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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지배하는 엔진

현대가 CVVD라는 기술을 개발했다. 무려 시간을 다스리는 기술이다

2019.08.07

 

엔진 밸브 제어 기술의 핵심은 타이밍이었다. 밸브가 열리는 타이밍을 상황에 맞게 최적으로 조절해 연비와 출력을 모두 끌어올리는 게 지금까지는 가장 혁신적인 기술이었다.

 

밸브 열림 시점 제어 기술을 처음 개발한 것도 1886년 칼 벤츠가 최초로 자동차용 엔진을 개발하고 정확히 106년이나 지난 뒤였다. 1992년 포르쉐가 개발한 배리오캠이 소위 말하는 CVVT(Continuously Variable Valve Timing), 그러니까 연속 가변 밸브 타이밍 기술의 시초다.

 

밸브 제어 기술이 중요한 건 이를 통해 출력과 연비를 모두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CVVT의 경우 저속으로 달려 큰 힘이 필요치 않은 경우라면 흡기 밸브를 조금 늦게 열어 연비를 올릴 수 있다. 피스톤 헤드가 바닥을 치고 어느 정도 올라온 상황에 흡기를 열면 압축비가 낮아져 폭발에 필요한 연료의 양도 적어진다. 그러면 일반적인 상황보다 연료 분사량을 줄여 연비를 높일 수 있다. 반면, 고속에서 큰 힘이 필요한 경우라면 흡기 밸브를 조금 일찍 열어 출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실린더 헤드가 가장 낮은 지점으로 떨어지기 전에 미리 흡기 밸브를 열면 연소실 내 남은 배기가스를 최대한 밖으로 불어낼 수 있고, 연소실 안을 혼합기로 가득 채울 수 있다. 물론 엔진이 갖고 있는 압축비도 온전히 다 쓴다. 그러면 엔진은 최대한의 힘을 낸다.

 

그런데 현대에서 이번에 CVVD(Continuously Variable Valve Duration)라는 기술을 들고 나왔다. CVVD는 밸브가 열리는 시간을 조절하는 기술이다. 여기서 핵심은 시간이다. CVVT는 밸브가 열리는 시점을 조절할 수는 있었지만, 열려 있는 시간은 제어할 수 없었다. 늘 고정돼 있었다. 즉, 밸브를 일찍 열면 밸브가 일찍 닫히고, 밸브가 늦게 열리면 밸브가 늦게 닫혔다. 원인은 캠이다. 밸브 위에는 캠샤프트라는 게 돌아간다. 캠샤프트는 엔진 아래 있는 크랭크샤프트와 연결됐다. 크랭크는 커넥팅 로드로 엔진과 연결돼 직선운동을 회전운동으로 변환하는 장치다. 캠샤프트는 크랭크샤프트와 연결돼 늘 일정한 비율로 회전한다. 크랭크샤프트가 2회전할 때 캠샤프트가 1회전하는데 이렇게 두 축을 1/2 감속비로 연결한 게 타이밍 벨트다. 어쨌든 캠샤프트는 크랭크샤프트와 연결돼 늘 고정비로 돌고 있다.

 

1.링크를 통해 회전 중심만 이동하기 때문에 캠샤프트는 언제나 고정돼 있다.
2.지금까지는 캠에서 이렇게 튀어나온 부분의 길이와 기울기 등을 조절해 밸브가 열리고 닫히는 시간을 조정해왔다.
3. CVVD 구동 모터:최대 6000rpm으로 회전해 0.5초 만에 끝에서 끝으로 이동시킨다.
4.윔기어를 통해 링크를 좌우로 움직여 캠샤프트의 회전 중심을 왼쪽 오른쪽으로 이동시킨다.

 

그런데 현대는 전기모터를 이용해 캠샤프트의 회전 중심을 조절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회전 중심이 옮겨지면 캠샤프트의 회전 속도가 왼쪽과 오른쪽에서 서로 달라진다. 이를 가능케 하는 건 편심 원리다. 현대는 캠샤프트 중심축 끝에 수직으로 양쪽에 하나씩 봉을 연결하고, 링크를 두 봉에 함께 걸었다. 이 링크의 중심을 좌우로 이동시키면 캠샤프트의 회전 중심이 옮겨진다. 예를 들어 회전 중심을 왼쪽으로 옮기면 왼쪽 절반은 천천히 돌고 오른쪽 절반은 빠르게 회전한다. 회전 중심을 반대로 옮기면 또 반대 상황이 벌어진다. 그러면 캠에서 뾰족하게 튀어나온 부분이 밸브를 누르는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회전 속도를 조절해 캠이 밸브를 누르는 시간을 조절하는 셈이다.

 

밸브가 열려 있는 시간을 조절하면 실질적으로 압축비를 조절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흡기 밸브를 늦게 열고 일찍 닫으면 압축비를 최소로 사용해 연비를 최대로 늘릴 수 있다. 피스톤헤드가 올라오는 상황에도 밸브를 열어둔 채 어느 정도 기다리다가, 원하는 시점에 밸브를 막고 압축을 시작하면 유효 압축비를 낮게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CVVT와 CVVL이 부분적으로 거두던 효과를 CVVD에서야 비로소 최대로 누리는 셈이다.

 

캠샤프트의 회전 중심을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옮기는 데 걸리는 시간은 0.5초다. 더불어 1400단계로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이렇게 조절되는 압축비는 4:1에서 10.5:1까지다. 현대는 CVVD를 통해 엔진 성능은 4% 이상, 연비는 5% 이상 향상됐다고 밝혔다. 배출가스는 12% 이상 저감된다고 주장했다. CVVD 기술은 일단 8월 출시가 예정된 쏘나타 1.6 터보에 먼저 들어간다. 터보차저가 있으면 밸브가 어떤 상황에서 열리든 흡기를 충분히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에 효과가 증대된다.

 

다만, 성능 4%나 연비 5%를 일반 소비자들이 체감하기는 어렵다. 기술적으로는 엄청난 진보일 수 있어도 소비자들에게는 별일이 아닌 듯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엔진 기술력이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전환되는 계기가 된다면 현대차로서는 훨씬 큰 의미와 성과가 될 거다. 부디 기술진의 노력이 더욱 커다란 결실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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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고정식PHOTO :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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