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쌍용차 신임 CEO의 무게

지난 3월 부임한 예병태 쌍용차 사장은 아주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2019.06.13

 

쌍용자동차의 최대 경쟁자는 현대·기아자동차다. 물론 규모만 보면 경쟁 자체가 되지 않지만, 여기서 중요한 개념은 경쟁 시장 점유율이다. 전체 판매가 아니라 경쟁하는 제품 간의 점유율이 훨씬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쌍용은 코란도를 현대 투싼과 기아 스포티지의 경쟁으로 내세우고 있다. 어떻게든 이들의 점유율을 빼앗아오면 성공이다.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현대·기아의 아성이 만리장성처럼 견고해서다. 이런 가운데 티볼리 후속도 출격을 준비 중이고, 새로운 이익 시대를 위해 예병태 사장이 취임했다. 이들에게는 새로운 역할이 부여됐다.

 

지난 4월 쌍용 코란도는 국내에서 1753대가 판매됐다. 3월의 2202대에 비하면 20.4%나 하락해 아쉬움을 남겼다. 쌍용에게 코란도의 중요성과 준중형 SUV 신차임을 감안했을 때 2000대 이상은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사이 현대는 투싼 3860대를 팔았고 기아 스포티지는 2628대가 팔렸다. 그럼에도 쌍용은 일말의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판매 네트워크 규모와 영업 인력 등을 고려할 때 성공적인 공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쌍용 내부의 성공 평가 이면에는 배기량별 판매가 자리하고 있다. 코란도는 1.6ℓ 디젤 엔진이 주력이지만 투싼과 스포티지는 2.0ℓ 디젤 비중이 높다는 점을 파고든다. 그래서 자꾸 코란도 중에서도 1.6ℓ 엔진만으로 판매를 비교하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실제 해당 기준을 적용했을 때 지난 3월 코란도 판매는 현대 투싼 1.6ℓ 디젤(576대), 기아 스포티지 1.6ℓ 디젤(480대)에 비해 월등히 높다.

 

그러나 현대·기아는 구분법이 다르다. 배기량과 연료 종류를 따로 떼어내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같은 기간 현대 투싼 2.0ℓ 디젤만 2027대가 판매됐고, 기아 또한 2.0ℓ 디젤 판매가 1579대로 집계돼 코란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소비자 관점에서 엔진 배기량은 선택의 조건일 뿐 전체적인 판매 실적에서 따로 떼어낼 수 없다는 뜻이다.

 

물론 현대·기아의 설명도 어느 정도 설득력은 있다. 1~4월 누적 판매에서 코란도는 4438대에 머문 반면 투싼은 1만270대, 스포티지는 1만3842대에 달하고 있어서다. 숫자로는 코란도가 투싼과 스포티지의 경쟁 상대가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유는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다. 쌍용에게 코란도는 티볼리, 렉스턴에 이어 올해 판매를 책임질 제품이다. 그러나 워낙 쟁쟁한 제품이 시장을 지배하는 탓에 공략이 쉽지 않다. 게다가 투싼과 스포티지는 국내 준중형 SUV의 양대 산맥으로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왔다. 그간 일부 완성차 회사가 이 시장을 공략했지만 철옹성처럼 무너진 적이 없다. 그러니 쌍용으로선 코란도를 더더구나 이들 옆에 나란히 세워야 한다. 투싼과 스포티지의 대안으로 코란도가 건재함을 알려야 하는 숙명이다.

 

이런 가운데 티볼리 후속이 올해 출시를 앞두고 있다. 티볼리는 쌍용에게 공장 가동률을 높여준 효자 차종이다. 비록 수익은 적어도 올해 1~4월 또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1만3358대가 판매됐고 같은 기간 수출이 3936대에 머물렀으니 티볼리의 내수 존재감은 상징적이다. 하지만 티볼리 홀로 쌍용을 이끈다는 것은 오히려 위기를 높이는 일이다. 후속 차종이 나왔을 때 지금의 인기를 이어간다고 장담할 수 없어서다. 따라서 지금 코란도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투싼과 스포티지 옆에 코란도를 세울수록 주목도가 올라가 소비자 선택 가능성도 높아지는 셈이다.

 

이런 주력 제품의 변화 시기에 쌍용의 새로운 CEO로 예병태 사장이 취임했다. 그에게는 자동차 ‘수출통’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기아 시절 아시아와 중동, 유럽 판매를 총괄했을 만큼 해외 시장에 정통한 경영자다. 그래서 올해 초 예병태 사장을 잠시 만났을 때 수출에 관한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그는 단호하게 “무조건 코란도 수출 확대”라고 답했다. 지난해 쌍용의 완성차 수출이 3만2855대에 머물렀고 같은 기간 내수가 10만9140대에 도달한 사실만으로도 수출 확대의 중요성은 쉽게 알 수 있다. 게다가 연간 생산 능력이 25만대임을 고려하면 아직 10만대 이상은 충분히 생산할 여력이 있으니 수출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코란도에 대한 유럽의 반응이 고무적이라는 점이다. 지난 3월 코란도를 유럽에 공개했을 때 영국의 주요 자동차 전문 언론은 ‘새로운 코란도는 완벽했다’는 평가를 쏟아냈다. SNS를 통한 유럽 소비자들도 ‘공격적인 디자인에 기대가 많다’, ‘실물이 정말 괜찮다’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무엇보다 올해 내수 의존도를 줄여야 하는 쌍용에게 코란도의 이 같은 호평은 반가울 따름이다.

 

쌍용의 제품 종류는 많지 않다. 게다가 SUV에 특화한 라인업은 시장 개척에 있어 분명 어려움이다. 단적인 예로, SUV보다 세단의 인기가 높은 지역은 진출 자체가 쉽지 않다. 따라서 SUV 인기가 치솟는 유럽 시장이 쌍용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지역이자 돌파구다.

 

모두가 알고 있듯 지난해 쌍용의 효자 차종은 소형 SUV 티볼리와 렉스턴 스포츠였다. 이 가운데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는 승용형 픽업이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독점적 지위를 누렸고, 티볼리는 올해 후속 제품 출시를 앞두고 긴장감이 돌고 있다. 그래서 코란도를 통해 내수와 수출을 동시에 잡으려는 게 쌍용의 전략이다. 새로운 CEO에게 주어진 절대 과제도 수출이고, 수출이 회복돼야만 쌍용차는 이후의 생존을 고민할 수 있다. 내수 판매가 예전보다 늘었다고 쌍용이 되살아났다고 여기는 것은 샴페인 뚜껑을 너무 일찍 열어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티볼리 후속이 내수를 지탱하고, 코란도가 투싼 및 스포티지와 어깨를 견주며 수출이 회복될 때 비로소 안정 단계에 들어설 수 있다. 따라서 지난해까지 쌍용의 과제가 생산 안정화였다면 올해부터는 미래 생존을 위한 수익 극대화가 새로운 CEO가 떠안은 막중한 무게다.글_권용주(<오토타임즈> 편집장)

 

 

 

 

모터트렌드, 자동차, 자동차 칼럼, 쌍용차 신임 CEO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CREDIT

EDITOR : 이진우PHOTO : 셔터스톡

모터 트렌드 ©motortrendkorea.com, ©motortrendkorea.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