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쿠페형 SUV와 포니

가장 소박한 자동차로 자동차 라이프를 시작한 내가 보는, 어처구니없이 호화로운 자동차 시대

2018.10.01

비전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얼티미트 럭셔리

 

1 SUV를 만드는 대부분 메이커에서 쿠페형을 내놓거나 준비 중이다. 문득 BMW X6가 처음 나왔을 때가 생각난다. 무식하게 생긴 차에 거부감이 없지 않았다. SUV를 쿠페 모양으로 만든 것부터 어이없었다. SUV가 실용성 높은 왜건의 키를 훌쩍 키운 것인데, 뒷부분을 눌러 놓고는 멋지다니 어이가 없었다.

 

쿠페형 SUV는 낭비가 심하고, 모순을 즐기고 환경을 거스르는 차였다. 쿠페형 SUV는 이기적이고, 제멋에 겨워 살고, 자신의 안전만을 도모하는 사람들 차 같았다. 그래, 인간은 SUV를 탄 순간부터 이기적이었다. 다른 차와 충돌하면 나만 살겠다. 나만 높이 앉아 멀리 보겠다. 기름은 많이 먹어도 괜찮다. 이렇게 막무가내인 차가 멋있지 않아? 그런 차가 유행을 한다.


쿠페형 SUV 시대가 다가온다는 유행 예감에 쌍용 액티언을 가져보았었다. 사람들은 X6보다 앞서 나온 액티언을 쿠페형 SUV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눈치였지만, 괜찮은 시도였다. 많은 사람은 내가 액티언을 고른 것에 황당해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괜찮은 경험이었다. 그렇게 모험적인 차를 재빨리 시장에 내놓은 쌍용이 기특했다.

 

쌍용 액티언

 

쿠페형 SUV를 타는 것은 무식함을 즐기는 행위였다. 왜건의 기능성을 쿠페형으로 바꾼 차는 비좁은 트렁크에 골프백 2개를 넣으면 꽉 차는 어이없음이 재미있었다. 그렇게 공간을 희생했음에도 사람들은 액티언을 멋지다 하지 않았다. 내 눈에 액티언의 지붕선은 그 어느 쿠페보다 멋졌다. C 필러는 기아 아벨라를 똑 닮았는데, 액티언은 그 처리가 더 멋있었다. 아벨라는 어색한 C 필러가 나를 괴롭혔었다. 액티언 앞모습은 호불호가 분명했는데, 나는 1930년대 미국차를 돌아보는 레트로 스타일로 이해했다. 액티언은 앞서가는 감각에 과감한 디자인이 괜찮았다.

 

BMW X6나 벤츠 GLE 쿠페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카리스마를 자랑한다. 가까이하기에 부담스러울 지경이다. 그 절대적인 위용과 낭비는 어처구니없음이 호화롭다. 벤츠 GLS 쿠페는 억지스러운 개성으로 쿠페형 SUV의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BMW의 X2와 X4도 비효율을 즐긴다. 원래 쿠페가 그런 거다.

 

메르세데스 벤츠 ‘비전 마이바흐 얼티미트 럭셔리 콘셉트’는 3박스 세단 모양으로 크고 무지막지한 쿠페형 SUV를 만들었다. 뭇사람 눈에 3박스 세단이 가장 우아한 모습인데 SUV를 그렇게 만들지 못할 이유가 뭔가? 그 넘치는 카리스마에 보기 듬직한 안전성은 최고급 SUV를 만드는 데 더 바랄 것이 없었다. 럭셔리의 정점에 선 자동차에서 더 이상 무엇을 바라는가, 또 얼마나 솔직한가?

 

현대 포니

 

2 포니는 현대차의 소중한 자산으로 현대차 헤리티지의 중심에 선다. 현대차의 첫 고유 모델 포니는 그 시작이 좋았다. 당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20대의 디자이너 주지아로를 찾아간 것은 신의 한 수였다. 그렇게 자동차 디자인 기조를 유럽 쪽으로 가져간 것은 바람직했다. 국산차가 단순히 일본차를 들여와 조립하던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은 현대차가 영국의 자동차 그룹 브리티시 리랜드 출신의 경영인 조지 턴불을 영입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지금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와 네댓 명의 영국인 기술자들이 먼지 뽀얀 울산에서 포니를 시험주행 하던 기록영화를 보았다.

 

그 후 포니는 국제 무대에서 인정받는 데 주지아로의 역할이 컸다. 포니는 현대차를 세상에 알린 히트작이었다. 이름 모를 동양의 어느 자동차 회사에서 만든 첫 고유 모델치고는 너무 멋진 차를 내놓았다. 포니가 너무 멋졌는지, 닛산은 포니를 거의 베껴 미국에 수출까지 했다.


자동차 회사의 전통이 강조되고 레트로의 물결이 거센 요즘, 현대차는 지나칠 만큼 포니를 아끼고 있다. 현대차 역사에 포니는 자랑스러운 존재다. 포니는 어느 개인의 작품이 아니라 현대차 그 자체였다. 포니로 자동차 라이프를 시작한 나에게 포니의 모든 기억은 너무 소중하다. 포니는 현대차의 소중한 자산임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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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박규철PHOTO : 각 제조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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