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전기차 같지 않은 전기차, 폴스타 2

맞다. 이것은 전기차다. 그저 전기차처럼 생기지 않았을 뿐

2019.06.18

 

‘전기차라면 모름지기 이렇게 생겨야 한다’라는 것에 대해 나는 분명한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다. 현재 자동차 디자인 분야에 있는 사람 중 나보다 더 그런 사람은 없다. 확실하다. 하지만 그런 내가 봐도 폴스타 2는 전기차의 이상향과는 거리가 꽤 멀다. 오히려 기존의 전형적인 자동차의 모습이라 생각하면 유쾌한 디자인이다. 현재 전기차의 세계 표준이 테슬라지만, 폴스타 2를 비롯해 지금까지 나온 모든 양산형 전기차들은 그저 멋진 내연기관차와 상당히 유사했다. 테슬라 모델 S 초기형은 라디에이터 그릴을 표현하기 위해 전면에 옹색한 모양의 검은색 타원을 넣기도 했다. 그 부분은 결국 부분변경을 거치며 삭제됐다. 올해 제네바 모터쇼는 다양한 차들로 가득했다. 물론 내연기관차의 전기차 버전도 여럿 있었다. 폭스바겐 등은 배터리를 채워 넣은 세단과 해치백, SUV 등을 전시했다. 그런데 표시 연비 라벨에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 한 이 차들의 에너지 소비율은 시각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나는 그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이는 내가 전부터 견지하던 바다. 나는 30여 년 전 빌 하라 컬렉션 경매에 참석한 일이 있다. 그곳에서 공랭식 V12 엔진을 품은 1932년식 프랭클린 V-12를 봤다.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이 차는 어떠한 수랭식 V12 엔진이라도 충분히 식힐 만큼 크고 거대한 그릴을 지녔다. 하지만, 정작 그 뒤에는 라디에이터가 없었다.    20세기 초부터 1920년대까지 프랭클린은 앞을 뭉툭하게 자른 고유의 디자인을 고수했다. 이를 고려하면 새롭지도 않은 데다 인위적이기까지 한 아름다움을 굳이 도입했다. 결코 적절치 않았다. 그래서 이 멋지고 ‘볼보다운’ 세단에 새로울 것 없는 인위적인 아름다움이 담겨 있어 슬프다. 용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배터리 때문에 꽤 오랜 시간 충전해야 하는 전기차가 이런 모습이라니. 최첨단 장비를 사용할지라도 주행을 위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시간은 이보다 훨씬 오래 걸린다. 따라서 전기차는 저항을 줄이는 데 완벽하게 최적화돼야 한다. 마치 정체성의 상징과도 같은 수직 꼬리 날개마저 제거해버린 최신예 비행기처럼 말이다. 효율이 스타일링을 이겼다.

 

지금까지 내가 본 거의 모든 전기차와 폴스타 2를 비춰보면, 전기차와 ‘진짜’ 차 사이의 차이를 숨기는 것이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 같다. 그래서는 안 된다. 목적과 기능에 부합하는 조건을 명확하게 밝힌 뒤 그에 맞게 자동차의 형태와 세부사항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게 맞다. 폴스타 2는 겉모습을 통해 아주 빠르다거나 원치 않는 관심을 끌고 싶다거나 하는 뜻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저 안전하고 편안한 차라 말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 차는 개인용 이동수단의 차별화되고 진보한 체계까지 드러내지는 않았다. 빌딩 숲에서 배기가스를 발생시키지 않으며 생태학적으로 깨끗하다는 것조차도 표현하지 않았다. 그건 꽤 아쉽다.

 

 

앞측

보닛 앞쪽에 있는 이 매끈한 가로선 한 줄은 우아하면서도 소박한 인상을 준다.
앞쪽으로 파고들며 확장한 주간주행등은 시각적으로 차체가 더 길어 보이게 한다.
작고 독특하며 날카로운 이곳은 겉모습 전체에서 되풀이되는 주제가 드러난 부분이다.
4 거의 패스트백처럼 보일 뿐, 완전하지는 않다. 측면에서 살짝 꺾이는 선은 아주 매력적인 동시에 원활한 공기흐름을 방해하지도 않는다.
이전의 볼보 콘셉트 모델들처럼 각각의 휠 하우스 테두리를 따라 도는 움푹 들어간 부분이 있다. 별도의 장식이 없어도 ‘눈썹’ 효과를 제공해 비용이 절감된다.
6 뒷바퀴 주변에 꽤 볼록한 부분이 있다.
볼록한 부분 앞쪽에 있는 문짝 절단면 때문에 움푹 들어간 부분이 뚜렷하게 보인다.
8 예리하게 다듬은 부분이 겉모습 여기저기에 자리한다. 다양성과 일관성은 이러한 요소들을 합리적인 주제 속에 어울리게 한다.
범퍼 아래 일직선으로 놓인 여러 개의 수평선은 높고 뭉툭한 앞모습에 대한 인상과 너비 등을 넌지시 드러낸다.

 

 

앞모습

1 범퍼와 육각형의 그릴을 별도로 구분하는 견고한 선이 있다. 그 아래로 선을 따라 얕게 판 음각이 들어간다. 하지만 이는 별도로 플라스틱을 덧댄 게 아니다. 성형가공으로 표현한 것일 뿐. 저렴하면서도 효과적이다.
2 잘 보이지는 않지만, 작고 둥글며 반짝이는 램프가 양 삼각형 앞쪽 가장자리에 있다.
3 이런 작은 패널들의 시각적 혹은 기능적인 목적을 이해하기 어렵지만, 형태를 강조하기 위해 날카롭게 다듬은 모서리를 적용했다.
4 보닛 바깥 표면을 찍어 눌러 가공한 결과로 직접적인 처리 없이도 그릴 상단 모서리 쪽에 맞춰 내리뻗은 평행선이 보닛 위에 그어졌다. 절묘하면서도 대단히 멋지다.
5 양옆에 있는 네 개의 작은 헤드램프는 첨단 이미지를 풍긴다. 복잡해 보이는 장치는 대체로 그런 분위기를 낸다.
6 반짝이는 검은색 수평선은 그래픽 구성 요소로 작용해    보다 넓어 보이게 한다.
7 두 줄로 구성된 하단 그릴 아래 눈에 띄지 않는 틈이 있다. 이는 전면에서 실질적으로 공기가 통과하는 세 개의 부위 중 하나다.

 

 

뒤측

1 흥미롭고 잘 다듬어진 표면의 세부적인 꾸밈새는 보닛이 절개된 부분에서 방향을 날카롭게 틀면서 펜더 옆모습의 윤곽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이 선은 문짝 상단 주름을 따라 뒤로 흐른다.
2 손잡이가 크고 도드라져 보인다. 하지만 스웨덴은 겨울에 극도로 춥고,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두꺼운 장갑을 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세계시장을 염두에 둔 디자인이라도 언제나 지역적인 조건의 영향을 받는다.
3 옆 창문은 날카롭게 위로 뻗은 A필러에서 시작한 직선이 뒤로 곧게 뻗어 나가다 세 개의 선으로 구성된 뒤쪽 끝에서 마무리된다. 이로 인해 도장된 면으로 이뤄진 C필러가 더욱 도드라진다.
4 충전구 덮개의 우아한 형태에 매우 감탄했다. 앞은 뒷문의 절개선에 맞췄고, 뒤는 테일램프 대각선의 반대 방향으로 기울었다.
5 뒷유리는 매우 가파르게 뻗었고 승객 칸 너머로는 옆면을 평평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제법 훌륭한 뒷좌석 머리공간을 제공한다. 패스트백 세단에는 흔치 않은 수준이다.
6 테일램프는 뒷면 상단을 가로지르는 오목한 부분을 일부 감싸며 파고드는 모습으로 구성됐다. 이 모든 것은 꽤 단순해 보이지만, 실로 예술적이고 복잡하다.
7 도색된 면에 날카롭게 다듬어진 부분은 아래 들어간 반사판을 위로 감아 돌아 올라가고, 번호판 자리를 만나 또 한 번 상승한다.
8 흰색 차의 표면에서는 보기 어렵지만, 앞뒤 문짝 사이를 가르는 절개선은 차체 측면의 형상을 더욱 명확하게 한다.
9 주황색 브레이크 캘리퍼는 붉은색 리어 램프, 그리고 재치 넘치는 주황색 공기주입구 마개와 더불어 엄숙한 흑백의 구성에 생기를 더한다.

 

폴스타 2의 실내는 마치 블랙홀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형식의 단순함과 소재의 풍부함 덕분에 머물기 아주 좋은 공간으로 느껴진다.

 

실내

1 방향 제어 레버(전기차이기에 변속기라고 부를 수 없다)는 손에 쥐는 느낌이 정말 좋은 뻥 뚫린 고리 모양이다.
2 계기반 위쪽에 들어간 갓은 스포츠 그랜드 투어러에는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양옆은 납작하게 만들었다. 단출한 면은 대시보드를 가로지른다.
3 테슬라와 비슷한 태블릿은 크고 명료하다.
4 태블릿의 배경색은 외부에서 개성을 표현하던 주황색을 들여왔다.
5 실내 디자인을 이끈 후앙 파블로 버널은 이 패널과 바로 아래 있는 패널, 센터 콘솔 안쪽에 들어간 섬세한 질감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당연한 일이다.
6 시트는 겉보기에는 평범하지만 매우 편안하다.

 

 

뒷모습

보닛의 앞쪽 절개선과 닮은 스포일러 립은 하나의 선으로 매끄럽게 가로질렀다. 매우 우아하다.
가로로 뻗은 단호한 기준선은 넓은 차체를 강조한다.
3 지붕은 우아하게 얇고 다소 평평하기에 최대한의 실내 공간을 보장한다.
4 단순하게 그은 선으로 이뤄진 테일램프가 조화롭다. 표면 처리와 배치가 뛰어나고 깊이감이 있다. 날카롭게 다듬어 주제를 표현한 부분은 테일램프 상단의 윗선 마감과 엠블럼에서 나타난다.
5 크게 도드라지지 않고 우아하게 곡선을 그리는 붉은 반사판은 그 정밀함과 형식적인 우아함을 넌지시 드러낸다.

 


 

 

인터뷰
토마스 잉엔라트

폴스타 2는 2019 제네바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됐다. 거기서 우리는 지리-볼보의 순수 전기차 부문인 폴스타의 총괄 디자이너 토마스 잉엔라트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폴스타의 최고경영자이기도 하다. 디자이너가 CEO에 오른 경우는 드물다. 포드나 르노, 란치아의 초창기처럼 모든 일을 도맡아 한 설립자의 이름이 곧 브랜드이던 시절 이후로는 극소수의 디자이너에게만 맡겨진 역할이다.

 

일반에 판매되는 첫 번째 양산형 폴스타는 수개월 내 출시할 예정이다. 폴스타 2 세단은 내년 1분기 선보일 폴스타 1 쿠페에 이어 등장할 계획이다. 우리는 내연기관을 품고 있을 것만 같은 전통적인 모습의 폴스타 2가 소비자를 어떻게 유혹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물었다. “우리는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을 잘 아는 이들이 이 차를 디자인했다는 사실로 사람들을 납득시키고자 합니다.” 폴스타 2의 전형적인 모습을 인정한 잉엔라트가 말했다.

 

잉엔라트의 팀은 외장 디자인 담당인 막시밀리안 미소니와 실내 디자인 담당인 후앙 파블로 버널이 함께하고 있다. 보수적인 시선으로 보면 이 차가 멋지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탄탄한 역량과 전통적인 강점, 모회사인 볼보가 안전을 대하는 태도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이 프로젝트에서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건 전향성이다. 폴스타 1 하이브리드는 탄소섬유로 만든 차체에 전자제어식 서스펜션을 넣었다. 빈틈없이 스포티한 GT다. 폴스타 2는 기본적으로 볼보 S60 플랫폼을 사용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소재로 만든 완전히 새로운 보디셸을 적용했다. 잉엔라트는 볼보가 대량으로 생산한 부품을 이용하는 게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되기에 볼보를 의지하는 건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폴스타를 온라인에서만 판매하자는 아이디어는 이 전기차 브랜드가 시장으로 가져온 혁명의 일부분이다. 볼륨 브랜드로 키우려는 의도는 없다. 중국에 새로운 생산 라인이 완성되더라도 폴스타 1과 2, 3을 합한 생산량은 연간 5만대가 넘지 않을 것이다. 그리 큰 숫자는 아니지만, 이 모험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은 큰 성공을 거두기를 기대한다. 물론 우리도 마찬가지다.

 


 

 

GM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할리 얼의 눈에 띄어 GM 디자인실에 입사했다. 하지만 1세대 콜벳 스타일링 등에 관여했던 그는 이내 GM을 떠났고 1960년대부터는 프리랜서 디자인 컨설턴트로 활약했다. 그의 디자인 영역은 레이싱카와 투어링카, 다수의 소형 항공기, 보트, 심지어 생태건축까지 아울렀다. 디자인과 디자이너에 대한 그의 강직하고 수준 높은 비평은 전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 1985년 <모터트렌드> 자매지인 <오토모빌>의 자동차 디자인 담당 편집자로 초빙됐고 지금까지도 매달 <오토모빌> 지면을 통해 날카로운 카 디자인 비평을 쏟아내고 있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자동차 디자인, 폴스타 2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CREDIT

EDITOR : 고정식PHOTO : 폴스타

모터 트렌드 ©motortrendkorea.com, ©motortrendkorea.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