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가상 선진 교통문화 체험

선진 교통문화라고 해서 아주 특별할 것 없다. 지극히 상시적인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2018.12.18

 

1. 새로 바뀐 도로교통법에 비탈길에 주차할 땐 앞바퀴를 길가 쪽으로 돌려놓는 법이 시행됐다. 차가 혼자 구르더라도 벽이나 인도 턱에 걸려 구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미국에선 당연한 상식인데, 우리는 전혀 모르는 것 같아 답답해하던 차였다. 그래도 누군가가 하나씩 개선을 하는구나 싶어 반가웠다.

 

또 하나의 답답한 문제가 생각난다. 요즘 횡단보도 바로 위에 신호등이 설치됐다. 보통은 길 건너에 신호등이 있어야 보기 편한데, 정지선 바로 위에 있으면 신호등이 헤드라이너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왜 이렇게 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신호등 아래 지점에서 정지선을 뒤로 충분히 물려야 한다. 프랑스에서는 횡단보도에서 30미터쯤 앞에 정지선이 그려져 있었다. 횡단보도에서 멀리 떨어져 선 차들이 신기했다. 일본도 횡단보도에서 멀리 떨어진 정지선에서 신호등을 기다린다. 내 눈에는 이색적인 풍경이었다.

 

길 건너에 신호등이 있으면 좋겠지만, 횡단보도 바로 위에 신호를 달 거면, 정지선을 뒤로 한참 물려야 한다. 외국의 선진 제도를 베낄 때는 제대로 했으면 한다. 그렇지 못한 서울 거리에서 나는 정지선에 차를 세우고, 목을 길게 뽑아 머리 위의 신호등을 보려 애쓴다.

 

 

2. 어느 날 경광등을 번쩍이는 구급차를 고속도로에서 만나 길을 비켜주었다. 그런데 운전자가 다음 휴게소에서 노닥거리며 쉬고 있었다. 박탈감과 상실감이 적지 않았다. “위급한 상황이 아니었어요?” “아닌데요.” “아까 번쩍거렸잖아요?”  “…”

 

미국에서 본 광경이 떠오른다. 슈퍼마켓 앞에서 어느 노숙자가 쓰러졌고 구급차가 앵앵거리며 달려왔다. 환자를 살펴본 구급대원은 급한 상황이 아닌 듯싶었다. 그들은 환자를 싣고 조용히 떠났다. 경광등도 켜지 않고 신호등도 지켜가며 천천히 달렸다. 환자를 실은 구급차가 환자 안 실은 듯 조용히 달린다.

 

구급차나 경찰차도 바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경광등을 켜지 말고 교통 신호 지키며 규정 속도로 달려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구급차는 항상 긴급 상황이다. 우리나라 긴급자동차는 시동만 걸면 경광등이 번쩍거린다. 항상 번쩍이는 경광등은 사람들을 무디게 한다. 정작 위급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무시할까 걱정이다. 특히 사설 구급차는 사람들이 미심쩍어한다. 경광등은 위급 상황에서 경음기 쓸 때 같이 써야 한다. 경광등만 켤 때는 그 목적이 따로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교통체증 속에서 교통 지도를 위해 경찰의 존재를 알릴 필요가 있는 경우다. 지금처럼 아무 의미 없이 켤 필요는 없다.

 

3. 나는 고속도로를 달릴 때 주위에 차가 없으면 가장 오른쪽 차로로 달린다. 편도 3차로에서 법은 2차로가 승용차 주행차로라 한다. 하지만 텅 빈 길 가운데를 홀로 달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뒤에서 달려오는 페라리를 위해 되도록 오른쪽에 붙어 길을 넓게 해주고 싶다. 3차로 달리다 추월할 때는 2차로 달리고, 2차로 달리다 추월할 때는 1차로 달린다. 그게 자동차 선진국 교통법이다.

 

나는 추월할 때만 1차로에 들어서는데 이때 아내의 잔소리가 시작된다. 왜 정신없게 차로를 왔다 갔다 하느냐는 불만이다. 그냥 차로 하나만 타고 꾸준히 달리라는 말씀이다. 사실 주행차로를 달리다 왼쪽 차로를 이용해 추월하고, 다시 제 차로로 돌아오는 일은 변화가 심하고 성가신 일이다.

 

나는 운전에 신경 쓰며 차로를 수시로 바꾼다. 법을 제대로 지키기 위해서다. 틈만 나면 주행차로로 되돌아가 추월차로를 비워줘야 한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나처럼 운전하지 않는다. 특히 초보 운전자들은 차로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 추월 자체가 두려울 거다. 그래서 그들은 1차로로 꾸준히 달린다. 나는 아내에게 올바른 추월 방법에 대해 역설하지만 잘 먹히지 않는다. 그녀는 1차로를 빠른 속도로 달리라 주장한다. 나는 차로를 계속 바꿔가며 아내에게 반박할 말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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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박규철PHOTO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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