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나라별 베스트셀러

전 세계 자동차 베스트셀러를 보면 그 시장의 특성과 문화를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다

2018.11.19

폭스바겐 골

 

세계 여러 나라의 2017년 베스트 셀링카 통계자료를 보았다. 베스트셀러인데 개중에는 우리가 모르는 차도 있다. 자동차가 매년 세계적으로 9000만 대 정도 팔린다니, 나라마다 저마다의 환경 속에 살아가는 거다. 과거 여러 나라를 여행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 분위기에 다시 젖어본다.

 

중국은 작년 한 해 자동차가 2888만 대 팔린 큰 시장이다. 중국에서 베스트셀러는 65만5000대가 팔린 오령 홍광이란 소형 미니밴이었다. 동남아시아에 값싸고 실용적인 소형 미니밴이 국민차로 흔한데 그런 종류의 차로 보인다. 경형 밴보다 조금 큰 차인데 디자인도 괜찮았다. 보급형 중국차의 조립 품질은 아쉬운 면이 많지만 매년 개선을 거듭하는 중이다. 여러모로 쓰임새가 큰 차의 승차 인원은 필요에 따라 달라진다. 조금 무리하면 유치원생 서른 명이 탄 적도 있었다. 특히 지방에서 인기가 많아 택시로, 상용차로, 통학 버스로 활약 중이다.

 

미국은 지난해 1724만 대가 팔렸다. 미국인의 픽업트럭 사랑은 유별나다. 짐 실을 일이 없어도 픽업트럭을 타고 다닌다. 카우보이 시절부터 이어지는 자유와 방랑에 대한 기억 때문이 아닌가 싶다. 픽업트럭은 미국이 관세 25퍼센트로 철저히 보호하는 차종이기도 하다. 베스트셀러인 포드 F 시리즈에 대한 그들의 사랑은 증조할아버지 때부터 시작되었다. 드넓은 대지를 배경으로 우뚝 선 풀사이즈 픽업트럭은 미국에서 결코 큰 차가 아니다.

 

2017년 523만 대가 팔린 일본은 토요타 카롤라가 베스트셀러라 하는데, 실제로 카롤라를 많이 본 것 같지는 않다. 카롤라가 워낙 많은 모델로 나와서 다양한 차를 모두 모은 수치가 아닌가 싶다. 일본은 흰색의 깡통 모델인 업무용 차가 많은데, 그중 카롤라 같은 기본형 차가 많았다. 거리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다양한 경차들이다. 또 의외로 미니밴의 종류가 많고 숫자도 많다. 젊은이들이 미니밴을 좋아하고 그들 취향에 맞추어 만들어진다. 요즘은 번쩍거리는 건담 스타일이 대세이다.

 

마루티 알토

 

한 해 400만 대 정도 팔리는 인도에 가면 거리를 가득 메운 경차가 인상적이다. 대부분 흰색의 경차가 백미러도 없이 달린다. 2개 차로에 3대의 차가 나란히 달리는데, 옆 차를 비비면서 달리는 경우도 많았다. 백미러가 남아날 수 없는 환경이다. 그 사이를 툭툭이와 우마차가 함께 달린다. 인도에서 경차는 중산층을 위한 차다. 그중 마루티가 제작한 스즈키 알토가 가장 많다. 사장님은 아반떼 정도의 차를 타는데, 그 위상이 우리나라의 제네시스 급이다. 쏘나타 크기의 차들은 찾을 수 없어, 현대차도 국내에 없는 i10 같은 작은 차를 만들어 판다. 그런가 하면 인도의 고급 호텔에 가면 그 앞에 늘어선 클래식카들이 우리의 자동차 문화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영국의 식민지 문화가 남긴 유산이다.

 

작년 344만 대 팔린 독일에서는 폭스바겐 골프가 가장 많이 팔리고, 250만 대 팔린 영국에서 베스트셀러는 포드 피에스타이다. 포드는 유럽에서 생각보다 강하다. 한 해 210만 대 시장인 프랑스에서는 르노 클리오가 가장 많이 팔린다. 프랑스에선 작은 차가 아니면 주차하기도 힘들다. 파리에서 본 벤츠 S 클래스는 운전기사가 몰고 있었는데 꼭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지난해 222만 대 팔린 브라질에서는 폭스바겐 골이 베스트셀러라 한다. 폴로보다 작은 차로, 브라질은 우리가 모르는 차를 타고 우리가 모르는 바이오 연료로 차가 달린다. GM이나 폭스바겐이 우리가 모르는 차를 만들고 현대차가 우리도 모르는 차를 판다.

 

약 200만 대가 팔린 이탈리아에서 베스트셀러는 피아트 판다로 월간 1만 대 팔렸다. 이탈리아를 여행하면 작은 차 타는 이유를 알 만하다. 비좁은 골목길에 주차장도 여의치 않아 작은 차가 마음 편하다. 작은 차를 잘 만들던 피아트가 요즘 신통치 않은데, 그나마 판다가 그 명맥을 잇고 있다.

 

연간 150만 대 시장인 러시아의 베스트셀러는 라다 지굴리였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생산된 피아트 124 지굴리는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약 1500만 대 생산된 명차이다. 철의 장막이 드리워진 구소련의 자동차는 서방세계와 매우 달랐다. 오늘도 가장 많이 팔리는 차로 집계되지만, 점차 수입차 속에서 사라져간다.

 

나라마다 저마다의 차를 타고 저마다의 환경 속에 살아간다. 자동차로 만들어지는 삶이 다양하다. 현대 그랜저와 싼타페 같은 고급차가 베스트셀러인 우리나라가 자랑스럽지만, 커다란 차를 좇는 우리의 자동차 문화가 바람직한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자동차칼럼, 박규철 칼럼, 지역별 베스트셀러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CREDIT

EDITOR : 박규철PHOTO : 각 제조사 제공

모터 트렌드 ©motortrendkorea.com, ©motortrendkorea.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