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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페를 섭렵한 컨버터블, 페라리 포르토피노

지금 이 순간을 느긋하게 즐기며 달리고 싶지만, 앞엔 600마력이 움찔거리고 뒤는 간간이 헛기침을 토하며 으르렁거리는 머플러가 오른발에 힘을 주라고 종용한다.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2019.08.14

 

서울 청담동에서 페라리를 타고 충남 태안까지 가는 2시간 30분은 오롯이 즐겁고 행복하지만은 않을 수 있다. 지속적인 범핑으로 허리가 두 동강이 날 수 있고 두통과 경부 통증 등도 수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후배들은 <모터트렌드>에서 최고령인 내게 페라리를 맡겼다.

 

 

시트에 앉으면서 생각했다. 페라리의 뒤로 눕는 듯한 시트 포지션은 노면 충격이 수직으로 허리를 강타하지 않도록 한 배려가 아닐까. 물론 아니다. 차체 높이를 낮춰 공력성능을 높이기 위함이 가장 큰 목적이다. 차체 높이가 1318mm밖에 되지 않지만 헤드룸이 여유로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혹여 앉은키 거인이라고 할지라도 큰 상관이 없다. 이 차는 잘 알다시피 오픈카니까.

 

 

포르토피노는 페라리에서 가장 싼 엔트리 모델이다. 엔트리 모델을 컨버터블로 만든 이유는 더 많은 소비자가 페라리에 대한 더 큰 꿈과 로망을 품게 하기 위해서다. ‘컨버터블보다 쿠페가 많이 팔리는데 무슨 소리냐?’라고 생각할 수 있다. 맞다. 쿠페가 더 많이 팔린다. 하지만 포르토피노는 하드톱이다. 즉 쿠페를 섭렵한 완벽한 컨버터블인 셈이니 쿠페, 컨버터블 소비자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다. 페라리가 그들의 엔트리 모델에 소프트톱보다 훨씬 더 비싼 하드톱을 씌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행성에서도 포르토피노는 만인을 위해 달리겠다는 페라리의 뚜렷한 의지를 담고 있다. 허리를 요절낼 것 같은 승차감이 아니다. 적당히 부드럽게 탑승자의 엉덩이와 허리를 배려한다. 그렇다고 좌우 롤이 있을 정도는 아니다. 이 차는 어디까지나 페라리. 스트로크가 짧은 서스펜션은 모든 코너에서 수평을 유지한다. 좌우 롤이 없으니 승차감이 더 좋게 느껴지기도 한다.

 

 

울창한 나무 사이를 가로지르는 한적한 시골길. 나뭇잎 사이사이를 조심스레 피해 떨어지는 햇볕을 받으며 달린다. 지금 이 순간을 느긋하게 즐기며 달리고 싶지만, 앞엔 600마력이 움찔거리고 뒤는 간간이 헛기침을 토하며 으르렁거리는 머플러가 오른발에 힘을 주라고 종용한다.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그러자 마치 시간여행이라도 한 것처럼 서쪽 땅끝에 닿는다. 역시 페라리는 지붕이 있건 없건 빠르다.글_이진우

 

 

 

 

모터트렌드, 자동차, 컨버터블, 페라리, 포르토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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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선관PHOTO : 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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