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솔직하다, 유진

유진은 돌려서 말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말을 똑 부러지게 한다

2019.02.21

원피스와 이어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 나오는 딱 그 분위기였어요.” 유진의 웃음은 입 주위에만 머물러 있었다. 눈은 김주영 선생처럼 강렬했다. 그녀는 부모님의 뜻을 따라 법학과에 진학했다. “부모님은 제가 행정학과나 법학과로 가서 공무원 되기를 바랐어요. 큰 반발이 없었던 게 저도 명확한 꿈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부모님의 기대를 방패 삼아 제 결정을 조금씩 미뤘던 것 같아요.” 그녀가 현재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끼를 숨길 수 없었을 텐데. “중학교 때 장래 희망란에 가수 겸 탤런트라고 썼던 기억이 나요. 노래, 연기 모두 잘하고 싶었나 봐요. 아빠한테 연기학원 보내달라고 졸랐을 정도니까요. 그래서 대학로로 연기를 배우러도 다녔어요.” 그런데 왜 고등학생 되고 나서 그런 꿈이 사라진 걸까? “사라졌다기보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가 맞을걸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학교가 삭막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저 자신을 의심했던 것 같아요. 실패에 대한 후폭풍도 클 것 같았고.” 늦게나마 그녀는 할 일을 다시 찾았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대학도 가지 말걸 그랬어요. 어린 나이부터 활동하는 모델들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어요. 괜히 저만 허송세월한 것 같고.”

 

탤런트는 아니더라도 가수의 꿈은 이뤘다. 그녀는 레이싱 모델로 구성된 ‘PPL’이라는 그룹으로 3년 동안 가수 활동을 했다. 하지만 남모를 아쉬움도 있었다. “PPL 활동은 너무 즐거웠어요. 덕분에 평생을 함께할 친구도 여럿 얻었고요. 하지만 레이싱 모델 일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많아요. 많은 시간을 쏟지 못했거든요. PPL 활동과 병행하기엔 두 쪽 모두 피해를 줄 것 같아서 들어온 일도 고사했어요. 너무 오지랖 부린 건가요?” 2019년에는 레이싱 모델 유진에 집중하고 싶다고 그녀가 말했다. 요즘은 얼마 뒤에 열릴 서울모터쇼를 준비 중이다. “서울모터쇼는 애착이 가는 행사예요. ‘2015 서울모터쇼’ 때 포르쉐 부스에 섰는데 주목을 많이 받았거든요. 의상이 좀 야했나?”(웃음) 그 자리에서 사진을 찾아보고 싶었지만 인터뷰 끝나고 보라는 그녀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재빨리 스마트폰을 집어넣었다. “그때가 제 ‘리즈’ 시절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 예쁘게 봐주셔서 2017년에도 포르쉐 부스에 섰지요. 이미 두 번이나 해서 이번엔 포르쉐에서 불러주지 않을 것 같은데, 그래도 면접은 보려고요. 또 모르잖아요. 한 번 더 서게 될지.”

 

원피스는 자라, 이어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녀와 한번 인연을 맺은 브랜드는 쉽게 헤어지지 못한다. 그녀는 지난해까지 금호타이어 엑스타 레이싱 팀 소속으로 내리 4년을 활동했다. 한 팀에서 4년간 활동한 모델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녀는 2016년을 회상했다. “2016년에 저희 금호타이어 엑스타 레이싱 팀이 통합 우승을 했어요. 시상식 포디엄에 선수, 미캐닉, 레이싱 모델까지 모두 올라가 샴페인을 터뜨리며 파이팅을 외치는데 가슴속에서 알 수 없는 뭉클함이 올라오더라고요.” 그녀의 모습을 보니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을 것 같았다. “그렇지도 않아요. 대회 때 얼마나 바빠요. 선수들은 정신 집중해야 하고, 미캐닉은 경주차 손봐야 하고. 굳이 오가는 말은 없어도 그들과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해요.” 그녀는 올해 금호타이어와 계약이 연장되지 않으면 레이싱 팀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 팀에서 오래 활동해서 그런지 금호타이어 소속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 있어요. 다른 곳과는 안 어울리지 않을까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트랙에 선다는 게 은근히 힘들어요. 경주장으로 가는 이동 거리도 길고 태양이 내리쬐는 아스팔트 위에서 높은 구두를 신고 온종일 서 있어야 하거든요. 옷은 또 어떻고요. 짧은 치마는 올라가지 않게 계속 신경 써야 하고 배가 나올까 제대로 숨도 못 쉬어요. 그런데 그것들을 모두 상쇄시키는 게 팀 사람들이에요. 이젠 한 가족이나 다름없어요.” 레이싱 팀 이야기를 하니 입 주위에서만 맴돌던 미소가 그녀의 얼굴 전체로 퍼졌다.스타일링 박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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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선관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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