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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TON MARTIN VANTAGE

신형 밴티지는 순수하다. 스포츠카 세그먼트에 경각심을 일으킬 만큼 파괴력이 크다

2018.10.04

시승차를 받자마자 냅다 경기도 인근의 한 산길로 쐈다. 그리고 한적한 곳에 내려 한참을 머물렀다. 내가 이곳으로 내뺀 건 첫인상 간직이나 둘만의 시간 같은 낭만적 이유가 아니다. 이미 질릴 만큼 살피고 더듬어본 터였다. 신형 밴티지. 스포츠카 브랜드로서의 애스턴마틴 존재 당위를 입증해야 할 차다. 우린 작년 공개 직후 LA 모터쇼에서 안면을 텄고, 지난달 스튜디오에서 화보 촬영을 하며 몸을 섞었다. 하지만 난 이 차를 도로, 그러니까 현실 세계에서 보고 싶었다. 한 브랜드의 변곡점이 될 모델인데 폐쇄된 공간에선 도통 그만큼의 질감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진지한 스포츠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형태가 하나같이 구조나 기능을 따르고 있다. 밴티지 역시 그렇다. V8 엔진을 차축 안으로 밀어 넣을 만큼의 길고 넓은 보닛과 경쾌하면서도 안정적인 주행 감각을 전달할 정도의 휠베이스에서 시작한다. 승객실의 크기나 형상은 그저 여기에 맞춘 듯한 느낌이다. 차체 앞뒤 공간 역시 대부분 성능 향상에 할애하고 있다. 냉각 효율 극대화를 위해 눕혀 단(V 마운트) 라디에이터나 다운포스만을 고려한 듯한 해치 게이트가 대표적이다. 
장식적인 요소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앞 펜더의 에어벤트와 차체 뒤쪽을 가로 지르는 얄따란 테일램프 정도가 전부다. 따라서 다소 심심하게 보일 수 있다. 시승차처럼 라임 컬러를 고르면 모를까. 애스턴마틴이 이토록 화려한 색을 메인으로 내세운 것도 아마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늘어지거나 어색한 구석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균형에 빈틈이 없어서다. 가장 인상적인 건 차체 앞쪽 너비다. 워낙 넓은 까닭에 존재감이 상당하다. 밴티지는 여러모로 비율과 비례를 목숨처럼 여기는 애스턴마틴 디자인 총괄 마렉 라이흐만의 고집이 투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순수하되 힘찬 디자인이지만, 눈길 끄는 요란한 디자인이 취향인 사람에겐 맞지 않을 수도 있겠다. 


어디 생김새만 그러랴. 밴티지는 특성마저 순수하다. 엔진이 좋은 예다. 밴티지는 메르세데스 AMG의 4.0리터 V8 트윈터보 엔진을 얹는다. AMG GT에 들어가는 바로 그 물건이다. 하지만 밴티지는 GT처럼 과격한 소리와 반응으로 사람들을 현혹하지 않는다. 이보다 한층 경쾌한 소리와 매끈한 반응으로 승부한다. 레이스카를 흉내 낸, 연출된 파열음을 쏟아내는 빈도도 훨씬 적다. 


핸들링 특성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서스펜션은 필요 이상으로 단단하지 않다. 그저 반듯한 자세 유지와 자연스러운 무게 이동에 집중하고 있다. 스티어링(전자식)도 반응만 명확할 뿐, 피드백은 날카롭지 않다. 서스펜션 모드는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트랙 등 세 가지가 준비된다. 스포츠 플러스에서는 롤이, 트랙에서는 피칭이 줄어 결과적으로는 앞뒤 반응이 거의 같아진다. 영국 태생답게 코너 안쪽으로 파고드는 감각은 동급 어떤 차보다 강렬하다. 그리고 한계까지 꼿꼿하게 버티다 그를 넘어설 즈음에는 성깔도 부린다. 다소 나긋해진 DB11과는 결이 확연히 다르다. 

 

 

긴장감이 서린 운전석, 밴티지는 럭셔리 GT가 아닌 퓨어 스포츠카를 지향한다. 그만큼 진지하고 빠듯하다. 이런 성향을 알고 나면 밴티지의 안팎 디자인이 납득이 될 것이다.

 

강렬하다. 그리고 한계까지 꼿꼿하게 버티다 그를 넘어설 즈음에는 성깔도 부린다. 다소 나긋해진 DB11과는 결이 확연히 다르다. 
밴티지의 하이라이트는 뛰어난 균형 감각이다. 서투른 조작으로 궤적을 벗어나더라도 그 과정을 아주 솔직하게 전달한다. 아울러 내리막 코너에서조차 엔진 무게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거대한 V8 엔진을 차체 앞쪽에 얹은 스포츠카 중에 이런 감각을 주는 차는 흔치 않다. 앞뒤 무게배분 50:50이 말뿐이 아니란 걸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물론 접지 한계도 굉장히 높다. 


최고출력은 510마력, 최대토크는 69.8kg·m이다. 변속기는 토크컨버터 방식의 ZF제 8단이며 짐작보다 변속 속도가 빠르고 직결감도 뛰어나다. AMG GT S와 비슷한 스펙이지만 차체가 가벼워 가속이 더 빠르고(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시간 3.6초) 몸놀림도 더 경쾌하다. 높은 연비는 덤이다. 


실내는 역대 어떤 애스턴마틴보다도 요란하다. 특히 사각형에 가까운 운전대와 많은 버튼이 복잡하게 놓인 센터페시아가 파격적이다. 그런데 산만하지는 않다. 소재가 조금 더 고급스러웠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이동 수단이 아닌 기계(머신)를 타고 있다는 느낌을 제대로 전달한다. 이런 차를 찾는 사람들의 취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듯하다. 다소 ‘오바’스럽다고 한들 뭐 어떤가. 아무리 신사의 스포츠카 애스턴마틴이라지만 라인업에서 가장 스포티한 모델이니 이 정도는 허용해야 하지 않을까. 밴티지는 분명 DB11, 뱅퀴시, 라피드 등과는 다른 취급을 받을 필요가 있다. DB11에서도 느꼈지만, 계기반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다임러에서 가져온 전장 시스템은 애스턴마틴의 브랜드 성향과도 잘 어울린다. 소규모 스포츠카 브랜드로서는 굉장히 현명한 선택이었다. 

 

밴티지는 이제 포르쉐 911, 메르세데스 AMG GT, 재규어 F타입 등과 경쟁하게 된다. 911은 정교하고 빠르지만 사교성을 키우며 생동감을 잃었고, AMG GT는 과장된 맛이 지나치게 강하며, F타입은 성능보단 감성적인 부분에 치중한다. 반면 밴티지는 FR 스포츠카의 순수성에 집중하고 있다. 밴티지를 타면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가 스포츠카에서 얻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애스턴마틴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것을 묵묵히 해냈다. 이게 비록 흥행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다. 

 

 

ASTON MARTIN VANTAGE
기본 가격 1억980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RWD, 2인승, 2도어 쿠페
엔진 V8 4.0ℓ DOHC 트윈터보, 510마력, 69.8kg·m
변속기 8단 자동
공차중량 1530kg
휠베이스 2704mm
길이×너비×높이 4465×1942×1273mm
복합연비 9.7km/ℓ 
CO₂ 배출량 236g/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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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류민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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