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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EV라고 과연 ‘노잼’일까? 메르세데스 벤츠 GLC & 볼보 XC90

PHEV라고 모두 지루한 친환경차는 아니다. 여기 두 대의 SUV는 효율과 운전 재미를 모두 잡았다

2018.10.12

 

요즘 유럽에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차가 인기다. 독일차를 중심으로 인기를 더해간다고 하는데 이유가 궁금하다. 흔히 PHEV를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옮겨가는 과정에 있는 차라고 한다. 이 말은 어중간한 미완성의 차가 아니라 지금 가장 현명한 선택이 되는 차라는 뜻이다. PHEV는 엔진에 모터를 더한 하이브리드 차다. 그런데 배터리 크기를 조금 키웠다. 그리고 외부에서 충전을 한다. 전기모드로는 보통 20킬로미터 이상 달린다. 전기차에 엔진을 더한 차는 주행거리 불안을 겪을 필요가 없다.

 

 

PHEV의 장점을 요약하면 우선 가속할 때 전기모터의 힘을 빌릴 수 있다. 독일 하이브리드 차들이 일본차와 다른 건 하이브리드의 목적이 연비를 높이는 것보다 고성능을 얻는 데 있다는 거다. PHEV는 효율을 높일 뿐 아니라 역동적인 성능으로 운전의 재미를 더한다. 가장 중요한 매력 포인트다. 물론 비교적 작은 엔진을 얹어 연비도 추구한다. 모터의 힘을 더하면 큰 엔진 같은 힘을 낼 수 있다.

 

 

둘째로 PHEV는 전기차가 아니므로 앞서 언급한 ‘주행거리 불안’이 없다. 매일 충전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셋째는 기존 모델로 만들어 겉모습이 평범(?)하다.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인 토요타 프리우스같이 이상한 모양이 아니다. 운전 감각도 마찬가지다. 넷째, 친환경차로 대접받을 수 있다. 요즘처럼 디젤차를 타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없다. PHEV는 주행 중에도 충전이 가능하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나 관성 주행을 하면서 충전한다. 그리고 차값도 기본 모델과 비교해 크게 비싸지 않다. 정부 지원금이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일반 엔진 모델과 차이가 크지 않다.

 

하지만 PHEV에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첫 번째 단점을 꼽자면 전기차처럼 자기만의 주차공간이 필요하다. 밤에 충전을 할 수 있어야 아침에 PHEV를 타는 의미가 있다. 둘째, 전기로 달리는 거리가 짧다. 대부분의 PHEV는 전기모드 주행거리가 20~30킬로미터에 머문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의 출퇴근 거리가 이 안에 들어온다는 통계가 있다. 잘만 운전하면 전기모터로 회사까지 갈 수 있단 얘기다. 회사에서 다시 충전하고 집에 온다면 휘발유를 전혀 쓰지 않고 탈 수도 있다. 주유소는 1년에 한 번만 가면 된다. 단거리를 달리고 자주 충전한다면 PHEV의 경제성은 최고조에 달한다. 어쩌다 멀리 갈 일이 있으면 기름을 넣으면 된다. 이 말을 뒤집으면 아무래도 하이브리드 차는 도심에서 유리하다. 장거리를 자주 달리는 사람에겐 이점이 크지 않다. PHEV는 무게도 무겁다. 하지만 이는 달릴 때 안정감을 더하는 효과도 있다.

 

 

PHEV의 연비는 나라마다 측정 기준이 다르다. 진정한 의미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볼보 XC90 T8의 우리나라 공인 복합연비는 리터당 9.5킬로미터인데 미국에서는 연비가 리터당 25킬로미터로 인증이 났다. 유럽에서는 그 이상이다. 전기모드로 얼마를 달리고, 내연기관으로 얼마를 달려 평균을 어떻게 내느냐에 따라 수치는 달라진다. 내연기관 엔진만의 연비를 강조하는 건 PHEV의 특징을 왜곡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아우디 등 독일차는 모든 모델에 PHEV를 늘려가는 중이다. 벤츠는 친환경차 브랜드 EQ에 PHEV를 앞세우고, BMW는 PHEV 전용 브랜드 ‘i 퍼포먼스’를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PHEV는 완벽한 친환경차로 가는 과정의 차지만, 고객이 (연료 걱정 없이) 마음 놓고 타는 차라서 반갑다. 순수 전기차가 아니라서 완벽하진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타면 환경에 도움이 된다. 완벽하지만 상대적으로 타는 사람이 적은 전기차가 환경에 기여하는 바는 크지 않아 보인다. 오늘 온 볼보와 벤츠는 모두 <모터 트렌드> ‘올해의 차’에 뽑힌 적 있는 대단한 차들이다. XC90는 2016년, GLC는 2017년 ‘올해의 SUV’였다.

 

 

MERCEDES-BENZ GLC 350 E
GLC 350 e는 C 클래스 급의 SUV로 보면 된다. 부드럽고 볼륨감 있는 차체가 작은 듯하지만 뒷자리는 여유롭다. E 클래스 섀시에 C 클래스의 기능을 담아 만들었기 때문이다. 적당한 크기는 다루기 쉬워 보인다. 운전석은 적당히 높아 시야가 탁 트였다. 왜건 형태라 상당한 짐도 실을 수 있다. 어느덧 눈에 익은 벤츠만의 모습이 정겹다.

 


211마력을 내는 2.0리터 휘발유 터보 엔진과 116마력의 전기모터로 시스템 출력 320마력, 최대토크 57.1kg·m를 낸다. 2120킬로그램의 차를 가볍게 몰아치는 강력한 성능이다. 5.9초라는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 시간은 하이브리드의 목적이 연비에만 있진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7단 기어트로닉을 통해 최고속도는 시속 235킬로미터를 찍는다. 주행모드는 컴포트와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에코, 인디비주얼 등이 있는데 모드에 따라 성격 차이가 뚜렷하다. 에코와 컴포트에서는 효율 높이기에 집중하고, 스포츠와 스포츠 플러스에서는 적극적인 가속으로 신바람 나는 차가 된다.

 

 

네 가지 충전 모드가 있는데 에코와 컴포트 모드로 달릴 땐 하이브리드, E 모드, E 세이브, 충전 중 하나를 설정할 수 있다. 스포츠나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전기모터를 사용해 최대 성능을 끌어내기 때문에 충전을 할 수 없다. ‘어떤 모드로 달릴까?’ 머리가 조금 복잡하지만 즐거운 고민이다. 스포츠 모드로 신나게 달리다 전기가 떨어지면 차가 둔해지고, 달리면서 전기가 모이면 다시 스포츠 모드로 몰아친다. 무거운 차가 가볍게 날뛴다. 배터리가 바닥난 차를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다시 충전한다. 도심에 들어서서 전기모드로 달리니 에너지가 공짜 같다. 전기로 달리는 차에 리터당 9.7킬로미터의 공인연비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디젤차로만 알던 GLC를 전기차로 몰아가는 감회가 새삼스럽다.

 

 

GLC는 전기모드로 최대 15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다고 인증이 났다. 일본에서는 20킬로미터, 유럽에서는 30킬로미터 이상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 인증기관은 PHEV에 무척 인색한 것 같다. 드라이버 어시스턴스 패키지는 앞차와 속도를 맞춰 스스로 거리를 유지하고 차선을 따라 달린다. 발끝에서 꿈틀거리는 햅틱 가속페달은 내게 많은 정보를 주려 하지만 짧은 시승 동안 그 깊은 뜻을 헤아릴 수 없었다. GLC 350 e는 국내에 선보인 벤츠의 첫 번째 EQ 파워 브랜드 모델이다. 아주 괜찮은 GLC에 고효율과 성능을 더했다. 단단하고 세련되며 고급스럽고, 엔지니어링이 뛰어나니 가치가 더욱 커 보인다. PHEV인데 값도 비싸지 않다. 오히려 GLC 250 d 쿠페보다 싸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차는 일상적으로 쓰기에도 완벽해 최고의 패밀리카가 아닌가 싶다. 유일한 흠은 애매한 높이의 발판이 자꾸 바지를 더럽힌다는 거다.

 

 


 

 

VOLVO XC90 T8
영국의 고급 호텔마다 늘어선 롤스로이스는 귀족적인 분위기를 완성한다. 여기엔 랜드로버 레인지로버도 어울렸다. XC90의 4인승 최고급 모델인 엑설런스는 자연스럽게 이 대열에 합류한다. SUV 타입 리무진은 고급스러움과 더불어 대(對)테러 기능도 갖춘 것 같은 터프함을 안겨준다. GLC보다 한 급 위인 XC90는 유행을 타지 않는 듬직한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XC40에 비하면 심심한 모양이지만 그만큼 점잖아 보인다. 벤틀리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로빈 페이지를 데려와 만든 실내는 고급차가 되기로 작정했다. 나파 가죽과 우드그레인, 크롬으로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의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시승차인 엑설런스 모델은 250년 전통의 크리스털 회사 오레포스가 제작한 크리스털 기어레버와 뒷자리 와인글라스로 스웨덴 럭셔리의 끝판을 보여준다. 화물칸과 격리된 벽은 실용성을 포기하고 만들어낸 우아함의 절정이다.

 

 

2.0리터 4기통 엔진은 슈퍼차저와 터보차저를 모두 달아 최고출력 318마력을 낸다. 낮은 회전영역에서는 슈퍼차저가 강제로 공기를 불어넣고, 고속에서는 터보차저가 돌아간다. 여기에 87마력의 전기모터가 더해져 시스템 출력이 405마력, 최대토크가 65.3kg·m다. 2355킬로그램의 차를 5.6초 만에 시속 100킬로미터로 밀어대는 힘이다. 볼보의 모든 차가 4기통 엔진 하나로 통일한 것은 연간 30만대를 생산하는 작은 회사의 생존에 필요했기 때문이다(생산량이 두 배 이상 늘어난 최근 볼보는 3기통 엔진을 추가했다). 작은 엔진을 얹으면 앞 오버행을 짧게 하고, 엔진을 대시보드에서 멀리 달 수 있다. 작은 엔진 덕에 앞부분이 가벼워 만족할 만한 핸들링을 얻을 수도 있다.

 

 

엔진은 앞바퀴를 굴리고 뒷바퀴는 전기모터가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프로펠러 샤프트가 없어 그 사이에 배터리를 채운 XC90 T8은 무게중심이 낮고 앞뒤 밸런스가 좋다. 드라이브 모드는 AWD, 퓨어, 하이브리드, 파워, 오프로드, 인디비주얼 등이 있는데 모드에 따라 세팅이 바뀌고 차의 높이도 달라진다. GLC와 달리 충전모드가 없어 고민거리가 하나 줄었다. 주행모드마다 모든 조절이 자동으로 이뤄져 난 그저 맘 편히 운전만 하면 된다. 힘이 여유로운 차는 가볍고 순발력이 좋으며 나긋나긋하다. 정체되는 도로에서 재빠른 동작이 가능한 운동성능이다. 에어 서스펜션으로 두루뭉술해진 느낌마저 감미롭다.

 

 

달리는 중에도 충전은 빠르게 된다. 배터리가 차오르면 기어레버를 B로 옮겨 전기로만 달린다. 우리나라에서는 전기모드로 24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다고 인증이 났지만 외국 시승기에는 40킬로미터 이상 달린다고 쓰여 있다. 흠, 인증기관의 PHEV를 바라보는 시선이 좀 더 너그러웠으면 한다. PHEV는 널리 알려 많은 사람이 타도록 장려해야 할 차다. 재미있게 탈 수 있는 친환경차다.
글_박규철(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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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서인수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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