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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로 간 트위지

캠퍼스에 르노 트위지가 들어왔다. 그때 그녀의 마음에도 그가 함께 들어왔다

2019.03.21

 

재훈 이야기

솔직히 조금 놀랐다. 내게 그런 용기가 있었다니. 원래 마음 가는 대로 말하거나 행동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왠지 쑥스럽고 괜히 창피하다. 기억하는 한은 이번이 분명 처음이다.

 

남들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OT라도, 물론 같은 조이기는 했지만 누군가를, 그것도 여자 후배를 챙겨본 건 결단코 이번이 처음이다. 난생처음 맞이하는 후배이기도 하지만 처음 느껴보는 호감이었다. 술을 잘 하지 못하는데 없는 정신을 어떻게든 챙겨 서경이를 지켰다. 내가 신입생일 때 OT에서 온갖 짓궂은 짓을 다 했던 선배들이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 불안했다. 숙취가 심한 체질이라 다음 날 아침이 두려웠지만 그땐 나도 왜 그렇게 용감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다행이다. 서경이와 친한 유일한 선배가 됐으니.

 

 

오늘은 학교에서 서경이를 만나기로 했다. OT에서 같은 조였던 선배가 후배를 안내해주는 전통이 있는데, 그 핑계로 서경이와 약속을 잡았다. 역시나 그 핑계로 오랜만에 르노 트위지도 깔끔하게 세차했다. 작년에 밤새 편의점 알바를 뛰느라 아침에 자꾸 늦게 일어나 알바비를 ‘택노’로 탕진했었다. 올해까지 그럴 순 없었다. 절대로. 그래서 군에 입대한 선배가 남겨둔 르노 트위지를 헐값에 빌려서 타고 있다.

 

트위지는 탈수록 더 갖고 싶다. 자취방이  1층이라 전기선을 창밖으로 빼내 충전하는데 전기요금이 불과 몇천 원 더 나올 뿐이다. 에어백도 있고 안전벨트도 맨다. 스쿠터보다는 훨씬 안전하겠지? 물론 비 오는 날에도 자유롭다. 무엇보다 좋은 건 예쁘고 스타일리시해 여자들이 관심을 갖는다. 과연 서경이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중앙도서관으로 가는데 저 앞에 서경이가 보인다. 보라색 과잠을 입어 한눈에 쏙 들어온다. 편의점에서 잠 못 자고 알바한 돈으로 마련한 건데 서경이가 받아 너무 다행이었다. 뽀얀 아이라 보라색이 유독 예쁘게 잘 어울린다.

 

 

서경이 앞으로 트위지를 멈춰 세웠다. 뭐라고 인사해야 할까? 자연스럽게 잘해야 할 텐데. “안녕! 나야!”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강박에 “혹시 중앙도서관에 가세요?”라는 서경이의 물음에 맞지도 않는 인사를 건네고 말았다. 너무 긴장한 탓일까? 내 마음을 들킨 건 아닐까? 하긴. 트위지 안에 타고 있는 날 서경이가 알아봤을 리가 없었는데.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일찍 왔네? 뒤에 타”라고 말했다. 그러곤 얼른 손수건을 꺼내 뒷좌석을 닦았다. 세차를 미리 했지만 더 잘 보이고 싶었다. 그런데 너무 소심해 보이는 건 아닐까? 약간은 불안하다.

 

서경이를 뒤에 태우고 앞만 보고 달렸다. 차 안에 룸미러가 없는 건 다행이었다. 뒤에 앉은 서경이가 보였다면 난 정말 너무 긴장했을 거다. 하지만 오디오가 없는 건 좀 아쉬웠다. 어색하게 정적이 흐르는 지금 난 대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렴풋한 전기모터 소리만이 빈 공간을 메운다. “처음 듣는 소리지? 전기차 소리야. 모터 도는.” 어색함에 쓸데없는 소리만 나온다. 그런데 “선배 멋진 차 타네요. 친환경차고. 꼭 미래에서 온 파리지앵 같아요”라고 칭찬해준다. 의외라 더 당황스럽다. “이거 진짜 프랑스 차야. 르노 트위지.” 아, 난 또 왜 이럴까? 왜 이런 말이 나올까? 자랑질이라고 생각하겠지? 하아….

 

 

서경 이야기

공기마저 얼어붙었던 계절에 온기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봄이다. 이제 마음에도 봄기운이 슬며시 피어오른다. 벌써 학교에 갈 때가 됐다. 그렇게 기다리던 대학생이 됐다.

 

일단 과잠부터 입었다. OT 때 받았다. 우리 과 선배들이 마련했다는데 나는 재훈 선배에게 받았다. 스무 살이 되고 처음 받은 선물이다. 재훈 선배는 OT에서 처음 만났다. 얼굴이 빨갛게 익어가도록 술을 마셨는데 자기도 엄청 취하고는 끝까지 날 챙겨줘 기억에 남는다. “첫 술자리에 무리하지 말고”라더니 술은 나보다 더 약한 것 같았다. 그때 꼭 대선배처럼 이끌어줘서 복학생인가 싶었다. 그런데 겨우 1년 선배다. 어른인 척하더니. 솔직히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는 건 내게 쉽지 않은 일인데 재훈 선배랑 친해져서 정말 다행이다. 오늘도 재훈 선배가 미리 학교를 구경시켜주겠다고 해서 나서는 길이다.

 

 

중앙도서관에서 만나자고 했는데 어딘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안 그래도 길치인데. 어쩔 수 없다. 물어서라도 가야지. 지나는 사람도 없는데 저 멀리서 낯선 뭔가가 다가온다. 자동차인가? 주황색으로 물든 자그마한 자동차 비슷한 게 점차 가까워진다. 귀엽네? 왠지 자꾸 보게 된다. 일단 멈춰달라고 손을 들었다.

 

발그레한 빛깔의 차가 내게로 다가와 멈춰 섰다. 어머! 작은 차 안에 재훈 선배가 있었다. 나도 모르게 “혹시 중앙도서관 가세요?”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선배가 “안녕! 나야”란다. 내가 못 알아본 줄 알았나? 다행이다. “일찍 왔네? 뒤에 타”라며 선배가 내렸다. 우아. 작달막한 문이 위로 슝 올라갔다. 굉장히 비싼 외국 차에나 있는 거 아닌가? 생긴 건 귀여운데 꼭 미래에서 온 것 같다. 차도 아니고 오토바이도 아닌 듯한데 뒤에는 또 그럴듯한 자리까지 있다. “여기 앉아도 돼요?”라고 물으니 선배가 주섬주섬 손수건을 꺼내 뒷자리를 닦았다. 손수건을 갖고 다니는 센스! 좋다. 가만히 보면 스타일도 좋은 것 같다.

갑자기 할 말이 없어진 난 조용히 뒤에 앉았다. 선배도 아무 말 없었다. 차 안에는 ‘웽~’ 하는 묘한 소리가 낮게 깔렸다. “처음 듣는 소리지? 전기차 소리야. 모터 도는” 아, 전기차구나. 어쩐지 차가 너무 조용하다 했다. 생긴 것도 귀엽고 스타일리시한데 문은 또 외국 차처럼 열리고, 거기에 전기차다. “선배 멋진 차 타네요. 친환경차고. 꼭 미래에서 온 파리지앵 같아요.” 생각지 못한 드라이브에 고마워서 한마디 던졌더니 “이거 진짜 프랑스 차야. 르노 트위지”란다. 헉! 진짜로 프랑스 차였다니! ‘이거슨! 레알 불란서 갬성!’

 

학교를 돌아다니며 선배는 꼼꼼하게 안내해주고 주의할 것들을 일러줬다. 트위지를 타고  여기저기를 함께 다니니 괜히 흐뭇했다. 선배가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는 트위지를 배경으로 셀카도 찍었다. 차가 너무 예뻤고 기념으로 담고도 싶었다. 인스타에 올릴까? 이름이 트위지 맞지?

 

어쨌든 전기차라서 환경에도 좋은데 예쁘고 귀엽기까지 한 트위지를 보니 재훈 선배가 어떤 사람인지 대충은 알 것 같다. 자꾸만 마음이 간다. 안 그래도 ‘자만추’라 CC가 해보고 싶었는데. 오빠라고 불러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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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고정식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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