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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고민, 다음 차로 무엇을 살까?

기아 레이를 보내고 다음 차로 무엇을 살까 고민 중이다

2019.04.16

토요타 86

 

자동차에 특별한 관심을 쏟는 나지만, 좋은 차를 많이 타봐서인지 정작 내 차에 대한 욕심은 없다. 주로 작고 값싼 차를 많이 탔다. 기아 레이에 만족하는 나의 취향이 평범하지 않았다. 또 아버지 차를 물려받아 타는 경우도 많았다. 아버님께 새차를 사드리고 쓰시던 차를 물려받았다. 대부분 내가 원치 않는 대형차였는데, 내가 골라드린 모델이었다. 아버지에게 맞는 차가 내게 어울리지 않는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 운전할 수 있는 날이 길지 않았다는 생각에 조금은 신중해지기 시작한다. 나는 앞으로 몇 대의 차를 사게 될까? 자동차도 하나의 큰 즐거움인데 나의 다음 차는 무엇으로 할까?

 

내 또래 친구들은 안락하고 커다란 고급 세단을 탄다. 그런데 그게 부럽지 않다. 그저 편하고 조용한 차는 세상을 재미없게 사는 것 같다. 아내도 이제는 점잖은 차를 타자고 은근히 압박을 가한다. 그런데 내 눈에 평범한 4도어 세단은 심심하기만 하다.

 

BMW M2

 

포르쉐 911은 죽기 전에 한번 타봐야 할 차인가? 그 유혹이 크지만 한편으로 911은 너무 크고 화려한 차가 됐다. 차로를 꽉 메운 커다란 엉덩이가 부담스럽다. 포르쉐 고유의 재미를 간직한 차는 오히려 718 박스터이다. 그런데 값이 1억을 넘어가면 또 다른 갈등을 부른다. 내가 자동차라는 물건에 돈을 지불할 수 있는 정신적인 상한가를 넘어선다. 박스터에서 머리카락 흩날리는 내 모습은 분명 버킷 리스트에 들지만, 컨버터블의 상쾌함은 모터사이클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

 

내가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장르는 클래식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로서 욕심이자 사명감이다. 오래된 차를 어떻게 관리할까 싶지만 한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다. 나의 추억을 되살릴 포니 같은 국산차도 괜찮고, 시트로엥 2CV 같은 차를 구할 수 있다면 재미있을 듯하다. 클래식카를 일상적인 차로 쓰기는 어려울 거다. 클래식카는 취미생활용 세컨드카로 생각한다.

 

운전의 재미만을 보면 토요타 86이나 BMW M2도 괜찮다. 벨로스터 N도 부담 없이 탈 만하다. 나 혼자만의 도락을 위한 차인데, 아내가 이런 차를 거부하는 눈치다. 요즘 아내는 BMW M5를 은근히 밀고 있다. 나와 어울리는 차라나 뭐라나, 나의 버킷 리스트를 대신 채워준다. 나는 값이 비싸다고 항변한다. 참 고마운 아내다.

제네시스 G70

 

값을 생각하면 카마로나 머스탱도 괜찮은데, 카마로는 커다란 덩치가 부담스럽다. 기아 레이를 타면서 주차의 편리함을 한껏 누린 나에게 남은 후유증이다. 국산 스포츠 세단으로 제네시스 G70나 기아 스팅어도 괜찮다. 그렇게 오늘도 상상 속에서 적당한 차를 찾아 헤매다 오늘 리스트에는 르노 트위지까지 더해졌다. 그냥 장난감으로 생각하고 뒷마당에 하나 들여놓을까? 손주들과 놀러 갈 생각을 하면 기아 카니발이나 현대 그랜드 스타렉스도 괜찮아 보인다. 물론 미니밴을 퍼스트카, 일상적인 차로 쓰는 거다. 멀리 사는 손주들과 함께 차를 탈 일이 1년에 몇 번이나 될지 모르지만, 항상 꿈을 지니고 사는 것도 괜찮다.

 

스타렉스 같은 미니밴 운전석은 높이 앉아 상쾌할 듯하다. 가끔은 모터사이클을 실을지도 모른다. 항상 정체되는 길 위에서 스포츠 세단을 타고 마음 졸이는 것보다 미니밴에 높이 앉아 여유롭게 바라보는 세상도 괜찮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내 마음이 오락가락한다.

 

나는 다행히 자동차에서 체면을 찾지 않는다. 그동안 작은 차를 탈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가끔 고급차를 시승할 때 ‘남들 시선’을 즐기는 나를 발견한다. 어딘가 우쭐한 기분이 나의 속물근성을 건드린다. 내가 이런 사람이 아닌데, 이건 또 뭔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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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박규철PHOTO : 각 제조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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