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낭만과 성능의 완벽한 조화, 페라리 포르토피노

포르토피노는 그냥 달리지 않는다. 여유와 낭만을 싣고 달린다. 그러면서도 페라리답다. 페라리 역사상 가장 빠른 컨버터블 GT. 이 엄청난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다

2018.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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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낭만파

‘부아앙’을 넘어 ‘크아앙’에 가까운 배기음. 스포츠카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페라리의 배기 사운드는 스마트폰 벨소리로라도 소유하고 싶을 만큼 짜릿한 소리일 터다. 그런데 심장 쫄깃해지는 배기음의 쾌락을 맛보여줄 또 하나의 차이자 페라리 역사상 가장 강력한 컨버터블 GT 모델이 한국 땅을 밟았다. 바로 포르토피노다. 왜인지 모르게 낭만적인 이 이름은 이탈리아의 항구도시 포르토피노(Portofino)에서 따왔다. 포르토피노는 휘황찬란한 화려함보다는 낭만과 여유가 깃든, 하지만 유럽 부자에게 인기가 많은 휴양지다. 낭만과 여유, 그리고 부자. 페라리가 이곳을 주목한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포르토피노는 캘리포니아 T를 잇는 고성능 컨버터블 GT다. 달리는 데 최적화된 차지만 그랜드 투어러, 즉 여행을 위한 DNA도 품고 있다. 전동식 하드톱과 함께 골프백까지 꿀꺽 삼키는 넓은 트렁크나, 좁긴 하지만 유사시에 앉을 수 있는 뒷좌석 등이 이를 증명한다. 캘리포니아 T가 군더더기 뺀 유려한 라인에 집중했다면, 포르토피노는 여기에 공기역학적 요소를 강화했다. 앞 펜더와 보닛의 에어벤트, 라디에이터 그릴 등 모든 구멍과 라인이 공기역학이라는 숙명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철저한 계산 속에 배치됐다. 긴 보닛과 루프를 넘어 트렁크로 부드럽게 떨어지는 라인은 ‘투 박스 패스트백(Two-box Fastback)’ 스타일의 특징을 잘 살려준다. 한마디로 역동성과 우아함을 동시에 구현했다고 할 수 있다.

 

보통 스포츠카 하면 섹시함을 떠올리지만, 나는 포르토피노 앞에서 ‘낭만’과 ‘우아함’을 봤다. 질주하듯 달리기보다 풍경을 감상하며 여유롭게 달리고 싶었다. 지체할 것 없이 이탈리아의 바람을 맞는 기분으로 지붕을 열었다. 공식적으로 하드톱 지붕이 열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14초. 과장을 좀 보태 그 14초는 CF 영상처럼 물 흐르듯 흘렀다.

 

‘가죽 냄새가 이렇게 좋을 수도 있구나.’ 보통 가죽 시트의 품질은 부드러움과 폭신함, 즉 촉각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포르토피노는 후각이 먼저 알아봤다. 직관적으로 디자인한 새 운전대, 10.2인치 터치스크린, 18방향 전동 조절식 시트, 조수석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편의장비에선 페라리의 다른 면모가 읽힌다. 뒷좌석은 비상용이다. 하지만 150센티미터 이하의 어린이 정도는 충분히 품는다. 물론 베이비 시트도 장착할 수 있다. 루프를 열면 성인도 앉을 수 있지만 닫았을 땐 시도하지 않는 게 좋다. 골프백은 뒷좌석 등받이를 접으면 밀어 넣을 수 있다. 정식 투어백은 몰라도 적당한 크기의 캐디백은 두 개도 가능해 보인다.

 

포르토피노는 디자인은 물론, 승차감에서도 흠칫 놀라게 된다. 스포츠카에서 기대하지 못했던 수준이다. 그들 역시 편안한 승차감을 포인트로 내세운다. 여유와 낭만이 깃든 휴양지 포르토피노와 스포티함과 낭만을 품은 또 다른 포르토피노. 이들은 ‘모두의 로망’이라는 지점에서 정확히 만난다.

글_설미현(<The Neighbor> 피처 디렉터)

 

"여유와 낭만이 읽힌 건 우연이었을까. 페라리의 새 얼굴, 포르토피노는 질주의 본질을 넘어선다. 스포츠카에서 기대하지 못했던 부드러운 승차감을 경험하고 나니, 포르토피노가 다시 보인다."

 

 

바람을 즐길 때 더 완벽한 페라리
포르토피노는 캘리포니아 T의 후속 모델이다. 페라리 GT 계열의 막내라는 이야기다. 페라리 라인업이 스포츠와 GT로 나뉘니 이 급도 스포츠 계열의 막내인 488(GTB·스파이더)과 비슷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다른 형제들에 비해 다소 온순한 성향 때문이다. 그래서 그동안 GT 계열의 막내는 ‘그저 그런’ 입문용 페라리 취급만을 받아왔다.

 

물론 성과가 나빴던 건 아니다. 입문용 모델의 임무는 새 고객 유치. 가령 캘리포니아 T 구매자 중 70퍼센트는 페라리를 처음 사는 사람들이었다. 문제는 ‘그저 그런’이었다. 페라리답지 않다고 말하는 골수팬도 있었다. 많은 걸 담느라(예컨대 전동식 하드톱과 뒷좌석) 균형이 깨졌다는 논리였다. 물론 페라리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캘리포니아 T가 그간 지적받던 단점 대부분을 해결했던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그럼 포르토피노는 어떨까. 일단 가속은 더 빨라졌다. 새 피스톤과 커넥팅로드, 흡배기 시스템 등으로 최고출력(600마력)을 40마력이나 높인 결과다.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시간(3.5초)은 0.1초 줄었다. 가속페달을 짓이겨보면 섀시를 한계까지 짜낸 걸 알 수 있다. 더 이상의 출력은 의미 없다는 얘기다. 사실 이전에도 출력이나 가속성능에는 별 불만이 없었다.

 

 

핵심은 균형이다. 페라리는 우선 뼈대부터 다듬었다. 복합 소재 적용 범위를 넓혀 무게 80킬로그램과 용접 부위 30퍼센트를 줄이는 동시에 비틀림 강성을 35퍼센트나 높였다. 이제 시트 프레임도 마그네슘이다. 당연히 서스펜션도 손질했다. 스프링 강도(앞 15.5퍼센트, 뒤 19퍼센트)를 높이고 최신 자기유동식 가변 댐퍼(SCM-E)를 엮었다. 아울러 하드톱도 다시 설계했다. 더 날렵해 보이지만 요점은 디자인이 아닌 무게다. 이전보다 가벼워 닫았을 때 앞뒤 무게 배분율이 더 완벽해졌다(47:53→46:54). 무게중심이 더 낮아진 건 덤이다.

 

터보 엔진이지만 가속 과정에는 왜곡이 거의 없다. 고회전에서 지치지도 않는다. 가끔 우악스러운 반응을 보이긴 하지만, 신형 전자식 디퍼렌셜(E-Diff3)과 트랙션 컨트롤(F1-Trac)이 궤적을 안정적으로 잡아줘 마음 편히 가속페달을 밟을 수 있다. 앞쪽 그립이 높은 편이라 코너를 오버 스피드로 들어가도 큰 문제가 없다. 전자장비를 십분 활용한 안정적인 세팅이라서다. 600마력짜리 후륜구동 스포츠카니 지극히 당연한 조치다.

 

그런데 서스펜션 반응이 약간 뻣뻣하다. 앞쪽은 매끈한데, 뒤쪽이 이따금씩 흔들린다. 혹시나 싶어 톱을 열었더니 반응이 확연하게 달라진다. 하드톱 컨버터블은 톱을 닫았을 때와 열었을 때의 운전 감각이 다르다. 루프 무게가 만만치 않은 까닭이다. 페라리는 후자에 집중했다. 욕심 부리다 둘 다 놓친 캘리포니아 T와는 딴판이다. 톱을 연 포르토피노는 영락없는 페라리였다. 페라리답다는 건 완벽에 가깝다는 뜻이다. 페라리가 이탈리아 휴양지(포르토피노)의 이름을 붙인 이유도 아마 이거였으리라. 포르토피노는 바람과 함께할 때 가장 즐거운 차다.

글_류민(<MOTOR TREND> 수석 에디터)

 

"엔진은 이전과 같은 3.9리터 V8 트윈터보다. 하지만 피스톤과 커넥팅로드, 흡배기 시스템 등을 바꿔 최고출력을 600마력까지 끌어올렸다. 듀얼클러치 7단 변속기는 여전히 번개같이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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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류민PHOTO : 페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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