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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달라, 렉서스 UX

렉서스 UX는 지금까지의 소형 SUV와는 확실히 결이 다르다. 렉서스다운 고급스러움과 차분함에 어떤 상황에서도 기름을 아끼겠다는 자린고비 정신을 버무렸다. UX의 고요한 역전극이 기대된다

2019.06.10

 

시선이 몰리고 있다. 소형 SUV 세그먼트로 말이다. 요즘 이 시장은 보려는 이와 봐주길 바라는 이들이 가득한 소셜 미디어 같다. 그렇기에 더 시선을 끌어야 한다. 누군가는 레트로 디자인으로 과거 영웅 모델의 후광 효과를 누리려 하고, 누군가는 최상위급 모델의 디자인을 그대로 축소해 비싼 차의 느낌을 내려 한다. 어느 세그먼트보다 다양한 디자인의 시도가 행해지는 곳. 이 시장의 패권을 쥐기 위해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제조사들이 공을 들여 소형 SUV의 완성도를 높이는 중이다.

 

난 소형 SUV의 열혈 팬이다. 상대적으로 아담한 체구로 SUV 특유의 무게감에 대한 부담이 적고, 좁은 도심에서 주변 세단을 내려다보며 요리조리 몰고 다니기에 아주 적합하기 때문이다. 기름값 부담도 덜하고 위쪽으로 확장된 공간 덕에 전장의 한계에 비해 생각보다 실내도 여유롭다. 주차도 편하고 좁은 주차 공간 틈에 끼어서 문을 열 때도 걱정이 덜하다. 유아용 카시트에 아이를 앉힐 때도 편하다. 적재 능력은 윗급 SUV에 비해 부족하지만, 솔직히 트렁크 가득 짐을 채울 일이 1년에 몇 번이나 있을까? 정 아쉬울 땐 2열 시트 하나만 접어도 트렁크 공간은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작은 차를 꺼려하는 우리의 정서는 소형 SUV의 몸집을 키웠다. 높은 전고가 짧은 길이를 감추고 소형차처럼 보이지 않는 마법을 부려준다. 그래서 이 세그먼트에는 대부분의 브랜드가 이미 핵심 모델을 론칭한 상태다. 그간 렉서스에 소형 SUV 모델이 없었다는 게 오히려 의외다.

 

양쪽으로 튀어나온 테일램프는 멋을 위해서만이 아니다. 차체 뒤쪽에서 발생하는 기압 변화를 16% 가량 줄여준다.

 

근육질의 화살 같은 디자인 

소형 SUV 시장은 예쁘고 멋진 선수들이 넘치는 곳이지만 UX는 주변의 시선을 모조리 흡수할 만큼 첫인상이 강렬하다. 그 인상은 소형 SUV로 보이기보단, 뭔가 새로운 형태의 렉서스가 탄생했구나 하는 생각에 가깝다. 셀 수 없이 많은 선과 면과 굴곡을 보고 있노라면, 외관을 퍼즐처럼 수십 조각으로 쪼개 각각 다른 디자이너에게 스케치를 맡긴 게 아닐까 하는 상상마저 든다. 재미있는 건 그렇게 따로 만든 듯한 낯선 형태가 하나의 덩어리로 뭉쳐졌을 때 교묘하게 일관적인 균형감각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긴장감 있는 화살촉 같지만 곳곳에 근육을 키운 몸통이 뭔가 비현실적이다. 커다랗고 공격적인 스핀들 그릴이 가장 익숙하고 얌전하게 보이는 요소가 된다.

 

 

하지만 차체 표면의 날카로운 구김을 자세히 관찰하면 소름 끼칠 만한 계산이 숨겨 있다. 사실 렉서스는 세계에서 가장 큰 풍동 실험실을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 중 하나다. 길이 260m, 높이 22m에 이르는 초대형 시설을 2013년에 새로 지어 올렸다. UX의 휠 아치는 단순히 바퀴가 튀겨내는 돌멩이를 막아내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단차를 둬 차체의 상하 거동을 안정화하는 공력 기능을 더했다. 좌우로 길게 이어진 테일램프는 넓어 보이는 효과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실제 보디 표면에서 꽤나 튀어나온 테일램프 모듈은 차체 뒤쪽에서 발생하는 기압 변화를 16% 가량 줄여준다. 바람이 많은 날이나 고속 코너링에서 효과적인 건 둘째치고 야간에 점등된 수평 라인이 참 예쁘다. 120개의 LED를 촘촘히 배열해 미래에서 툭 떨어진 듯한 뒤태를 만들어냈다.

 

 

아웃사이드 미러 디자인은 흡사 렉서스 LC 쿠페의 그것을 떠오르게 한다. 필러가 아니라 도어 중간에서 솟아오르는 타입 역시 고급스러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운전석에 올라 미러를 바라봤을 때 만족감은 배가 된다. 필러와 미러 몸통 사이로 좌우 모두 훌륭한 시야가 확보돼 사각지대를 최소화한다. 특히 오른쪽 미러는 운전자의 시야에 최대한 방해를 주지 않으려는 듯 수줍게 창문 기둥 뒤에 몸을 감추고 있는 모양새다. 모든 형태는 결국 계산된 연출이었다.

 

UX의 대시보드는 운전자를 향해 살짝 돌아앉았다. 실내에는 이 급의 SUV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고급스러움이 가득하다.

 

시트 포지션은 위아래 조절 폭이 상당해 바닥으로 내리면 세단처럼, 적당히 올리면 SUV처럼 시선의 높이를 바꿔준다. 시트와 운전대, 페달 사이의 간격도 어렵지 않게 최적점을 찾아갈 수 있다. 운전대를 전동으로 조절하는 텔레스코픽 기능은 이런 차급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고마운 장비다. 인테리어에서 가장 칭찬하고 싶은 곳은 바로 센터페시아 인터페이스다. 여전히 중앙 모니터는 터치 입력을 지원하지 않지만 전체적으로 운전자를 향해 비스듬히 각도를 돌린 센터 스택 위로 조작이 간편한 버튼이 자리 잡고 있다. 공조 장치를 담당하는 토글스위치는 피아노 건반처럼 가지런히 수평을 이룬다. 버튼마다 좌우 폭이 조금 다른데, 폭이 좁은 버튼은 아래로, 폭이 넓은 버튼은 위아래로 조작할 수 있다.

 

 

열선 스티어링과 통풍 시트는 오토 모드까지 지원하니 황송할 따름이다. 송풍구 방향을 조절하는 동그란 노브는 야간에 조명이 켜지는데 신기하게도 뒤에 연결된 전선이 없다. 무선 전원 공급 기술을 썼다고 한다. 유리창은 마지막에 부드럽게 멈춘다. 꼭 필요하지 않은 곳에도 공을 들이는 것, 그것이 럭셔리의 의미다.

 

오디오 조작부는 파격적으로 재편했다. 처음엔 유선 리모컨을 만지는 듯 어색했지만 몇 시간이 지나고 각 버튼의 위치에 익숙해지자 말 그대로 시선을 돌릴 필요 없이 선곡이나 볼륨, 음원을 손쉽게 바꿀 수 있었다. 정말이지 실내 곳곳에 개발진의 고민과 야근의 흔적이 수두룩하다. 뒷자리는 등받이 각도가 조절되지 않지만 성인을 위한 레그룸은 충분하다. 동급 SUV와 비교해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바로 소재다. 가죽 시트부터 도어트림, 대시보드, 루프 라이닝까지 눈 부릅뜨고 훑어봐도 아쉽다고 여겨지는 표면이 없다.

 

 

끊임없는 배려

UX를 충분히 둘러본 후 녀석과 함께 서해안으로 1박 2일 여행을 떠나보기로 했다. 짐을 챙겨 내려와 트렁크를 열었더니 생각보다 바닥면이 높이 올라와 자리한다. 하필 챙겨온 캐리어가 눕혀도 높이가 40cm나 되는 대형 사이즈라 외부에서 화물이 보이지 않게 가려주는 러기지 스크린에 닿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런데 닫힘 버튼을 누르자 걱정과 달리 부드럽게 트렁크가 닫힌다. 러기지 스크린을 딱딱한 소재 대신 메시 타입의 천 소재로 만든 덕분이다. 소형 SUV를 타는 오너로서 트렁크 공간 활용을 위해 러기지 스크린을 항상 빼두고 썼는데, ‘왜 진작 다른 브랜드는 이렇게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렉서스는 참 똑똑하다.

 

시동 버튼을 누르자 스르륵 조심스럽게 기지개를 편다. 아이가 깰까봐 아침마다 조심스레 기지개를 펴는 내 모습과 닮았다. 엔진이 깨어나지 않아 적막한 실내에 에어컨 바람소리만 웅장하게 들린다. 어라? 분명 아까는 자동으로 켜졌는데…. 갑자기 조수석 쪽 에어컨에 온도 표시가 들어오지 않는다. 이건 ‘S-플로(Flow)’라는 기능이다. UX는 어느 시트에 탑승객이 앉았는지 시동이 걸릴 때마다 확인한다. 가령 운전석에만 앉았다면 그쪽으로만 공조 장치를 켜 효율을 높인다. 차가 알아서 탑승객 위치를 챙긴다니 기특하기까지 하다. 렉서스의 배려는 이뿐 아니다. 비 오는 날, 차에서 내리는 탑승객에게 빗물을 튕겨내지 않도록 와이퍼는 문이 열려 있는 동안 작동을 멈춘다. 정체된 터널 속에서 앞차 엉덩이에 비친 UX의 얼굴을 관찰했다. 미등은 어떤 모습일까 싶어 헤드램프를 1단으로 돌려봤더니 계기반에 ‘헤드램프를 켜는 게 좋다’고 메시지를 띄운다. 긴급 제동 보조, 조향 보조, 전방 레이더를 기본으로 얹고 있는 UX는 네바퀴굴림의 윗급 모델에는 네 단계로 감도를 조절할 수 있는 사각지대 감지장치까지 물려줬다.

 

 

이런 자린고비를 봤나?

UX는 앞바퀴굴림과 네바퀴굴림 모델로 나뉜다. 시승차는 E-Four AWD 모델이지만 엔진과 뒷차축은 기계적으로 연결돼 있지 않다. 5.6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작은 인덕션 모터가 미끄러운 노면에서의 출발을 보조하거나 주행 에너지를 회수하는 역할로 뒤쪽 디퍼렌셜에 물려 있다. 바꿔 말해 AWD도 앞바퀴굴림과 같은 주행 특성을 보인다. 앞 차축은 최대토크 19.2kg·m를 내는 2.0ℓ 휘발유 엔진과 20.6kg·m의 전기모터가 합세해 시스템 출력 183마력을 발휘한다. 공교롭게도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즐겨 쓰는 2.0ℓ급 엔진의 출력과 비슷한 수준이다. 아주 넉넉한 힘은 아니어도 스로틀을 깊게 열면 강력한 전륜 모터와 엔진이 가세하며 시원스럽게 법정 속도 이상까지 가속할 정도는 된다.

 

 

무단변속기의 프로그램은 다소 아쉬움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렉서스의 윗급 모델처럼 회전수를 낭비하지 않으며 직결감을 강조한 설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S 수동 모드로 전환해도 단수별로 기어비가 고정되지 않는다. 수동 모드는 가속보다 내리막 구간에서 감속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부드럽게 시속 90km 근처로 정속 주행을 시도하자 엔진회전수가 1200rpm까지 떨어진다. 평지에서 엔진이 가동 중인 상황에서도 순간 연비는 25km/ℓ 이상이 유지될 정도로 자린고비다. 2.0ℓ 엔진의 열효율과 공기저항을 극도로 낮춘 디자인 덕분이다. 하이브리드는 시내에서 더 유리하다는 내 예상과 달리 UX는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더욱 빛이 났다. 이 상태에서 조금 더 스로틀에 힘을 빼면 완전한 EV 모드로 들어간다. 배터리 잔량이 부족하지만 않다면 EV 모드에서 시속 100km 이상의 속도까지 가속하는 것도 가능했다.

 

경기도 판교에서 출발해 인천 영종도까지 약 70km가 넘는 고속도로 여행에서 리셋해 얻은 평균 연비 표시창에는 리터당 30km를 훌쩍 넘긴 숫자가 찍혀 있었다. UX는 주행 모드와 큰 관계없이 수시로 엔진을 꺼뜨리며 연료를 아낀다. 심지어 스포츠 모드에서 수동 변속 상태로 달려도 조건이 맞을 땐 여지없이 전기모터만으로 속도를 유지한다. 스포츠 모드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UX가 수시로 운전자의 주행 패턴을 읽어 적응한 것이다. 다시 말해 스포츠 모드에서도 나도 모르게 자꾸만 순한 양처럼 운전하게 됐다는 뜻이다. 연비는 유리창에 붙은 스티커 숫자보다 오른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동안의 하이브리드 모델에서 아쉬움이 짙었던 브레이크 페달 감각도 명확히 개선된 부분이다. 페달을 가볍게 밟았을 때 발전기의 저항이 제동력으로 활용되는 구간에서 좀 더 강하게 밟아 패드가 디스크에 닿기 시작할 때로 이어지는 느낌이 상당히 자연스럽다. 페달의 답력이나 감속 G의 변화 없이 매끈하게 그 전환이 이루어진다. 운전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초보 운전자도 당황할 일은 없겠다. 4.5m가 채 되지 않는 콤팩트 SUV의 체구는 통상 앞뒤로 출렁거리는 피칭 현상에서 썩 자유로운 편이 아니다. 짧은 길이를 공간으로 만회하기 위해 천장 높이를 높이다 보면 이런 한계는 더 부각되기 마련이다.

 

 

UX 역시 휠베이스가 2640mm로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직경이 크고 편평비가 여유로운 타이어와 낮은 전고, 상대적으로 부드럽게 풀어놓은 후륜 댐퍼의 설정 등으로 시종일관 승객의 안락함과 평온을 잃지 않는다. 하체 감각은 흡사 치맛단을 살짝 올리고 돌다리를 사뿐사뿐 건너는 봄처녀 같다. 뒷자리 아래 자리한 배터리 팩이 전체적인 무게중심을 끌어내리고, 가로배치 엔진의 하중 배분을 개선해 소형 해치백 감각에 가깝다. 운전에 재미가 느껴지냐고? 당연하다. 타이어의 훌륭한 노면 추종성이 운전자에게 두터운 신뢰감을 선사한다. 다만 애써 쌓아올린 평균 연비 수치가 추락하는 것을 보는 게 마음 아파 보다 과감하게 차를 밀어붙이지 못하는 것뿐이다.

 

화려한 ‘인싸템’으로 여겼던 UX는 알아갈수록 착하고 성실한 친구였다. 가장 큰 무기는 날카로운 스타일링 속에 품은 따뜻한 배려와 고급화 전략이다. 디젤 엔진이 울고 갈 하이브리드의 연비는 덤이다. UX의 고요한 역전극을 관심 있게 지켜봐야겠다.글_강병휘(레이서 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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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최민석,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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