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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세단 춘추전국시대

여기 한국 일본 미국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모인 최신 중형세단이 있다.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2019.06.12

 

SUV와 준대형 세단의 위협에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중형세단. 이젠 보편타당이라는 탈을 벗고 각자의 개성으로 돌파구를 찾을 때가 왔다. 여기 한국  일본  미국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모인 최신 중형세단이 있다.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4th Place:
CHEVROLET MALIBU E-TURBO

 

말리부는 장점이 확실한 차다. 같은 값에 더 크고 다양한 안전 장비를 얹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차체가 동급에서 가장 길고 높아 실내와 트렁크가 넉넉하다. 큰 차체는 안전에도 도움을 준다. 2016년엔 신차안전도 평가 1등급을 받기도 했다. 물론 에어백 10개의 효과도 무시할 수는 없다. 어쨌든, 말리부는 패밀리 세단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안전’만큼은 믿을 수 있는 차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중형세단을 사는 사람이 ‘이건 있어야지’라고 생각하는 주행 보조 기능은 중간 등급인 LT부터 고를 수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가장 비싼 트림에만 기본으로 달린다. LED 헤드라이트도 최상위 트림에만 옵션으로 제공된다.

 

 

출력은 부족하지 않다. 넉넉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차체가 가벼운 편이라 1.35ℓ 터보 엔진과 CVT로도 충분한 것 같다. 단점은 시끄러운 엔진 소리다. 모든 트림에 기본으로 적용된다는 노이즈 캔슬레이션이 정말 작동은 하는 건지 궁금하다. 여러모로 말리부 E 터보는 아쉬운 차다. 더 좋은 차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여서 더 그렇다. 분명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글_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말리부의 강점은 탄탄한 주행 안정성과 견고한 차체 강성이다. 단점은 거친 승차감과 소음, 무거운 조작감, 낮은 인테리어 품질, 편의장비 부족, 떨어지는 연비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런 걸 감안하면, 부분변경 말리부에선 고객의 의견을 수용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예를 들면 이번 1.35ℓ 터보 엔진은 연비가 좋다. 오늘 참가한 네 모델 가운데 1등이다. 낮은 배기량과 출력에 비해 달리기 성능도 꽤 괜찮다. 3기통 엔진의 고유 진동도 잘 잡았다. 하지만 좋은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힘을 뺀 서스펜션과 운전대는 쉐보레 특유의 주행 안정성을 희생시켰다. 조금만 페이스를 높이거나 도로 사정이 나빠지면 차체는 휘청거리고, 운전대는 감각을 상실한다.

 

쉐보레는 미국 브랜드다. 하지만 미국적인 맛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것이다. 요즘 미국 브랜드들의 관심은 온통 픽업트럭과 SUV에 집중돼 있으니까. 세단은 생존에 급급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말리부는 더 한국적으로 변했다. 그런데 그 한국적이라는 것이 현재나 미래가 아닌 과거의 느낌이다.글_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E 터보. 부분변경 말리부의 출시 보도자료를 보곤 깜짝 놀랐다. 48V 기반의 전기 터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기 터보라면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도 상급 최신 모델들이나 다는 그 물건이 아니던가? 그런데 자세히 읽어보니 말리부의 E는 터보가 아니라 전자식 워터펌프와 전자식 웨이스트 게이트, 그리고 전기 유압식 브레이크 부스터를 수식하는 거였다. 놀라움은 허탈함으로 바뀌고, 이내 헛웃음이 났다. 이 이름, 분명 불순한 의도가 있었을 거다.

 

그래서 난 말리부 E 터보에 대한 기대가   ‘1도’ 없었다. 선입견은 이처럼 쉽게 생겨나 욕구를 지배한다. 내겐 E 터보라는 문구와 1.35ℓ의 배기량이 문제였다. 그런데 막상 타보니 예상과는 딴판이었다. 꽤 괜찮았다. 제원의 수치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폭발적이진 않지만 일상에서 사용하기엔 전혀 불만이 없을 수준이었다. 2.0ℓ 자연흡기를 대체하기에도 충분했다. 이쯤 되니 E 터보라는 단어를 붙인 사람에게 더 화가 났다. 조금만 더 고민하지. 이렇게 괜찮은 엔진을 왜 웃음거리로 만드나 싶었다.

 

문제는 엔진이 아니었다. 사실 내 취향은 애초 쏘나타가 아닌 말리부였다. 실내가 조금 투박하긴 하지만 묵직한 거동과 강한 로드홀딩에서 비롯된 남성적인 감각이 좋았다. 그런데 말리부 E 터보는 낭창대다 무너지기 일쑤였다. 출력이 낮아 이렇게 설정한 거겠지? 설마 2.0ℓ 터보 말리부도 이렇지는 않겠지.글_류민

 


 

 

3rd Place:
PEUGEOT 508 GT

 

자동차는 유행에 따라 구입하는 물건이 아니다. 많이 팔리는 차는 브랜드 인지도나 뛰어난 가성비 등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한번 대세가 된 차는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그 위치를 유지한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독일차가 득세한 것에 대한 설명이 될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면 그만큼 고급스러우면서 독특한 매력을 가진 차들이 있다. 푸조 브랜드가 그렇고, 508이 그렇다.

 

물론 동급 경쟁자들과 대놓고 비교하면 단점이 먼저 보인다. 비교적 협소한 실내 공간이 대표적이다. 반면 경쟁자들은 흉내 내지 못하는 장점도 있다. 스포티한 분위기를 주도하는 프레임리스 도어와 패스트백 타입의 보디가 좋은 예다. 입체적인 대시보드와 위쪽으로 올라붙은 계기판 등 실내에서도 진정한 차별화를 경험할 수 있다.

 

2.0ℓ 디젤 엔진은 넉넉하고 8단 자동변속기는 부드럽다. 변속도 빠르다. 하지만 다른 차보다 약 200kg이나 더 나가는 무게를 완전히 잊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격이 높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장비 수준이나 고급스러운 안팎을 보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비교만 하지 않는다면 508 GT는 충분히 괜찮은 차다.글_이동희

 

 

푸조 508은 앞좌석에 80% 이상을 투자한 차다. 이렇게 말하는 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달리는 재미가 아주 좋다. 코너를 도는 감각이 생생하다. 이번 508은 말랑말랑한 프랑스 감각보다는 정교한 독일 감각에 가깝다. 원래 푸조의 별명이 ‘프랑스제 독일차’였다.

 

두 번째는 앞좌석 인테리어 디자인이다. i 콕핏이나 현란한 센터콘솔 스위치 등 앞좌석에 앉으면 시각적으로 매우 행복하다. 공간 크기도 앞좌석은 중형세단이지만 뒷좌석은 준중형세단 같다. 트렁크를 조금 줄였으면 뒷좌석이 넓어졌을 텐데 아쉽다.

 

 

운전 재미는 좋지만 주행 질감은 떨어진다. 거칠다. 이유는 간단하다. 무거워서다. 가격도 설득력이 낮다. 디젤 엔진임에도 연비가 가장 낮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은 디젤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데 말이다.

 

그래도 508은 오늘 비교 대상 가운데 가장 감성적인 면이 강하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올드하다는 느낌도 있다. 좋게 말하면 취향이 또렷하고, 나쁘게 말하면 균형감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유럽 감성이라는 말이 통하던 시대는 지났다.글_나윤석

 

 

508은 중형세단이자 푸조의 기함이다. PSA 그룹 소속 기함은 전통적으로 파격성이 돋보였다. 크고 안락한 것엔 별로 관심이 없다는 눈치였다. 콘셉트카는 물론 양산차도 그랬다.

 

그래도 브랜드마다 특성은 달랐다. 시트로엥은 크로스오버에 집중했고, 푸조는 스포츠 세단과 쿠페를 도맡았다. 과거 푸조의 콘셉트카를 보면 푸조가 얼마나 진취적인 브랜드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몇 년간 꾸준히 대중성을 강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PSA 그룹의 기함은 평범하진 않다. 508 역시 해당 세그먼트에선 개성이 아주 짙은 편이다. 생산 단가나 공간 크기는 생각하지 않고 스타일링에만 집중했다. 높게 쳐줘야 ‘니어 프리미엄’인데 비싼 프레임리스 도어를 쓴 것만 봐도 그렇다. 아름다운 실루엣을 위해 뒷좌석을 희생하면서까지 차체 길이와 루프 각도를 맞췄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진 이런 과감함이 푸조의 발목을 잡았다. 그런데 이젠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중형세단도 실용성보다 개성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 508의 스타일링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인테리어도 화려하다. 핸들링 완성도는 이미 자타가 공인했다. 문제는 애매한 디젤 파워트레인과 애매한 가격이다. 둘 중 어느 하나라도 해결한다면 분명 위상이 바뀔 것이다.글_류민

 


 

 

2nd Place:
HYUNDAI SONATA G2.0

 

쏘나타는 우리나라 중형차의 역사다. 첫 앞바퀴굴림 중형차로 시작해 국산차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또 세계 세단 시장에 충격을 준 플루이딕 스컬프처 디자인까지 많은 이야기가 있다. 무엇보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사람에게 다양한 기억을 남겼다는 점이 장점이다.

 

그래서일까, 쏘나타 2.0은 모든 면에서 적당하고 무난하다. 과감하긴 하지만 충격적인 것까진 아닌 외모, 비싼 소재는 아니지만 깔끔하게 정리된 실내가 그렇다. 가장 쿠페에 가까운 디자인이면서 2열 머리 위 공간을 여유롭게 뽑아낸 것은 정말 칭찬할 만하다.

 

새 플랫폼은 탄탄하면서도 유연하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1~2단 기어는 짧고, 3단 기어부터는 너무 길다. 탄탄한 섀시와 좋은 타이어가 주는 달리기 성능을 반감시킨다. 첨단 사양이 늘어나며 올라간 가격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쏘나타는 세계 어느 시장에 내놓아도 괜찮은 중형세단임은 분명하다. 쏘나타의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의 반응과 7월에 나온다는 터보 모델이 궁금하다.글_이동희

 

 

이번 쏘나타는 이름 빼고 다 바꿨다고 했다. 아빠차, 패밀리카라는 이전의 굴레에서 자유로워지겠다고 했다. 일단 스타일링은 완전히 달라졌다. 새 디자인을 적용한 첫 사례인데도 동급 중 가장 파격적이면서도 세련됐다는 면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다. 해외 프리뷰에서도 디자인은 상당히 높은 점수를 받았다. 리모트키로 차를 움직이거나 스마트폰으로 디지털 열쇠를 공유하는 등의 신기술도 젊은 고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무기가 될 수 있다. 스마트 모바일 디바이스라는 슬로건에도 잘 어울린다.

 

하지만 여전히 보수적인 부분이 남아 있다. 좋게 말하면 상품성을 위한 균형 감각일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완전히 새로워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다. 쏘나타에 처음 적용된 신형 플랫폼은 조종 성능은 좋지만 가끔 자세가 흐트러지는 경우가 있다. 승차감을 최대한 지키려는 설정으로 보인다.

 

 

가장 큰 타협은 파워트레인이다. 2.0ℓ 자연흡기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는 동급 중 가장 보수적인, 아니 가장 구식인 조합이다. 이젠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이나 무단변속기를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성능, 효율, 직결감 등 단점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쏘나타의 6단 자동변속기는 성숙된 맛도 없다. 엔진은 괜히 시끄럽게 공명음까지 낸다. 쏘나타는 한국차의 위상을 책임지는 모델이다. 조금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글_나윤석

 

 

“또 현대차 편드냐?” 정말 지겹게 들었다. 현대차 칭찬만 하면 달리는 인터넷 댓글이다. 그게 싫어서 억지로라도 까야 하나 싶다. 그런데 어쩌나. 동급 차들을 모아두고 보면 정말 괜찮은데. 요즘 현대차는 상품성이 참 좋다. 스타일링, 장비 구성, 조립 완성도, 성능 등 어느 하나 크게 흠잡을 곳이 없다. 수입차 대비 합리적인 가격은 말할 것도 없고.

 

쏘나타 역시 그렇다. 안팎 디자인 잘 뽑았고 공간마저 넉넉하다. 뒷좌석 시트는 준대형 세단만큼 편안하다. 옵션도 없는 게 없다. 리모트키로 차를 앞뒤로 움직일 수도 있다. 변속 버튼 주위와 도어 트림 일부분을 제외하면 소재까지 고급스럽다. 프리미엄 모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렉서스 ES를 갖다 대도 크게 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운전대를 잡고선 약간 실망했다. 출력이 아쉬운 건 넘어갈 수 있다. 쏘나타 라인업에서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2.0ℓ 자연흡기 엔진이니까. 하지만 엉성한 변속 로직과 기어비 세팅으로 인해 버벅대는 현상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2~3단 사이에서 오르막길을 천천히 달릴 때 두드러진다. 무게가 흐트러져 있는 듯한 느낌도 싫다. 때문에 롤과 피칭을 힘겹게 받아낸다. 최신 현대차답지 않게 핸들링 완성도가 떨어지는 편. 화려한 소재와 장비에 쓸 돈을 변속기와 댐퍼에 조금만 더 분배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i40 단종하고 유럽에도 내보낼 분위기던데. 만약 그럴 거라면 더더욱 이래선 안 된다.글_류민

 


 

 

1st Place:
HONDA ACCORD 1.5 TURBO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혼다 어코드는 2008년 국내 수입차 판매 1위에 올랐던 모델이다. 당시 일본차는 미국 체류 경험이 있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붐을 이뤘었다. 고장이 잘 나지 않아 관리하기 편한 것은 물론, 조용하고 넓은 공간 등 편의성 측면에서 이만한 선택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쟁 모델들이 디자인과 성능을 끌어올리는 동안 어코드는 제자리에 머물렀다.

 

이번 어코드는 확실하게 달라졌다. 디자인은 조금 무거워 보이지만 고급스럽다고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 1.5ℓ 터보 엔진은 과거 2.4ℓ 엔진의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CVT와의 조합도 좋다.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 CVT,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등 말리부와 구성이 비슷하지만 훨씬 조용하면서도 여유가 있다. 탄탄한 섀시와 서스펜션은 혼다다운 핸들링을 완성한다. 통풍 시트와 앞쪽 주차 센서가 없다는 게 조금 아쉬운데, LED 헤드램프나 혼다 센싱 같은 장비를 모두 포함한 가격(3690만원)을 보면 이 정도는 용서해 줄 수 있다. 이번 어코드는 과연 과거의 영광을 찾을 수 있을까?글_이동희

 

 

10세대 어코드는 뼛속부터 달라졌다. 딱 하나 남은 게 있다면 실내 공간. 넓어도 너무 넓다. 뒷좌석 공간은 동급 최대를 넘어 준대형 모델들과 겨뤄도 이길 정도다. 재미있는 건 어코드가 508 다음으로 짧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오늘 모인 다른 세단들처럼 쿠페형 실루엣을 가졌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넓을까. 답은 차체 옆면에서 발견했다. 진짜 쿠페처럼 앞쪽에서 떨어지는 508의 루프 라인에 비해 어코드는 하향 지점도 꽤 뒤쪽이고 트렁크 리드도 높다. 하지만 뒷좌석에 12V나 USB 단자가 없다는 게 아쉽다.

 

어코드가 가장 돋보인 부분은 핸들링과 주행 질감이다. 이렇게 큰 세단이 어쩜 이렇게 경쾌하게 앞머리를 돌리는지. 어리둥절할 정도로 민첩하다. 탄탄한 서스펜션에도 불구하고 과속방지턱은 매끈하게 넘는다. 잘 만든 유럽 스포츠 세단 같은 감각의 비결은 세 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소형 터보 엔진 덕분에 가벼워진 앞머리, 강성이 우수한 차체, 혼다의 섀시 튜닝 능력 등이다. 1.5ℓ 터보 엔진은 힘차기도 했지만 사운드도 풍성했다. 어코드는 일본차의 완성도에 유럽차의 감성과 한국차의 공간감을 더한 중형세단이었다. 그리고 가격도 쏘나타 2.0 ‘풀 옵션’과 비슷하다. 현대차가 조금 더 긴장을 해야 할 듯하다.글_나윤석

 

 

오늘 모인 차 중 인상은 가장 평범했다. 실루엣도 그리 특별하지 않았다. 헤드램프만 조금 독특할 뿐이었다. 어코드는 일본 태생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커온 차나 다름없다. 그래서 그럴 거다. 미국 소비자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보수적이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양쪽 끝 지역은 덜한 편이다. 대륙 가운데 쪽에 사는 소비자가 특히 그렇다. 어코드는 해당 세그먼트에서 베스트셀러를 다투는 모델. 당연히 시장 전체를 보고 평균을 맞춰야 한다. 개성을 더 이상 강조할 수 없는 이유다.

 

이런 특성은 실내로도 이어진다. 보수적인 소비자일수록 장비 구성과 만듦새를 깐깐하게 따진다. 그러면서도 실용성까지 바란다. 차분한 레이아웃과 뛰어난 조립 완성도, 그리고 풍성한 편의장비와 넉넉한 뒷좌석. 어코드는 중형세단을 찾는 사람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제공한다.

 

 

만약 이게 전부였다면 어코드는 쏘나타를 재끼지 못했을 거다. 성격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지금까지만 보면 쏘나타가 더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코드는 가속 성능은 물론 주행 질감과 핸들링 측면에서도 빈틈이 없었다. 섀시 밸런스가 워낙 뛰어나 한계마저 높았다. 친환경 타이어라는 사실에 다들 놀랄 정도였다. 특히 앞머리의 움직임은 역시 혼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혼다는 지금껏 ‘전륜구동 끝판왕’으로 불리는 차를 여럿 만들었다.

 

물론 이런 평가가 반드시 좋은(잘 팔릴 만한) 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은 때론 종합적인 면보다 눈에 띄는 면을 더 높게 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형세단 시장의 트렌드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어코드도 이런 흐름에 조금 더 민감해져야 한다. 평생 미국에만 갇혀 살 순 없지 않은가?글_류민

 


 

 

쏘나타 vs. 말리부 :

국산 중형세단에 이변은 없는가?

 

지난 2016년, 데뷔 초기 말리부의 위상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 한층 더 견고해진 주행성능, 샤프한 스타일링 등 남성들의 가슴에 불을 지피기에 충분했다. 실내 품질도 그만하면 문제 될 것 같지 않았다. SM6와 함께 쏘나타를 위협하며 중형세단 대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녹록지 않다. 브랜드 이미지는 추락했다. 동생 크루즈는 운명했고, 형 임팔라도 짐을 싸고 있다. 사촌 이쿼녹스 역시 적응에 실패했다. 말리부에게 지워진 짐이 너무 많다.

 

그래서일까, 부분변경 말리부는 부드러워졌다. 승차감은 나긋나긋하고 운전대는 가볍다. 1.35ℓ E-터보 말리부는 크루즈의 빈자리를 채워야 하고, 2.0ℓ 터보 말리부는 임팔라의 역할도 수행해야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수비 범위가 넓으면 무난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무난함이다. 쏘나타는 개성을 강화하고 주행 감성을 끌어올렸다. 패밀리카의 역할은 이제 SUV가 담당하는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세단은 이제 개성이 강한 퍼스널카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쿠페의 역할도 조만간 쿠페형 세단들이 흡수할 것이다.

 

말리부는 시대의 흐름을 놓친 ‘구세대’가 됐다. 반면 쏘나타는 스마트폰으로 애인에게 디지털키를 줬다가, 헤어지면 이를 바로 삭제하는 내용의 광고를 내고 있다. 3기통 엔진을 내세우며 경제성이 좋다고 얘기하는 말리부가 대적할 수 있을 리 없다. 개인적으로는 지향점이 엇갈렸다는 것만으로도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세상은 그만큼 빠르게 변하고 있다.글_나윤석

 

 

508 vs. 어코드 :

이렇게 다르기도 쉽지 않다.

 

중형세단. 그게 그거일 거 같은 세상 평범한 장르지만, 사실 차의 태생에 따라 많은 부분에서 차이를 보인다. 날씨와 같은 환경 차이부터 시작해 사용자들의 성향 등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어코드와 508도 그렇다. 도어 4개와 바퀴 4개를 달고 있는 수입 중형세단이라는 사실만 같을 뿐이다. 특히 실내 공간을 비교할 때 그렇다.

 

어코드의 넉넉한 실내 공간은 미국에서 쌓은 혼다의 노하우가 모두 투영된 결과다. 2열의 차이가 큰데, 508보다 무릎 앞으로 주먹 하나가 더 들어간다. 앉았을 때의 느낌도 완전히 다르다. 508이 허리를 잘 받쳐주는, 기업의 젊은 대표가 쓰는 의자라면 어코드는 평범한 중산층의 거실에 있을 법한 푹신한 소파에 가깝다. 무엇을 원하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부분이지, 한쪽이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물론 비슷한 부분도 있다. 유연하지만 스포티한 주행 성능이 그것이다. 두 차 모두 앞바퀴굴림인데도 앞머리를 날카롭게 비튼다. 거친 노면에서의 안정성도 수준급이다. GT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508이 조금은 더 단단하면서도 유연하게 움직임을 처리한다. 어코드는 약간 무디지만 시원스러운 가속 성능이 돋보인다. 공간은 어코드가 넓지만 짜임새와 품질은 508이 더 낫다. 어느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그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할 뿐 정답은 없다.글_이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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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류민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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