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ISSUE

TCR, 그 숨막혔던 하루

드디어 한국에서 최초로 TCR 경주가 열렸다. 화제의 i30 N TCR은 물론 골프 GTI, 세아트 레온, 혼다 시빅 FK 등 듣기만 해도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투어링카가 가득이다

2018.10.04

 

8월 26일 일요일오전 9 : 50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전날과 달리 해가 보이기 시작했다. 다행이었다. 비가 내리면 드라이버가 온전히 실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관중석은 여전히 한산했지만 연습 주행이 열렸던 어제보단 관람객이 늘었다. 주로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다. 서킷은 이미 엔진 소리로 가득했는데 장난감 자동차처럼 작고 귀여운 코지(Koge)와 포뮬러를 닮은 래디컬이 질주 중이었다. 둘은 전혀 다른 형태의 레이스이지만 장소와 시간 관계상 함께 레이스를 펼쳤다. 총 7바퀴를 돈다. 재밌었던 장면은 코지 선두가 래디컬 후미를 추월하는 순간이었다. 보통 래디컬과 코지는 7랩을 돌았을 때 한 바퀴 이상 차이가 벌어진다(래디컬이 빠르다). 참고로 서킷에서는 후미 차량이 추월하려 하면 비켜주어야 한다. 고의로 진로를 방해하면 페널티를 받는다.

 

 

오전 10 : 30
TCR 아시아와 TCR 코리아에 참가하는 투어링카 17대가 줄지어 출격을 기다리고 있었다. 앞서 코지와 래디컬이 함께 달렸던 것처럼 TCR 아시아와 TCR 코리아 역시 통합전으로 펼쳐진다. 단, 우승자는 시리즈별로 정한다. 그리드에 올라가기 전 가장 많은 이목을 끈 건 인디고 팀의 강병휘 선수가 탄 i30 N TCR이었다. 그는 전날 치러진 예선에서 제일 좋은 기록을 냈다. 사뭇 긴장감이 감도는 TCR 코리아 출전팀들에 비해 TCR 아시아 소속 드라이버와 미캐닉은 매사 활기차고 웃음이 넘쳤다. 실수로 타이어를 놓쳐 데굴데굴 굴러가도 늘 있던 일이라는 듯 웃어넘겼다. 순위를 떠나 모터스포츠 자체를 즐기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오전 10 : 45
피트 게이트가 닫히고 모든 드라이버가 출발 준비를 끝냈다. TCR의 출발은 ‘롤링 스타트’ 방식을 사용한다. 롤링 스타트란, 경기에 참여한 차들이 리드 차의 속도에 맞춰 함께 포메이션 랩을 한 바퀴 돈 후 다시 그리드에 돌아왔을 때 정지하지 않고 바로 경주를 시작하는 걸 말한다. 롤링 스타트는 정지한 상태에서 출발하는 그리드 스타트보다 사고 위험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TCR 코리아는 출발 방식을 조금 뒤틀었다. 1라운드는 출발 순서를 예선 결과 순으로 하되 2라운드는 예선 결과의 역순으로 한다. 쉽게 말해 1라운드와 달리 2라운드는 1등이 꼴찌 되고 꼴찌가 폴 포지션이 된다.

 

모터스포츠의 즐거움은 현장에서 느낄 때 배가된다. 누가 1등을 차지했는지보다 1등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살펴보는 재미다.

 

오전 11 : 30
TCR 코리아 첫 포디엄 주인공이 가려졌다. 브랜드뉴 레이싱 팀의 앤드류 김이 골프 GTI TCR을 타고 1위를 차지했다. 드림레이서 팀의 김병현과 인디고 팀의 조훈현이 각각 2위와 3위로 뒤를 이었다. TCR 아시아 1위는 14랩을 35분 08초 만에 완주한 칸타디 쿠시리였다. 그는 세아트 레온 TCR SEQ를 탔다. TCR 아시아 1위와 TCR 코리아 1위의 기록 차이를 보면 전체 랩타임은 약 37초, 베스트 랩은 약 2.6초 차이가 났다. 1000분의 1초를 다투는 레이싱 세계에서 2.6초는 어마어마한 차이다. 아시아의 벽이 높았던 걸까? 아니나 다를까, 기자회견에서 ‘TCR 아시아 선수와의 기록 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이 나왔다. 돌아온 답은 ‘타이어와 적응 시간’이었다. TCR 아시아는 미쉐린 타이어, TCR 코리아는 금호타이어를 신었다. 두 타이어는 폭은 물론 콤파운드도 다르다. 또한 TCR 아시아는 이미 여러 라운드를 겪으며 타이어와 차에 적응할 시간이 충분했지만, TCR 코리아는 첫 라운드이다 보니 적응할 시간이 모자라 최적화가 덜 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오후 12 : 05
숨 쉴 틈 없이 오전이 지나갔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WTCR의 제왕 가브리엘 타르퀴니가 i30 N TCR에 일반인을 태우고 서킷을 도는 택시 이벤트가 펼쳐졌다. 벨로스터 N 구매고객 중 추첨을 통해 선발된 13명이 타르퀴니의 옆자리에 앉는 행운을 누렸다. 실시간으로 택시 내부 모습이 중계됐는데 타르퀴니의 빠른 운전에 놀란 사람들의 표정이 우스꽝스러웠다. 짧은 휴식 시간 동안에도 패독은 2라운드 준비가 한창이었다. 후미 추돌사고로 하위권에 머물러야 했던 인디고 팀의 강병휘는 굳은 얼굴로 서킷과 차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후 1 : 30
TCR 코리아 개막식이 열렸다. 개막식 이후 이어질 TCR 2라운드를 위해 모든 경주차가 그리드에 오른 채로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오전에도 오락가락하긴 했다. 갑작스러운 비에 가장 당황스러운 건 각 팀의 미캐닉들이다. 그들은 비가 계속 내릴지, 내린다면 얼마나 더 내릴지 판단해야 한다. 만약 비가 계속 내릴 것 같다면 홈이 파인 웨트 타이어로 교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팀마다 대처가 달랐다. 바로 타이어를 갈아 끼우는 팀이 있는가 하면 갈아 끼울 준비만 하고 결정을 늦추는 팀도 있었다. 어떤 드라이버는 미캐닉에게 “달리다가 날씨 개면 타이어를 바꿀 수도 있으니 준비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후 2 : 45
수중전의 승자는 강병휘였다. 초반부터 선두를 지켰다. KMSA의 강동우는 경주차 결함으로 그리드에서 출발하지 못하고 따로 출발했음에도 2위에 올랐다. 기복 없는 기량을 보인 김병현은 1라운드 2위에 이어 2라운드 3위를 기록했다. 4년 만에 국내 경기에 출전해 포디엄 꼭대기에 오른 강병휘는 “1라운드 추돌사고가 매우 아쉬웠다”고 말하며 “앞으로 더욱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간단한 소감을 밝혔다.

 

 

오후 3 : 10
패독을 거닐던 중 TCR 아시아 출전 선수를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오전에 1위를 했던 쿠시리와 오후에 1위를 차지한 루카였다. 둘은 각각 태국과 독일 출신인데도 매우 친한 듯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 대한 소감을 묻자 긴 직선 구간이 인상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직선 구간에서 최대 속도를 내면서도 코너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 경주차 세팅을 손보아야만 했는데 그 작업이 까다로웠다고도 털어놓았다. 오전에 쿠시리에게 밀려 2위를 차지했던 루카는 “오전에는 서킷에 적응하지 못했다. 오후엔 적응했고, 그래서 내가 이겼다”며 농담을 던졌다.

 

 

오후 5 : 10
래디컬&코지 레이스를 끝으로 모든 경기가 끝났다. 바쁘게 돌아가는 경기 일정을 쫓아다닐 땐 몰랐는데 한 걸음 물러서서 살펴보니 아쉬운 점이 눈에 들어왔다. 관람객이 즐길 거리가 부족했다. 경품 행사는커녕 푸드 트럭 한 대조차 없었다. 그들만의 리그가 되지 않기 위해선 관람객이 참여할 만한 이벤트나 부스를 적극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3라운드와 4라운드는 9월 29~30일 인제스피디움에서 열린다. 날씨도 화창할 예정이라고 하니 보다 많은 관람객이 방문해 다채로운 행사를 즐기길 바라본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레이싱, TCR, 모터스포츠, 경주, TCR 코리아, TCR 아시아, 강병휘, 래디컬, 코지, 폭스바겐, 골프 GTI TCR, 세아트, 레온 TCR SEQ, 현대, i30 M TCR, 혼다, 시빅 FK TCR, MOTOR TREND, 모터트렌드코리아, 모터트렌드코리아닷컴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CREDIT

EDITOR : 박호준PHOTO :

모터 트렌드 ©motortrendkorea.com, ©motortrendkorea.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