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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와 마크 레빈슨의 고전과 첨단 사이

렉서스와 마크 레빈슨은 과장이나 포장과는 거리가 멀다. 그저 순수한 음색에만 집착한다

2018.12.17

자동차는 음악을 감상하기에 적합한 환경이 아니다. 안팎의 소음 때문이다. 하지만 렉서스만큼은 예외다. 렉서스의 정숙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흥미로운 영상을 하나 봤다. 제목은 ‘렉서스-센터 스테이지.’ 트럼펫 연주자의 등장으로 시작해 바이올리니스트, 기타리스트, 피아니스트 등이 차례로 나오더니 결국 DJ, 록밴드, 오케스트라, 군악대, 합창단 등이 합세해 거대한 홀 가운데 홀로 앉아 있는 남성을 둘러싸고 연주를 했다. 그런데 내가 이 영상에 끌린 건 내용 때문이 아니다. 렉서스 홍보 영상임에도 러닝타임 60초 중 차가 나오는 장면은 단 2초에 불과했고, 그나마 그중 1초는 마크 레빈슨의 로고만을 비춰서였다.

 

렉서스가 이렇게 마크 레빈슨을 추앙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홈 오디오 분야에서 하이엔드 시장을 개척한 주인공이라서다. 이렇다 할 색깔 없이 뒤늦게 프리미엄 시장에 발을 들인 렉서스는 감성품질 향상을 위해 고급 오디오에 손을 댔고, 이 전략은 꽤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렉서스와 마크 레빈슨의 협력 이후 대부분의 프리미엄 브랜드가 고급 오디오 옵션을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LS 500h는 렉서스와 마크 레빈슨의 최신 기술이 녹아든 결정체다. 23개의 스피커와 D 클래스 16채널 앰프로 왜곡 없이 7.1채널 사운드를 구현해내는 3d/2400와트 시스템을 사용한다. 헤드유닛은 헤어라인을 새긴 뒤 아노다이징을 거친 알루미늄으로 덮었다. 렉서스가 마크 레빈슨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그들의 홈 오디오 고유의 마감 패턴을 따른 것이다.

 

 

준비한 앨범은 에릭 클랩튼의 <Unplugged>와 이글스의 <Hell freezes over>다. 공연 실황 녹음본만 고른 건 홍보 영상에서 강조한 공간감이 얼마나 뛰어난지, 그를 얼마나 더 증폭시킬 수 있을지 궁금해서였다.

 

우선 에릭 클랩튼의 ‘Signe’을 틀었다. 토요타 보스 시스템이 그렇듯, 렉서스의 시스템도 기본 세팅 균형이 굉장히 고르다. 기본값 상태에서 고음만 약간 강조되어 있는 정도다. 따라서 톤에 손을 댈 필요가 거의 없다. 튀는 걸 싫어하는 토요타와 원음 제공을 최대 가치로 여기는 마크 레빈슨의 철학이 만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각 악기의 음색도 아주 명확하게 구분했다. ‘Signe’의 편곡이 단순해서만은 아니다. 유니슨으로 연주하는 두 기타리스트 개개인의 손버릇까지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해상도가 높았다.

 

참고로 이런 세팅은 음악 장르도 거의 가리지 않는다. 음색이 유별난 곡도 오토 사운드 레벨라이저 기능을 쓰면 알아서 균형을 잡는다. 다소 과장처럼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이런 부분에서도 유행을 좇지 않겠다는 렉서스의 고집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이게 답답하진 않다. 설득력이 은근히 강해 구닥다리(올드)가 아닌 고전(클래식)으로 여겨진다.

 

 

이번엔 <Hell freezes over> 앨범을 꺼내 ‘Hotel california’를 틀었다. 거대 콘서트홀 또는 대형 경기장에서의 사운드가 아주 잘 담겨 있는 곡이다. 플랫한 원곡과는 정반대 느낌이다. 각 음역대의 뛰어난 조화와 현장감은 예상했던 결과. 이글스가 코앞에서 연주하는 듯한 기분이다.

 

내가 진짜로 궁금했던 건 3d 기능이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LS의 3d는 서라운드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만족시킬 만큼 근사했다. 신호를 왜곡하지 않고 천장의 스피커를 가동해 울림을 키우는 방식이라서다. 2d 모드에선 자연스럽게 공간감만 커지고 3d 모드에선 리버브가 약간 들어오며 각 스피커의 볼륨도 다시 조정된다.

 

현재 이런 시스템 구성(3d)과 사운드 수준을 갖춘 차는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 클래스(부메스터 3d)와 LS 정도가 전부다. 그런데 LS에 들어서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 각 스피커에 곱게 가공한 알루미늄판을 씌운 후 LED 조명까지 심은 S 클래스와 달리(트위터가 자동으로 튀어나오기도 한다), 무심하게 검정색 철망을 덮어두었기 때문이다. 고급 시스템 티를 내는 건 뒷좌석 도어 스피커 커버뿐이다.

 

물론 사운드 퀄리티는 손색이 없다. 그리고 두 차의 가격 차이를 생각하면 그깟 장식 따윈 별로 중요치도 않다. 생각해보면 토요타·렉서스는 언제나 그랬다. 최첨단 기술을 과장이나 포장 없이 도입하고, 이를 확장하는 데에 주력했다. 그리고 기존 기술을 쉽게 버린 적도 없었다. 전통을 무시하는 최첨단 기술은 별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 어떤 차보다 성능이 뛰어난 블루투스를 도입하고 음 손실을 줄여주는 클래리파이 기능까지 넣었으면서 CD 유닛을 유지한 점도 그렇다. 이런 성향은 딱딱하고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메르세데스 벤츠보다도 더 짙다. 후발 주자가 이런 길을 걷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토요타·렉서스. 정말 알면 알수록 더 무서운 집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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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류민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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