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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의 가치 평등, 크로스컨트리(V60)와 B&W

볼보는 차급을 품질로 나누지 않는다. 차 크기에 맞게 가치를 설계할 뿐이다. B&W 오디오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2019.03.15

 

볼보의 B&W(Bowers & Wilkins) 도입은 많은 화제를 모았다. B&W 같은 대가의 카오디오는 주목을 받기 마련이지만 단지 이 때문만은 아니다. B&W는 이미 2007년 재규어를 통해 자동차업계에 진출했고 마세라티에도 시스템을 공급하는 중이었다. 그들의 협업이 이목을 끌었던 진짜 이유는 B&W가 아닌 볼보에 있었다. 볼보는 누구보다 기술적 완성도에 대한 욕심이 큰 브랜드. 이런 볼보와 함께라면 B&W가 더 좋은 소리를 제공할 거란 기대가 일었다.

 

이런 반응에 부응이라도 하듯, 그들의 첫 작품 90 클러스터는 세그먼트를 뛰어넘는 사운드를 냈다. 특히 ‘트위터 온 톱’ 센터스피커와 케블러 콘 미드레인지 등 탄탄한 하드웨어 구성 아래 섬세한 세팅이 돋보였다. 물론 B&W만의 성과는 아니다. BMW, 맥라렌 등 현재 B&W를 쓰는 여러 브랜드 가운데 볼보 시스템의 완성도는 독보적이다. 볼보가 B&W와 함께 출고 옵션 카오디오의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는 평가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90 클러스터로 데뷔한 볼보의 B&W는 하위 모델로 범위를 확장하기 시작했고, 이번에 데뷔한 크로스컨트리(V60)에도 들어간다. 60시리즈의 B&W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기함급의 하드웨어 구성이다. 사실 한 브랜드에서 같은 이름을 단 옵션 사운드 시스템도 차급에 따라 구성이 다르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부메스터 역시 3단계 이상으로 구분된다. 원가를 의식한 차등이다. BMW, 아우디 등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도 대부분 이런 전략을 쓴다.

 

 

하지만 크로스컨트리(V60)의 B&W는 90 클러스터의 그것과 다를 게 별로 없다. 구성은 거의 판박이다. 센터 스피커의 트위터를 청취자 쪽으로 세워 음의 분산을 막고 고급 소재인 케블러로 중음역을 강조했다. 스피커는 서브우퍼를 포함해 15개며 앰프는 10채널 D 클래스다. 작은 차 크기에 맞춰 미드레인지 2개를 빼며 채널 2개를 덜어냈을 뿐이다. 최대출력도 1400W로 같다.

 

품질에 차등을 두지 않겠다는 볼보의 의지는 설정 메뉴에서도 읽을 수 있다. 크로스컨트리(V60)는 90 클러스터처럼 서브우퍼 컨트롤과 9밴드 이퀄라이저 등을 갖춘다. 스튜디오, 개별 무대, 콘서트홀 등 고유의 음장 세팅 메뉴도 그대로다. 개별 무대 메뉴에서 울림의 깊이와 강도를 직접 설정할 수 있다는 점도 같다. 참고로 콘서트홀은 스웨덴 예테보리 콘서트홀의 현장감을 구현한 모드다. 울림뿐만 아니라 음색까지 변해 개별 무대 세팅과는 다른 맛을 낸다. 이퀄라이저에는 온화함, 밝음, 다이내믹 등 세 가지 설정이 저장돼 있는데, 모두 억지로 강조된 음색이 없어 귀가 까다로운 사람도 기분에 따라 골라 쓸 만하다.

 

서브우퍼는 에어 타입이다. 센터 스피커와 미드레인지만큼 주목할 만한 특이점으로 인클로저 없이 실내 공간 전체를 울린다. 60Hz 이하의 초저역을 풍부하게 내며 방향성도 없다. 마치 도어트림의 미드 우퍼가 강해지는 듯한 효과가 있다. 가볍고 공간을 작게 차지하는 것도 에어 서브우퍼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 이 시스템의 미드 우퍼 마그넷 크기를 흠잡는 이는 이런 설계와 구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 제조사가 설계하는 최신 오디오 시스템은 음질은 물론 무게와 공간 등 효율까지 고려한다. 볼보가 리어 서스펜션에 제조단가가 비싼 가로배치 탄소섬유 리프 스프링을 쓰는 것도 바로 효율 때문이다.

 

크로스컨트리(V60)의 B&W 오디오 시스템은 다양한 얼굴을 지녔다. 섬세하면서도 에너지가 넘친다. 음악 장르를 가리지 않을 만큼 균형이 뛰어나기도 하다. 클래식부터 일렉트로니카까지 대부분의 음악을 흠잡을 곳 없이 깔끔하고 힘차게 재생한다. 하드웨어가 탄탄해 볼륨을 높여도 노이즈를 내거나 특정 음색의 강도를 줄이는 법도 없다. 90 클러스터 의 B&W가 수억원짜리 차에서나 볼 수 있는 3D 사운드 시스템을 위협하는 완성도를 뽐냈듯, 크로스컨트리(V60)의 B&W 역시 차급 이상의 사운드를 자랑한다. 90시리즈가 국내에 처음 선보였을 때 B&W 옵션 때문에 S90을 구입한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엔 크로스컨트리(V60)가 그 주인공이 될 지도 모르겠다. 볼보의 B&W는 그만한 평가를 받을 자격이 있다.

 


볼보 크로스컨트리(V60)에서 들은 앨범

Erik Satie - The Early Piano Works 1 & 2 (Reinbert de Leeuw 1977)

친숙한 ‘Gymnopedies’가 아닌 ‘Danses de travers’를 주목해 앨범을 선정했다. 피아노곡은 연주자에 따라 스타일이 달라지기 마련이지만 에릭 사티(Erik Satie)의 곡은 그 해석이 지나치게 천차만별이다. 그럴 만도 한 게 악보에 ‘여리게’ ‘점점 느리게’ 등의 흔한 지시어가 하나도 없다. 심지어 이 곡은 마디조차 없다(전체가 하나의 마디로 구성돼 있다). ‘말을 전해주듯’ ‘잠깐 드러내듯’ ‘하얗게 쳐라’ 따위의 설명을 보고 연주해야 하니 피아니스트 개개인의 해석이 널뛰듯 할 수밖에. 이 앨범을 녹음한 네덜란드 출신의 레인베르트 더 레이우(Reinbert de Leeuw)는 에릭 사티의 이런 넋 나간 프랑스 감성을 굉장히 담백하게, 물 흐르듯 담아냈다. 낮보다는 밤에 듣는 것이 더 좋다. 단, 자신도 모르게 와인과 담배를 찾게 될 수 있으니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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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류민PHOTO : 박남규,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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