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나와 우리를 위해 단단히 고정하자!

화물 적재는 중요한 문제다.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 모두는 안전할 권리가 있다

2018.12.13

 

집 근처에 위치한 고속도로의 진입로가 꽉 막혔다. 한참을 기다려 본선에 합류하고 보니 개방형 적재함의 1톤 트럭 한 대가 커브 구간 갓길에 서 있고, 주변에는 그 차에서 쏟아진 것으로 추정되는 1리터짜리 엔진오일 용기 수백 개가 뒹굴고 있었다. 단단하게 고정한다고 수없이 당겼을 결박 끈은 축 처진 채 아스팔트 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배송 상품이 훼손된 건 딱한 일이지만 그로 인해 시간적 피해를 입은 수많은 차와 낙하물을 피하려다 사고가 났을지도 모를 누군가가 머릿속을 스쳤다. 


적재함 좌우에서 결박시키는 방식은 주행 중 전후좌우로 발생하는 관성력을 다스리기가 쉽지 않다. 상자나 물건을 적재할 때 중량이 많이 나가면 나갈수록 묵직하게 자리를 잡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쉽게 그 물건이 움직이거나 떨어질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무게가 무거우면 작용하는 운동에너지도 늘어나고 결국 관성도 커진다. 물건을 높게 쌓으면 차의 움직임에 더 크게 반응하고 흔들린다. 그러니까 사람이 아무리 밀어도 끄떡도 없는 수백 킬로그램짜리 바위도 코너에서 진득하게 붙어 있을 리 만무하다는 뜻이다. 


차체와 화물 주변을 빠르게 흐르는 공기도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다. 군복무 시절, 운전병 자대 배치를 막 받은 난 1/4톤 지프를 몰고 우편물을 수송하는 일을 맡았다. K-111로 기억하는 그 차는 윌리스 MB를 기반으로 만든 2+2 시트 구성의 프레임 구조에 캔버스 톱을 씌우고 있었다. 당시 나의 임무는 인근 도심에 있는 우편물 집중국에 가서 매일 수백 통의 우편물을 자루에 담아 뒷좌석에 싣고 고속도로와 지방도를 이용해 부대로 가져오는 것이었다. 이제 와 고백컨대 난 그때 우편물 배송 중 몇 번인가 편지 몇 통을 분실한 적이 있다. 그중에는 애절한 사연도 있었으리라. 그런데 그건 내 잘못이 아닌 차의 문제였다.

 

내가 몰았던 K-111은 오래된 데다 상태까지 말이 아니었다. 캔버스 톱도 물론 엉망이었다. 시속 60킬로미터 이상으로 달리면 곳곳에서 바람이 들어오고 어디론가 빠져나왔다. 한번은 고속도로에서 후사경을 통해 하얀 편지 몇 개가 펄럭거리며 도로 위를 날고 있는 게 보였다. 뒷좌석을 보니 직각으로 떨어진 캔버스 후면부 모서리 부근에서 진공이 발생해 가벼운 편지들을 2밀리미터 남짓 되는 틈새로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내고 있는 게 아닌가? 차들이 빠른 속도로 달리는 고속도로라 주워 올 수도 없었다. 


대부분의 화물차도 후면부의 공기가 부드럽게 떨어질 수 없는 박스형 구조다. 개방형 적재함에 놓인 물건들이라면 고속으로 갈수록 불규칙적인 공기 흐름에 부딪힌다. 코너가 별로 없는 고속도로에서도 낙하물이 종종 발견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문제는 관성이나 공기역학적 요소 모두 화물을 적재하는 사람이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는 점이다.   


모든 화물차 운전자는 화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확실하게 고정해야 한다. 도로교통법에도 명시된 조항이다. 하지만 주변의 화물차를 돌아보자. 위험천만한 적재 상태를 목격하는 건 어렵지 않다. 적재함 한도보다 더 높거나 옆이나 뒤로 튀어나올 만큼 짐을 실은 과적 트럭부터, 수십 개의 가스통 더미를 나약한 얇은 줄 하나로 동여맨 경트럭까지 정말 서커스가 따로 없다. 난 과속방지턱이나 노면이 형편없는 구간에서 화물이 들썩거리는 재앙 영화의 한 장면을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

 

유럽 고속도로에서 가장 이국적으로 보이는 모습은 그들의 추월차로 이용 방법이 아니라, 화물차 적재함의 모양이다. 유럽에선 최근 국내에 선보인 르노 마스터처럼 밀폐형 적재함을 단 차를 주로 사용한다. 도로 위에 뭔가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거의 없는 셈이다. 자연스레 적재함을 넘겨서 싣는 일도 발생하지 않는다. 짙은 필름을 유리창에 붙일 정도로 외부 시선을 불편해하는 우리들은 어째서 짐칸의 화물은 다 보이도록 싣고 다니는 데 익숙할까? 짐을 싣고 내릴 때(상하차)의 편의성도 중요하겠지만 도로 위 타인의 안전을 담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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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강병휘(자동차 칼럼니스트)PHOTO : 최신엽(일러스트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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