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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빵은 참아줘요

클랙슨을 울리지 않고도 보행자에게 차가 오는 걸 알려주는 방법이 있을까?

2019.07.03

 

몇 년 전 일이다. 내 차로 좁은 골목을 지나가는데 길 한가운데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어르신 둘이 서 있었다. 둘은 차가 가까이 오는데도 움직이지 않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난 그들에게 차가 오고 있음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클랙슨을 울렸다. 그런데 클랙슨 소리가 생각보다 너무 컸다. ‘빵빵!’ 그 소리에 놀란 그들은 나를 노려보며 욕을 했다. 창문을 열고 열 번쯤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계속 욕을 했다. 골목길에서 보행자를 향해 클랙슨을 울려댔으니 백번 생각해도 내가 잘못한 게 맞다. 그 후로 난 클랙슨을 누르지 못하는 병에 걸렸다.

 

 

링컨이 지난 뉴욕 모터쇼에서 커세어(Corsair)를 공개했다. MKC의 후속 모델인데 링컨의 새로운 작명법에 따라 커세어란 이름을 받았다. 차에 관한 자료를 살피다 눈에 딱 들어오는 기능을 발견했다. 디트로이트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만든 경고음이다. 링컨의 신형 에비에이터에 처음 적용했는데 커세어에도 얹는다는 설명이다. 도어가 열려 있을 땐 실로폰이 경쾌하게 울리는 소리가 나고, 안전벨트를 매지 않으면 실로폰이 채근하는 듯 울리는 소리가 난다. 운전자에게 주의를 줄 땐 바이올린 소리가 울린다. 클랙슨 소리도 ‘빵빵’ 대신 연주음을 울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전기차는 엔진 소리가 나지 않아 차가 오는 걸 보행자가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다. 이를 걱정한 재규어는 I 페이스에 가상의 사운드가 흘러나오는 AVAS(Audible Vehicle Alert System)를 적용했다. 시속 20km까지 천천히 달리면 우주선이 착륙할 때 나는 소리 같은 ‘우웅’ 소리가 프런트 그릴 뒤에 있는 스피커에서 흘러나온다. 재규어 엔지니어들은 보행자가 잘 알아챌 수 있으면서 귀에도 거슬리지 않는 소리를 만들기 위해 4년 동안 연구를 거듭했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지난해 제네바 모터쇼에서 선보인 디지털 라이트는 운전자는 물론 보행자에게 빛으로 모양을 만들어 경고하거나 안내하는 기특한 헤드램프다. 도로 표지판을 바닥에 불빛으로 쏴줄 수도 있고, 길을 건너려는 보행자에게 횡단보도를 만들어줄 수도 있다. 차가 오고 있다는 걸 바닥에 불빛을 쏴 알려준다면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 바닥만 보고 다니는 보행자에게 무척 요긴하겠다. 시끄러운 클랙슨 소리를 울릴 필요도 없다. 개인적으로는 소리보다 불빛으로 알려주는 게 더 마음에 든다. 어찌됐건 보행자에게 클랙슨을 울리는 건 삼가야 할 행동이다. 어떤 길이든 차보다 사람이 우선이니까.

 

 

 

 

모터트렌드, 자동차, 클랙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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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각 제조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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