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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쫄깃해지는 V8,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vs. BMW M5

한 녀석은 자연흡기이고, 또 다른 녀석은 터보차저를 얹었다. 두 V8 엔진의 화끈한 사운드와 짜릿한 움직임이 나를 더욱 달리게 한다

2018.11.20

 

1960년대에 소년 시절을 보낸 나에게 8기통 엔진은 감히 넘볼 수 없는 성역이었다. 현대자동차가 만든, 106마력짜리 6기통 엔진을 얹은 포드 20M도 장관들만 타는 차라고 생각하던 나에게 V8은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차였다. 당시엔 벤츠의 최고급 모델도 6기통 엔진을 얹는 게 고작이었다. 8기통은 오로지 미국차의 전유물이었다. 광활한 대지를 하루 종일 달려야 해서일까? 미국은 V8 엔진을 양산했다. 심지어 미국에서 V8 엔진 모델은 고급차가 아니라 대중차였다. V8 엔진은 전승국 미국의 풍요를 상징했다.

 

미국인들의 V8 엔진에 대한 기억은 화려하다. 1930년대부터 포드 플랫헤드 V8이 대중화되면서 오래된 차에 커다란 엔진을 얹어 튜닝하는 ‘핫로드’ 문화를 이끌었다. 1950년대 쉐보레의 스몰블록 V8과 올즈모빌 로켓, 크라이슬러 헤미, 캐딜락 노스스타, 머스탱 코요테 등 다양한 미국차가 V8 엔진을 얹었다. 이름만 들어도 아스라한 추억의 엔진들이 머리를 스친다. 그들은 자기 집 차고에서 V8 엔진을 분해하고 다시 조립했다. 푸시로드 방식의 대배기량 엔진은 하루 종일 사막을 달려도 지칠 줄 몰랐다.

 

미국산 V8은 유럽으로 번져갔다. 뷰익의 V8은 영국 로버의 주력 엔진이 되고, 오늘날 재규어 랜드로버의 엔진으로 이어진다. 물론 유럽은 여러 자동차경주에서 만든 V8 엔진이 고급차 보닛 안으로 들어가 전설을 만들었다. 코스워스 같은 엔진 전문회사도 유명하다. V8 엔진은 또 페라리, 벤틀리, 메르세데스 등 많은 브랜드의 12기통 플래그십 모델 아랫급으로 자리 잡아 실속을 추구하는 슈퍼카 마니아의 차가 된다.

 

 

V8은 럭셔리카의 필수 요소라 할 만하다. 550마력을 내는 재규어 XJ220은 V6 엔진을 얹어 실패했다. V8 엔진이 아닌 차는 충분히 고급스럽지 않았다. 혼다의 플래그십 세단 레전드는 V8 엔진이 없어 최고급 차의 반열에 오를 수 없었다. 일본차도 고급차에는 꾸준히 V8 엔진을 얹어왔다. 토요타 크라운, 닛산 프레지던트, 렉서스 LS 400 등이 떠오른다. 자동차를 만들지 않는 야마하의 V8 엔진은 포드 토러스와 볼보에 얹혀 유명세를 탔다.

 

V8 엔진은 1970년대 석유파동 이후 친환경과 효율이 중시되고, 최근에는 다운사이징이 대세를 이뤄 사라져가는 엔진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주변에는 아직 다양한 V8 엔진을 볼 수 있다. 국산차로는 제네시스와 기아 K9 등이 있고, 국내에 수입된 벤츠와 아우디, BMW, 재규어, 벤틀리의 플래그십 세단 모두 V8 엔진을 얹는다. 스포츠카로는 애스턴마틴, 카마로, 페라리, 머스탱, 캐딜락 등이 있고 SUV에도 메르세데스 벤츠, 레인지로버, 포르쉐, 마세라티 등이 떠오른다. 50년 전 자동차를 좋아한 소년이 생각할 수도 없었던 세상이다. 오늘 시승차는 V8 엔진을 얹은 고성능 슈퍼카들이다. 럭셔리와 카리스마를 모두 지닌 두 차는 V8 엔진의 풍요로움 속에 최상의 사치를 즐긴다.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마세라티는 1930년대부터 모터스포츠를 휩쓸었다. 일반도로를 달리는 경주차에서 운전 재미가 넘치는 건 당연했다. 1970년대의 슈퍼카 보라와 메락, 비터보 등은 장거리를 빠르게 달리는 고성능 GT로 어린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마세라티라는 이름부터 오래된 만큼 우아함이 묻어난다.

 

 

그랜드 투어러 전통의 마세라티에서 그란투리스모는 중심이 되는 모델이다. 포르쉐에서 911이 그러하듯 판매량보다 리더의 역할을 기대한다. 나온 지 10년이 된 그란투리스모는 지난해 페이스리프트를 거쳤다. 감미로운 피닌파리나 디자인은 넉넉한 크기로 호화롭다. 마세라티 쿠페의 처음 콘셉트는 경주용 엔진을 손으로 빚은 고급 차체에 얹는 것이었다. 8기통 엔진으로 최고의 자리를 추구한다. 소형차가 대부분인 이탈리아에서 8기통 엔진은 슈퍼카를 위한 것이다.

 

 

4.7리터 V8 엔진은 페라리 마라넬로 공장에서 장인의 손으로 조립된다. DOHC 32밸브 F136 엔진은 페라리 458에 얹힌 것과 같은 블록을 쓰지만 디테일은 마세라티를 위한 것으로 내용이 다르다. 배기량도 각각 다른 이 엔진은 알파로메오와 란치아, 피아트 쿠페에도 얹혔다. 자연흡기 엔진은 최고출력 460마력에 최대토크 53.0kg·m의 힘으로 1873킬로그램의 그란투리스모를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 시간 4.7초, 최고속도 시속 300킬로미터로 밀어붙인다. 페라리가 만든 엔진은 마른 쇳소리가 더없이 그윽하다. 마세라티의 매력은 가슴 저미도록 감성이 넘치는 엔진음과 배기음이다. 우레 같은 소리가 7000rpm의 레드라인까지 치솟고, 고성을 더할수록 나를 사로잡는다. 마세라티에서 조용한 차는 상상할 수 없다.

 

 

급가속을 하면 거대한 포효와 함께 박차고 나간다. 브레이크조차 감당 못할 것 같은 위압감 속에 폭발적인 배기음과 고성능이 가슴을 뛰게 한다. 거대한 차체가 땅바닥을 누른다. 거대한 보디가 ‘그랜드’하게 움직인다. 이런 게 진정한 그랜드 투어러인 듯싶다. 그란투리스모의 첫인상은 고전적이라는 단어를 생각나게 한다. 여기저기 탄소섬유를 많이 썼지만 가벼운 차는 아니라 헤어핀 코너에서 자세를 잡는 데 허둥댈 수 있다. 묵직한 차는 그랜드 투어러 임무에 충실하다.

 

 

ZF 6단 자동변속기는 시대 흐름에 뒤진 듯하기도 하지만 부족함을 모른다. 커다란 시프트 패들은 수동 변속을 유도한다. 우렁찬 배기음을 듣고 싶어서라도 기어를 한 단 내려야 한다. 운전대는 살짝 무겁지만 고속에서 안정감을 더할 거다. 유압식 스티어링휠은 그 감각이 자연스럽다. 그란투리스모는 여전히 시동을 걸 때 키를 꼽아 돌려야 한다. 옆유리도 올릴 땐 자동이지만 내릴 땐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어야 한다. 오래된 향기는 절정에 이른, 완성된 작품 같다. 그란투리스모의 매력을 ‘올드 스쿨 참 앤 판타스틱 엔진(Old School Charm & Fantastic Engine)’으로 요약한다. 그란투리스모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3만7000대 이상 팔린 히트작이다. 내년쯤 나올 신형은 터보 엔진을 얹을 것 같은데, 페라리가 만들지는 모르겠다.

 

 

 


 

 

 

BMW M5

4.4리터 V8 트윈터보 엔진을 얹는 BMW 모델은 현재 10대가 넘는다. 2008년에 시작된 S63 시리즈로, 모델마다 출력이 다르지만 두루 쓰이는 엔진이다. 오늘 시승차로 온 6세대 M5의 엔진은 V8에 트윈파워 터보를 달아 608마력을 뽑아낸다. 5세대 M5 엔진을 이어받았지만 새로 개발한 터보차저와 직분사 인젝터를 달고 소프트웨어를 손봤다. M5는 4세대 때 V10 엔진도 얹었지만 8기통 엔진에서 최적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가속페달을 살짝 밟아도 격정적으로 달리는 M5는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을 3.4초 만에 해치운다. 수수하게 생긴 4도어 세단이 슈퍼카의 영역을 넘나든다. 최고속도는 시속 250킬로미터지만 옵션인 M 드라이브 패키지를 달면 시속 320킬로미터까지 달릴 수 있다. 토크 컨버터 타입의 8단 자동변속기를 단 이유는 늘어난 힘을 견딜 수 있는 데다 변속이 듀얼클러치만큼 빠르기 때문이다. 신형 M5는 M5로는 처음으로 네바퀴굴림을 얹었는데 넘치는 힘을 네 바퀴에 분산해 안정감을 더한다. 네바퀴굴림과 자동변속기는 차를 느리게 하는 요소들이다. 그럼에도 신형은 구형보다 가볍고 빠르며 생동감 넘치는 차가 됐다. 실제로 구형보다 45킬로그램 가벼운 신형은 ‘커다란 M3’처럼 움직인다. 구형은 생각보다 날렵하지 않았다.

 

 

새로운 M5는 운전이 좀 더 쉬워졌다. 나의 조작에 재빨리, 그리고 자연스럽게 반응한다. 감각은 예리해서 충분한 정보를 전달받는다. 네바퀴굴림이지만 토크의 대부분을 뒤로 보내 균형이 뛰어난 뒷바퀴굴림 차의 장점을 살렸다. 시승차는 옵션으로 얹을 수 있는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를 달아 몸이 앞으로 수그러질 정도의 강력한 제동력을 보인다. 운전대에 달린 빨간색 M1, M2 버튼은 엔진과 스티어링, 서스펜션 세팅을 하나의 버튼에 모았다. DSC를 켜면 4WD 표준 모드가 되는데, M 다이내믹 모드로 바꾸면 뒷바퀴 중심의 4WD 스포츠로 세팅된다. DSC를 끄면 4WD, 4WD 스포트, 2WD 중에서 고를 수 있다. 나는 일반도로에서 DSC를 끄고 달릴 용기가 나지 않는다. 해볼 수 있는 조합이 너무 많아 오늘은 스포츠 플러스 모드만 타볼 셈이다. 기어 레버 위로 변속 시점을 조절하는 버튼도 달렸다.

 

 

M5는 강한 엔진과 밸런스가 뛰어난 섀시덕에 운전이 즐겁다. 노면이 매끄럽지 않아 고속에서 차가 위아래로 들썩여도 타이어는 땅바닥에 들러붙어 절대적인 안정감을 안겨준다. 그래서 최고속도 부근까지 내달려도 두려운 마음이 들지 않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빠르게 헤쳐나갈 수 있다. 네 개의 머플러에서 내뿜는 소리가 우렁차다.

 

 

M5는 항상 나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때문에 나는 가벼운 차를 엄청난 힘으로 몰아갈 수 있다. 가볍고 재빠르고 나긋나긋한 차체가 구형 M5보다 작은 차인 것처럼 움직인다. 몸놀림이 유연한 차는 코너를 정확하고 능숙하게 파고든다. 강력한 브레이크를 믿기에 코너 깊숙이 내달릴 수 있다. 좁은 길에서 과감하게 드리프트까지 해볼 엄두는 나지 않았지만 믿을 수 있는 차에 한계는 없어 보인다.

 

힘이 여유로운 차는 내가 원하는 순간 가속과 추월 대부분이 가능하다. 내 마음 따라 움직인다. 다른 차로는 불가능했을 거동이 가능하다. M5는 나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아쉬운 건 내가 M5의 모든 것을 끌어낼 수 없다는 데 있다. 내 실력의 한계를 알고, 그 선까지만 즐겨야 한다. M5는 나도 모르는 순간 안전벨트가 나를 조이고, 이런저런 일을 처리한다. 덕분에 내가 운전을 잘하는 것 같아 뿌듯하다. 

 

 

M5는 평범한 4도어 세단 같아 보인다. 그런데 날아다닌다. 넉넉한 크기의 차는 나에게 품위를 더하고, 600마력짜리 V8 엔진은 더욱더 내달리라 부추긴다. 모든 차가 그렇지만, 제대로 된 맛을 알려면 출력이 큰 차를 타야 한다. BMW의 참맛은 M5에 있다.
글 박규철(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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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서인수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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