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디젤은 어쩌다 찬밥이 되었나

중요한 것은 디젤이 없어져도 미세먼지는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8.12.14

 

국내에서 세단형 디젤차 판매가 허용된 것은 지난 2004년이다. 당시 허용을 두고 뜨겁게 벌어졌던 찬반 논란의 핵심은 ‘이산화탄소 vs. 미세먼지(매연)’였다. 판매 허용 쪽은 이산화탄소 절감을 주장했고 반대는 미세먼지 과다 배출을 명분으로 내세워 방어했다. 그런데 디젤 엔진은 이미 SUV 부문에서 활발히 사용됐던 만큼 세단형 디젤을 막을 명분이 약했다. 그러자 찬반을 주장했던 산업부와 환경부가 타협점을 찾아냈는데, 그게 바로 경유의 세금을 높이는 방안이었다. 2차 에너지 세제 개편이 이뤄진 배경이다.

 

자동차가 빠르게 늘어나던 1996년, 정부는 나라의 교육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휘발유 및 경유에 교육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듬해 곧바로 외환위기가 발생하며 곳간의 쌀이 줄어들자 부자(?)들이 자동차를 이용한다는 이유로 휘발유 및 경유의 교통세와 교육세를 대폭 인상했다. 이 과정에서 서민 연료라는 이유로 LPG는 건드리지 않았다.

 

이후 저렴한 유지비에 대한 관심은 LPG로 모아졌고, 자동차 회사도 LPG 차를 연이어 내놓으며 시장에 대응했다. 이른바 LPG 차 전성기의 시작이다. 게다가 이때까지만 해도 국민들의 주된 관심은 배출가스가 아니라 연료비였던 만큼 상대적으로 값싼 수송 LPG는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덕분에 국내 생산이 모자라 해외에서 LPG 완제품을 수입해야 했다.

 

그러자 기름 세금으로 곳간을 채워야 할 정부로선 난감했다. 기대만큼 휘발유와 경유로부터 들어오는 세액이 적었던 탓이다. 예를 들어 기름으로부터 100원의 세금이 확보돼야 정상이지만 LPG 증가로 세수가 80원 정도에 그치는 일이 반복됐다.

 

작심한 정부는 2000년 1차 에너지 세제개편에 착수했다. 물론 내용은 LPG 세금 인상에 모아졌다. 그 결과 2001년 7월부터 6년 동안 단계적으로 휘발유:경유:LPG 가격비를 100:75:60 수준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유류세 조정 효과는 절대적이어서 휘발유 대비 절반에도 못 미쳤던 LPG 가격이 60퍼센트 수준으로 인상되자 수요는 디젤로 서서히 옮겨가기 시작했고, LPG는 쇠퇴기로 접어들게 된다.

 

한동안 잠잠하던 유류세 논란은 2003년 예상치 못한 지구온난화 문제가 대두되면서 다시 불거졌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선 이산화탄소 감축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유럽을 중심으로 제기됐고,  여기에 미국이 동참하면서 디젤차는 ‘클린(Clean)’이라는 수식어를 얻게 됐다. 이에 따라 한국도 2004년부터 디젤차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었지만 환경부는 매연(미세먼지) 증가를 이유로 결사반대했다. 그럼에도 이미 SUV 또는 RV에 디젤 엔진이 탑재돼왔다는 점, 유럽을 중심으로 탄소배출권 제도 시행이 예고됐다는 점, 그리고 자칫 글로벌 자동차산업 흐름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점이 지목되면서 세단형 디젤 승용의 판매가 허용됐다. 하지만 환경부도 그냥 물러서지는 않았다. 허용에 찬성하되 디젤차 수요 억제를 위해 경유에 부과되는 유류세 인상을 요구했다. 국무조정실은 이를 타당하게 받아들여 1차 세제개편 목표였던 100(휘발유):75(경유):60(LPG)의 유종별 가격 비중을 100:85:50으로 조정했다.

 

이후 ‘클린’을 수식어로 달게 된 세단형 디젤차는 수입차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그리고 탄소 배출을 줄여야 했던 만큼 정부는 저공해 디젤차에 대해 환경개선부담금을 면제하면서 디젤을 장려했다. 동시에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SUV 구매욕구가 증가하면서 이른바 디젤 승용은 크게 증가했다.

 

이후 10년 정도 조용하던 디젤이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엉뚱한 사건에서 터져 나왔다. 하늘이 탁해지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미세먼지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 등장했고, 미세먼지(매연) 외에 2차 미세먼지를 생성하는 질소산화물 감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서서히 힘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원인을 찾아보니 디젤차에서 내뿜는 미세먼지가 적지 않았던 만큼 규제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리고 이즈음 글로벌 디젤 시장을 송두리째 뒤흔든 폭스바겐 디젤게이트가 터졌다. 미세먼지 생성에 영향을 미치는 질소산화물을 줄이기 위해 소프트웨어 조작이 있었다는 사실이 미국에서 발각되며 ‘디젤=미세먼지 원인’으로 지목됐고, 이 사건은 나라마다 국익 우선의 전환점이 됐다. 이산화탄소 절감은 글로벌 이슈였던 반면 미세먼지는 투표권을 가진 국민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였던 탓이다. 동시에 독일 디젤에 밀렸던 영국과 프랑스는 이 틈을 파고들어 아예 디젤 운행 금지를 선언하며 산업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가뜩이나 중국발 미세먼지로 고통을 겪는 마당에 질소산화물 배출이 많은 디젤차를 ‘클린’으로 장려했던 만큼 정책의 전환이 다시 필요했다. 이에 따라 LPG 운행 제한을 풀고, 과거처럼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규제도 완화하고, 오래된 경유차는 서둘러 폐차될 수 있도록 지원금을 부여했다.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보급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며, 정부가 ‘클린 디젤’을 공식 폐기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 같은 움직임의 연장선이다. 글로벌이 아니라 국내 문제에 보다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셈이다.

 

그래서 관심은 클린 디젤 폐기로 미세먼지가 줄어들 수 있느냐로 모아진다. 하지만 당장은 아니다. 대기 관리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부분이어서 1~2년 안에 효과를 보기 어렵다. 또한 디젤 수요를 줄이려면 세계적인 추세인 SUV 선호 현상도 꺾여야 하는데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유일한 방안은 경유세율 추가 인상이지만 이때는 서민층이 고통을 겪는다. 그래서 남는 방안은 자동차 회사가 디젤 승용차를 만들지도, 팔지도 않는 일이다. 그런데 여기에 정부가 개입하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이다. 정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에 정부 말만 믿고 디젤 승용차를 샀던 사람들의 마음만 상처 입는 형국이다. 디젤차 혜택을 줄인다고 하니 소비자만 속상하게 됐다.
글_권용주(<오토타임즈>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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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이진우PHOTO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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