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CAR

크로스컨트리(V60)는 S90의 우아한 실내를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볼보 혁신의 중심에는 인테리어 디자인이 있다. 크로스컨트리(V60)는 90 클러스터의 그 찬란한 실내 구성과 스타일링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2019.03.12

 

디자인. 자동차에서 이젠 한 모델을 넘어 브랜드의 운명까지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볼보의 새 시대를 견인하고 있는 것 역시 디자인이다. 하지만 지금까진 프리미엄 비율, 토르의 망치(주간주행등) 등 주로 겉모습만 부각됐다. 가장 많이 언급된 인물도 익스테리어 디자인을 책임지던 토마스 잉엔라스(Thomas Ingenlath, 폴스타 CEO이기도 하다)다.

 

그러나 볼보의 최근 눈부신 성장의 이면에는 로빈 페이지(Robin Page)가 그린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도 있다. 로빈 페이지는 재규어, 롤스로이스 등을 거쳐 장장 12년간 벤틀리의 인테리어를 책임져온 인물이다. 벤틀리 부활의 상징인 컨티넨탈 GT와 플라잉스퍼는 물론 뮬산까지 그의 손을 거쳤다. 로빈 페이지는 2013년 볼보 인테리어 총괄 자리로 옮겨 볼보의 차세대 인테리어를 완성했고, 2017년 디자인 수석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가 지금의 성공에 막대한 기여를 했음을 회사도 인정한 것이다.

 

 

물론 디자이너의 화려한 이력이 좋은 인테리어를 보장하진 않는다. 게다가 볼보는 롤스로이스나 벤틀리처럼 사치스러운 소재를 남발할 수 있는 브랜드도 아니다. 하지만 볼보의 최신 인테리어는 디자이너의 확고한 신념 없이는 완성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다. 차세대 볼보의 신호탄이었던 90 클러스터가 그랬고, 이번에 선보인 크로스컨트리(V60) 역시 마찬가지다.

 

일단 레이아웃부터 살펴보자. 센터페시아의 세로배치 디스플레이는 피해갈 수 없는 흐름이다. 지금은 볼보, 테슬라 등 몇몇 브랜드만 이렇게 구성하고 있지만 앞으로 메르세데스 벤츠, 재규어·랜드로버 등 꽤 많은 브랜드가 이런 형태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머뭇거리고 있는 건 스타일링 교체 주기가 다른 탓도 있지만 도입 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서이기도 하다. 세로배치 디스플레이를 적용하면 분위기가 지나치게 단조로워지는 건(테슬라 모델 S가 좋은 예다) 물론 송풍구도 문제가 된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송풍구의 위치와 모양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운전석 쪽 얼굴 방향 바람이 운전대를 잡은 손에 막히는 건 심각한 결격 사유. 납작한 송풍구는 바람을 세게 틀 때 소음이 심해 쓰지 않는다. 벤츠가 현재 작은 원형 송풍구를 여러 개 쓰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나무와 가죽, 금속질감이 적절하게 어울려 우아하고 고급스런 분위기를 낸다.

 

그래서 볼보는 송풍구를 위아래로 늘려 바람 방향과 소음 문제를 해결한 후, 이를 정성스레 다듬어 인테리어의 한 구성 요소로 만들었다. 자칫 투박해 보일 수도 있는 모양이지만 정교한 금속 핀과 밸브, 그리고 빛을 은은하게 머금은 블랙 마감 패널 덕분에 고급스럽기만 하다. 그 기계적 완성도는 바람세기 조절 밸브를 돌릴 때마다 느낄 수 있다. 저항이 일정한 데다 닫힐 때 ‘딸깍’ 하는 섬세한 진동까지 전달한다.

 

소재 역시 심상치 않다. 크로스컨트리(V60)에선 ‘이미테이션’ 마감재를 찾아보기 힘들다. 번쩍이는 은색 부품은 거의 금속이고, ‘우드’ 느낌을 내는 건 모두 진짜 나무다. 시트는 물론 도어트림 일부를 감싼 것 역시 대부분 고급 천연 가죽이다. 엔진 시동 다이얼과 드라이브 모드 다이얼, 오디오 볼륨 노브와 송풍구 밸브 등의 테두리에는 격자무늬를 새겨 넣어 통일감을 높였다. 대형 터치스크린으로 버튼 수를 줄인 대신 남은 것들을 한층 더 고급스럽게 다듬어 균형을 잡은 것이다.

 

 

시승차는 크로스컨트리(V60) T5 인스크립션. 대시보드와 센터콘솔에는 스웨덴 해안가에 떠다니는 죽은 나무(Drift wood)를 재현한 우드 트림이 들어가 있다. 독특한 촉감과 무늬가 눈길을 끌지만 이보다는 가공 실력이 더 인상적이다. 앞으로 밀면 켜켜이 자른 나뭇조각들이 한 치의 오차 없이 맞물려 하나의 패널처럼 둔갑하는 컵홀더 덮개의 정교함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만약 새 인테리어 전략이 오로지 고급화에만 치중했다면 지금 같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을 수도 있다. 볼보는 플랫폼과 디자인 언어 모두를 뒤엎는 큰 변화 속에서도 ‘인간 중심’이라는 고유의 철학을 유지했다. 동급 어떤 차종보다도 편안한 시트가 좋은 예다. 신체를 포근하게 감싸는 형상이라 웬만한 충격이나 무게 이동에도 몸이 요동치지 않고 시트 각 부위의 탄성이 달라 장시간 탑승에도 피부가 잘 배기질 않는다.

 

시트의 타공은 멋이 아니라 기능성을 위해서다. 오래 앉아도 쾌적하도록 정성스럽게 뚫었다.

 

공간 활용을 중시한 설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원가 상승을 의식하지 않고 오직 편의성만을 고려한 부분도 눈에 띈다. 센터콘솔 덮개나 롤러식 가변 트렁크 가리개가 대표적이다. 센터콘솔 덮개의 경우 ‘ㄴ’자 흰지가 아닌 ‘C’자 철제 레일을 따라 올라온다. 위로 완전히 들려 뒤쪽으로 이동해 고정되는 까닭에 앞좌석 승객의 팔꿈치에 닿질 않는다. 열어둔 상태로 안쪽 공간을 충분히 활용하라는 의도다. 트렁크 가리개는 바깥쪽 끝 고정 부위를 필러를 따라 한 번 더 올릴 수 있게 설계해 많은 짐을 실을 때도 품위를 잃지 않게 했다. 뒷좌석 헤드레스트만 앞으로 접을 수 있게 만든 것 역시 짐칸 활용도를 높여준다.

 

크로스컨트리(V60)는 라이프스타일을 강조하는 모델답게 뒷좌석도 세심하게 다듬었다. 시트의 형상이나 각도에 흠잡을 곳이 없고, 머리 위와 무릎 공간도 넉넉하다. 필러와 콘솔 뒤로 이원화한 송풍구와 간결하고 고급스러운 터치식 전용 공조장치, 230V 파워 아웃렛 등의 배려도 돋보인다.

 

오디오 시스템은 흠을 잡을 수 없다. 총 15개의 스피커로 어느 자리에서든 뛰어난 음질을 들을 수 있다.

 

90 클러스터에서 시작된 새 인테리어는 60 클러스터를 거쳐 40 클러스터까지 확장되고, 각 세그먼트에서 최고의 품질로 인정받고 있다. 볼보가 진정한 프리미엄 브랜드임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일등 공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난 벌써 볼보의 다음 세대 인테리어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다. 로빈 페이지가 인테리어 디자인이 아닌 디자인 수석 부사장에 올랐기 때문이다. 인테리어를 총괄하던 그가 더 막강한 권력을 얻었으니 앞으로는 얼마나 더 좋아질까?

 

 

 

 

모터트렌드, 자동차, 볼보, 크로스컨트리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CREDIT

EDITOR : 류민PHOTO : 민성필(TEAMROAD STUDIO)

모터 트렌드 ©motortrendkorea.com, ©motortrendkorea.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