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CHCAR

만져봐 만져봐! 이게 무슨 차?

눈을 가리고 어떤 차인지 맞히는 게 가능할까? 장난처럼 시작한 일인데 사뭇 진지했다. 일부분만 만지고도 단번에 정답을 외치는 걸 보니 자동차 환자들이 맞다

2019.03.25

1단계
BMW X4 XDRIVE M40D

특징이 뚜렷한 차다.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SUV와 쿠페가 만났으니 말이다. 키만 껑충하게 키워놓은 것 같았던 이전 X4에 비해 신형 X4는 쿠페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을 잘 유지했다. A필러까지만 보면 X3 같지만, B필러를 넘어 테일램프로 떨어지는 루프라인이 예리하다. “루프라인과 윈도라인의 각도를 달리한 덕에 차체가 더 늘씬해 보이고 뒷자석까지 넉넉해졌어.” 지난달 X4를 시승했던 류민 에디터의 말이다.

국내에 몇 대 없는 ‘쿠페형 SUV’ 모델을 블라인드 테스트에 끌고 온 이유는 메르세데스 벤츠 GLC 쿠페와 헷갈리게 하려는 심산이었다. 혹은 차 높이를 가늠하지 못해 패스트백 스타일의 세단이라고 착각하길 바랐다. 오산이었다. 이진우 편집장이 1분 10초 만에 X4를 외쳤기 때문이다. 그보단 조금 늦었지만 고정식 에디터 역시 1분 35초 만에 정답을 외쳤다. 그는 “처음엔 아테온인 줄 알았어. 눈을 가리니까 높이 가늠이 어렵더라고”라는 짧은 평을 남겼다. 이런 걸 왜 하냐며 투덜거리던 김선관 에디터는 아리송한 표정으로“X2 아니면 X4인데…”라며 중얼거렸다. 결국 뒷자리에 앉아보고야 X4임을 확신했다. 주찬휘 어시스턴트는 시간 초과로 답을 맞힐 기회를 놓쳤다.

 

2단계
JAGUAR F-TYPE SVR CONVERTIBLE

1단계에서 예상보다 빨리 답을 맞힌 에디터들의 수준을 고려해 2단계는 난이도를 상향 조정했다. ‘컨버터블과 SVR’이라는 함정을 판 것이다. 함정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일반 F 타입 컨버터블은 리어 스포일러가 가변식이지만 SVR 모델에만 큼지막하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모터트렌드> 에디터들이라고 해도 F 타입과 리어 스포일러라는 상충되는 요소가 머릿속에서 충돌하는 순간 ‘어라? F 타입에 리어 스포일러가 있었나?’ 하며 혼란에 빠질게 불 보듯 뻔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지붕을 왜 벗겨놨어? 그럼 너무 쉽지 않아?”라며 자신만만하게 시작한 김선관 에디터는 리어 스포일러를 만지는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 “컨버터블인데 이렇게 큰 리어 스포일러가 있는 차를 본 적이 없는데”라며 애꿎은 입술만 깨물었다.  그는 운전석에 앉아서야 답을 알아챘다. 비록 제한 시간을 넘겼지만 말이다. 반면 고정식 에디터는 1단계보다 더욱 빠른 기록으로 2단계를 돌파했다. 고작 30초 만이었다. “손잡이가 없는 걸 보고 재규어인 줄 알았어. 지붕이 없으니 F 타입, 리어 스포일러가 있으니 SVR이지”라며 안대가 무색할 정도로 정확하게 답을 찾아냈다. 안정환 에디터 역시 “냄새가 벤츠인데?”라며 헷갈리는 척하더니 리어 스포일러를 만진 후 확신에 찬 목소리로 정답을 외쳤다.

 

3단계
GENESIS G70 3.3T

함정을 파놓아도 개의치 않고 승승장구하는 에디터들을 보고 작전을 바꿨다. 1~2단계와 반대로 비교적 평범한 차를 불러왔다. 이진우 편집장은 G70을 두고 “후드-루프-리어데크로 이어지는 라인이 우아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눈을 감고 만지는 입장에서 그렇게 긴 라인을 인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아, 이거 어렵다.” 좀처럼 어렵다는 말을 하지 않던 류민 에디터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여태껏 물 흐르듯 정답을 유추해낸 고정식 에디터 역시 “508 아니야?”라며 오답을 내뱉었다. 이에 질세라 김선관 에디터도 “인피니티네”라며 오답 행진을 이어갔다. 안정환 에디터가 보닛과 휠을 만져본 후 “앞바퀴굴림이네”라고 말했을 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출제자의 즐거움은 오래가지 못했다. 부메랑 모양의 에어 덕트를 확인한 안정환 에디터가 58초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정답을 맞혔고 각이 살아 있는 G70의 엉덩이를 쓰다듬은 류민 에디터와 고정식 에디터가 그 뒤를 따랐다. 주찬휘 어시스턴트조차 그릴과 다이아몬드 퀄팅을 만지더니 G70임을 알아챘다. 에디터들은 답을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이 조금 늘었을 뿐 여전히 여유가 있었다.

 

4단계
VOLKSWAGEN GOLF GTD(MK6)

끝판왕이 등장할 차례였다. 마지막 비장의 카드로 꺼낸 골프는 편집장의 아이디어였다. 3단계를 마친 후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다음엔 내 차로 한번 해봐! 아무도 못 맞힐걸?” 일리가 있었다. 골프는 현재 판매가 중단된 상태이므로 시승차를 운영하지 않는다. 심지어 편집장의 골프는 6세대 모델이다. 시승차 중 답을 찾는 에디터의 습성을 노린다면 처음으로 아무도 답을 맞히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보였다. 감히 편집장의 차를 막내 에디터가 빌려올 줄은 몰랐을 테다.

결과부터 말하면 5명 중 2명 정답, 2명 기권, 1명 시간 초과였다. 정답을 맞힌 김선관 에디터와 안정환 에디터도 조금만 늦었으면 시간을 넘길 뻔했다. 두 명 모두 도통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골프의 좁은 그릴을 만지고 눈치챘다고 했다. 이전과 달리 오답도 다양했다. 클리오, A 클래스, 카렌스, 프리우스 V, 308 SW, 시로코까지 등장했다. “눈을 감고 만지면 부피감이 실제보다 더 극단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아. 작은 건 더 작게, 큰 건 더 크게 말이지.” 매 단계 준수한 성적을 거둔 안정환 에디터의 말이다. 처음엔 테스트를 가장 귀찮아했던 김선관 에디터는“내가 골프 오너였는데도 눈을 감고 만지니 전혀 감이 오질 않았어. 색다른 경험이었어”라며 끝난 걸 아쉬워했다.

 

 


 

진행 방식

두 눈을 가린 채 옆면-뒷면-앞면-실내 순으로 만진다. 엠블럼과 이니셜은 가린다. 제한 시간은 5분이며 언제든 답을 말할 수 있지만, 오답일 경우 기록에서 10초가 늘어난다. 에디터는 차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제공받지 않은 상태에서 테스트에 임한다. 테스트는 1명씩 차례대로 진행한다.

 

선수 명단

이진우 | 섬섬옥수의 소유자. 갓난아기 만지듯 부드럽게 쓰다듬는 타입.
류   민 | 한군데 꽂히면 거기만 집중함. 손끝으로 만지는 타입.
고정식 | 무심한 듯 터벅터벅 만지는데 의외로 예리한 타입.
김선관 | 소리 나게 두드리며 만지는 타입.
안정환 | 족집게 강사처럼 포인트만 골라 만지는 타입.
주찬휘 | 소년만화 주인공처럼 고난을 겪으며 성장하는 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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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박호준PHOTO : 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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