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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쁘진 않은데...제네시스 G90 3.8

걱정은 접자. 생각보다 근사하다. 관건은 제네시스라는 럭셔리 브랜드의 이미지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있다

2019.01.10

 

아찔했다. 제네시스 G90가 등장하는 순간, 스파이샷으로 본 제네시스 G90를 그대로 현실에서 마주할까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숨이 발바닥까지 닿을 만큼 깊은 호흡을 두 번쯤 내쉰 뒤 저린 오금에 힘을 바짝 주고 눈꺼풀을 살짝 들었다. 제네시스 G90와 눈이 마주쳤다. “휴….” 숨이 탁 풀렸다. 그래,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가만히 바라보니 EQ900보다 나았다. 전체적으로 거의 모든 면을 가로로 쭉쭉 늘렸고 대부분의 선을 옆으로 길게 펼쳤다. 유려하게 휘어지는 곡선 대신 시원한 직선을 단호하게 그었다. 그렇게 단순화한 도형의 조합으로 좀 더 크고 강인하며 보수적인 이미지를 만들었다. 반면, 뭐든 다 삼킬 수 있을 것처럼 커다란 그릴과 헤드램프에 콕 박힌 쿼드램프, 펜더에 들어간 사이드 리피터는 권위적인 모습에 숨통을 틔운다. 기하학적 문양의 디시 타입 휠은 오히려 전통적인 기함의 이미지를 좀 더 상승시킨다. 일부에서는 휠을 보고 ‘세차가 힘들겠다’며 투덜대는 모양이다. 물론 세차 문제로 마음에 드는 새 차를 사지 않을 리는 없다.

 

 

뒤쪽 펜더와 뒷범퍼 사이를 가르는 경계선은 눈엣가시다. 뒷바퀴 휠아치 높은 쪽에서 시작해 앞으로 삐죽 뻗어 나온 리어램프 끝단으로 이어졌는데, 볼수록 뚜렷해 눈에 자꾸 거슬린다. 그 때문에 뒤쪽 오버행이 짧아 보여 비례감도 해친다. 범퍼도 너무 두껍게 느껴져 둔해 보인다. 굳이 그렇게 철판과 플라스틱을 나누는 게 최선이었을까? 원가절감과 공정 효율을 위한 선택이리라 짐작만 할 뿐이다.

 

아쉬운 건 이뿐만이 아니다. 엉덩이 한가운데 쿡 박힌 ‘GENESIS’ 서체도 서운하다. 보기 싫어서가 아니다. 브랜드 고유 서체와 달라서다. 럭셔리 브랜드는 사소한 것까지 모두 세밀하게 관리해 브랜드 이미지를 통합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가장 기본인 브랜드명 서체를 옆으로 쭉쭉 늘려 오직 G90의 뒷모습, 딱 거기에만 어울릴 법한 모양으로 바꾸었다. 만일 앞으로 나올 다른 제네시스 모델에도 동일한 서체의 엠블럼이 들어간다면 뭐,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실내 디자인 변화는 소소하다. 그런데 효과는 상당하다. 송풍구를 매만지고 버튼을 정리했을 뿐인데 센터페시아 분위기가 훨씬 고급스러워졌다. 소재는 빛을 조절했다. 광택이 매끄럽던 소재를 최대한 억제하고 더 많은 부분에 가죽을 씌웠다. 우드 패널도 진짜 나무로 바꿨다. 금속도 윤기를 최대한 줄였다. 우아하다. 운전자든 VIP든 주행 중에는 내내 실내만 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실제 사용자 입장에서도 만족도가 꽤 높아질 듯하다.

 

시승한 G90는 3.8리터 직분사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이 들어간 모델이다. 이름이 EQ900에서 G90로 바뀌고, 외모도 닮은 곳 하나 없이 완전히 바뀌어 마치 파워트레인도 새것일 것 같은 기분이다. 하지만 G90는 EQ900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속은 그대로란 얘기다. 파워트레인 구성과 플랫폼 등 주행성능에 영향을 줄 만한 변화는 거의 없다. 제품 기획자와 담당자들에게 확인해보니 부싱과 일부 소소한 부품만 향상된 제품으로 살짝 바뀌었을 뿐, 이렇다 할 변화는 겪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고 2015년에 머문 성능이 지금 별로라는 건 아니다. 최고출력 315마력, 최대토크 40.5kg·m를 내뿜으며 성큼성큼 내달리는 모습은 G90가 제공하는 세 가지 파워트레인 중 가장 낮은 출력임에도 그리 부족하지 않았다.

 

 

다만 커다란 휠과 낮은 편평비의 타이어가 필연적으로 전달할 수밖에 없는 진동이 세련되게 걸러지지 않았다. 아울러 빠르게 달리며 방향을 전환할 때 무게 이동이 자연스럽지 못해 뒤쪽이 많이 허둥댔다. 서스펜션 문제다. 그런데 시승한 모델은 어댑티브 서스펜션이 들어가지 않았다. 더욱이 3.8 모델은 이를 선택조차 할 수 없다. 3.8 모델도 기본 가격은 중간급이 9000만원대, 최고급이 1억원대에서 시작한다. 이 정도 값을 치르고도 어댑티브 서스펜션을 포기하게 만든 건 좀 이해하기 어렵다.

 

안전장비 수준은 전보다 더 진보하고 다양해졌다. 감성 품질도 높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변화가 큰데, 스스로 업데이트를 하는 등 편의와 활용성을 높였다. 목표 소비자층을 생각하면 효과는 상당하겠다. 물론 플래그십 세단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이런 소소한 편의성 증대와 일부 사용성 개선 때문에 특정 모델을 선택하진 않을 거다. 이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브랜드가 주는 가치와 만족도다. 제네시스에 럭셔리 브랜드다운 세심한 관리가 더해진다면 G90는 꽤 괜찮은 ‘럭셔리 굿즈’가 될 수 있겠다. G90란 제품의 가치는 이미 충분해 보이니까.

 

 

GENESIS G90 3.8 PRESTIGE

기본 가격1억995만원레이아웃앞 엔진, AWD, 5인승, 4도어 세단엔진V6 3.8ℓ DOHC, 315마력, 40.5kg·m변속기8단 자동공차중량2120kg휠베이스3160mm길이×너비×높이5205×1915×1495연비(시내, 고속도로, 복합)7.2, 9.7, 8.1km/ℓCO₂ 배출량212g/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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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고정식PHOTO : 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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