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CHCAR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지프 랭글러

과거 어느 때보다 뛰어난 지프의 독보적인 기함이 <모터트렌드> 올해의 SUV에 선정됐다

2019.02.22

 

상징적인 그릴 너머의 과거를 살펴보면 알게 될 것이다. 70년 동안 진화해온 설계의 가장 새로운 모습과 혼을 흔드는 자유에 대한 선언. 21세기에 보기 힘들 만큼 놀랍도록 획기적인 차에 주목하자. 새로운 지프 랭글러는 성숙한 크로스오버가 바라는 궁극의 지향점이자 <모터트렌드>가 선정한 ‘2019 올해의 SUV’다.

 

과거와 현재가 아주 아름답게 공존하는 일은 드물다. 철저히 다시 설계한 랭글러는 최신 크로스오버의 부드러움을 얻기 위해 어디든 오를 수 있는 능력을 희석하자는 유혹을 거부하며 나름의 현대화를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 느긋하게 해변을 향해 달리는 차들이나 출퇴근용으로 쓰이는 차들은 감탄할 만큼 향상된 온로드 성능에 의존하고 있고, 오프로드용 차들은 그들이 즐겨 찾는 산길을 자신 있게 헤쳐 나갈 수 있는 능력을 우러러보고 있다. 어느 쪽이든 관계없이 이 지프의 능력은 그만큼 뛰어나다.

 

속도를 낮춰요 랭글러는 풍부한 힘을 가졌다. 하지만 보디 온 프레임의 차체는 운전자에게 속도를 줄이고 풍경을 즐기라고 권유한다.

 

랭글러의 라인업은 모든 사람의 요구에 맞출 수 있을 만큼 다양하다. 지프의 과거를 추억하는 사람들에겐 V6 엔진과 수동변속기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2도어 모델이 있다. 애프터마켓 용품으로 꾸미지 않은 이 차의 값은 약 3만 달러(3350만원)다. 4도어 언리미티드 모델은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기가 수월하다. 이 차의 가장 큰 장점은 4기통 마일드 하이브리드 터보 엔진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EPA 인증 도심 연비가 이전 세대 모델보다 38%나 개선됐다. “랭글러는 원조 미국차를 사려 깊고 철저하게 파고들어 되살렸어.” 앵거스 매켄지의 말이다. “너트와 볼트에 이르기까지 의도한 성능을 마치 레이저처럼 정확하게 짚어 개선했어.”

 

고성능의 출처 지프는 ‘크로스오버 카’라는 달콤한 유혹을 거부하고 어느 산이라도 넘을 수 있는 능력을 유지했다.

 

디자인의 진보

상징적인 차의 모습을 개선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잘해야 본전치기다. 지나치게 많이(혹은 지나치게 조금) 손을 대면 평론가들이 난리 법석을 떨 것이다. 하지만 지프는 기존의 모습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프는 랭글러의 스타일을 손질하며 가볍지만 신중하게 접근했다. 지프 배지를 얼굴에서 펜더로 옮겨 앞모습이 단정해졌다. 일곱 개의 바로 이루어진 그릴의 날카로움을 원형 헤드램프로 누그러뜨린 것도 한몫했다. 펜더 플레어 끝에 단 LED 방향지시등과 새로운 사각 테일램프 이외엔 신형 모델임을 드러내는 부분은 많지 않다. 당연히 그래야 할 것들만 정확하게 구현했다. 랭글러는 소비자의 관심을 유지하기 위해 얼굴을 계속 바꿔야 하는 크로스오버가 아니다. 과거 SUV의 모습을 기억하는 몽상가들을 끊임없이 유혹하는 고전적인 스타일을 담고 있다.

 

 

기본 사양인 캔버스 톱과 플라스틱으로 만든 옆 창은 여전하다. 앞으로 접을 수 있는 앞 유리도 마찬가지다. 이것들은 이전보다 더 쉽고 빠르게 분해하거나 다시 달 수 있다. 간단한 공구만 필요할 뿐이다. 취향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 검은색 또는 차체와 같은 색의 하드톱도 준비된다. 소프트톱은 검은색이나 황갈색을 선택할 수 있다. 다양한 차체 컬러와 일곱 종류의 휠, 그리고 주기적으로 선보이는 일련의 스페셜 에디션은 각기 다른 취향을 만족시킨다. 모파(Mopar) 액세서리로 업그레이드도 할 수 있다.

 

지프는 아주 많은 방법으로 랭글러를 더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도록 디자인을 다듬었다. ‘스카이 원터치(Sky One-Touch)’라는 이름의 전동식 소프트톱이 대표적이다. 이를 열면 밤하늘의 빛나는 별을 무드 조명으로 쓸 수 있다. 이 새로운 옵션은 비싸지만 값어치는 충분하다. 피처 에디터 크리스티안 시바우는 이렇게 말했다. “하드톱의 안전성에 소프트톱의 편리함과 오픈카 특유의 경험을 결합했어. 브랜드 관점에서 보면 혁명이나 다름없지.”

 

 

인테리어는 뻔뻔스러울 만큼 단조롭다. 하지만 몇몇 세부 요소들은 감각적인 여러 크로스오버보다 더 뛰어나 보인다. 촉감이 부드러운 소재는 럭셔리 브랜드의 경쟁 모델에 쓰인 것과 같다. FCA의 다른 제품들처럼, 운전대 뒤쪽에는 오디오 볼륨과 채널을 바꿀 수 있는 버튼이 있다. 이렇게 직관적인 구성의 차를 몰아보면 다른 자동차 회사들이 왜 이를 따라 하지 않는지 궁금해질 것이다. 쓰지 않을 땐 편하게 접어 후방 시야를 넓힐 수 있는 뒷좌석 헤드레스트도 마찬가지다.

 

직관적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유커넥트)은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한다. 터치스크린은 7인치나 8.4인치 중 선택할 수 있다. “사용법을 금방 익힐 수 있고 조작에도 빠르게 반응해.” 온라인 에디터이자 최신 기술에 푹 빠져 있는 슈테판 오그백의 말이다.

 

지프 실루엣을 표현한 모니터 속 공기순환 아이콘처럼, 곳곳에 자리한 유쾌한 ‘이스터 에그’들은 개성을 더한다. 도어를 떼어냈을 때 겉으로 드러나는 경첩은 이 차가 평범한 이웃집 차보다 얼마나 특별한지 각인시켜줄 것이다. 차에 오르면 높은 시트가 산길을 달릴 때 앞에 펼쳐지는 장애물이나 고속도로 위 다른 차들의 지붕을 내려다보기에 딱 좋을 만큼의 시야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랭글러 팬은 물론 랭글러를 처음 경험하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최고라고 평가할 것이 또 하나 있다. 훌륭한 실내 조립 품질이다. “조립 품질이 이전보다 훨씬 더 좋아진 느낌이야.” 총괄 에디터 마크 렉틴의 말이다.

 

 

탁월한 기술

특유의 그릴은 지프를 상징한다. 하지만 이건 뉴욕 양키스와 그들의 핀 스트라이프 유니폼처럼 그 안에 담겨 있는 본질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 양키스에 몸담았던 영웅 미키 맨틀처럼 랭글러에겐 일곱 개의 공기흡입구가 표현할 수 없는 대단한 것이 있다. SUV, 그러니까 ‘스포츠 유틸리티 비이클’이라는 표현 속의 ‘스포츠’라는 단어는 자동차 경주용 서킷이나 굽이치는 길을 공략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보디 온 프레임 구조의 랭글러에서 ‘스포츠’라는 단어는 포장된 길이 끝나는 지점 너머에 그 의미가 있다. 랭글러의 핵심 DNA는 오프로드 주파 능력으로, 제2차 세계대전 때의 프랑스 아르덴(Ardennes)에서부터 베트남전 때의 베트남 안 록(An Loc)에 이르기까지 군용으로 쓰이며 숙성된 것이다. 2019년 랭글러에는 이 우수한 유전자가 모두 담겨 있다.

 

지프는 루비콘 트림의 차축 굴절각과 서스펜션 작동범위를 개선해 이미 놀라운 경지였던 오프로드 주행능력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일반 도로에 초점을 맞춘 사하라 트림도 대다수 지형을 감당하기에 충분한 풀타임 네바퀴굴림 시스템이다. 루비콘에 쓰이는 데이나 44(Dana 44) 차축과 전자식 로킹 디퍼렌셜, 그리고 안티롤 바 해제 기능이 있으면 거칠 것이 없다. “충직한 팬들을 위한 설계네. 루비콘은 자연스레 모든 지프의 근본인 것처럼 움직여. 로기어 모드에서 앞뒤 디퍼렌셜을 모두 잠그면 모래밭에 빠지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야.” 오프로드 시승을 마친 테크니컬 디렉터 프랭크 마커스는 오프로드에 초점을 맞춘 루비콘을 두고 이렇게 설명했다.

 

 

모든 랭글러는 이런 믿음을 심어줄 성능을 타고났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은 내리막 속도제어 장치를 로기어 모드에서만 작동할 수 있다는 것. “이 지프의 천재적인 점은 오프로드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사람은 물론 전문가의 욕심까지 채울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으면서도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경험을 준다는 거지.” 매켄지의 말이다.

 

지프를 즐기는 방법과는 상관없이 2.0ℓ 마일드 하이브리드 터보 엔진은 매력이 넘친다. 274마력의 최고출력과 40.8kg·m의 최대토크가 흥미를 자극하며, 반응은 예상보다 더 뛰어나다. 변속기는 8단 자동만 고를 수 있고 엔진 스타트앤스톱 시스템과 회생제동 시스템도 들어간다. 새 엔진은 랭글러 기준에서만 인상적인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봐도 뛰어나다. 마커스 역시 이 공회전 방지 장치의 재시동이 놀랄 만큼 빠르다고 칭찬했다.

 

4기통 랭글러가 못 미더운 사람들은 289마력의 V6 3.6ℓ 엔진을 고집할 수 있다(4기통 터보 엔진보다 최대토크가 4.8kg·m 낮다). 어쨌든 우리는 V6 엔진 모델은 8단 자동변속기를 선택하길 추천한다. 기본 사양인 6단 수동변속기는 신형이지만 여러 심사위원이 이 변속기의 토크 전달 성능이 형편없는 것을 확인했다.

 

지프는 ‘크로스오버 카’라는 달콤한 유혹을 거부하고 어느 산이라도 넘을 수 있는 능력을 유지했다.

 

의도한 기능의 성능

지난해 ‘올해의 SUV’를 선정할 때 혼다 CR-V가 헬스 리벤지(Hell’s Revenge) 코스를 의연하게 통과하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던 것처럼 랭글러는 승차감이 매끄럽지도, 핸들링이 활기차지도, 승용차 기반의 크로스오버처럼 주행 중 진동 차단 특성이 뛰어나지도 않다(요즘 시장에서 이 차급의 철학적 평가기준이 혼란스러운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요즘 팔리고 있는 다른  SUV보다 오프로드 주행 능력이 더 탁월한 차라는 걸 감안하면 일상에서 감수해야 할 어려움이 생각만큼 심각하지는 않다.

 

사하라와 루비콘 모두 이전보다 훨씬 더 편안하다. 서스펜션을 개선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전자유압식 스티어링 역시 정확성이 더 커졌다. 하지만 랭글러는 절대로 스포츠카인 척하지 않는다. 대신 진지한 움직임으로 주변 풍경을 보며 감탄하도록 부추긴다. “랭글러는 허우적거리거나 뒤처지지 않아. 정확한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지. 주행 질감은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어.” 피처 에디터 스콧 에번스의 말이다.

 

더욱 강력해진 오프로드 주행 성능은 장점 중 일부에 불과하다. 길어진 휠베이스 덕분에 뒷자리 공간도 더 넓어졌다. 험로주행 성능보다 차가 가진 이미지에 더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해 지프는 취향에 맞는 선택지와 햇빛을 즐기는 방법을 아주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

 

가벼움을 더하다 환경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은 랭글러의 여러 매력 중 하나다. 도어와 지붕은 간단한 공구로 짧은 시간 안에 모두 떼어낼 수 있다.

 

효율

2.0ℓ 마일드 하이브리드 터보 엔진은 첨단 기술의 집약체다. 하지만 V6 3.6ℓ 엔진도 연비가 개선됐다. 파워트레인에 관계없이 도어와 보닛, 앞 유리 프레임 등에 가벼운 알루미늄 소재를 쓴 덕분이다. 엔진 스타트앤스톱 장치도 두 엔진 모두 갖춘다. V6 모델의 연비는 도심 기준으로 0.4~0.9km/ℓ, 고속도로 기준으로 0.9~1.3km/ℓ 높아졌다. 2.0ℓ 모델의 연비는 도심 기준 9.4~ 9.8km/ℓ, 고속도로 기준 10.2~10.6km/ℓ다. 지프를 즐길 수 있는 거리가 더 길어진다는 뜻이다. 지프는 V6 3.0ℓ 터보 디젤 엔진을 얹은 모델과 랭글러를 바탕으로 만든 픽업트럭, 그리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지붕 열고 심호흡 원터치 전동 개폐식 지붕은 ‘게임 체인저’다. 직물 부분이 접힐 뿐 아니라 뒤쪽 옆 유리를 떼어내 오픈카를 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안전

안전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고를 완전히 예방하는 것이고, 이전 세대에 비해 탁월해진 기동성은 사고 예방의 좋은 밑바탕이 된다. 지프의 프레임은 고장력 강철로 강화됐고, 새 랭글러에는 모두 일체형 내장 사이드 에어백이 달린다. 사각지대 감지, 후측방 접근 경고, LED 헤드램프가 일부 모델에 들어가고 급제동 상황에서 운전자가 페달을 끝까지 밟지 못했을 때 스스로 제동력을 극대화하기도 한다.


일반도로 주행에서의 안전성을 최적화하기 위해 2019년형 모델에는 전방추돌 경고 기능이 들어간다. 지프의 상징인 앞모습이 망가지지 않도록 돕는 기능이다. 지프의 능동 안전기술은 오프로드에서도 인상적이다. ABS 시스템에는 거친 노면을 감지하는 기능이 있어 비포장길에서 성능을 높이도록 설정을 조절한다. 충돌시험은 아직 거치지 않았다. 하지만 모노코크 방식의 크로스오버인 만큼 급격한 움직임을 감당하진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사방 시야가 뛰어나고 오프로드에서도 안심할 수 있는 차를 찾는다면 랭글러는 좋은 선택이다.

 

 

가치

모든 사람이 지프를 칭찬하진 않을 것이다. 차값이 어느 정도일 때 마음이 흔들릴까? 랭글러의 값은 여러분이 살 수 있는 네 바퀴 가전제품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바위, 모래, 눈으로 뒤덮인 곳에 갈 생각이라면 랭글러는 값이 두 배 이상인 차들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보여줄 것이다.

 

최고출력 289마력에 네바퀴굴림 시스템을 갖추고 2도어 캔버스 소프트톱을 단 랭글러는 3만 달러(약 3350만원)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훌륭한 2.0ℓ 엔진과 자동변속기를 갖추고 충분한 장비를 더한 4도어 언리미티드 모델은 5만 달러(약 5580만원)가 넘어간다. 상당히 비싼 게 사실이다. 하지만 몇몇 소비자들은 지프에 달려 있는 7 슬롯 그릴이 여느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의 로고만큼이나 특별하다고 느낀다. 세상에 랭글러만큼 매력적이면서 무지막지한 험로를 통과할 수 있는 차는 별로 없다.

 

 

정상에 서기까지

랭글러가 모든 사람에게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2열에 드나들기는 비좁고, 타이어 소음과 바람 소리는 여전히 거슬려. 그리고 수동변속기의 클러치 페달은 도심의 러시아워 속에서 아킬레스건을 망가뜨릴 거야.” 객원 심사위원이자 자동차 R&D 임원 출신 전문가이면서 2013년형 랭글러의 오너이기도 한 고든 디키는 이렇게 지적했다. 게다가 루비콘의 승차감은 다른 SUV에 비해서 여전히 단단하다. 지프 애호가라면 기꺼이 납득하겠지만. 하지만 오프로더가 필요하거나 주말에 대지를 뛰어다니는 일을 즐기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다면 지프를 외면할 수 없다. 오리지널 윌리스 MB의 혈통을 지닌 랭글러는 과거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지프 랭글러는 핵심 목적에 걸맞게 놀랄 만큼 잘 다듬어졌고 ‘올해의 SUV’에 가장 잘 어울리는 차다.글_Zach Gale

 

 

 

 

모터트렌드, 자동차, 2019 올해의 SUV, 지프, 랭글러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Michael Shaffer

모터 트렌드 ©motortrendkorea.com, ©motortrendkorea.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