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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멈출 수 없는 속도를 향한 도전

속도에 대한 갈망은 인간의 본능이다. 자동차가 개발된 이후 이 본능은 점점 더 뜨겁게 끓어오르고 있다.

2018.10.12

블러드하운드SSC

 

왜일까? 인간은 끊임없이 속도에 도전해왔다. 두 다리로 달리기 실력을 가리기 시작했고 말을 타고도 누가 더 빠른지 자웅을 겨뤘다. 자동차가 개발된 이후 속도에 대한 욕망은 자동차로 넘어갔다. 일정한 코스를 자동차로 누가 더 빠르게 달리는 지를 겨루는 모터스포츠는 1894년 처음 열렸다. 세계 최초의 가솔린 자동차 페이턴트 모터바겐이 대중에 처음 판매되기 시작한 게 1886년이니까 이로부터 딱 8년 후 모터스포츠가 시작됐다.

 

최초의 모터스포츠 우승자 알베르 레미트레와 푸조 타입-7

 

최초의 모터스포츠
1894년이면 고종 31년이다. 조선이 막바지로 치닫던 갑오년이다. 동학농민운동이 벌어지고 갑오개혁이 시작되던 바로 그 해 7월 22일 프랑스에서는 세계 최초의 모터스포츠가 개최됐다. 파리와 루앙을 왕복하는 126킬로미터 코스를 달렸다. 총 102대가 참가했지만 완주한 건 21대에 불과했다. 가장 빨리 결승점에 도착한 건 쥘 알베르 드 디옹이었다. 직접 제작한 증기기관자동차로 6시간 48분 만에 완주했다. 시속으로 따지면 18.66킬로미터다. 지난 9월 16일 2시간 1분 39초라는 마라톤 세계신기록을 작성한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 선수의 당시 평균 속도가 시속 20.9킬로미터였다. 드 디옹의 증기기관차와 42.195킬로미터에서 경쟁했다면 킵초게 선수가 이겼을 법한 기록이다.

 

하지만 세계 최초의 모터스포츠 우승자로 역사에 남은 건 알베르 레미트레가 운전한 푸조의 타입-7이다. 당시는 실질적인 경주보다는 실험적인 성격이 강했다. 때문에 기록은 물론 승차감과 안정성, 연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우승자를 가렸다. 타입-7은 다임러가 만든 가솔린 엔진으로 바퀴를 굴렸다. 증기기관자동차로는 가솔린 자동차의 승차감과 안정성 등을 이겨내지 못했다.

 

최초로 가장 빠른 자동차 기록을 세운 전기차 쟝토 듀크

 

세상 빠른 옛날 전기차
세상 가장 빠른 자동차로 공식 인증 받은 최초의 자동차는 전기차다. 1898년 12월 18일 작성된 기록인데 프랑스의 쟝토라는 자동차 제조사에서 만든 듀크다. 당시 시속 63.15킬로미터로 인류 최초의 기록을 남겼다. 당시 인증한 기관은 1895년 설립된 프랑스 자동차 클럽이다. 최초의 자동차 경주에서 가장 먼저 결승점을 통과했던 드 디옹이 설립한 단체다. 참고로 그는 파리모터쇼의 공동 설립자이며 현재 스마트 포투와 포포 등에 쓰이는 드디옹 서스펜션의 개발자이기도 하다. 한편 국제자동차연맹(FIA)은 1904년 6월 20일 프랑스 파리에서 결성됐다.

 

최초로 시속 100킬로미터를 넘어선 라자메꽁땅뜨

 

이후 세계 최고속도 자동차 기록은 전기차가 연속으로 5번이나 갈아치웠다. 처음으로 시속 100킬로미터를 돌파한 것도 전기차다. 라자메꽁땅뜨라는 모델이었다. 오직 속도 기록만을 위해 만들어진 최초의 자동차다. 앞뒤로 뾰족한 원뿔이 달린 짧은 원기둥 아래 바퀴 네 개가 달려있는 모습이다. 운전자의 상체는 차체 밖으로 불쑥 올라온다. 참고로 라자메꽁땅뜨는 우리말로 ‘결코 만족하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가드너 세흐뽈레의 증기기관 자동차 오프드빠뀌에

 

증기기관의 폭주
전기차를 처음 제친 건 1902년이었다. 내연기관차일까? 아니다. 증기기관 자동차다. 지금 생각하면 증기기관 자동차라니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20세기 초까지 증기기관 자동차는 대중형 승용차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퀴뇨의 증기기관 자동차를 떠올릴 필요도, 석탄을 태우는 증기기관 열차의 초대형 보일러를 생각할 필요도 없다. 초기 자동차는 대부분 마차를 기본 형태로 삼아 만들어졌다. 때문에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자동차와 형태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보일러가 보닛 쪽에 들어가 있었고 경유를 태워 물을 끓였다. 물론 보일러와 물 때문에 무게가 많이 나갔고 무게중심도 보일러 쪽으로 많이 쏠려 있었다. 안정적으로 달리기 쉽지 않은 구조였다.

 

하지만 가드너 세흐뽈레에서 만든 증기기관 자동차 오프드빠뀌에는 끝내 세상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시속 120.8킬로미터를 기록했다. 인류가 지상에서 처음으로 시속 100킬로미터를 돌파하고 난 뒤 3년이 지난 1902년 4월 13일 벌어진 일이다. 부활절 달걀이란 뜻의 자동차 이름이 속도를 향한 열정에 행운이 깃들게 한 건 아닐까?

 

포드 999

 

내연기관의 등장
내연기관을 품은 차가 세상 가장 빠른 자동차의 지위에 오른 건 ‘부활절 달걀’의 신기록이 작성되고 딱 4개월만이었다. 1902년 8월 5일 모흐가 만든 제드라는 차였다. 역시 프랑스에서 만들었다. 1903년까지 나온 기록은 모두 프랑스에서 만든 차들이 갈아치웠다. 프랑스를 처음 꺾은 나라는 미국이었다. 포드가 만든 999라는 경주용차가 시속 136킬로미터를 기록하며 세상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가 됐다. 당시 이 차를 운전한 사람은 헨리 포드였다. 의외라 생각하겠지만 사실이다. 포드를 설립한 그 헨리 포드. 시속 136킬로미터는 주행 거리를 1킬로미터로 제한했을 때의 속도다. 1마일, 즉 1.609킬로미터까지 주행거리를 늘리면 999의 최고속도는 시속 147.05킬로미터까지 올라갔다.

 

최초로 시속 200킬로미터의 벽을 허문 스텐리 로켓. 증기기관 자동차다.

 

열차를 제치다
최초로 시속 200킬로미터를 넘어선 건 1906년의 일이다. 미국의 스탠리에서 만든 로켓이란 자동차가 미국 플로리다의 데이토나 해변에서 시속 205.44킬로미터를 기록했다. 1906년 당시 시속 200킬로미터라면 대중들은 정말 이름처럼 쏘아 올려 날아가는 느낌을 받았을 듯하다. 스탠리 로켓이 작성한 기록은 최초의 시속 200킬로미터 돌파뿐만이 아니다. 자동차가 열차의 속도를 넘어선 것도 이때가 처음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열차는 정규 운행 열차를 말한다. 더불어 시속 205.44킬로미터는 2009년까지 증기기관 자동차가 기록한 가장 빠른 속도였다.

 

자연흡기 엔진을 품은 속도 머신 골든로드

 

내연기관의 한계는 어디?
내연기관, 흔히 말하는 엔진으로 세계를 제패한 마지막 기록은 1960년 세워졌다. 9월 9일 챌린저 Ⅰ이라는 차가 미국 보네빌 소금사막에서 654.56킬로미터를 기록했다. 슈퍼차저가 더해진 GM의 V8 엔진이 들어갔다. 그런데 5년 뒤 이 기록이 깨진다. 그러나 터보차저나 슈퍼차저 같은 과급기를 더한 엔진이 아니었다. 자연흡기 엔진이었다. 밥 써머스가 드라이버로 나선 골든로드였다.

 

골든로드는 1965년 11월 12일 미국 보네빌 소금 사막에 올라섰다. 챌린저 Ⅰ은 오직 기록 경신을 위해 만들어졌다. 마치 날개 잃은 전투기처럼 낮고 가늘며 길게 뻗었다. 공기저항계수는 Cd=0.1165. 이는 사상 가장 낮은 공기저항계수를 기록한 차에도 한동안 이름을 올려놓게 했다. 일반적인 승용차가 Cd=0.30 안팎 수준인 걸 생각하면 반도 안 되는 수치다. 기다란 보닛 아래 숨어든 크라이슬러의 V8 헤미 엔진은 2400마력을 뿜어냈다.

 

골든로드는 1마일을 달렸다. 속도계는 시속 658.526킬로미터를 나타냈다. 가장 빠른 자연흡기 엔진 자동차가 탄생한 순간이다. 골든로드는 2010년 9월 21일 스피리트오브레트가 시속 666.777킬로미터를 기록하기 전까지 무려 44년 10개월 12일 동안 가장 빠른 자연흡기 자동차의 영광을 안고 있었다.

 

스피리트오브아메리카와 크렉 크리드러브

 

제트엔진의 시대
골든로드는 아쉽게도 모든 자동차의 꼭대기에 올라설 수 없었다. 1964년 10월 2일 윙풋익스프레스가 비행기에나 쓰이는 제트엔진을 장착하고 시속 665킬로미터를 달성했기 때문이었다. 이후에는 모두 제트엔진을 붙이고 비행기처럼 수직 꼬리날개를 달고 나온 차들이 지상의 속도를 지배했다. 제트엔진의 시대가 활짝 열린 셈이다.

 

제트엔진은 속도계가 올라가는 속도를 마치 날아가는 속도처럼 끌어올렸다. 시속 700킬로미터의 벽을 처음 허문 건 1964년 10월 13일이었다. 스피리트오브아메리카가 시속 754.330킬로미터를 찍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일이 이틀 뒤 벌어졌다. 같은 차를 같은 드라이버 크렉 브리드러브가 몰았는데 시속 846.961킬로미터까지 기록을 끌어올렸다. 엄청난 시험주행에 이어진 역사적인 ‘하드 캐리’, 아니 ‘스피드 캐리’가 눈앞에서 펼쳐졌다.

 

그린 몬스터와 아트 아퐁스

 

하지만 이 기록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불과 12일 뒤인 1964년 10월 27일 아트 아퐁스의 그린 몬스터가 시속 863.751킬로미터로 새로 기록을 갈아치웠다. 1년 뒤인 1965년 11월 2일 크렉 브리드러브가 스피리트오브아메리카-소닉 1으로 시속 893.666킬로미터까지 내달리며 복수하는 듯 했지만 겨우 5일 뒤인 11월 7일 아트 아퐁스는 다시 그린 몬스터로 시속 927.872킬로미터를 기록하며 크렉 브리드러브를 멋쩍게 했다.

 

하지만 크렉 브리드러브는 1년 전 일을 잊지 않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딱 8일 만에 다시 스피리트오브아메리카-소닉 1으로 도전했다. 시속 966.574킬로미터. 치열한 경쟁에 이렇게 마침표를 찍었다.

 

스러스트SSC

 

초음속 돌파, 그 후
이후로도 속도에 대한 도전은 내내 이어졌다. 1970년에는 드디어 시속 1000킬로미터의 벽이 무너졌다. 1997년에는 결국 소리까지 앞지르며 초음속을 깨뜨려버렸다. 주인공은 바로 스러스트SSC다. 약속의 땅은 미국 블랙 록 사막이었다. 도전은 1997년 9월 25일과 10월 15일,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첫 도전에서는 시속 1149.303킬로미터를 기록했다. 음속, 그러니까 마하 1은 시속 1224킬로미터다. 이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세계기록은 세웠다. 그리고 운명의 두 번째 도전. 영국 공군 소속의 전투기 조종사 앤디 그린은 스러스트SSC를 끝까지 몰아붙였다. 마침내 따라잡은 음속. 속도계는 조금 더 올라가 시속 1227.986킬로미터까지 치솟았다. 인류는 이렇게 지상에서 처음 음속을 돌파했다.

 

블러드하운드SSC

 

스러스트SSC가 음속을 돌파한 지 벌써 20년이 지났다. 하지만 지상 최고속 기록은 여전히 스러스트SSC의 이름만 외롭게 남겨졌다. 속도에 대한 도전이 멈춰버린 걸까? 아니다. 10년 전 심은 꿈의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 이제 결실을 맺기 직전에 다다랐다. 바로 블러드하운드SSC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에는 영국을 중심으로 10개 이상의 기업과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목표는 시속 1000마일, 즉 시속 1609킬로미터 돌파다.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에 들어가는 롤스로이스제 유로젯 EJ200 터보제트엔진이 추진기로 들어간다. 여기에 미사일과 탄약, 추진체 등을 만드는 방산업체 남모의 HTP 하이브리드 로켓을 주요 추진기로 더했다. 시속 500킬로미터 부근까지는 터보제트엔진이, 그 이상은 하이브리드 로켓이 블러드하운드SSC를 밀어붙인다. 재규어의 V8 엔진도 들어간다. 하지만 로켓에 사용되는 산화제 펌프를 돌리는 보조동력원으로만 사용된다.

 

블러드하운드SSC

 

지난 9월 26일 영국 콘월공항에서 스러스트SSC를 몰았던 앤디 그린과 함께 시범 주행도 마쳤다. 시속 338킬로미터까지 속도를 내며 몸을 풀었다. 1차 도전은 내년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학스킨 판에서 속도테스트 겸 1차 도전을 실시한다. 이미 이곳에 길이 19킬로미터, 폭 3킬로미터 규모의 시험주행 구역을 마련했다.

 

목표로 하는 시속 1609킬로미터에 도달하리라 기대하진 않는다. 다만 앞으로 3년간 도전하면서 이뤄낼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럼에도 내년이면 스러스트SSC의 기록은 넘어서리라 기대하고 있다. 과연 인류는 지상에서 시속 1000마일을 넘어설 수 있을까? 블러드하운드SSC는 그 물음에 답하고자 담금질을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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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고정식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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