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현대차의 지배력과 진짜 위기

자동차 전동화는 내연기관 절대 강자였던 현대차에게 위기를 가져올 수도 있다

2019.07.08

 

국내에선 대적할 곳이 없다. 현대차가 곧 한국의 자동차산업이고 모든 방향을 설정한다. 자동차 수출 의존도 1위이며 산업 규모는 독보적이다. 기술 측면에서도 현대차를 따라가기 어려울 만큼 행보도 거침이 없다. 한때 내수 점유율이 떨어졌지만 결국은 제품으로 극복했다. 수입차 공략도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을 내세워 방어에 성공하는 중이다. 그러나 이런 결과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올해 1~5월 누적 내수 점유율 44.9%, 한국차 해외 판매 점유율 55.8%, 내수 승용 점유율 40.0%에 이르는 절대적인 지배력의 주인공은 현대자동차다. 그래서 현대차가 기침하면 국내 자동차 부품산업이 흔들리고 현대차가 크게 재채기라도 하면 폭풍이 몰아친다. 그리고 현대차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아차가 있다. 누적 내수 점유율 27.8%, 해외 판매 비율 35.9%, 1~5월 누적 내수 승용 점유율 28.3%에 달한다. 현대차보다 작은 규모라도 기아차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둘이 손잡고 방향을 설정하면 그게 곧 한국차의 미래 전략이다.

 

그런데 둘은 형제다. 생산과 판매만 분리됐을 뿐 개발은 통합돼 있다. 양사를 합치면 내수 점유율은 72.7%, 해외 판매 비중은 82.7%, 1~5월 누적 내수 승용 점유율은 68.3%에 달한다. 그야말로 절대 지배력이다. 따라서 한국 자동차산업은 곧 현대·기아차로 표현된다. 현대·기아차가 완성차산업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면 정부는 지원 방법을 모색하고, 현대·기아차가 정책 방향을 제시하면 국회는 발전적(?)이라는 수식어를 달아 추진력을 보태준다. 규모의 힘을 결코 무시할 수 없어서다.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자치단체와 정부가 일자리 확충을 위해 현대·기아차의 협조를 필요로 하는 것은 다반사다. 광주형 일자리가 그렇고, 최근 현대차 납품기업인 MS오토텍이 폐쇄된 한국지엠 군산공장을 1130억원에 인수한 것도 방식만 다를 뿐 현대·기아차의 암묵적 동의에 따라 이뤄진 결과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선거 때 표와 직결되는 만큼 선출직 공무원들에게 일자리 확충은 재선출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어서 국내 생산능력의 확대는 간절한 소망이다.

 

물론 지금과 같은 절대적인 지배력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건 아니다. 1998년 경쟁하던 기아차를 흡수한 뒤 수출 확장 전략을 펼쳤고 해외에서 호평을 얻으며 수많은 국가에 진출, 제품을 판매한 노력이 만들어준 결과다. 이 과정에서 점유율을 빼앗아야 하는 시장은 파격적인 ‘품질보증기간’을 도입하기도 했고, 일찌감치 진출해 견고한 장벽을 쌓은 곳은 소비자 의견을 빠르게 받아들이며 규모를 유지했다.

 

그렇다 보니 국내에서 쌓이는 불만을 간과한 측면도 적지 않다. 해외시장 개척은 기업의 개별 판단이지만 같은 제품을 팔면서 혜택이 같지 않다는 점이 불만으로 지적됐다. 그러자 안방 시장의 흔들림이 감지됐고 다시 국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가장 기본이 되는 신제품의 출시, 그리고 가격 전략 등이 소비자 주목을 이끌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점유율은 곧바로 회복됐다. 하지만 국내외에서 잘나가는 현대차를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하다. 다소 먼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은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반면, 가까운 미래를 기준으로 하는 전문가들은 아직 변화의 시간이 있음을 들어 견고하다고 입을 모은다.

 

위기를 짐작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명확하다. 앞으로 자동차 개발에 필요한 비용은 과거처럼 내연기관에 집착하지 않는 만큼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한데 현대차가 이를 조달할 방법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실제 세계 자동차업계의 관심은 내연기관의 축소로 모아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 영국, 독일, 캐나다, 미국에 걸쳐 자동차업체들은 최근 6개월간 내연기관 시장 축소에 따라 현재의 규모 줄이기에 적극 나서는 중이다. 실제 GM과 포드 등은 판매가 부진한 제품을 미리 선별해 공장 문을 속속 닫는 중이고, 유럽 내 완성차 기업도 몸집 줄이기에 착수했다. 일단 몸집을 줄여야 친환경차로 급변하는 미래 시장의 대응력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런 구조조정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최근 은퇴한 다임러의 최고경영자(CEO) 디터 제체는 자동차업계가 전례 없는 격변에 대비하기 위해 광범위한 비용 절감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자동차 시장조사업체인 LMC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세계 경량 자동차(light vehicle)의 2018년 판매가 전년보다 0.5% 감소한 9480만대로 집계됐는데, 이는 2009년 이후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올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가 0.3%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기존 내연기관 주력 기업들이 지능형 전기차 등으로 빠르게 대처할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한편에선 먼 미래보다 가까운 미래를 기준으로 할 때 여전히 내연기관이 주력이라는 점에서 현대차를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말도 한다. 게다가 전동화된 자율주행의 용도는 소유가 아니라 공유 기능에 적합하고, 이 경우는 상대적으로 이동 비용이 비싼 프리미엄 브랜드일수록 불리할 수 있어 현대차 등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이다. A에서 B까지 이동할 때 벤츠 공유차의 요금이 100원이라면 현대차가 제공하는 비용은 80원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이때 이용자는 단순 이동의 경우 가격을 최우선 고려 항목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진짜 위기는 현대차가 80원의 비용을 만드는 것조차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생산의 고비용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오히려 벤츠와 비슷한 100원을 받아야 버티는 구조로 변해간다는 점은 아킬레스건이다. 게다가 경쟁사들은 더 이상 생산에 매달리지 않는 구조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누구나 생산만 잘해주면 해당 제품을 구매해 세계 곳곳에서 판매하는 방식으로 트렌드가 달라지고 있다. 쉽게 보면 복잡한 공산품이었던 자동차가 단순한 제품으로 바뀌면서 현대차가 가진 자동차 권력이 순식간에 분산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간 자동차산업의 권력은 내연기관이 핵심이었지만 권력이 점차 전동화로 이동한다는 점을 외면할수록 진짜 위기가 찾아올 것이다.글_권용주(자동차 칼럼니스트, MBC 라디오 차카차카 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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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이진우PHOTO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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