AMG GT R처럼 개입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상위 개념인 ESP부터 꺼야 한다. 단계 설정은 운전대의 드라이브 모드 다이얼로 한다. 1단계에선 젖은 노면도 문제없이 달릴 수 있으며 9단계에선 개입을 멈춘다. 즉, 그 중간 영역을 활용하면 큰 사고에 대한 부담 없이 서킷을 힘껏 공략하거나 드리프트를 즐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한 단계씩 올려가며 운전 실력을 키우는 재미도 무시할 수 없다.   

 

510마력 엔진은 이전 그대로다. 이미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은 힘을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변속기를 7단에서 9단으로 바꿨지만 가속성능에 변화가 없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달라진 AMG, 더 완벽해진 C 63
애칭이 ‘미니 뉘르부르크링’이라더니. 빌슈터 베르크 서킷은 무성한 소문만큼이나 터프했다. 길이 4.28킬로미터, 코너 19개 등 스펙은 평범하지만, 고저차가 크고 바퀴가 허공에 뜰 만한 변수가 아주 많다. 코너 각도, 노면 기울기, 연석 높이 등 어느 하나 예사롭지 않다. 미국 라구나 세카 서킷의 ‘코크스크루’가 울고 갈 만큼 낙폭이 큰 나선형 내리막 코너도 있다. 여러모로 ‘여기서 달려’가 아니라 ‘이런 곳에서도 달려봐’라는 느낌이 강하다. 서킷의 아버지 헤르만 틸케와 전설의 WRC 드라이버 발터 뢰를이 설계에 참여했으니 오죽할까. 작정하고 만든 ‘스페셜 스테이지(공공도로를 막아 만든 랠리 코스)’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인스트럭터가 탄 차는 AMG GT R. 글로벌 시승회답게 흐름이 빠르고 특별한 제재도 없었다. 한 랩을 돌 때마다 드라이브 모드를 한 단계씩 올려보란 조언이 전부였다. 그 이유를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번째 랩에서 파워트레인과 서스펜션 반응에 맞춰 달라진 트랙션, 그러니까 AMG 다이내믹스의 효과가 피부에 확연하게 와닿았기 때문이다. 모드를 레이스 쪽으로 바꿀수록 ESP가 찬물을 들이붓는 시점도 뒤로 늦춰졌다. “AMG 다이내믹스요? 최적의 그립으로 랩타임을 경신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에요.” 롤런드 크로이처가 점심 식사 자리에서 한 말이 그제야 수긍이 갔다. 


AMG 다이내믹스의 효과만큼 댐퍼의 변화도 인상적이었다. 사실 이전 C 63은 너무 단단했다. 스포츠 플러스에선 지나치게 민감해 오히려 자세가 불안정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C 63의 댐퍼는 아주 부드럽게 수축한다. 원하는 방향으로 무게를 보내는 게 수월한 것은 물론 승차감도 좋아졌다. 하지만 이완은 이전처럼 단호하다. 수평을 되찾는 속도는 여전히 빠르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노면을 웬만해선 놓치지 않는다. 스프링 역시 잔진동과 무게 이동을 명확하게 구분한다. 승차감 저하와 자세 변화를 억제하며 ‘로드 홀딩’은 높인 아주 세심한 개선인 셈이다. 


노면 컨디션이 쉴 새 없이 변하는 빌슈터 베르크의 특성 덕분에 트랙션과 서스펜션 성격 변화는 더욱 두드러졌다. 3랩쯤 돌았을 땐 난 이런 생각을 했다. ‘아, 메르세데스 AMG가 C 63만 떼어다 이곳에서 따로 시승회를 연 이유가 이 때문이구나.’ 그렇게 이곳을 찾기 전에 품었던 내 의문은 쉽게 해소됐다. 


서킷 시승을 마치고, 난 C 63을 타고 주변 국도를 한 바퀴 더 돌았다. 차를 조금 더 꼼꼼하게 살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드라이브 모드에서 에코 대신 슬리퍼리(Slippery, 미끄러운)라는 단어가 쓰인 것을 발견했다. 아이콘도 눈 결정 모양이다. 혹시 스노 모드인가 싶었지만 운전 감각은 별 차이가 없었다. 난 이번엔 AMG 홍보 담당 요헨 위블러(Jochen Ubler)를 찾았다. “미끄러운 노면에서 가장 쓸 만한 모드라는 의미입니다. 에코와 기술적으로 다른 건 없어요. 사실 이건 고객 요구를 반영한 결과거든요. AMG에 에코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많았어요.” 


고객 요구의 반영. 그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친절했을까. 메르세데스 벤츠는 자신들의 철학이 곧 기준이고 정답이라 주장하던 고집 센 브랜드가 아니었던가. 그러고 보면 이번 C 63에 담긴 변화도 이전과는 조금 다르다. 트랙션 강화와 전자장비 완화, 서스펜션 개선 등 기존 C 63 오너들이 가질 만한 불만에 집중되어 있다. 


내친김에 난 요헨 위블러에게 한 가지를 더 물었다. “AMG 고객들의 성향은 어떤가요?” 2년여 전 그의 전임자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질문이다. 그땐 ‘완벽주의자’라는 말이 돌아왔다.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The Best or Nothing)’라는 철학에 끼워 맞춘 듯한 대답. 그래서 난 그 말이 조금 불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기술적 호기심을 가진 분들이 많아요. 얼리어댑터 기질도 느껴지고요.” 음, 추측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그들은 분명 변했다. 이전보다 훨씬 더 유연하고 적극적이다. 체질 개선. 메르세데스 벤츠와 AMG가 대세로 떠오른 이유가, 이번 C 63이 이전보다 더 완벽해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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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류민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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