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일론 머스크의 미숙

그가 테슬라를 내놓았을 때 사람들은 열광했다. 하지만 비즈니스 연속성을 챙기지 못한 그는 결국 물러날 처지가 됐다

2018.11.27


 

전기차 열풍이 거세지고 있다. 전통적인 벤츠나 BMW, 아우디, 포르쉐 같은 내연기관 강자들과 GM과 현대차처럼 대중적인 차를 만드는 회사들도 모두 전기차를 내놓았고, 혹은 판매할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 내연기관 자동차를 좋아하는, 으르렁거리는 배기음과 기름이 탈 때 나는 그 냄새를 사랑하는 입장에서 전기차의 시대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물론 언젠가는 전기차를 구입하고 탈지 모르지만 당장 앞으로 몇 년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전기차가 탈 만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자동차 제조사에게는 ‘전기차를 이렇게 만들면 된다’는 것을 보여준 회사가 있었다. 15년 전에 혜성과 같이 나타난 테슬라다.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CARB)가 주요 자동차 회사들의 전기차 판매를 의무화한 법을 발포하고 시행을 시작한 1998년을 전후해 GM의 EV1이나 토요타 RAV4 전기차 등이 있기는 했었다. 하지만 차가운 시장 반응 등으로 전기차는 조용히 사라졌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2008년, 테슬라 로드스터가 나왔을 때의 반응은 달랐다. 기존의 자동차 회사들은 전기차 전용 섀시와 배터리 등을 위한 막대한 투자에 발목이 잡혀 있었다. 반면 테슬라는 소형 리튬이온 2차 전지를 병렬로 이어 주행가능거리를 400킬로미터로 만들었다. 개발비가 가장 많이 드는 섀시와 차체는 로터스에서 빌려왔다. 많은 사람이 탈 대중적인 자동차를 만들어 많이 팔겠다는 전략이 아니라, 차값이 높아도 특이한 것을 구입할 재력가들이 있는 스포츠카 시장에 첫 차를 내놓은 것도 기발한 발상이었다. 2012년에는 주행거리에 대한 걱정을 줄이면서 전자장비에 가까운 대형 스크린과 강력한 성능을 지닌 모델 S를, 2015년에는 SUV인 모델 X를 내놓으며 판매량을 늘려간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들이 고가의 로드스터와 고급 세단, SUV가 아니라 기존 자동차 회사들의 영역인 대량생산에 뛰어들면서 시작됐다. 물론 시작은 화려했다. 모델 3는 주문을 받은 지 일주일 만에 32만대가 예약됐다. 자동차 역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연간 수십만 대의 차를 만들어 규모의 경제를 이루어야 하는 중저가 차는, 기존에 테슬라가 생산하던 고가의 소량 생산과는 전혀 다른 분야다. 생산공정을 지나치게 자동화한 것과 이 때문에 발생한 품질 문제는 출고 지연의 원인 중 하나가 됐다. 현재도 우선 공급하는 미국에서 주문 후 모델 3를 받는 데까지 3개월 이상 걸린다. 그 외 지역은 1~2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 기존의 자동차 산업에선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실제로 자동차 산업은 단순히 하나의 차를 개발하고 만드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를 어떻게 유통시킬지부터 시작해 사후관리와 신차 개발까지, 끊임없이 돌아가는 순환구조의 사업이다. 특히 한 세그먼트에 속하는 차를 만들었다면 당연히 더 발전된 후속 모델을 준비해야 한다. 통상적인 자동차라면 6~7년의 주기마다 완전히 새로운 다음 세대를 내놓고 그 중간에 사양을 업그레이드한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선보인다. 그런데 2012년에 나온 테슬라 모델 S는, 6년이 지나는 동안 배터리 용량의 증가와 프로그램 업데이트만 했을 뿐 후속 모델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2008년에 나와 2012년에 단종된 로드스터의 후속 모델이 2020년부터 양산된다는 것을 지난해 발표했다. 과연 이게 정상적인 자동차 회사인가.
 

왜 멀쩡히 잘 팔리고 있는 모델 S를 이야기하느냐고? 처음 모델 S가 론칭했을 때는 벤츠에서 실내 부품을 가져왔다. 6년 전이라면 괜찮다고 말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너무 오래된 것들이다. 8000만원이 넘는 모델 S의 몇몇 스위치가 이미 구형이 된 벤츠의 그것을 쓰고 있는 현실이다. 물론 기능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보편적인 상품 개선 주기는 아니다. 무엇보다 이런 차를 그 값을 주고 사는 이유에 대해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혁신의 상징인 테슬라여서 산다’라는 것은 공산품으로서의 자동차 가치를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새 차를 내놓으면 당연히 판매 준비가 끝난 상태가 상식이다. 일단 새 차를 발표하고 선금을 낸 다음에 1년이 지나도 차를 받지 못하는 건 정상적이지 않다. 여기에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새로운 기술을 더하는 것은 물론 생산 단가를 낮춰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도 자동차 회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15년 된 테슬라가 과연 언제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를 낼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특히 자동차 회사는 사회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경영진과 회사의 도덕적 혹은 도의적인 부분도 중요하다. 결국 일론 머스크의 발목을 잡은 것은 그의 기행이었다. 비록 합법인 지역 방송이었지만 공개적인 장소에서 대마초를 피운 것이 방송을 탔다거나, 시장을 교란할 수 있는 정보를 흘린 것 때문에 수천만 달러의 벌금과 함께 경영진에서 물러날 처지가 됐다. 대량생산 과정을 통해 일반적인 비즈니스의 과정에 들어선 테슬라에 악동 CEO가 과연 필요한지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종종 느끼는 일이지만 비즈니스적인 면을 포함해 기존의 자동차와 제조사들을 우습게 생각하는 사람이 꽤 많다는 것에 놀랄 때가 있다. 특히 배터리 전기차를 단순히 모터+배터리가 핵심이니 삼성이나 LG가 뚝딱 만들어낼 수 있다거나, 테슬라가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모든 자동차 회사보다 앞서 있다는 의견을 볼 때마다 얼마나 위험한 생각인지 알려주고 싶다. 전기자동차도 충돌 안전 및 도로 주행 안전 등이 포함된 여러 기준을 거쳐야 한다. 세탁기 모터에 큰 배터리를 연결하고 형광등과 바퀴를 달았다고 자동차가 아니다. 자동차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글_이동희(자동차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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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이진우PHOTO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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