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포뮬러 E 서울은 경주인가? 대중문화 행사인가?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이야기는 주객이 바뀐 것들이었다. 이렇게라도 행사가 흥행에 성공해 더 많은 사람이 모터스포츠를 좋아하게 된다면 바랄 것이 없겠다

2019.08.09

 

‘과연 진짜로 열리기는 하는 걸까?’ 작년 11월 말, 처음으로 흘러나온 포뮬러 E 서울 개최 소식을 접했을 때 들었던 생각이다. 알레한드로 아각 회장이 서울에 왔으며, JSM 홀딩스라는 회사와 함께 2019/20 시즌 중에 한 경주를 서울에서 열기로 했다는 뉴스는 여러 부분에서 충격적이었다. 사실 포뮬러 E가 처음 시작한 2014년부터, 모터스포츠와 자동차를 좋아하는 개인 취향 때문에도 매우 관심이 많은 이벤트였다. 소음과 배출가스 등이 없는 순수 전기차 레이스이기에 바뀌는 트렌드에도 잘 어울릴 듯싶었고, 덕분에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레이스트랙이 아니라 시내 한복판에서 열려 많은 사람이 관람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물론 2014/15년 막상 경주가 시작되었을 때, 전기모터에서 나는 소리는 무척이나 낯설고 느린 속도 때문에 보는 재미도 없었다.

 

그런데 반전은 2015년에 터진 디젤 게이트였다. 내연기관의 기술 발전이 사기라는 범죄로 밝혀지자 갑자기 친환경에 대한 요구가 봇물 터지듯 흘러나왔고, 이는 모터스포츠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F1과 WEC의 프로토타입에도 전기모터를 쓴 파워트레인이 도입된 것이다. 당연히 포뮬러 E에도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고 더 많은 자동차 회사가 참가하기 시작했다. 첫 시즌에 이름이 알려진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 회사라고는 르노와 아우디, 마힌드라 정도가 있었지만, 2015/16 시즌에는 시트로엥의 DS가 참가했고 2016/17에는 재규어, 2018/19에는 르노 대신 닛산이 들어오고 BMW가 안드레티 레이싱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더욱이나 올해 말부터 시작하는 2019/20 시즌에는 벤츠와 포르쉐의 출전이 확정돼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이렇게 최근 들어 더욱 뜨거워지는 포뮬러 E를 서울에서 만날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7월 2일 열린 ‘ABB FIA 포뮬러 E 챔피언십 서울 E-Prix 2020 개최 기념’ 기자간담회를 다녀온 후 기대와 함께 우려도 갖게 됐다. 경주를 주관하는 포뮬러 E 코리아의 발표부터 여러 질문과 답변을 통해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일단 우려부터 말해보자. 우선은 국내 경주의 방향성과 실행 조직의 자동차 경주에 대한 이해도다. 간담회에서는 여러 정보들이 쏟아졌지만 이희범 대회 운영 위원장의 프레젠테이션 중 내세운 3가지 다짐에서 잘 나타난다.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은 것이 ‘전기차로 글로벌 시장 선점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었고, 두 번째가 ‘전기차 시장 활성화를 통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이었다. 심지어 세 번째는 ‘한국문화와 K팝이 함께하는 포뮬러 E 코리아와 관광 한국’으로 정점을 찍었다.

 

주최측이 포뮬러 E를 바라보는 관점을 명확하게 드러낸 것이다. 개최되는 시기인 5월 3일을 전후해 일본과 중국의 연휴 기간으로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것이고, 여러 K팝 공연을 통한 관람객 유치로 흥행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나면, 진짜로 모터스포츠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과거 국제적 규모의 자동차 경주를 개최하고도 실패한 경험이 있는 나라에서, 근본적으로 자동차 경주로 즐거움은 누가 알려줄 것인가? 더 빠르게 달려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을 겨루는 자동차 경주, 그것을 위해 레이스카를 어떻게 다듬고 선수들이 기울이는 노력은 무엇이며 팀이 전략을 어떻게 세워 경주에 임할 것인지 등등 자동차 경주로서의 재미에 대한 부분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친환경을 위해서, 또 일자리와 관광 수입을 얻기 위한 산업으로 혹은 문화 행사의 하나로 포뮬러 E의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자동차 경주의 즐거움을 어떻게 알릴 것인가’에 대한 계획과 생각이 없다면 그저 그런 문화 행사이자 볼거리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물론 긍정적인 면도 있다. 모터스포츠로서의 재미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한국 주최측의 저런 답답한 생각에 더해 포뮬러 E의 창립자인 알레한드로 아각 회장은 분명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직접 마이크를 잡고 나선 아각 회장은 포뮬러 E가 엄연한 자동차 경주이며 거의 매 경주 우승자가 달라지는 점과 다양한 자동차 회사들이 출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 등으로 충분히 그에 대한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맞는 말이다. 결국 경주에 출전하는 여러 자동차 회사들이 치열하게 분위기를 띄우고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그 역할의 중심에 포뮬러 E 코리아와 대회 운영위원회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또 다른 긍정적인 부분은 내년 시즌부터 최소 5년, 길게는 10년 동안 경주가 이어질 것이라는 발표였다. 물론 돼봐야 아는 일이지만 특히 경주 개최 장소를 서울이 아니라 대한민국으로 계약을 맺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도심의 트랙을 이용하는 포뮬러 E는 한 도시에서 열리더라도 매해 트랙이 달라질 수 있다. 또 경주차를 비롯해 운영에 필요한 전기는 모두 자체적으로 발전해서 공급하기 때문에 인프라의 영향을 매우 적게 받는다. 첫해는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서울 잠실을 택했지만, 다음 시즌부터 전기차를 내세우는 지역 도시들을 돌며 경주를 여는 것도 방법이다. 당장 도 전체가 전기차를 내세우고 있는 제주가 해당하고 대구도 마찬가지다. 만약 현대차가 포뮬러 E에 출전한다면 삼성동이 될 수도 있고 혹은 울산에서 열리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어쨌든 시작한 포뮬러 E를 색안경을 끼고 무조건 불안한 시선으로 보고 싶지는 않다. 그만큼 국제적인 모터스포츠가 제대로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이 더 크다. 그저 잘됐으면, 그래서 자동차 경주 자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이고 더 많은 사람이 자동차를 좋아하면 좋겠다. 이쯤 되면 조직위원회가 발표한 3가지 다짐도 현실화가 될 것이다. 어쨌든 전기차도 자동차고 포뮬러 E도 자동차 경주이기 때문이다.글_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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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이진우PHOTO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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