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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자율주행 케미!

만트럭버스와 독일 물류기업이 함께 테스트 중인 군집 자율주행(플래투닝) 트럭을 직접 타봤다. 집채만 한 트럭 두 대가 10m 간격을 두고 벌이는 환상의 케미, 상용차의 미래는 예상보다 가까웠다

2019.05.14

 

자동차업계의 화두는 단연 자율주행과 친환경이다. 이를 빼고 미래 자동차를 논할 수 없다. 많은 자동차 회사가 본격적인 자율주행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또 무공해차를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물론 상용차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배기가스 규제의 압박은 날로 강력해지고, 늘어나는 물류량을 감당할 운전사는 오히려 줄고 있다. 그만큼 미래 물류 운송 분야에서 자율주행과 전동화는 필수적이다. 지난 4월 8일, 만트럭버스가 자신의 미래를 보여주겠다며 본사가 있는 독일로 우리를 초청했다. 최근 상용차 브랜드들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군집 자율주행 기술을 시연하고 전동화 모델까지 타볼 기회를 마련했다.

 

 

자율주행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는데 ‘군집 자율주행’이라는 단어는 낯설기만 하다. 영어로는 ‘플래투닝(Platooning)’이라는 표현을 쓴다. 뭔가 모여서 스스로 주행한다는 뜻 같은데 정확히 뭔지는 잘 가늠이 되지 않는다. 군집 자율주행은 무선통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연결된 차들이 나란히 줄지어 달리는 것을 말한다. ‘Platoon(소대)’이라는 단어를 쓴 것도 여러 대의 차들이 함께 움직여서다. 군집 자율주행하는 모습을 보면 아마 바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병사들이 행군하는 모습과 비슷하다.

 

자율주행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지만 운전자 없이 스스로 달리는 건 아니다. 물론 먼 미래에는 모든 차가 운전자 없이도 스스로 주행하겠지만, 현시점에서 플래투닝은 운전자가 직접 운전하는 선두 차에 의해 군집의 진행 방향 및 주행 속도가 결정된다. 뒤를 따르는 차는 약 10m 간격을 두고 선두 차의 움직임을 모방한다. 앞차가 가속하면 같이 가속하고, 방향을 틀면 같은 값으로 따라간다. 물론 제동도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같이 이뤄진다. ‘굳이 줄지어 달려야 해?’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런데 의외로 군집주행은 꽤 많은 이점을 가져온다. 일단 뒤따르는 차들은 공기저항을 덜 받는 슬립스트림(Silpstream) 효과로 최대 10%의 연료를 절감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어든다. 또 도로의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 교통체증을 줄이는 역할도 한다.

 

 

여러 상용차 브랜드에서 플래투닝 기술을 연마 중이지만, 만트럭버스의 플래투닝 프로젝트는 독일 정부 승인하에 지난 2017년부터 DB 쉥커(DB Schenker)라는 독일의 물류기업과 함께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기술 전문가가 아닌 실제 DB 쉥커 소속 화물 운송자들이 트럭을 운행하고, 기계 부품을 비롯한 음료, 서류 등의 화물을 싣고 실도로를 달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미 뮌헨과 뉘른베르크를 잇는 독일 A9 고속도로에서만 5만5000km의 데이터를 쌓았고, 다행히 지금까지 아무런 사고도 없었다고 한다.

 

플래투닝 기능이 활성화되면 운전대 가운데에 파란 불빛이 켜진다. 활성화 대기 시엔 붉은빛을 낸다.

 

독일까지 왔는데 플래투닝 트럭을 안 타볼 수 있나, 다락방에 올라가듯 집채만 한 트럭(TGX 26.500)에 몸을 실었다. 직접 운전하는 건 아니다. 난 대형 면허도 없다. 조수석에 앉아 트럭 운전사의 손길에 주목했다. 트럭 내부도 일반 트럭과 다를 게 없고, 출발 과정도 같다. 시속 60km에 도달하자 드라이버가 센터페시아에 있는 파란 버튼을 누른다. 선두 트럭에 플래투닝 신호를 보낸 것이다. 곧이어 선두 트럭이 우리의 신호에 응답했고, 드라이버가 운전대 왼쪽에 있는 ‘OK’ 버튼을 눌렀다. 마침내 플래투닝 시작이다. 그 시작은 운전대 가운데 들어오는 파란빛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선두 트럭의 정보가 0.0005초 만에 우리 트럭으로 전달되면서 두 대의 트럭이 일심동체를 이룬 것이다. 플래투닝의 모든 과정은 요즘 차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반자율주행 기능과 비슷했지만, 앞차와 한 몸이 되어 일정한 간격으로 달린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또한, 일반 승용차와 달리 덩치가 산만 한 트럭이기 때문에 더 정밀하고 강력한 장치가 필요하다. 비슷해 보일지라도 승용차에 들어간 반자율주행 기능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얘기다.

 

운전자가 아무런 조작을 하지 않는데도 앞 트럭을 졸졸 따른다. 선두 트럭 운전자가 운전대를 돌리면 뒤따르는 우리의 트럭도 스스로 조향을 했고 간격도 일정하게 유지했다. 만약 다른 차가 플래투닝 중인 트럭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면 어떻게 되느냐는 물음에는 만일의 사고를 대비해 트럭 스스로 플래투닝 기능을 해제한다고 답했다. 또한 플래투닝 트럭에는 충돌방지 보조시스템도 들어가 있어 앞에 다른 차가 끼어들더라도 충돌사고를 사전에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설명했다. 플래투닝 기능 역시 승용차에 들어가는 반자율주행 기능처럼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약 10초 동안 운전대에서 손을 놓고 있으면 경고음을 울린다. 그래도 운전대에 손을 올리지 않으면 플래투닝 기능은 해제되고 서서히 속도를 낮춘다. 완성된 기술이 아니기에 운전자가 두 손 두 발을 떼기에는 아직 무리다. 또 자율주행 10초로 제한된 것은 규제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더 많은 개선이 이뤄지고 데이터도 오랜 기간 쌓아야겠지만 상용차 분야에도 자율주행 기술이 서서히 접목되고 있음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만트럭버스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플래투닝 기술의 안전성, 연료 효율성, 고속도로 공간의 효율적 사용, 운전자 반응 등을 검토하고 쌓인 데이터를 토대로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라고 한다. 문제없이 개발이 진행된다면 예상보다 빨리 무인 물류배송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상용차 시장에 분 전동화 바람

아직 상용차 하면 매캐한 매연을 내뿜는 차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머지않은 시점에 그 인식은 바뀔 것이다. 이미 현재 생산되는 상용차들도 유로 6 기준에 대응하고 있으며, 저공해가 대두되면서 상용차 시장에도 전동화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만트럭버스 역시 친환경성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2012년부터 전기 상용차 개발에 돌입했고, 지난 2018년 7월에는 유럽 시장에서 전기 밴 eTGE를 출시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존 TGE를 기반으로 만든 전기 버전이다. 전기 파워트레인은 폭스바겐 e-골프와 공유한다. 물론 상용차에 소형차 파워트레인을 얹는다는 게 다소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오랜 기간에 걸쳐 성능과 품질을 입증받은 전기 파워트레인이다. 이제 시작하는 전기 상용차인 만큼 모험보다는 완성도와 안정성이 더 중요했을 것이다.

 

eTGE의 전기모터는 최고출력 136마력, 최대토크 29.6kg·m의 힘으로 앞바퀴를 굴린다. 최고속도는 시속 90km, 1회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는 최대 160km. 일단 제원상으로는 큰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 오히려 부족해 보일 정도다. 하지만 차는 직접 타봐야 알 수 있는 법, 그래서 만 뮌헨 공장 내 T2 트랙에서 eTGE를 시승해봤다. 이곳은 만트럭버스가 개발하고 만든 차를 테스트하는 장소로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위장막 씌운 트럭 등 진귀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는 곳이다. 트랙 한 바퀴를 도는 데에는 2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물론 스포츠카가 아닌 상용차로 말이다.

 

 

eTGE의 겉모습은 일반 TGE와 다를 바 없다. 왼쪽에 주유구 대신 충전구가 있을 뿐이다. 심지어 폭스바겐의 크래프터와도 거의 흡사하다. 그릴만 가리면 그냥 같은 차로 보인다. 같은 폭스바겐 그룹이어서 나눠 쓰는 부품이 꽤 많다. 운전대 역시 폭스바겐 차에서 많이 보던 형태다. 계기반과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에서는 전력 사용량이 나타난다는 점이 일반 모델과 다르다. 차 키를 꽂고 돌려도 아무런 미동이 없다. 승용 전기차에서는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상용차에서 느끼는 고요함은 꽤 신선하다.

 

제원으로 본 힘은 형편없었으나 실제로 주행해보니 출력에서 부족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뒤에 화물을 적재하면 힘이 더뎌지겠지만, 전기차 특유의 빠른 반응과 묵직한 토크가 인상적이다. 최고속도 역시 시속 90km라고 설명했으나 끝까지 밟아본 결과 그보다는 살짝 더 높았다. 화물을 싣는 상용차 특성상 수치를 다소 보수적으로 측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분명 고속도로 위에서는 부족한 속도일 것이다. 아무리 도심 물류 운송에 초점을 맞췄다고 해도 시속 90km는 너무나 아쉽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즉각 회생제동이 개입하는데, 저항이 꽤 강력하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충분히 속도를 줄일 수 있을 정도다. 비교적 낮은 주행가능거리를 강력한 회생제동으로 보완하려는 세팅으로 보인다. 공간이 제한된 트랙에서 타본 것으로 실제 주행가능거리는 정확히 확인해볼 수 없었으나, 회생제동을 적극 활용한다면 보다 효율적으로 주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340kg에 달하는 배터리는 짐칸 아래쪽에 얇게 깔아놨다. 그래서 키에 비해 무게중심이 낮은 편이고, 적재공간을 침범하지도 않는다. eTGE의 적재용량은 모델 타입별로 950kg에서 최대 1700kg까지다. 또 상용차라서 편의 및 안전사양은 무심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풍부하다. 내비게이션은 물론이고 열선 내장 윈드스크린, 열선시트, 긴급제동 시스템(EBA) 등이 기본으로 들어간다.

 

트랙에서 몰아본 eTGE는 부족함이 없었고 꽤 괜찮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하지만 실제 도로 위에서 그리고 보통의 상용차와 비교해본다면 얘기가 달라질 거다. eTGE가 미래에 좀 더 다가선 친환경 상용차이긴 해도 내연기관 엔진을 얹은 모델을 대체하기엔 아직 역부족으로 보인다. 상용차의 전동화는 이제 시작 단계다. 또 만트럭버스 관계자에 따르면 오는 2020년에 성능을 보완한 신형 eTGE를 새롭게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만트럭버스가 꿈꾸는 제로 에미션(ZERO Emission) 시대는 좀 더 두고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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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안정환PHOTO : 만트럭버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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