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아메리칸 럭셔리의 부활

내비게이터 블랙 라벨 4×4는 링컨을 넘어 아메리칸 럭셔리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다

2018.12.20

 

링컨 내비게이터 블랙 라벨 4×4는 미국 버전의 메르세데스 벤츠 S 클래스다. 워워. 독자들이여, 부디 진정하길. 설명할 기회를 주시라. 모든 장비를 아낌없이 얹은 내비게이터 블랙 라벨은 링컨 라인업의 맨 위에 있는 가장 크고 비싼 모델이다. 벤츠나 BMW, 아우디 등 기존의 럭셔리 브랜드를 의식하지 않고 미국 자동차 회사가 수십 년 만에 만든 첫 럭셔리 자동차이기도 하다.

 

제대로 된 럭셔리 차는 크고 강력하며 비쌌다. 미국은 사치스러운 V12 엔진으로 대변되던 패커드와 직렬 8기통 엔진을 얹고 1920년대 이름을 떨쳤던 듀센버그, 1950년대 짧게 전성기를 보낸 임페리얼 등 한때 세계 최고의 자동차를 만들었다. 하지만 40년이 지난 지금 자동차의 럭셔리가 새롭게 정의됐고, 독일 제조사들이 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토요타와 닛산은 1989년에 각각 렉서스와 인피니티를 론칭했다. 그들이 새롭게 만들어낸 럭셔리 브랜드는 뻔뻔하게도 메르세데스 벤츠 S 클래스와 BMW 7시리즈를 따라 했다. 캐딜락 카테라와 링컨 LS는 E 클래스와 5시리즈의 경쟁 모델이라고 소비자들을 설득하려 했다.

 

오늘날의 롤스로이스와 벤틀리 모델은 독일 럭셔리 자동차의 주도권을 절묘하게 드러낸다. 이들은 영국산 럭셔리의 초상이 뮌헨과 볼프스부르크의 철저한 엔지니어링 DNA로 어떻게 포장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하지만 2019년형 내비게이터 블랙 라벨 4×4는 다르다. 실내는 깜짝 놀랄 만큼 훌륭하다. 전형적인 아메리칸 스타일인데, 미국을 대표하는 건축가와 디자이너 찰스 임스나 레이먼드 로이의 활기 넘치는 우아함과 호화로운 스케일, 20세기 중반의 복고풍 감각이 어우러져 있다.

 

여러분이 잘 아는 것처럼 내비게이터는 기본적으로 트럭이다. 하지만 롤스로이스가 비슷한 크기의 SUV를 만드는 시대에 그 의미는 고려할 가치가 없다. 내비게이터 블랙 라벨의 보닛 안에는 쿼드 캠 트윈터보 V6 엔진이 들어 있으며, 뒤쪽엔 독립식 서스펜션이 얹혀 있다. 아,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와 달리 스티어링휠 뒤쪽에 운전자를 위협하는 픽업트럭 스타일의 기어 레버가 없다. 턱시도를 입고 진흙투성이 부츠를 신은 것 같은 어색한 조합이 없다는 뜻이다.

 

중요한 건 내비게이터 블랙 라벨이 진정한 럭셔리 차의 기준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다는 데 있다. V6 엔진은 6100rpm에서 450마력의 인상적인 최고 출력을 뽑아내지만 한계 회전수에 도달하면 거친 모습을 드러낸다. 기본적인 승차감은 부드럽다. 하지만 차체에 전달되는 2차 충격을 서스펜션이 좀 더 컨트롤할 필요가 있다. 거대한 22인치 휠과 편평비가 낮은 타이어는 상태가 좋지 못한 도로에서 소음과 진동을 유발한다. 물론 이런 것은 쉽게 수정할 수 있다. 주행 모드는 스포티한 움직임부터 경쾌한 네바퀴굴림 주행까지 다양한 영역을 넘나든다. 내비게이터는 사계절과 모든 도로를 아우르는 전천후 능력을 보인다. 하지만 분명히 할 것이 있다. 롤스로이스처럼 점잖게 움직인다는 거다. 독일의 아우토반을 시속 250킬로미터로 내달리고, 프랑스 남부의 알프스 산길을 빠르게 공략하는 차가 아니란 말이다. 대신 미국 시카고의 눈 폭풍과 휴스턴의 뜨거운 열기, 해수면보다 낮게 위치한 데스밸리의 자갈길을 조용하고 편안하게 횡단할 수 있다.

 

링컨은 수년 동안 포드의 품에서 무참히 남용되면서 품위가 떨어졌다. 한때 부호나 대기업 회장이 선호하는 운송 수단이었지만 2006년까지 포드 SUV와 픽업트럭보다 조금 좋은 수준에 머물렀다. 포드는 링컨의 부활에 대해 수차례 예고했지만 그 약속이 남발된 탓에 몇 번인지 잊었을 정도다. 그들은 “이번엔 정말 다르다”고 말하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정말 무언가 다른 느낌이 든다.

 

내비게이터는 링컨의 새로운 기준이 될 차다. 비싸긴 하지만 여기엔 합당한 이유가 있다. 기술적인 부분과 소재에서 비용을 아끼지 않은 덕에 현대적인 링컨이 대중적인 럭셔리 브랜드가 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의 기반이 되는 것은 아주 간단한 생각이다. ‘링컨은 독일차처럼 되려고 하지 않는다.’ 내비게이터 블랙 라벨 4×4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미국산 자동차다. 비로소 아메리칸 럭셔리가 부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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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Angus MacKenziePHOTO : 링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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