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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디자이너가 되려면?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현실적 조언

2018.10.25

 

자동차 디자이너. 차를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사람이면 한 번쯤은 동경했을 직업이다. 지금은 비록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지만 나도 어렸을 땐 자동차 디자이너가 꿈이었다. 멋진 차를 종이 위에 슥슥 그려나가는 모습이 그렇게 근사해 보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그저 차만 잘 그리면 되는 걸까? 관련 학사 취득과 인턴십 경험은 꼭 필요할까? 현직 자동차 디자이너들에게 조언을 구해 도움이 될 법한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정리했다.

 

 

대학 전공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자동차 디자이너는 차를 그리는 사람이다. 그래서 대학 입학이 꼭 필요하나 싶을 수도 있다. 그림 실력 향상이나 관련 프로그램 기술 습득은 독학이나 학원 수업 이수로도 해결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런 건 자동차 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역량 중 아주 일부에 불과하다. 실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30퍼센트 정도다. 그래서 대학 전공 이수는 중요하다. 대학에선 심화 과정을 배운다. 프로젝트 경험이 좋은 예다. 프로젝트란 어떤 주제, 그러니까 자동차 회사의 중장기적 전략에 맞는 자동차를 기획하고 이를 구체화하는 것이다.

 

‘2021년 한국 시장을 위한 고급 D 세그먼트 세단’이라는 주제가 던져졌다고 치자. 자, 무엇을 해야 할까. 일단 주제에 맞는 리서치부터 해야 한다. 국내 고급 D 세그먼트 시장의 동향이나 그 차를 타는 소비자들의 성향, 경쟁업체의 현황 같은 것을 조사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토대로 콘셉트를 정하고 수없이 스케치를 반복한다. 콘셉트는 프로젝트의 생사를 결정한다. 따라서 이에 대한 감각을 반드시 익혀야 한다.

 

렌더링은 마음에 드는 스케치가 나왔을 때야 비로소 시작할 수 있다. 평면 디자인이 어느 정도 완성되면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이를 3D로 전환한다. 동시에 클레이 모델을 만들기도 한다. 3D, 즉 입체화를 하면 처음 의도했던 디자인과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수정을 끝없이 반복해야 한다. 이때 엔지니어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물론 대학에선 수박 겉핥기 정도다). 그리고 기획과 의도는 물론, 중간 과정을 꼼꼼히 촬영하고 이를 기록한 뒤 정리도 해야 한다. 수차례 진행되는 중간발표와 최종발표를 위해서다. 발표에는 학생과 교수는 물론 학교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회사의 디자이너가 들어오기도 한다. 그들에게 자신의 디자인을 관철시켜야 하는 것이다. 발표, 즉 프레젠테이션은 일종의 영업이다. 도태될 디자인을 양산으로 이끌 수도 있다. 그만큼 중요한 스킬이다. 물론 ‘영업’에만 치중하는 건 좋은 디자이너가 아니다. 이런 건 대학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다. 실력 향상과 취업에 도움이 되는 디자인 공모전의 진행 과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학교에는 정보가 있다. 공모전과 인턴십, 그리고 취업 관련 소식 말이다. 회사가 학교에서 인재를 찾기도 하고, 학생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학생 간의 경쟁 심리 형성도 대학의 장점이다. 자극은 발전에 도움이 된다. 이게 스트레스로 생각되면 포기하는 게 낫다. 경쟁 없인 디자이너가 될 수 없다. 자동차 회사는 몇 곳 없고, 디자이너 자리도 많지 않다.

 

 

정보 수집과 자기 PR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는 것도 결국 구직이다. 따라서 취업에 도움이 되는 정보나 관련 소식을 모으고 나 자신을 알려야 한다. 디자인 트렌드도 끊임없이 살펴야 한다. 트렌드, 공모전 소식, 인턴십과 채용 정보 등은 카디자인뉴스(cardesignnews.com), 카바디디자인(carbodydesign.com), 오토&디자인(autodesignmagazine.com), 폼트렌드(formtrends.com), 심콤(simkom.com) 등에서 얻을 수 있다. 다만 오토&디자인은 격월지 온라인판이라 소식이 조금 느린 편이고, 심콤은 인턴십이나 채용 등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해외 취업 사이트인 링크드인(linkedin.com)에 이력서를 올려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포트폴리오 공유는 비핸스(behance.net)를 주로 이용한다. 나 자신을 알리고 다른 사람의 작품을 살펴볼 수도 있는 유용한 공간이다. 요샌 다른 분야의 디자이너가 자동차업계로 이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심지어 그중에는 패션 디자이너도 있다. 아이디어가 신선하고 디테일이 뛰어나다는 강점이 있어서다. 자동차 회사들도 틀을 깰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따라서 분야에 상관없이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며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이나 핀터레스트(pinterest.com)도 트렌드 파악 도구로서 뜨고 있다. 특히 인스타그램은 정보 유입량이 많고 자기 PR 효과도 크다. 낙서와 같은 스케치라도 입소문을 타면 단 일주일 만에 업계 디자이너 대부분에게 노출될 정도다. 몇몇 자동차 회사들은 인스타그램에 구직 정보를 올리거나 적합해 보이는 인재에게 인터뷰 요청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주의할 점도 있다. 이렇게 공유한 아이디어는 도용될 수도 있다는 거다. 따라서 비장의 무기 하나쯤은 인터뷰를 위해 아껴둘 필요가 있다. 참고로 인터뷰 땐 최소 3개의 프로젝트는 준비해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프로젝트는 과감히 빼는 게 좋다. 나 자신도 설득하지 못하는 프로젝트로 10~20년 차 디자이너를 설득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디자이너는 결국 마음을 뺏는 사람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끊임없는 고찰이 필요하다.

 

 

이런 것도 있다
마음에 드는 스케치나 렌더링을 발견하면 이를 무작정 따라 그려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 그림이 와닿았다는 건 내가 갖지 못한 설득력이 있다는 이야기고, 이를 카피해보는 과정에서 분명 배우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 기본 구조에 대한 공부도 필요하다. 이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지나치게 비현실적으로 갈 수도 있어서다. 하지만 절대로 과할 필요는 없다. 결과물이 경직되는 부작용을 겪을 수도 있다. 엔지니어링을 고려한 현실적인 디자인은 어디까지나 프로들의 몫이다. 회사는 상상력도 풍부한 신입을 원한다.

 

그리고 조형감각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따라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현실적인 프로젝트와 창의적인 프로젝트, 그리고 자동차가 아닌, 조형감각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디자인 프로젝트 등을 적절히 섞을 필요가 있다. 프로젝트를 정리할 땐 기획부터 완성까지 각 과정을 간략하게 정리해서 첨부하는 게 좋다. 그들은 내가 무슨 생각에서 출발해 어떤 과정을 거쳐 이 프로젝트를 완성했는지 알고 싶어 한다.

 

인턴십은 무조건 지원하는 게 좋다. 다른 직종과 마찬가지로 실무 간접경험은 개인적으로도, 이력상으로도 도움이 된다. 게다가 자동차 디자인 바닥은 굉장히 좁다. 한 다리만 건너면 서로 다 아는 사이다. 그들이 내 포트폴리오가 마음에 들면, 내 인턴십 경험을 평판 확인용으로 쓸 가능성이 크다. 나의 실제 역량은 물론 인성까지 확인시켜줄 장치가 되는 것이다. 누군가는 인성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자동차 디자이너는 예술성과 창의성이 풍부해야 한다. 하지만 예술가는 아니다. 조직에 융화해야 할 존재고 조직은 사람들이 모인 유기체다. 인성이 중요한 건 당연한 이야기다.

도움말 USTICK(자동차 디자이너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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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류민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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