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오픈카와 박종규 청와대 경호실장의 추억

그는 오픈카 유리 프레임 밖으로 총을 조준하기를 여러 번 되풀이했다. 왜 이럴까 궁금해 했지만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냥 되돌아갔다

2018.12.26

쉐보레 1세대 임팔라

 

아이젠하워, 존슨, 포드, 카터, 부시, 오바마. 이들은 우리나라를 방문한 바 있는 미국 대통령이다. 그 중에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게 환영 받은 대통령이 1966년 11월 방한 한 린든 존슨이다. 김포공항 내에서부터 도로변에 이르기까지 수십만 명의 인파가 줄을 서서 그를 환영했다. 시청 앞에 백만 시민이 모여 그의 연설을 들었는데 그들 중 한 사람도 존슨 대통령에게 토마토나 달걀을 던지는 사람이 없었다고 ‘뉴스위크’지가 보도했을 만큼 그는 환영을 받았다.

 

존슨 대통령의 차 행렬이 김포공항에서 출발했을 때 한국 측 경호차 1호는 1957년 쉐보레 임팔라 오픈카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차량 번호가 ‘서울 자705’였던 내 아버지의 자동차였다. 어느 날 서울시 교통과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급히 ‘서울 자705’를 갖고 청와대 경호실로 들어가란 말이었다. 무슨 일 때문인가 물었더니 청와대에서 우리나라에 있는 오픈카를 빨리 수소문해 집합시키라는 지시가 있었다고만 했다. 당시 전국에 오픈카는 두 대밖에 없었는데 하나는 작은 포드여서 우리 차를 호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어쨌든 영문도 모른 채 오픈카를 몰고 청와대로 갔는데 방문 절차도 없이 큰 정문이 열리면서 그냥 들어오라는 것이 아닌가. 경호실 앞 넓은 공간에 차를 세웠고, 지붕을 오픈해 놓은 채 나는 차에 앉아 있으라는 지시를 받았다. 시동을 걸어놓은 채 기다리고 있는데 건장한 사람이 부하 한 명을 거느리고 차로 다가왔다. 얼굴을 힐끔 훔쳐보니 신문에서 자주 봤던 박종규 청와대 경호실장이 틀림없었다. 죄 지은 것도 없는데 괜히 떨렸다.

 

그런데 그는 내가 있는지 없는지 아랑곳하지 않고 운전석으로 들어와 선 채로 앞 유리 프레임을 만지며 살펴보았다. 마치 사열을 받으려는 것처럼 이리저리 사방을 둘러보더니 갑자기 안주머니에서 권총을 빼 앞 유리 프레임 밖으로 총을 겨냥했다. 긴장해 속으로 벌벌 떨고 있는데 그는 총을 안주머니에 넣었다 다시 빼서 앞쪽을 향해 조준하고 그런 행동을 여러 번 되풀이했다. 왜 이럴까 궁금해 하고 있는데 그는 나에게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차에서 내리더니 온 길로 그냥 되돌아갔다. 정신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차에 그냥 앉아 있었는데 경호실 고위직원이라는 사람이 따라오라고 하더니 그의 집무실로 갔다.

 

쉐보레 1세대 임팔라

 

그 시절 경호실장 그리고 경호실에 관한 이야기는 수없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경호실장이 총을 꺼내 그것도 내 차에서 휘두르는 것을 보았고, 다음은 서슬이 시퍼런 경호실 고위직원의 집무실에 직접 가보니 마치 한 편의 스파이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아직도 그 고위직원의 성씨를 기억하는 것을 보면 내가 매우 놀랐던 게 분명하다.

 

그는 대뜸 흑백 사진 한 장을 들이대면서 쉐보레 임팔라를 개조해 사진 속의 차처럼 개조할 수 있는가 물었다. 글쎄 그렇게 개조는 할 수 있겠지만 이 차는 우리집 차이고 무슨 이유 때문에 그렇게 해야 하는지 설명해 달라고 했다. 그제야 그는 목소리를 조금 낮추면서 나라를 위해 도와달라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미국 백악관 경호실에서 보내 온 흑백 사진 속의 차는 미 대통령의 경호차인데 존슨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방문할 때 갖고 올 캐딜락 차라고 했다. 그리고 백악관에서 이와 대등한 경호차가 한국에도 있는가 물어왔다는 것이었다. 황급히 서울시 교통과에 수소문한 결과 아버지의 차가 쉐보레 오픈카라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여기까지 와달라고 했다는 설명이었다. 그제야 왜 박종규 경호실장이 권총을 빼들었는지 이해가 갔다. 만에 하나 경호 중 비상사태가 발생해 권총을 뺐을 때 차 구조에 장애가 되는 것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해 보기 위한 것이었다.

 

미 대통령의 경호차처럼 개조하려면 우리 차를 완전 분해해야 하는데 “존슨 대통령이 돌아가고 나면 우리는 그런 차를 뭣에 쓰겠느냐”고 그 고위직원에게 물었다. 아버지가 기관총을 탑재할 수 있도록 개조한 차를 타고 다니게 할 수도 없지 않은가. 차량 색도 원래 파란색이었던 것을 검정으로 다시 도색을 했고, 차 양쪽 옆에는 넓은 발판을 부착해 경호원들이 올라서 갈 수 있도록 만든 그런 차를 우리 집에서 어떻게 사용하겠는가 물었다.

 

그가 날 보고 뭘 원하는지 물었다. 그때 신진자동차에서 만든 코로나가 있었는데 돈 주고도 살 수 없을 만큼 귀한 차였다. 코로나 두 대를 주면 개조까지 해서 납품하겠다고 했다. 그는 위층에 잠깐 갔다 온다며 나가더니 잠시 후 결재를 받았다고 했다. 한 달 걸려서 쉐보레 경호차를 완성해 납품했다.

 

쉐보레 1세대 임팔라

 

납품한 날 청와대에서 코로나 한 대를 받았는데 박종규 경호실장의 도장이 찍힌 확인증이 딸려 왔다. 확인증에는 큰 활자로 ‘이 차는 대통령 경호에 필요해 대여한 차량임을 확인함’이란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 차를 타고 다니다 교통 위반을 해도 그 증만 내보이면 단속 경찰관은 아무 말 없이 그냥 통과시켜 주는 편리한 점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코로나 두 대를 주겠다는 약속은 경호실에서 지키지 않았다.

 

존슨 대통령의 차량 행렬이 한강다리를 건너올 때 아버지의 차에 검정 옷을 입은 5명의 경호원이 발판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TV를 보시던 아버지가 ‘저렇게 많이 타면 차에 무리가 갈 텐데’ 하셨다. 형은 ‘코로나 한 대는 언제 더 주겠다고 하니’라고 물었다.

 

 

쉐보레임팔라CHEVROLETIMPALA
차체2도어 컨버터블
엔진V6 3.9ℓ, V8 4.6ℓ, V8 5.7ℓ
당시 가격2586~2693달러
특징1950년대 후반~1960년대 초반 GM의 최고급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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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영철(가야미디어 회장)PHOTO : 쉐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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