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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전기차는 누구? 현대 코나 일렉트릭 vs. 쉐보레 볼트 EV Part. 1

‘가장 현실적인 전기차’라는 타이틀을 두고 두 차가 맞붙었다. 승부는 예상외로 박빙이었다. 누가 이겨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2018.11.08

 

드디어 ‘헤드투헤드’ 무대에 전기차가 올랐다. 그만큼 전기차도 현실성과 대중성이 짙어졌다는 이야기다. 이번 대결이 성사될 수 있었던 건, 오로지 오늘의 주인공인 현대 코나 일렉트릭과 쉐보레 볼트 EV 덕분이다. 지금껏 이 두 차처럼 합리적인 가격과 납득할 만한 주행가능거리를 모두 갖춘 전기차는 없었다.

 

물론 그중 핵심은 주행가능거리다. 제원에 따르면 코나 일렉트릭은 한 번 충전으로 406킬로미터를, 볼트 EV는 383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다. 그러니까 운전습관 차이, 냉·난방장치 사용 유무 등 실제 주행환경을 고려해도 300킬로미터는 충분히 달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수치가 가지는 의미는 생각보다 크다. 이 정도의 주행가능거리면 고속도로에서 2시간은 별 고민 없이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2시간이면 운전자도 쉬어야 하고, 그때마다 급속 충전을 이용하면 장거리 주행에서도 불편을 느낄 일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참고로 두 차의 스펙은 거의 비슷하다. 코나 일렉트릭과 볼트 EV의 최대토크는 각각 40.3kg·m, 36.7kg·m이며 최고출력은 204마력으로 같다. 배터리는 코나 일렉트릭이 64kWh로 볼트 EV보다 4kWh 크다. 코나 일렉트릭의 시작 가격은 4961만원, 볼트 EV는 4558만원이며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을 따진 실제 구매가는 이보다 1700만원 낮다(2018년 서울 기준). 즉, 이제 우리도 주행가능거리 400킬로미터 남짓의 전기차를 3000만원 언저리로 살 수 있게 된 셈이다.

 

 

주행 품질 및 핸들링
껑충한 외모와는 달리 주행 성능과 핸들링은 볼트 EV가 더 야무졌다. “볼트 EV는 손이 즐거운 차야.” 이진우 편집장이 이렇게 말할 정도로 스티어링 감각이 뛰어났다. ‘록투록’이 2.9회전인, 요즘 차 기준으론 긴 편인 스티어링 기어비 때문에 조향 응답이 느리다고 착각한 에디터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입력한 만큼 정확하게 앞바퀴가 방향을 틀고, 그 과정에서의 감각도 정직하고 명료했다. 슬라럼이나 급차선 변경 테스트에서도 볼트 EV의 정직하고 깔끔한 감각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앞바퀴는 정확하게 운전자가 의도한 만큼 돌아갔고 뒷바퀴는 토션빔 액슬 방식에도 불구하고 전혀 허둥거리지 않았다. 과연 소형차다운 깔끔한 조종 감각이었다.

 

이런 결과에는 볼트 EV의 뛰어난 접지력이 큰 역할을 한다. 특히 시승날처럼 노면이 젖은 경우에는 그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시속 60킬로미터에서 15미터 간격의 슬라럼 정도로는 방향 전환은 물론 명료한 감각에 전혀 문제가 없고 같은 속도에서 급작스러운 회피 기동에서도 언더스티어만 약간 커질 뿐 예측하기 쉬운 감각으로 추스르고 안정성을 되찾는다. 그래서 “볼트 EV는 전기 스포츠카 같아요”라고 말하는 김선관 에디터가 이해가 됐다.

 

 

하지만 1.7톤이나 되는 차가 이런 소형차의 감각을 재현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볼트는 차체도 높고, 시트 포지션도 높아 코나 일렉트릭보다 무게중심이 높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더욱 칭찬받을 만한 일이다. 물론 전체적으로 단단한 서스펜션이 차체의 거동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것만이 이유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아마 전기차를 위해 설계한 전용 플랫폼의 밸런스가 이런 느낌을 주는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매우 정교한 튜닝과 ESC의 섬세한 개입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감각이 갑자기 무너지지 않았고 ESC도 아주 정확한 타이밍에 필요한 양만큼만 개입해 움직임을 뒤흔들지 않았다. 튜닝의 수준, 즉 질감이 높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인 면이었다. 하지만 단단한 서스펜션과 짧은 휠베이스, 높은 지상고가 만나면 탑승자의 몸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매끄러운 구름 질감에도 불구하고 볼트 EV의 가장 큰 단점은 승차감이었다.

 

 

코나 일렉트릭은 볼트 EV와 비슷한 듯 상당히 달랐다. 일단 빠르고 역동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그게 과장된 연출이라는 점을 깨달은 후 바로 아쉬움으로 바뀌었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힘이 훨씬 센 것처럼 앞바퀴가 헛돌며 출발한다. 사실 가속페달의 과도한 초기 입력일 뿐 진짜 출력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직진 상황에서는 큰 문제가 없지만 코너링에서는 갑자기 언더스티어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그리고 이때 VSM이 안정성을 되찾기 위해 격하게 개입하는데, 이 과정이 상당히 거칠다. 그래서 사람이 느끼는 안정감은 더 떨어진다. 이런 증상은 슬라럼과 급차선 변경 테스트를 할 때 나를 괴롭혔다. 마른 노면이었다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접지력이 떨어지는 빗길 상황이라 제 실력이 드러난 셈이었다.

 

승차감은 코나 일렉트릭이 더 좋다. 중속대까지의 주행 안정성도 더 좋은 편이다. 그런데 코나 일렉트릭은 내연기관을 위해 개발된 플랫폼을 전기차에 맞게 개조해서 쓴 제품이다. 차체 바닥 전체에 배터리를 까는 등 아이오닉 일렉트릭에 비해 밸런스를 신경 쓰긴 했지만 그래도 처음 설계보다 뒷바퀴 하중이 늘어났다는 점은 피할 수 없다. 따라서 뒤 서스펜션이 상대적으로 더 딱딱하다. 앞좌석에서만 승차감이 좋게 느껴지는 이유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디자인은 볼트 EV가 더 산뜻하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유용한 기능이 별로 없다. 내비게이션도 지원하지 않는다. 반면 코나 일렉트릭의 내비게이션은 충전소를 찾아주기도 한다.

 

그런데 뒤 서스펜션이 단단하면 언더스티어가 줄고 오버스티어를 보이는 경향으로 변한다. 실제로 슬라럼 테스트에서 한계에 다다르면 앞바퀴는 접지력 부족으로 부풀어나가는데, 뒷바퀴는 오히려 바깥으로 휙 하고 벗어나는 경향이 있었다. 코나는 젊은 차다. 주행 감각도 좋다. 하지만 좀 더 세심한 튜닝이 아쉽다.

 

 

주행 성능과 테스트 결과
가속 테스트에선 출력은 조금 낮지만 그만큼 차체도 가벼운 볼트 EV가 이겼다. 하지만 무게가 원인은 아닌 것 같다. 앞서 설명한 제어 장비의 완성도와 접지력 차이가 승부를 결정지은 듯하다. 코나 일렉트릭은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앞바퀴가 그냥 헛도는 반면, 볼트 EV는 헛도는 순간 트랙션 컨트롤이 이를 아주 섬세하게 제어하기 시작한다. 시속 60킬로미터까지 타이어 마찰음이 작지만 꾸준하게 들리는 것은 최대 마찰력 상태를 유지한다는 뜻이고 동력 전달도 최대치라는 뜻이다.

 

슬립 제어가 우수한 볼트 EV가 처음부터 앞서나갔고, 차이는 시속 60킬로미터 부근(0.6초)에서 가장 커진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출력과 토크가 높은 코나가 조금씩 간격을 좁히며 따라온다. 하지만 시속 100킬로미터에 도달한 이후에도 여전히 0.48초 정도의 간격이 있다. 추월 가속 테스트에서도 같은 경향이 보이는데, 시속 20킬로미터→60킬로미터 또는 시속 30킬로미터→70킬로미터와 같은 저중속 가속에서는 제어 정밀도가 높은 볼트 EV가 앞서고 시속 60킬로미터→90킬로미터나 시속 80킬로미터→110킬로미터와 같은 고속 가속에서는 출력이 높은 코나 일렉트릭이 우세했다.

 

이 두 전기차는 최종 감속기만 있고 기어는 하나뿐이다. 따라서 가속 테스트에서의 변수가 거의 없다. 출력과 제어 정밀도 정도가 전부다. 볼트가 바로 이 부분에서 이긴 것이다. 하지만 마른 노면이었다면 결과는 달랐을 수도 있다. 우리가 볼트 EV의 제어 정밀도를 확인할 수 있었던 건 젖은 노면 덕분이었다.

 

 

제동 테스트에서도 제어 정밀도와 완성도의 차이가 다시 한번 드러났다.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등 회생제동 시스템이 적용된 모델은 초기 페달 반응, 회생제동에서 일반 제동으로 넘어갈 때의 감각, 그리고 최대 제동력 유지 등 제동과 관련된 변수가 상당히 많다. 코나 일렉트릭은 브레이크 페달의 초기 응답성이 매우 둔했다. 또한 일반 제동으로 넘어갈 때 제동력 저하 현상도 느껴졌다. 볼트 EV보다 차체가 낮아서 자세는 안정적이지만 전반적인 제동 품질이 좋은 편이라고는 할 수 없다. 초기 응답성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속 80킬로미터 제동 테스트에서 코나 일렉트릭은 볼트 EV보다 1.5미터나 더 밀려나갔지만, 시속 60킬로미터 제동 테스트에서는 그 차이가 30센티미터까지 좁혀졌다.

 

그런데 볼트 EV의 제동 감각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응답성이나 제동력 유지 능력은 좋았지만 페달에 전달되는 감각이 무뎠다. 제동력을 미세하게 조절하긴 어렵다는 뜻이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바로 내구성이다.

 

사실 비는 브레이크 냉각에 큰 도움을 준다. 그럼에도 코나 일렉트릭은 급제동 몇 번 만에 연기와 함께 탄 냄새를 뿜어냈다. 만약 덥고 맑은 날씨라면 문제가 더 심각했을 것이다. 참고로 코나 일렉트릭은 네 바퀴 모두에 솔리드 디스크를 쓰고 있고 볼트 EV는 앞바퀴 두 개에는 그보다 더 냉각에 유리한 V디스크를, 뒷바퀴 두 개에는 솔리드 디스크를 쓴다.
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운전석과 실내 공간
코나 일렉트릭과 볼트 EV는 모두 겉과 속이 너무 다르다. 코나는 몹시 전위적인 얼굴에 비해 실내가 단정하고, 볼트는 평범하고 무난한 얼굴에 비해 실내가 너무 미래적이다. “인테리어 구성에서 두 차는 추구하는 바가 달라 보여요. 볼트 EV가 ‘나 전기차야. 역시 다르지?’라고 말한다면 코나 일렉트릭은 ‘난 원래 코나야. 알지?’라고 하는 것 같아요. 색다름과 익숙함의 대결이라고 할까요?” 두 차의 실내를 살피던 박호준 에디터가 이렇게 말했다. “볼트는 전기차 티를 너무 냈어. 친환경 자동차라는 이미지를 ‘미래지향적’으로 표현하려고 애는 썼는데 뭔가 어색해. 비대칭 센터페시아도 그렇고, 질감이 떨어지는 플라스틱도 그렇고. 특히 계기반 컬러가 너무 총천연색이어서 눈을 마구 공격하더라고.” 이진우 편집장은 볼트의 실내 디자인을 못마땅해했다. “맞아요. 반면 코나 일렉트릭은 전체적인 실내 구성이 내연기관 코나와 비슷해 익숙하고 어색하지 않아요. 기어레버 대신 버튼이 생기면서 공조기 아래에 버튼을 가지런히 배치했는데 코나보다 구성이 한눈에 들어와요.” 김선관 에디터 역시 볼트의 실내에서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실내 공간은 볼트가 좀 더 여유로워. 앞유리와 옆유리를 시원하게 파서 시야도 훨씬 넓고.” 내 말에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맞장구를 쳤다. “맞아. 휠베이스는 같은데 볼트가 코나보다 좀 더 키가 커서 공간이 한층 넉넉한 느낌이야. 코나 실내에선 왠지 갇혀 있는 기분이 들었거든.” 이진우 편집장은 한 뼘도 더 남는 볼트 EV의 헤드룸을 올려다보며 눈을 찌푸렸다. “볼트는 헤드룸이 이렇게 높을 이유가 있을까? 쓸데없는 공간 낭비 아냐? 마치 트럭을 탄 것 같잖아.” 하지만 그를 뺀 나머지는 모두 돌아가는 길에 볼트 EV를 타야겠다고 중얼거렸다.

 

시트에 대한 의견은 제각각이었다. 코나 일렉트릭이 더 푹신하다는 이가 있었고, 볼트 EV가 몸을 더 잘 감싸준다는 이도 있었다. 뒷좌석 머리 위 공간은 볼트 EV가 확실히 더 넉넉하다.

 

시승차로 온 볼트 EV는 코나 일렉트릭에 비하면 편의장비가 많이 부족하다. 실내는 잔뜩 미래인 것처럼 꾸며놓고 최고급 모델인 프리미어조차 전동 시트를 달지 않았다. 앞자리에 열선 시트는 챙겼지만 통풍 시트는 챙기지 못했다. 열선 스티어링휠은 달았지만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빠뜨렸다. 그나마 뒷자리에 열선 시트가 있는 게 다행이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한 게 있었다. 코나 일렉트릭 최고급 모델의 기본 가격은 5000만원이 넘지만 볼트 EV 최고급 모델인 프리미어는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 등을 포함한 세이프티 패키지를 더해도 4884만원이란 사실이다. 그리고 하나 더. 4860만원 남짓 하는 코나 일렉트릭 모던 트림에는 전동 시트가 없다. 그러니까 비슷한 값의 모델을 비교하면 볼트 EV의 편의장비가 많이 부족한 건 아니다. “그래도 고속도로 주행보조 시스템(HDA)은 굉장히 편했어요. 앞차와의 간격과 차선을 인식해 속도도 잘 맞추고 차선도 잘 유지하더라고요. 현대차의 HDA가 좋은 건 과속카메라 앞에서 속도를 스스로 줄인다는 거예요. 현대차는 한국인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어요.” 김선관 에디터는 알아서 과속 단속을 피하는 코나 일렉트릭의 모습을 기특해했다.

 

 

그렇다면 시트는 어떨까? “볼트에 1시간 정도 앉아 있다가 코나 일렉트릭으로 옮겨 타자마자 ‘아, 편하다’ 소리가 절로 나왔어요. 볼트의 시트도 크게 불편한 건 아니었는데 코나의 시트가 더 푸근했어요.” 박호준 에디터는 코나의 시트를 칭찬했다. 하지만 난 조금 달랐다. 코나의 시트는 등받이가 살짝 불룩해 몸을 밀어내는 느낌이 들었다. 반면 볼트의 시트는 엉덩이 쿠션이나 크기가 조금 작은 듯한데, 가죽도 마무리가 매끈하지 못한데 푸근하게 몸을 감싸는 느낌을 줬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현대차 시트는 대부분 불편했다. 내 몸이 현대차 시트에 맞지 않는 걸까?

 

 

시트에서는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웠지만 뒷자리 승자는 확실했다. 키가 195센티미터인 우리 팀 막내는 코나 뒷자리에 앉지 못했다. “몸이 구겨지는 것 같아요.” 그에게 코나 뒷자리에 앉는 건 벌칙이었다. 참고로 우리가 측정한 뒷자리 레그룸은 볼트 EV가 220~440밀리미터, 코나 일렉트릭이 120~340밀리미터다. 참, 트렁크 용량도 볼트가 좀 더 넉넉하다. “볼트 EV는 온 가족이 ‘퍼스트’로 쓸 수 있는 전기차야. 반면 코나 일렉트릭은 세컨드카로 쓰기에 적당해. 뒷자리에 성인 남자가 타기엔 무리가 있지. 어떤 목적과 용도로 탈 거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겠어.” 나윤석 칼럼니스트의 말에 우린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서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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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류민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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