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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가 뭐예요?

전기차를 이해하려면 우선 배터리를 이해해야 한다

2019.06.19

 

2010년 61대에 불과했던 국내 전기차 등록대수는 2014년에 20배가 넘는 1308대로 크게 성장했다. 이후 2015년에 2917대, 2016년에 5099대, 2017년에 1만3724대로 매년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지난해 국내 전기차 등록대수는 5만대를 훌쩍 넘은 5만5756대에 달했다. 이건 순수 전기차만 집계한 수치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PHEV)를 더하면 전기 파워트레인을 얹은 자동차의 판매대수는 예상보다 엄청나다. 전기차 판매가 높아지면서 전기차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 전기차를 이해하려면 우선 배터리를 이해해야 한다. 전기차 성능의 핵심은 배터리에 있다.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 EV1은 납축전지를 얹었지만 2세대 모델부터 니켈 수소 배터리로 바뀌었다. 요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가장 많이 쓰이는 배터리는 리튬 이온 배터리다.

 

양산형 전기차에 납축전지가?

최초의 자동차는 전기차였다.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간 발명가 윌리엄 모리슨은 자신이 개발한 배터리의 성능을 자랑하기 위해 마차처럼 생긴 탈것에 배터리와 전기모터를 얹었다. 그는 이 전기차가 하룻밤을 꼬박 충전하면 최대 14마일(약 22.5km/h)의 속도로 14시간 동안 달릴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증명하진 못했다. 무엇보다 이 배터리의 무게는 차 무게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당시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가 무겁고 충전 시간이 너무 길다는 이유로 상용화되지 못했다.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는 GM이 1996년 출시한 EV1이다. 이 전기차는 요즘 전기차와 달리 납축전지를 얹고 있었다. 납축전지는 이산화납 전극과 납 전극이 황산 전해질에 담겨 있는  배터리 형태로, 내연기관차의 보닛을 열면 보이는 그 배터리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GM은 이 배터리를 여러 개 붙여 배터리팩을 만들었는데 무게가 533kg에 달했다. 납축전지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무게가 많이 나간다는 것이다. 저온에서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고, 충전과 방전이 잦을수록 효율도 줄어드는 데다 완벽히 밀봉하지 않으면 황산이 새는 문제도 생긴다. 납을 사용하기에 환경오염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한 GM은 2세대 EV1에 납축전지 대신 니켈 수소 배터리를 얹기로 했다.

 

 

니켈 수소 배터리가 궁금해

니켈 수소 배터리(정확한 명칭은 니켈 메탈 하이브리드다)는 니켈 카드뮴 배터리를 개선한 배터리다. 음극에 니켈, 양극에 수소 흡장 합금을 사용하고 전해질로는 80바 이상의 압력으로 압축된 수소를 사용하는데 단위 부피당 에너지 밀도가 니켈 카드뮴 배터리의 두 배에 가까워 고용량으로 만들 수 있다. 지나치게 방전되거나 충전돼도 성능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자연적으로 충전 용량이 줄어드는 메모리 현상도 적어 휴대전화나 노트북, 핸디캠 등에 널리 사용됐다. 단위 부피당 용량이 큰 덕에 초창기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자동차에도 두루 쓰였다. 1990년대 중반까지 니켈 카드뮴과 니켈 수소 배터리 시장을 주도한 건 일본이었다. 당시 일본의 시장 점유율은 70%를 넘었다.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토요타 프리우스가 니켈 수소 배터리를 얹은 것도 우연은 아니다.

 

하지만 니켈 수소 배터리에도 단점은 있다. 메모리 현상이 니켈 카드뮴 배터리보다 적긴 하지만 아주 없진 않아서 완전히 방전하고 충전하지 않으면 용량이 줄어든다. 오래 사용하지 않으면 자연적으로 방전되기도 한다. 주행거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전기차에 이건 치명적인 단점이다. 배터리 용량이 자연적으로 줄어든다는 건 그만큼 주행거리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 개선한 리튬 이온 배터리가 등장했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뭐예요?

리튬 이온 배터리는 리튬 이온이 액체로 된 전해질 사이를 음극에서 양극으로,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며 전기를 일으키는 배터리다. 1970년대 처음 제안됐지만 열이나 충돌 등에 의한 폭발 위험이 높아 상용화되지 못하다가 1991년 소니가 제품 개발에 성공하면서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가장 큰 장점은 메모리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니켈 배터리는 잔량이 남아 있을 때 충전을 하면 그 잔량을 기억했다가 배터리의 최대 에너지 용량을 잃는 효과가 있지만 리튬 이온 배터리는 메모리 효과가 없어 중간에 충전해도 용량을 잃지 않는다. 사용하지 않으면 스스로 방전되는 비율도 니켈 메탈 배터리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리튬 금속이 온도에 민감해 고온에 오래 두거나 햇빛이 강한 곳에 있으면 폭발할 위험이 있다. 전해액이 흘러나와 리튬 전이금속이 공기 중에 노출될 경우나 과충전 했을 때 화학반응으로 배터리 안의 압력이 높아져 자칫 폭발할 수도 있다. 토요타와 렉서스는 국내에 출시한 아발론 등의 하이브리드 모델에 리튬 이온 배터리 대신 니켈 메탈 배터리를 얹은 이유를 바로 이 안정성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요즘 자동차 회사는 그렇게 허투루 전기차를 만들지 않는다. 현대차만 보더라도 충돌했을 때 폭발 위험을 줄이고자 4중 안전 시스템을 만들었다. 재규어는 I 페이스의 배터리팩을 밀봉하고 방수 처리해 500mm 물속도 거뜬히 건널 수 있다고 자랑했다. 현대와 재규어 전기차는 리튬 이온 배터리를 얹고 있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장점은 많지만 전해질이 용액으로 돼 있어 충돌 사고가 났을 때 폭발 위험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나온 게 리튬 폴리머 배터리다. 리튬 이온 배터리처럼 리튬 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오가며 전기를 일으킨다는 건 같지만 전해질이 용액이 아닌 젤 형태로 돼 있어 보다 안정적이다. 화학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보호회로를 만들 필요도 없다. 참고로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이 리튬 폴리머 배터리를 얹고 있다.

 

 

마그네슘으로 배터리를 만든다고?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배터리는 리튬 이온 배터리다. 그리고 가장 안정적이고 성능이 뛰어난 배터리는 리튬 폴리머 배터리다. 둘 다 리튬을 원료로 한다. 문제는 리튬이 희귀해 값이 비싸지면서 배터리 값도 비싸질 수밖에 없단 거다. 그래서 리튬보다 저렴한 소재로 배터리를 만들려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2017년 중국과학원(CAS) 연구진은 마그네슘을 양극으로, 황을 음극으로 사용하는 마그네슘-황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100번 이상 충전과 방전을 반복했는데도 성능이 그대로 유지됐다며 테스트 결과도 공개했다. 마그네슘은 리튬보다 3000배 이상 매장량이 많고 값도 30배 이상 저렴하다. 만약 마그네슘-황 배터리가 전기차에 두루 쓰이게 된다면 전기차 값도 크게 낮아질 수 있다.

 

마그네슘은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소재다. 카를스루에 공과대학(KIT)과 독일항공우주연구소(DLR) 등 유럽의 10개 기관은 최근 E-매직(Magic) 연구 프로젝트를 함께 하기로 했다. 기본 연구부터 셀 생산 공정까지 마그네슘 배터리 개발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함께 하는 프로젝트다. 프로젝트 총괄은 스페인의 시데츠 재단이 맡으며 프랑스, 이스라엘, 덴마크, 영국 등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과연 차세대 배터리 시장은 누가 접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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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각 제조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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