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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을 가장한 강렬함, 포르쉐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

그저 그런 친환경 세단이 아니다. 이건 그냥 포르쉐 파나메라다

2018.11.05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현재 기계적으로 가장 불리한 자동차다. 충전 스트레스 없이 전기차의 장점을 맛볼 수 있지만, 엔진과 전기모터, 큰 배터리와 충전 시스템 등 구조와 작동 로직이 복잡하며 무겁고 무게 배분도 좋지 않다. 그런데 파나메라 4 E 하이브리드의 자료를 훑어보다 흥미로운 문구를 발견했다. ‘918 스파이더로부터 계승한 부스트 전략을…’이라는 부분이다. 엔진과 전기모터가 918 스파이더처럼 힘차게 돌아간다는 이야기다. 아무리 같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라지만 브랜드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하이퍼카 이야기를 세단에 갖다 붙이다니. 대체 얼마나 자신이 있기에 이랬을까?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한 건 아니겠지만 그 설명을 읽은 난 시스템 완성도가 궁금해 시승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파워트레인 구성은 구형의 ‘S E 하이브리드’와 비슷하다. V6 엔진과 전기모터, 그리고 8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이다. 하지만 엔진은 슈퍼차저 대신 터보차저 두 개를 뱅크 사이에 넣어 출력과 반응 속도를 끌어올린 신형이고(배기량은 0.1리터 줄었다), 변속기는 토크컨버터 방식이 아닌 듀얼클러치다. 전기모터도 출력을 95마력에서 136마력으로 키웠다. 덕분에 시스템 출력(462마력)도 46마력 늘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지만 계기반 가운데는 여전히 엔진 회전계가 차지하고 있다. 이건 포르쉐라는 이야기다. 물론 바늘을 형광색으로 물들여 전기모터의 존재도 암시한다.

 

물론 배터리도 바꿨다. 이번 세대 4 E 하이브리드는 14.1kWh짜리 수랭식 리튬이온을 사용한다. 이전보다 용량이 약 40퍼센트 크지만 무게는 같다. 그런데 기본 충전기가 여전히 3.6kW라 완충에 약 6시간이나 걸린다. 옵션(100만원)인 7.2kW 충전기를 쓰면 약 3시간 30분으로 단축할 수 있다.

 

전원(시동)은 여느 포르쉐와 마찬가지로 대시보드 왼편에서 켠다. 기본 설정 드라이브 모드는 전기모터로만 움직이는 ‘e-파워’다. 운전대의 드라이브 모드 다이얼을 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하이브리드,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순으로 바뀐다. 하이브리드 모드에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자동(Auto), 고정(Hold), 충전(Charger) 등 세부 모드를 한 번 더 고를 수 있다. 자동은 엔진과 전기모터를 적절하게 활용하고, 고정과 충전은 엔진만 써서 주행한다. 단, 고정은 전력 사용을 중단하며(배터리 전력을 유지하는), 충전은 배터리까지 채운다.

 

 

하이브리드 세부 모드가 이렇게 복잡한 이유는 간단하다. 집에서 충전한 전력이나 자동차전용도로에서 비축한 전력을 EV 모드가 유리한 도심 정체 구간에서 쓰기 위해서다. 즉, 위성도시에서 대도시로 통근하는 사람들을 위한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인증 EV 모드 주행가능거리는 33킬로미터지만 시스템에는 50킬로미터까지 표시된다. 실제로도 50킬로미터 정도는 무리 없이 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나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바꾸면 엔진이 즉각 깨어난다. 일반적인 가솔린 모델과 같은 오토 사이클이지만 아이들 스피드는 다소 높은 편이다. 적극적인 배터리 충전을 위한(전기모터 활용을 위한) 의도적인 설정으로 보인다. 주행 감각은 굉장히 매끈하다. 복잡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덜그럭대기 일쑤인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더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회생제동 시스템이나 전기모터 개입으로 인한 이질감 따위는 거의 느낄 수 없다. 발진 시 클러치가 조금 늦게 붙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경사로에서 약간 밀리기도 한다) 변속 충격이나 소음도 찾아보기 힘들다.

 

 

가속 감각은 지금껏 경험한 그 어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보다 화끈하다. 하이브리드 스포츠카라는 BMW i8이나 렉서스 LC 500h가 울고 갈 정도다. 론치 컨트롤로 시속 100킬로미터를 4.6초 만에 찍어보면 포르쉐의 진짜 의도가 대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EV 모드에서의 성능도 마찬가지다. 행여 엔진이 깰까 가속페달을 달래며 거북이처럼 달려야 하는 다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EV 모드와는 달리, 가볍고 빠르다. 시속 60킬로미터까지의 가속은 자연흡기 엔진과 자동변속기를 맞물려 얹은 ‘경차’보다 확연히 빠르며(계측 결과도 그렇다) 시속 140킬로미터까진 전혀 무리 없이 붙일 수 있다.

 

물론 포르쉐도 물리적 한계를 완전히 극복하진 못했다. 앞 275, 뒤 315 사이즈의 타이어를 낀 시승차에서도 트렁크 바닥에 붙은 하이브리드 배터리의 무게가 느껴졌다. 그런데 이 무게가 차의 움직임을 크게 해치진 않는다. 포르쉐가 누군가. 꽁무니에 엔진을 넣은 차로 스포츠카 세그먼트를 지배해온 이들이 아니던가. 일반 파나메라를 먼저 경험하지 않았더라면, 난 하이브리드 배터리의 존재를 깨닫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번 파나메라 4 E 하이브리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세심한 피드백이다. 언더스티어나 오버스티어가 일어날 때의 궤적 변화와 전자장비가 이를 수습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정보가 많으면 당연히 심리적 불안감은 줄어들기 마련. 따라서 굽이진 산길도 자신 있게 달릴 수 있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안정감까지 생겨 간이 배 밖으로 나오는 지경이 된다. 이전 시승에서도 느꼈지만, 신형 파나메라의 3 체임버 에어 서스펜션은 정말 물건이다. 섬세하게 반응하되 모드에 따른 변화 폭이 크다.

 

그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들이 대세가 되지 못한 이유는 명확하다. 앞서 나열한 단점이나 값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 만큼의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잘 쓰면 연비가 꽤 좋을지도 모르는 친환경차.’ 대부분 딱 그 정도의 인식만을 남겼다. 그런데 포르쉐가 카드 하나를 더 내밀었다. 바로 성능이다. 파나메라 4 E 하이브리드는 파나메라 4와 4 S 사이에 자리한다. 가격을 비롯한 모든 수치가 그 간극을 가리킨다. 실제 성능도 그렇다. 타보면 포르쉐가 918 스파이더의 이름을 소환한 이유를 납득할 수 있다. 파나메라 4 E 하이브리드는 그럭저럭 괜찮은 친환경 고급 세단이 아니다. 이건 그냥 최고의 스포츠 세단인 포르쉐 파나메라의 일원이다.

 

 

PORSCHE PANAMERA 4 E-HYBRID
기본 가격 1억598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AWD, 4인승, 5도어 해치백
엔진 V6, 2.9ℓ DOHC 트윈터보, 330마력, 45.9kg·m
전기모터 136마력, 40.8kg·m
시스템 출력 462마력, 71.4kg·m
변속기 듀얼클러치 8단 자동
공차중량 2240kg
휠베이스 2950mm
길이×너비×높이 5050×1935×1425
복합연비 12.3km/ℓ
CO₂ 배출량 74g/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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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류민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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