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그 남자의 테크 트리

테크 트리(Tech Tree)는 게임 용어로 각종 유닛의 연구, 업그레이드 절차의 계층도를 의미한다. 그 뜻을 보니 모터사이클 구입하는 패턴과 비슷하다. 레벨을 무조건 위로만 올리진 않는다. 그대로 가기도 하고, 밑으로 내려가기도 한다. 때론 옆에 하나를 더 두기도 한다

2019.06.24

 

과거 KTM 390 DUKE

첫 모터사이클로 KTM 390 듀크를 선택한 이유는 첫 번째, 동급 모델 중 가장 가벼웠기 때문이다. 당시 초보자 입장에서 무거운 모터사이클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무조건 가벼운 모터사이클을 찾았다. 390 듀크는 건조중량이 139kg에 불과하다. 덕분에 빠르게 모터사이클에 적응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이유는 디자인이다. 톡톡 튀는 오렌지 컬러와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내 맘을 사로잡았다. 당시에는 모터사이클의 ‘모’자도 모를 때라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모든 걸 판단하고 결정했다. 사진으로만 봤던 390 듀크를 직접 본 순간, 무언가에 홀린 듯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현재 YAMAHA MT-09

기기 추가나 변경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연한 시승 한 번이 모든 걸 바꿔버렸다. MT-09를 시승해봤는데, 세상에나 3기통 엔진의 느낌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통통거리는 390 듀크의 단기통 엔진과는 차원이 다른 두툼한 토크, 매끄러운 회전감, 불규칙한 엔진음 등 모든 것이 나를 사로잡았다. 시승 시간은 불과 20분 남짓이었지만 MT-09에 마음을 빼앗기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모타드 스타일의 독특한 라이딩 포지션과 리터급치고는 꽤 가벼운 무게, 다소 높은 무게중심이 주는 묘한 조화가 다른 모터사이클에서 경험하기 힘든 재미를 선사한다. 서스펜션, 브레이크, 고속주행 안정성, 클러치 답력 등에서 MT-09의 단점과 한계는 꽤 명확하다. 하지만 MT-09는 이런 점들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재미가 넘치는 모터사이클이다. 3기통 847cc 엔진은 MT-09를 탈 때마다 내 영혼과 가슴을 뒤흔든다.

 

 

미래 KTM 1290 SUPERDUKE R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생각하는 모터사이클의 모든 것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멋지고, 빠르고, 재미있다는 기준에서 말이다. 개인적으로 날카롭게 생긴 모터사이클 디자인을 좋아하는데, 슈퍼듀크 R이 딱 내 취향에 들어맞는다. 빠른 것에 관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1301cc V 트윈 엔진으로 177마력의 최고출력을 뿜어내는데, 우연히 시승을 했다가 너무나도 쉽게 시속 200km를 넘나드는 모습에 또 한 번 영혼을 빼앗길 뻔했다. 오버리터급 엔진에 엄청난 고출력을 자랑하는 모터사이클인데도 다루기 쉽다는 점 또한 내 마음을 흔들어놨다. 조금의 거짓도 없이 쿼터급 모터사이클만큼 조종이 쉽고, 어떤 모터사이클보다 편하게 한계를 맛볼 수 있다. 일주일에도 몇 번씩 슈퍼듀크의 사진과 제원표를 살펴보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글_김준혁(회사원)

 


 

과거 DAELIM MAGMA 125

<모터트렌드> 박규철 위원이 거저 준 ‘보물’로 내 인생 첫 바이크다. 거창하게 모터사이클이란 단어보다 오토바이라고 부르는 게 더 잘 어울릴 만큼 편하고 친숙했다. 6개월 정도 탔는데 가장 멀리 간 곳은 양평 만남의 광장이고, 주목적은 사무실 출퇴근이었다. 마그마가 내게 오게 된 것은 모터사이클을 타보고 싶어 하는 내 마음을 박규철 위원이 알아채고 선뜻 내주었기 때문이다. 모터사이클에 대한 궁금증과 두 바퀴로 달리는 즐거움, 그리고 다른 기종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을 동시에 갖게 해준 고마운 마그마다. 지금은 지하주차장에서 번호판도 달지 않은 채 2년 정도 겨울잠을 자고 있다. 두 바퀴에 대한 궁금증이 있는 사람에게 전해주고 싶은데 아직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현재 DUCATI SCRAMBLER & BMW S1000RR

두카티 스크램블러는 참 재밌는 바이크다. 활용도가 상당히 높고 성능, 디자인, 브랜드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다. 바이크 커스텀에 대한 새로운 재미는 물론, 애초에 잘 꾸며진 바이크를 사서 타는 게 여러모로 이득이라는 걸 깨닫게 해준 교보재다. BMW S1000RR은 엎드려 타는 바이크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뭘 하나 사야겠다’ 생각만 하다가 입양한 모터사이클이다. 4기통 슈퍼스포츠 바이크의 재미를 알려준, 그리고 엎드려서 다리 사이에 기름탱크 끼고 타는 게 내 취향이라는 걸 알게 해줬다. 모터사이클은 확실히 자동차보다 머리를 덜 굴리고 선택하게 되는 것 같다. 뭔가 끌리면 갖고 싶다는 마음이 바로 생긴다. 그러면 사야 한다. 사랑에 가깝다.

 

 

미래 DUCATI PANIGALE 959 & HONDA SUPER CUB

눈에 띄는 건 두카티 파니갈레다. 1199까지는 필요 없고 959면 충분하다, 가끔 파니갈레를 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 바이크는 청춘이고 자양강장제 같다. 모든 두 바퀴가 그렇지만 파니갈레가 주는 매력은 많이 다르다.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 나고 즐겁다. 들려오는 엔진 소리에 늘 긴장하게 되는데 그게 그렇게 짜릿하다. 어느 상황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편한 슬리퍼가 필요하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없으면 정말 하루 종일 그 아쉬움에 투덜거리게 되는 편한 존재들. 파니갈레가 헬스장이라면 슈퍼커브는 동네 슈퍼다. 두 가지 조합의 만족도가 기대된다.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글_이재림(프리랜스 에디터)

 


 

 

과거 DAELIM DAYSTAR 125 & SYM WOLF 125

처음 구매한 대림오토바이의 데이스타 125이다. 아메리칸 크루저 형태의 바이크로, 그동안 꿈꿔왔던 모터사이클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바이크 경험을 쌓기 위한 교보재 정도로도 충분했다. 출발하고 멈추는 것이나 기어를 조작하는 것, 돌발 상황에 대응하는 것 등 초보 라이더들이 경험할 수 있는 것을 데이스타 125에서 배웠다. 하지만 ‘아재’스러움을 숨길 순 없었다. 이후에는 대만 SYM사의 울프 125 클래식 노스탤지어가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예쁘게 생겨서. 원형 헤드램프나 얇은 싱글시트 그리고 새들백이 달려 있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바이크가 조금 작은 것이 흠이긴 했지만 그것 말고는 모두 괜찮았다. 125cc의 작은 바이크였지만 젊은 열혈 라이더로 전국 일주나 제주도 투어, 속초 당일치기 등 많은 것을 경험했다.

 

 

현재 HONDA SUPER CUB

배달용 모터사이클의 시초이자 서민의 발이 되어주는 친숙한 모델이다. 60년의 역사와 1억 대의 판매고, 혼다 브랜드의 시초 등 슈퍼커브의 역사성을 차치하고 그냥 예뻤다. 초대 커브가 떠오르는 클래식한 디자인이 마음에 쏙 들었다. 시승한 후에 마음을 굳혔다. 바이크를 탄다는 것 자체의 즐거움은 물론 일상생활 전반에서 바이크 라이프를 즐기기 충분했다. 공랭 단기통 109cc의 엔진이 만들어내는 통통거림에도 활력이 느껴졌다. 아직도 한창 빠져 있지만 앞으로 함께 나이를 먹어갈 친구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더 간다. 슈퍼커브의 영역이 넓다 보니 일반적인 상황에서 부족함이 없지만 라이딩 경험과 기술 향상을 위한 다소 극단적인 선택을 앞두고 있다.

 

 

미래 HONDA CRF250 RALLY & YAMAHA YZF- R3

두 장르를 한 번에 들이는 것인데 오프로드 경험치를 늘리는, 그리고 트랙 주행에 필요한 스포츠 바이크를 들이는 것이다. 다만 테스트 라이더로서 기술 향상을 위한 선택이니, 경제성이나 활용성 등 어느 정도의 타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오프로드를 위한 바이크로 혼다 CRF250 랠리다. 엔듀로 바이크와 비교해서 단점이 명확하지만, 오프로드 주행에 따른 바이크의 움직임을 이해하는 데 충분한 점이 마음에 든다. 온로드 주행도 가능해 산까지 옮길 트레일러나 픽업트럭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도 좋다. 트랙용으로는 초기 투자비용이 높은 리터급 모델 대신 접근성이 뛰어난 쿼터 클래스 쪽이 좋겠다. 야마하 YZF-R3처럼. 더욱이 YRA(야마하 라이딩 아카데미)를 통해 라이딩 기초 교육과 트랙 주행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글_이민우(<모터바이크> 기자)

 


 

 

과거 YAMAHA MT-03

원래 꿈에 그리던 모터사이클이 따로 있었지만 대배기량 바이크라 선뜻 도전할 용기가 없었다. 2종 소형 면허증 잉크도 안 말랐을 때였기에 적당히 연습할 쿼터급 네이키드 바이크가 필요했다. 조종성, 주행감, 착좌감, 시트 높이와 다리 길이의 밸런스까지 고려했다. 추리고 나니 석 대의 바이크가 남았다. KTM 390 듀크, 야마하 MT-03, 여기에 출시를 앞둔 BMW G 310R까지. 결국 승부를 가른 건 쿼터급 바이크를 경험했던 주변 라이더들의 추천이었다. 또 쿼터급 바이크를 오래 타지 않고 연습 혹은 거치는 용도였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지 않아야 했으며 중고차 감가도 적어야 했다. 그렇게 야마하 MT-03을 차고에 들였다. 몇 개월만 타고 바꾸려 했는데 1년을 넘게 탔다. MT-03은 기본기가 아주 충실하고 밸런스가 좋다. 스포츠 주행과 도심 라이딩에도 부족함이 없고, 스로틀 레버를 잡아 돌리는 맛이 경쾌하다. 누군가 쿼터급 바이크로 입문한다고 하면 무조건 추천할 거다.

 

 

현재 BMW RNINE T

모터사이클을 타는 이유이자 궁극의 목표점이다. MT-03은 R9T를 타기 위한 디딤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주행 감각, 핸들링, 승차감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게 더 맞을 듯하다. R9T는 디자인 하나로 모든 상황을 정리했다. 사실 나에겐 지독하게도 어울리지 않는 모터사이클이다. 평소 R9T를 출퇴근용 바이크로 쓰고, 한 달에 한 번씩 500km가 넘는 장거리 투어를 뛴다. R9T의 연비나 라이딩 자세, 수납공간 등을 고려했을 때 상당히 비효율적이다. 하지만 R9T 시트 위에 엉덩이만 걸치면 이런 조건과 고민이 여름날 아이스크림 녹듯 스르르 사라진다. 출퇴근 연비는 애당초 포기하고, 멋으로 타는 바이크라고 나 자신을 세뇌했다. 장거리 투어 때 라이딩 피로도가 상당한데 중간중간 자주 쉬는 걸로 합의를 봤고 부족한 수납공간은 따로 사이드 가방을 달아 해결했다. 여전히 주행 과정이 녹록지 않지만 탈 때만은 만족도가 올라간다. 요즘 걱정거리는 따로 있다. 아버지가 슬쩍 R9T 키를 가지고 나가신다. 자전부전이다.

 

 

미래 VESPA 946

BMW R9T를 들인 지 벌써 2년이다. 이쯤 되면 ‘기변병’, ‘기추병’에 시달릴 것이라고 하는데 아직까지 잠잠하다. R9T보다 멋스러운 모터사이클을 찾지 못한 것일 수도. 하지만 최근에 진지하게 고민한 스쿠터가 있었다. 베스파 946다. 이 스쿠터를 보고 나서야 첫눈에 반했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실물을 보기 위해 매장에 찾아가기까지 했다. 영롱하게 빛나는 빨간색 외관, 핸드그립에 이탈리아 장인이 한땀 한땀 바느질한 스티치, 시간을 과거로 돌려놓은 듯한 클래식한 휠 디자인 등 눈길이 가지 않는 곳이 없었다. 수납공간 같은 건 없다. 실용성을 포기하는 대신 멋스러움을 얻었다. 게다가 한정판으로 희소하기까지 하다. 다만 문제는 가격이다. 125cc 스쿠터인데도 1000만원이 넘어 구매 욕구를 뚝 떨어뜨린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돈 생기면 무조건 산다는 것이다.글_김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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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선관PHOTO : 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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