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CHCAR

7인 가족이라면? 현대 팰리세이드 vs 혼다 오딧세이

일곱 명의 대가족이 한 번에 움직이려면 7인승 미니밴이 좋을까? 7인승 SUV가 좋을까?

2019.04.15

 

지난 1월 국내시장에서 현대 팰리세이드는 5903대, 기아 카니발은 5678대를 팔아 각각 4, 5위를 했다. 2월에는 팰리세이드가 3위로 5769대, 카니발이 6위로 4312대가 팔렸다. 팰리세이드에 5만 대정도 대기 수요가 밀린 상황이라 위의 수치는 공급 가능했던 양을 뜻할 뿐이다. 한마디로 요즘 우리나라에선 대형 SUV와 미니밴이 잘 팔린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미니밴은 정해진 룰을 따라야 한다. 기아 카니발과 혼다 오딧세이를 비교하면 얼굴 표정만 다를 뿐 구조와 편의장비 등이 거의 비슷한 것을 알 수 있다. 슬라이딩 도어를 양옆에 달고, 3열 시트를 바닥으로 집어넣는 것처럼, 미니밴에 요구되는 룰을 따르지 않으면 경쟁이 되지 않는다. 오늘 시승차 혼다 오딧세이를 카니발과 속성이 같은 미니밴으로 보는 이유다.

 

현대 팰리세이드

 

오늘 온 두 대는 미국이 만들어낸 대표적인 차종이다. 모두 넉넉한 크기의 7~8인승 자동차인데, 다양한 쓰임새만큼 여러 사람이 함께 탄다는 의미가 크다. 둘은 크기도 비슷하다. 모노코크 보디를 두른 요즘 차는 장르가 달라도 내용은 거의 비슷하게 생겼다. 시트 배치도 비슷하고, 3열로 타고 내리는 방법도 비슷하다. 미니밴에는 슬라이딩 도어가 달렸다는 게 큰 차이라면 차이다. 커다란 SUV는 미니밴만큼이나 실내도 광활하다. 팰리세이드는 보닛이 우람하고, 오딧세이는 3열 뒤쪽의 화물공간이 좀 더 널찍하다. 어딘가 두 차가 다른 듯 비슷하다. 두 차 중 하나를 고른다면 어떤 이미지로 타는 것이 나을까?

 

SUV인 팰리세이드에는 마초 감각이 있다. 네바퀴굴림 차에 터프한 기운이 감돈다. SUV 이미지는 궂은 날씨에도 험한 길을 헤쳐 나갈 의지가 넘친다. 하지만 4도어 보디에 긴 차체를 지닌 팰리세이드는 바위를 타고 넘을 차는 아니다.

 

혼다 오딧세이

 

오딧세이는 물론 포장도로를 벗어날 것 같지 않다. 무게중심이 낮아 안정감이 두드러지고, 타고 내리기도 좀 더 편할 것이다. 미국에서 미니밴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차다. 가정적인 만큼 SUV보다 재미없는 차로 여겨진다. 그래서인가 SUV는 날로 성장세를 타고 있는데, 미니밴 시장은 한 해 50만 대 정도로 정체됐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미니밴의 의미는 크다. 단순히 ‘피플 무버(People Mover)’의 의미뿐 아니라 연예인의 차로, 또 정치인의 차로 그 쓰임새가 다양하다. 9인승 이상이면 여섯 명이 타고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를 달리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 수입차 중에는 9인승 이상의 미니밴이 없어 혜택을 못 누리는데 국산 미니밴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품었다.

 

 

HYUNDAI PALISADE

미국에서 베스트셀러인 포드 익스플로러는 중형 SUV에 속하는데, 현대 싼타페는 그보다 크기가 조금 작다. 현대가 팰리세이드를 출시하면서 미국시장에서 이제야 제대로 된 크기의 중형 SUV로 대응하게 됐다. 팰리세이드의 인기를 실감하는 순간, 왜 이제야 만들었나 싶다. 미국시장을 생각하면 진즉에 만들었어야 했다. 하지만 커다란 팰리세이드가 국내시장에서 이렇게 인기가 폭발적인 것은 생뚱맞은 느낌마저 있다. 

 


중대형 SUV라서 주차하기가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작아 보인다. 카니발보다 작은 차라는 것을 알고 나니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다. 프런트 그릴부터 테일램프까지 실루엣이 부드럽고 유연하게 흐른다. 마음 편하게 다가오는 몸매다. 나지막한 높이는 요즘 트렌드를 따른다. 앞으로 나올 신형 익스플로러도 지붕이 낮아졌다.

 

 

테두리가 굵은 현대의 캐스케이딩 그릴은 든든한 느낌을 더한다. 분리형 헤드램프 역시 거부감이 별로 없다. 주간주행등 윗부분이 헤드램프처럼 보이고, 헤드램프가 안개등처럼 보이는 착시효과도 도움이 되었을 거다. 통일된 듯하면서도 모델마다 디자인이 다른 현대차의 정책을 좋아한다. 현대의 모든 차가 벤츠와 BMW처럼 똑같은 얼굴을 지녔다면 무척 지루했을 거다. 결과적으로 모델마다 다른 매력과 변화를 즐긴다. 어느 한 모델이 마음에 안 들어도 다른 모델을 기대할 수 있다. 디자이너들도 의욕에 차 작업에 임할 듯하다. 자동차 회사는 시대를 앞서 고객을 리드해야 한다.

 

 

시승차는 V6 3.8ℓ 휘발유 엔진을 얹었는데 최고출력 295마력, 최대토크 36.2kg·m를 낸다. 시동을 걸고 첫 느낌은 조용하다. 아주 조용하다. 그리고 달리는 순간 차가 부드럽다. 이 차가 인기 있는 이유를 알 만하다. 많이 팔리는 차에는 이유가 있다. 고객은 좋은 차를 금방 알아본다. 시승하기도 전에, 차를 보기도 전에 좋은 차를 구별해내는 혜안에 가끔 어리둥절하다.

 

 

대시보드 디자인도 시대의 흐름을 따르면서 깔끔한 모습을 지녔다는 데 점수를 주고 싶다. 운전석은 엉덩이 쿠션 익스텐션이 앞으로 나와 넓적다리를 넉넉하게 받쳐준다. 내가 좋아하는 기능이다. 엔진은 과격한 운전에도 호응하는 알맞은 힘을 지녔다. 서스펜션은 부드러운 가운데 단단함이 스며 있어 안정적이다. 가볍고 단단한 차체도 경쾌한 주행감각에 한몫을 한다.

 

 

실내 구성은 미니밴과 별다르지 않다. 넉넉한 공간에 2-2-3의 시트 배열을 갖춰 3열로 드나들기가 수월하다. 3열은 공간이 크지만 의자가 생각보다 작다. 어른이 오래 앉아 있을 자리는 아니다. 네바퀴굴림 차인데도 센터터널이 없어 바닥이 비교적 낮아 보인다. 2, 3열 시트 등받이를 접으면 커다란 화물공간이 나타나는데 감동적이다.

 

 

시승차는 옵션을 넉넉히 갖춘 모델이다. 달리는 동안 전혀 뜻밖의 신호가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나타나 운전정보를 제공하고 도움을 주는데 그 어느 하나 필요치 않은 게 없다. 내가 팰리세이드를 산다면 결국 풀 옵션의 차를 사야 할까 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그렇다 해도 방향지시등을 켜면 좌우 영상이 계기반에 나타나고,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컨트롤은 터널에 들어가기 전에 열린 창문을 닫아 외부 공기를 차단한다. 뒷자리 아이들에게 스피커를 통해 잔소리를 하고, 아이들이 잠들면 라디오 소음이 가지 않도록 할 수도 있다.

 

 

서라운드 뷰 모니터는 세차장 진입 지원 가이드까지 제공한다. 내가 모르는 또 무슨 장비가 숨어 있을까? 모든 기능을 파악하는 데 며칠은 걸릴 듯하다. 험로주행 모드는 물론 미니밴에 없는 장비다. 요즘은 당연하지만 준자율주행 장비도 모두 갖췄다. 때로 필요 없는 일에 신경 쓰는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편하고 없어서는 안 될 장비로 굳어간다.

 


 

 

HONDA ODYSSEY

오딧세이는 혼다 모델인 만큼 프런트 그릴에 두툼한 크롬 바를 대고, 옆 창의 벨트라인을 번개 모양으로 구부렸다. 지붕은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은 플로팅 루프 디자인이다. 지루하기 쉬운 박스형 디자인에서 혼다만의 색깔이 뚜렷하다. 바닥이 낮은 미니밴은 그만큼 타고 내리기도 편하다.

 

 

시트 배치는 2-3-3인데, 2열 가운데 의자를 떼어내면 매직 슬라이드 시트라 해서 옆으로 밀 수 있다. 시트 배치에 다양한 연출이 가능한 거다. 3열은 바닥으로 접혀 들어가고, 2열은 모든 의자를 떼어낼 수 있다. 이렇게 하면 팰리세이드보다 바닥이 낮고 거대한 화물공간이 만들어진다.

 

 

엔진은 284마력을 내는 V6 3.5ℓ 휘발유 엔진으로 필요에 따라 6기통에서 3기통으로 변환이 가능하다. 힘의 여유는 팰리세이드와 비슷하지만 활기찬 엔진은 어딘가 모를 생동감이 살아 있다. 오딧세이는 미니밴이지만 단단한 차체강성이 느껴진다. 그래서인가, 핸들링도 뛰어나 운전하는 동안 미니밴임을 잊었다. 미니밴이 승용차같이 움직인다. 나는 뒷시트를 접어 무게를 낮게 깔고 스포츠카를 몰아가듯 한다. 미니밴에서 운전의 재미를 찾았다.

 

 

오딧세이 역시 많은 편의장비를 담았다. 팰리세이드만큼은 아니지만 3열 시트에 앉은 아이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캐빈 토크와 실내를 영상으로 볼 수 있는 캐빈 워치가 있다. 준자율주행 장비 ‘혼다 센싱’은 직관적으로 다루기 쉽다. 번거로운 기분이 없지 않지만 안전에 도움이 될 장비가 분명하다.


 

EPILOGUE

오딧세이는 미국에서 미니밴 시장을 리드하는 차다. 지난해 한국시장에서도 1017대를 팔아 수입 미니밴 1위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카니발과 비교해 형편없는 판매량은 버스전용차로를 달릴 수 없기 때문이다. 9인승 이상 승합차만 버스전용차로를 달릴 수 있는 법은 이제 바꿀 때가 됐다. 우리의 억지스러운 법을 외국인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난감하다. 외국의 버스전용차로에서 우리나라 차만 못 달리게 한다면 이해할 수 있을까? 국내에서 한 달에 5000대 이상 팔리는 카니발은 이제 그렇게 보호할 차도 아니다.

 

혼다 오딧세이

 

원래 미니밴은 7~8인승이어야 하는데, 버스전용차로를 달리기 위해 국산 미니밴은 억지로 9인승을 만들었다. 당연히 시트 배치가 불합리하고, 안전하지도 않다. 오딧세이를 비롯한 7~8인승 수입 미니밴이 버스전용차로를 달릴 수 있다면 좀 더 공정한 경쟁이 될 것이고, 나아가 국산 미니밴의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다. 미국에서 카니발의 판매대수는 오딧세이에 한참 못 미친다.

 

혼다 오딧세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여섯 명 이상이 탄다면 미니밴뿐 아니라 팰리세이드를 포함한 모든 차를 버스전용차로로 달리게 할 만하다. 여섯 명이 타지 않은 차를 제대로 단속한다면 그 숫자는 오히려 줄어들 것 같다. 그리고 단속을 위해서라도 전용차로를 달리는 차는 유리창의 검은 틴팅을 벗겨내야 한다. 법이 원래 그러니 따르면 된다.글 박규철

 

 

 

 

모터트렌드, 자동차, 현대 팰리세이드, 혼다 오딧세이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박남규

모터 트렌드 ©motortrendkorea.com, ©motortrendkorea.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